소우 후지모토 건축작업집 (Sou Fujimoto Architecture Works 1995-2015)




  작년 이맘때 쯤 오사카에서 구매했었던 소우 후지모토(Sou Fujimoto)의 건축작업집이다. 그때 당시 출판한지 얼마 되지 않아 국내에서는 구하기 힘들었다. 확인해보니 지금도 국내 대형서점인 교보문고에서도 구할 수 없는 것 같다. 작년에 서점이 폐점하기 직전에 겨우 구한 책인지라 아직도 강렬한 기억이 가시지 않는 가운데 그 기억과 동시에 후지모토의 작업들을 간략하게 살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후지모토의 건축물 작업은 아직 보지 못했고, 파빌리온 작품만 2작품을 직접 경험했다. 한 곳은 2013 서펜타인 갤러리 설치작품인 'The cloud pavilion'과 2016 세토우치 국제예술제를 위한 설치작품인 'Naoshima pavilion'이다. 공교롭게도, 건축물이 아니라 아쉽지만 두 개의 작품으로도 충분히 반가웠다.





ⓒ Archiscene


Project 063_ Taiwan Tower, TAICHUNG, TAIWAN 2011


  이 책은 후지모토의 20년 간의 건축작업을 연대기 순으로 나열해 107개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위의 사진은 'Taiwan Tower'라는 작품인데 최근에 시장의 구조적, 안전성에 관한 문제로 현재 공사가 계류 중에 있다. 이 타워는 높이가 300m에 달하며, 도시의 랜드마크이자 이색적인 풍경을 만들기 위한 건축물이고, 반얀트리의 형태를 모티브로 디자인 되었다. 후지모토의 매력적인 디자인에 있어서 항상 뒤따르는 것은 구조와 안전인 것 같다. 이 책에 보면 상당히 기발하고 발칙하지만 현실적으로 의구심이 가는 프로젝트가 있다. 





Project 065_ Forest of Silence, ZEMST, BELGIUM 2011


  그는 어휘적 표현 또한 상당하다고 느껴질 만큼 감성적이고, 포근하다. 이 프로젝트는 아쉽게도 업로드를 위한 적합한 사진을 찾기 힘들어서 생략한다. 다행히도 이 프로젝트에 주목하게 된 점은 작품의 렌더링 표현과 계획적인 측면보다도 한 문장이 책장을 넘기지 못하게 할 정도로 멋진 표현이 있었다.


"When the light itself becomes a roof, forest transforms into architecture"



해석하자면, "빛 자체가 지붕이 될 때, 숲은 건축으로 변한다" 라는 의미인데 표현을 곱씹어 보면, 건축적 혹은 시각적으로 바로 떠올리기는 힘든 이미지였지만, 아늑한 숲 안에서 아늑한 빛들이 나뭇잎 사이로 투과되었을 때 느껴지는 포근하고 싱그러운 장면들이 상상되었다. 물론 이 주관적 생각은... 후지모토와 비슷했는지 작품의 결과물은 하나의 건축물 보다는 건축적 숲을 만들어 버렸다.


벨기에 Zemst 지역의 화장터를 위한 공모전에 제출한 후지모토는 위와 같은 컨셉을 가지고 투명한 지붕을 표현하기 위해 구름과 같은 루버형태를 착안했다. 주변 자연환경을 잘 읽어내 건축을 더 자연스럽게 침투시키기 위한 이 개념은 'Garden Gallery' 라는 컨셉과 조응하며 이후의 서펜타인 갤러리와 타이난미술관 등의 작품의 개념과도 부합된다.


서펜타인 갤러리는 가봐서 상당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이렇게 된 이상 타이난 미술관 프로젝트도 한 번 들여다 보자.



ⓒ Cityface.org


Project 094_ TAINAN MUSEUM OF FINE ARTS, TAINAN, TAIWAN 2014


  위 프로젝트는 마치 063, 065 프로젝트를 결합해 놓은 것 같다. 왜냐하면.... 바로 밑의 다이어그램이 모든 것을 보여준다.


