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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대도시에서 여유를 부려보는 시간을 가졌다. 여유라기 보다는 지난 날의 일정이 너무 힘들었고 도시가 아닌 작은 마을들이었기에 사람냄새도 잘 맞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오히려 그래서 처음 고베에 도착했을때 적응이 안되었다. 분주한 사람들의 움직임, 3개의 기차노선이 하나의 역이름(산노미야)으로 존재하며, 지옥의 신도림역을 방불케 하는 블랙홀과 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고베에서 꼭봐야 할 야경은 이 곳의 여느 청춘남녀의 데이트 하는 모습처럼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서 즐기니 잠시 들떠 있었던 여행의 설렘과 흥분을 잠시 안정시켜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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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18:35_