ⓒ Cityface.org


  반얀트리와 지붕을 투과하는 빛. 두 개의 프로젝트 개념이 혼합되었다. 이 당시만 해도 후지모토는 자신의 건축에 있어서 지붕은 하나의 나무그늘과 같은 개념이었던 것 같다. 물론 프로젝트 소개에서도 언급되었지만, 프로젝트의 연대기적 서술은 그가 그 당시 어떠한 개념에 사로 잡혀 있었는지 알 수 있는 하나의 성장과정처럼 느껴져서 후지모토라는 건축가의 생각를 이해하는데 더욱 도움이 된다. 지붕을 투과하는 빛의 모습을 보고자 한다면, 참고할 만한 사진이 있다.



ⓒ Aasiaarchzin


위의 065 프로젝트와 어느정도 비슷한 모습이다. 루버를 통해 주변 자연환경과 하늘의 경계를 모호하게 함으로써 그가 보여주고자 하는 건축적 개념을 표현하고자 했다. 아쉽게도 이 프로젝트는 건축가 시게루 반이 당선이 되어, 후지모토의 안은 계획으로 그쳤다.


  건축작품집이라 정독하지는 않았다. 흥미로운 프로젝트들과 알지 못했던 프로젝트들을 훑어 보았다. 일본건축가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선입견이 있었다면, 후지모토는 그 선입견을 철저하게 깨주었다. 물론, 작품집에 나온 도면과 사진, 파빌리온 답사로 그친 그의 건축을 경험을 토대로 판단하기는 이른감이 있지만, 눈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디자인 혹은 너무 전위적인 시도들은 호불호를 갈리게 하지만 마음에 드는 것은 억지로 논리를 이해시키기 위한 다이어그램이 아니라, 수긍이 가는 심플한 모형들과 영감을 얻었던 시각적 장면이나 오브제가 있어서 다소 어려울 수 있는 그의 건축관 이해를 돕는 도구가 된다. 


  백색건축, 비가시성을 통한 경계흐리기, 자연에 있어서 건축 - 건축에 있어서 자연, 등 몇 가지의 건축적 개념들이 단독적으로 혹은 복합적으로 이뤄져 자신의 건축을 키워나가는 모습은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하게 된다. 국내건축에서 언급하는 건축과 자연과의 관계 그리고 구체화의 측면에서 후지모토의 건축에서 자연과의 관계는 사뭇 다르다. 그의 건축에서 자연을 직접받아드리는 것 보다는 한 번 우회 혹은 건축을 통해 정제된 풍경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고민들이 엿보인다. 그래서인지, 그의 건축은 강렬하지만, 내부에서는 포근함을 느낄 수 있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된다. 자연이 주는 수학적 도출물인 기하학과 그의 시적 감성이 더해진 실제 건축물을 만나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려본다.



藤本壯介建築作品集 Sou Fujimoto ArchitectureWorks 1995-2015 (大型本)
외국도서
저자 :
출판 : TOTO出版 2015.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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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첨부자료


2013 Serpentine Gallery Pavilion 관련 인터뷰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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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pentine Gallery Pavilion 2015, Selgascano



매년 런던의 여름을 기다리게 라는 또하나의 이유.

작년에 이어서 올해에도 Serpentine Gallery의 Pavilion을 직접 보고 왔다.

2014년 Smilzan Radic의 파빌리온 리뷰 -  2014/07/13 - Serpentine Pavilion 2014와 Abramović의 퍼포먼스



올해에는 스페인의 Selgascano가 선정되었다. Selgascano는 마드리드에서 함께 공부한 José Selgas와 Lucía Cano 두 사람의 이름을 땄다. 

같이 일하는 Luis로 부터 셀가스카노를 처음 알게 되었고, 그들의 런던 사무실 겸 레스토랑이 우리 회사와 아주 가깝기도 하다.


José Selgas와 Lucía Cano / 런던 오피스 / 스페인 오피스

©Selgascano



The serpentine Gallery Pavillon 2015, Selgasc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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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avilion is an amorphous, double-skinned, polygonal structure consisting of panels of a translucent, multi-coloured fluorine-based polymer (ETFE) woven through and wrapped like webbing. Visitors can enter and exit the Pavilion at a number of different points, passing through a ‘secret corridor’ between the outer and inner layer of the structure and into the Pavilion’s brilliant, stained glass-effect interior. 

..

Serpentinegalleries.org


© Steven Kevin Howson


서펜타인 파빌리온은 올해 15주년을 맞았다. 

15년 전 후원의 밤 행사를 위해 자하 하디드의 파빌리온이 처음 만들어졌던 것을 시작으로 매년 이루어지고 있다. 

서펜타인 파빌리온의 첫 스페인 건축가이고, 건축가에게도 이 파빌리온은 영국에서의 첫 구조물이다. 

올해의 파빌리온 건축가로 선정이 되려면, 영국에 프로젝트를 완성한 적이 없는 건축가이어야 한다. 그것이 서펜타인이 만든 선정 조건이다.

하지만 그들의 사무소 겸 레스토랑은 파빌리온 공개 한참 전부터 이미 사용이 되고 있었다. 

서펜타인 측에 따르면, 올해의 건축가로 선정될 때는 완공 전 이었고 선정 된 후에 완공이 되었다고 한다. 어째든 이걸로 별 태클을 거는 사람은 없나보다. 

우리나라에서는 젊은건축가상 수상자 중에 자격을 충족하지 못하는 팀이 있다고 말이 나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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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가스카노는 켄싱턴가든에 파빌리온을 만들기 위해 어떤 구조와 재료를 써야할지 고민했고 방문자들이 구조물, 반투명, 그림자, 빛, 형태, 민감함, 변화, 놀라움, 색 그리고 재료를 통해 건축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여러 출입구, 이중외피, ETFE라는 합성화합물을 재료로 다양한 색깔과 불규칙적인 형태를 만들어서 그 경험을 주고자 했다



마침 우리 사무실에서 매달 진행하는 이벤트가 파빌리온이 일반에 공개되는 날과 같아서, 소장님께 이번달 이벤트로 Kensington Gardens 피크닉을 제안했다. 

기쁘게도 소장님께서 승낙을 하셨고, 우리는 평소보다 일찍 업무를 마무리한 뒤 다함께 켄싱턴가든으로 갔다.

날씨도 피크닉을 하기에 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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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빌리온 내에 카페가 들어가야 한다는 것은 설계조건에 포함되어 있다. 이 카페는 Serpentine의 큰 수입원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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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는 남자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다니다가 넘어지기도 하고 했는데, 올해는 여자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올해는 특별히 위험해 보이는 곳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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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스밀한 라딕의 파빌리온의 개념을 어느정도 계승했다고 했다. 외부의 공원을 향해 방출시키는 듯한 이 형태도 작년과 꽤 닮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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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테잎이 풀어진 모습도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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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투명임과 동시에 빛을 반사하기도 한다. 빛의 놀이터라는 표현도 어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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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펜타인 갤러리의 주장에 다르면, 그들의 행사가 전세계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건축디자인전시로 열손가락에 든다고 한다.

일단, 런던에서 열리는 많은 이벤트 중에서도 서펜타인의 파빌리온이 상당히 주목을 받는 것은 사실이다. 

Time Out 런던의 여러 이벤트를 소개하는 잡지와 사이트에서 서펜타인 파빌리온은 꽤나 비중있게 다루어진다.

파빌리온은 그 성격 상 한정 된 기간에만 볼 수 있고, 매년 여름 새롭고 실험적인 형태로 설치된다. 덕분에 맑은 날씨에 나들이를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꽤 매력적이다. 

건축계에서만 기다리는 이벤트가 아니라는 점이 서펜타인 파빌리온이 더욱 주목받으며 지속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다.

흔히 볼 수 없는 형태이기에, 파빌리온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는 사람도 많이 볼 수 있었다.



현대국립미술관 X 현대카드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Bosim


우리나라에서 서펜타인 파빌리온과 유사한 이벤트라면, 국립현대미술관과 현대카드의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을 들 수 있겠다. 규모나 완성도 등 서펜타인 보다도 뛰어난 점이 많다. 

다만 서펜타인은 런던이라는 세계적 메트로폴리탄이 전세계 건축가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은 한국의 젊은 건축가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이벤트도 앞으로 영향력이 커져서 세계 건축계가 우리의 젊은 건축가에 주목할 수 있는 행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작년 문지방의 신선놀음이 꽤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올해 SoA의 작품도 기대가 된다.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과 작년 문지방의 작품에 대해 잘 정리가 된, 이웃 블로거 Bosim의 글을 링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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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빌리온이 일반에 공개되기 전, Archidaily 등 을 통해 파빌리온이 완성된 모습의 사진이 올라왔었다.

그리고 상당한 악플이 달린 것을 보았다. 악플의 내용은 대게가 보기에 너무 저렴해 보이고 허접하다는 것이었다.

당장에라도 변경을 하지 않으면 혹평을 면치 못할 것이고, 영국에서의 프로젝트가 이것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협박아닌 협박도 있었다. 도대체 어떤 위치에 어떤 자격을 갖춘 사람이기에 그런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렌더링 이미지와 재료만 공개 되었을때도, 저렴한 재료때문에 가치가 없어보일거라는 예상이 있긴 했다.

임시구조물이고 실험적인 파빌리온에서 왜 저렴한 재료에 대한 거부감을 갖는지, 그리고 더 비싼 재료를 써야 한다는 주장을 할 수 있는지 다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서펜타인의 파빌리온이 운영되는 것을 보고, 셀가스카노의 파빌리온을 직접 보고 온 나의 감상은 이렇다.

그냥 놀이터같고, 다소 장난스럽다는 느낌은 있다. 그리고 비닐하우스와 거의 유사한 재료와 구법이다보니 햇빛이 쨍쨍할때는 내부가 상당히 덥다.

건축적으로 아주 심도있는 고민이나 이야깃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실험적인 시도에 중점을 둘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것도 전혀 없었던 건축적 실험은 아니다.


공원 속에서 다양한 색깔을 가진 비정형의 형태가 내려앉아있고 그 안에서는 형형색색의 빛이 공간을 감싸고 있어서 이것은 비일상적인 경험이 되고 그들의 렌더링이 주는 느낌과 같이 동화적이고 비현실적인 느낌이 강하다. 

스테인드 글라스와 유사한 효과를 내는 내부 공간은 마치 팝스타의 뮤직비디오 촬영 스튜디오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아주 훌륭하다고는 못하겠지만, 썩 나쁘지 않았다. 개인적 순위를 매겨본다 작년보다는 나은 것 같다. 스밀한 라딕은 요즘 뭐하려나.


서펜타인 갤러리의 홈페이지에서는 셀가스카노가 이번 파빌리온을 위해 만든 스터디모형도 판매하고 있다.

한시적으로 설치 될 파빌리온을 위해 만들어진 세상에 하나뿐인 모형이긴 하지만...

저걸 100파운드(17만원)가까운 가격에 판다니.... 돈이 좀 있는 사람이라면 별로 비싸게 생각하진 않을 듯 하다. 분명 몇달 후 부터 먼지가 쌓이겠지만. 

혹시 아는가, 셀가스카노가 지금의 자하 하디드만큼 잘나가는 건축가들이 될지?! 


어째건, 서펜타인 갤러리는 매년 파빌리온을 만들어서 그들의 갤러리가 전세계에 홍보되고 후원도 받고 카페로 수익금을. 게다가 올해는 한정판 모형까지 판다.

선정된 건축가는 이름을 널리 알리고 실험적인 구조물까지 만들어 볼 수 있다.

대중은 비일상적 건축디자인에 대경험과 판단의 기회를 갖다. 그리고 이런 다양한 디자인에 노출 된 대중은 디자인에 대한 안목도 높아질 것이다.

새로운 건축, 디자인, 예술 행사가 많이 열린다는 이 점이 런던이 부러운 가장 큰 이유다.


내가 모두까기이긴 하지만 딱히 깔게없다. 아키데일리의 악플을 본 뒤로 감싸주고 싶은 감정이 생긴 것 같다.

어쩌면 이날 날씨가 너무 좋았던 덕에, 기분 탓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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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빌리온을 다함께 본 뒤 맥주, 와인과 함께 피크닉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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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여름은 정말이지 천국이다ㅜㅜb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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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chist _Teo 트랙백 0 : 댓글 9

Serpentine Galleries를 다시 찾았다.


지난번 찾았을때 완성되지 않았던 올해의 Pavilion이 드디어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그와 더불어 Zaha Hadid의 작업도 보고, 행위예술가 Marina Abramović의 퍼포먼스도 체험하고 싶었다.



서펜타인 갤러리는 Hyde Park 내에 두개의 건물을 가지고 있다.




자하가 작업을 한 곳은 The Magazine(무기고) 였으며, 후원자의 이름을 따서 Serpentine Sackler Gallery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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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내부에는 Ed Atkins라는 작가의 다소 섬뜻한 디지털 작업이 전시 중이다.


자하가 디자인한 사진 좌측의 증축 공간은 The Magazine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며 레스토랑으로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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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자하 건물이다. 이것도 뭐 솔직히 자하가 직접 디자인 한건지 사무소의 누군가가 작업 한건지는 모르겠다.


내부에는 천창도 있고 공간감이 꽤 좋아보였다.


영화 속 미래의 우주선같은 곡선이 멋들어지긴 했지만 별 감흥은 없었다.






서펜타인 갤러리는 2000년, 후원의 밤 행사에 임시로 쓸 천막이 필요했고, 그 당시 주목받기 시작한 자하에게 디자인을 맡기게 된다.


행사가 시작되면서 천막의 디자인이 엄청난 관심을 끌게 되었고, 건축가를 초청해 파빌리온을 공개하는 것을 연례 행사로 만들었다.


이때 자하와의 인연으로 사클러 갤러리도 그녀와 함께한 것이다.



Serpentine Pavilion 2000, Zaha Hadid



서펜타인의 파빌리온 작가 선정은 영국 내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 한 적이 없는 해외의 건축가를 소개한다는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있다.


영국이 아시아 국가나 다른 유럽 국가와 비교했을때 다양한 현대 건축가의 프로젝트가 흔하지 않기에, 해외 건축가의 작품을 볼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토요 이토, 오스카 니마이어, 프랭크 게리, 렘 쿨하스 등의 건축가가 서펜타인 갤러리와 함께 파빌리온 작업을 했다.




올해는 칠레의 건축가 Smiljan Radić이 선정되었다



4년 전 그가 오스카 와일드의 소설 '이기적인 거인'에 등장하는 거인의 성을 컨셉으로 마스킹테잎을 이용해 모형을 만든 적이 있다고 한다.


손으로 투박하게 만들어진 그 모형의 느낌이 썩마음에 들었는지 그때의 작업을 떠올리며 이 파빌리온을 만들었단다.




이번 파빌리온과 오스카 와일드 소설 속의 '거인의 성'은 개념적으로 관계는 없는 듯 하다.



이기적 거인은 누구나 읽어봤을 법한 내용이다.


아이들이 뛰어놀던 정원에 담장을 치고 아이들이 놀지 못하게 했더니 겨울이 계속 되었고, 아이들이 다시 들어오자 봄이 돌아왔다는 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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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혹은 동양인이라면 이걸 보고 고인돌을 떠올릴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서양인들은 전혀 고인돌을 떠올리지 못하는 것인지, 건축가가 의도적으로 고인돌이라는 표현을 회피하는 것 인지.


건축가는 '채석장의 큰 돌위에 깨질 듯한 조각을 올려 놓은 형태'라고 표현하고 있다.


고인돌이 아닌 '고인 껍질'이란 말이다.


사용된 재료와 구축방식을 보면 틀린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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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에서는 간단한 음료와 음식을 팔 있다.



묵직해 보이는 외관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아주 가볍고 반투명한 유리섬유를 이용해 만들었다.


건축학도라면 누구나 익숙한, 미색의 종이테이프가 떠오른다. 그가 테이프로 만들었던 모형과 유사한 느낌을 내는데에는 성공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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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가 고인돌을 닮았다고 생각해서인지, 내부는 먼 옛날 인류가 살았을 동굴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건축가에 말에 의하면 저 창은 공원과 소통하고, 내부의 인테리어 역할을 한다고 하는데....


프레임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자동차와 큰 가로수 뿐이어서, 창이 향한 방향 때문에 전혀 설득력이 없게 느껴졌다. 개념적인 제스쳐일 뿐이었다.



외부에서 볼때는 뭔가를 뿜어내는 듯한 느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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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과 갤러리를 찾는 사람들에게 좋은 휴식처가 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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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이 참 보기 좋지만, 사실 저 사진을 찍은 직후 뒷쪽에서 뛰던 아이가 넘어졌다.


파빌리온 내부로 연결되는 데크와 지면의 높이차이 때문에 발을 헛디딘 것이다. 바닥이 흙이라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아찔한 순간 이었다.


잠깐 머물렀음에도 그보다 위험한 순간은 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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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의 가운데에 개방된 부분이 보일 것이다. 


가느다란 난간이 멋들어지게 붙어 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난간에 기대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여자 분이 난간 아래로 떨어졌다!


한쪽 다리가 데크에 걸렸고 정말 크게 다칠뻔 한 사고였다. 다시 올라올 수 있게 친구들이 도왔지만 떨어지면서 바닥과 난간에 부딪혀, 고통스러워 했다.


비록 임시 구조물 이지만 군데군데 안전사고가 일어날 여지가 많았다.


내가 찾았을때는 개장한지 일주일 정도 되었을 때 였는데, 많은 사람들이 찾는 만큼 안전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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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한 물체가 아래에 있다


더 크고 묵직해 보이는 물체가 마치 떠 있는 듯 하다



직해 보이지만,


어쩌면 깨질 듯 얇은 껍질과도 같



사람들이 주변에 모인다.



흙을 쌓아 외부를 반쯤 감싸안은 언덕을 오르면


휘감기듯 내부로 들어간다.



내부를 향해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지만


동시에 뿜어내려는 듯 하다



잘 가공된 금속테가 내부공간을 감고 있지만


덕지덕지 붙은 반투명 조각들이 외부형태를 완성한다



형태와 공간은 칼같이 떨어지지 않는다.




비를 피하고, 바람을 피하고


포근하고 얼금얼금한 빛 속에 안긴다.




그걸로 충분하다.






스밀한 라딕은 건축계에 그의 이름을 확실히 알리게 되었고,


서펜타인 갤러리는 올해도 새로운 건축가를 소개하며 주목을 받았으며, 카페를 통해 수익을 내는 것 까지도 성공했다.



좋은 작품이긴 했지만 크게 감흥이 느껴지진 않았다.


직접 내 눈으로 보고 공간을 체험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가설 건축물임에도 너무 기대가 컸기 때문일까.


명확하지 않은 개념과 칼같이 떨어지지 않는 형태가 익숙치 않아서일까.



서펜타인은 좋은 작가를 소개했고, 건축가는 최선을 다했다.


이제 스밀한이 어떤 새로운 작품을 세상에 내놓을지 기대 해 볼 차례가 아닐까.





- 스밀한 라딕의 작품들 







파빌리온에 머물고 주변을 서성이는 사람 못지 않게 많은 사람들이 갤러리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Marina Abramović의 퍼포먼스 작품을 체험하기 위해서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는 현재 활동 중인 가장 유명한 행위예술가 중 한명이다.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있었던 퍼포먼스의 영상을 통해 그녀를 알게 된 사람이 꽤 많을 것 같다.

무려 3개월 동안 매일같이 진행된 이 퍼포먼스는 참가자들과 1분씩 눈을 마주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수많은 사람들과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어김없이 한 남자가 그녀의 앞에 마주앉았다. 

갑자기 그녀의 표정에 변화가 생기며 묘한 웃음과 함께 눈물이 터진다.

그는 동료이자 연인이었던 Ulay다.





그들은 10여년간 사귀어 왔지만, 함께 찾았던 중국에서 울라이는 새로운 연인을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된다.

그 이후 그녀는 힘든 시간을 보냈고, 점차 자신의 경력을 쌓아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왔다.

그리고 이 퍼포먼스로 울라이를 재회한 것이다. 

많은 순간들이 그녀의 눈앞을 스쳤을 것이고 눈물이 터지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나도 이 퍼포먼스를 통해 그녀를 알게 되었다.

Ulay를 재회한 1분은 다를 것 없는 60초의 순간이지만 그때 그녀의 표정은 다시는 재현될 수 없는, 10여년을 한번에 담는 1분이었다.





여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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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을 서서 내 순서를 기다린 후 입장했다.

관객이 직접 체험하는 퍼포먼스 이기에 내부에 인원을 통제 했던 것이다.


이 퍼포먼스의 이름은 512hours.

64일간 계속되는 이 퍼포먼스가 진행되는 시간이다. 

핸드폰과 카메라를 포함한 전자제품과 소지품은 락커룸에 모두 보관해야 한다.


내부로 들어가자 아주 고요했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서로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채 서서 눈을 감고 명상을 하고 있다.

그리고 누군가 나에게 다가와 손을 이끌었다.

무리 속으로 나를 데리고 가서는 눈을 감은 뒤 천천히 숨을 쉬라고 속삭였다.


이 상황이 너무나 낯설었고,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혼란스러웠다. 언제까지 그렇게 있어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결국 명상은 커녕 잡생각만 가득한채 3분도 채 되지 않아 내려왔다.


이게 뭘까 혼란스러웠다.


명상하는 퍼포먼스가 진행되는 양쪽으로 하나씩 방이 있고, 각각의 또다른 퍼포먼스가 진행된다.

먼저 가본 곳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책상에 앉아 두종류의 곡식을 분류하는 모습이 보였다.

나눠준 종이게 뭔가를 체크하는 듯한 사람도 있었다.

역시 관객들이 직접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잠시 기다린 뒤 빈자리로 안내를 받았고, 두 곡식을 분류하고 갯수를 세라고 속삭였다.

맙소사. 다른 관객들도 정말 이걸 모두 분류하고 세었단 말인가??

하.. 그래 일단 해보자. 베트남 쌀과 그보다 조금더 큰 검정색의 또다른 곡식을 서로 분류했다.

나는 아예 하나는 포기하고 쌀알만 세기로 마음 먹었다.

세면서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마치 군복무 기간에 야간 경계 근무를 서면서 온갖 생각이 들듯이 말이다.

게다가 나는 지금 가족, 친구와 떨어져 이 먼곳에서 지내고 있으니 더욱 그럴 수 밖에.

그리고 마침내는 슬슬 잠이 오기 시작했다..... 어찌어찌 졸면서 분류를 끝냈고, 쌀알의 갯수를 세었다.

졸면서 했으니 정확하지도 않았다. 나눠준 종이에 쌀알의 갯수를 적었고, 간략한 소감을 적었다.

너무 졸렸다고-_- 갯수는 1000개가 넘었다......


그리고 다시 처음의 퍼포먼스가 이루어 지던 방으로 왔다.

이제는 이 퍼포먼스들이 차츰 익숙해졌고, 왠지모를 평온함을 느꼈다.

백색으로 칠해진 그 방에 쏟아지는 따뜻한 햇살과 전자기기가 내는 소리나 사람들의 말소리도 없는 그 공간에서

온전히 나 자신에 집중 할 수 있는 명상이 가능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서로의 숨소리가 서로를 위안했다.


이제 이 퍼포먼스에 나도 빠져들고 있음을 느꼈다.

또다른 방에서는 사람들이 아주 천천히 걷고 있었다.

안내자는 나에게 숨을 천천히 쉬도록 유도했다.

그 숨결을 느끼며 아주 천천히 한발 한발, 행동 하나하나를 이어나가게 했다.

평소에 발걸음이 빠른 나에게, 그것은 꽤나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마침내, 발걸음을 옮기는 나의 지극히 일상적인 행동에 온 정신을 집중해 그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즐길 수 있었고, 그 순간 너무나 평온했다.


모든 퍼포먼스를 체험한 뒤, 사람들이 명상하는 것을 한쪽 구석에서 지켜봤다. 그것 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런데 그때,

마리나 아브라모비치가 보였다!!

그녀 역시 이 퍼포먼스의 일부로 그 행위들을 하고 있었고, 안내자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녀를 직접 보게 될 줄이야!



한장의 사진도 남길 수 없었지만,

기억에 오래 남을 경험이었다.



파빌리온을 보기위해 서펜타인을 찾게 된다면,

그녀의 퍼포먼스에도 꼭 동참해 보길..!

서펜타인의 홈페이지에서 그녀가 남긴 동영상을 보니까, 항상 그녀가 퍼포먼스를 함께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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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chist _Teo 트랙백 0 : 댓글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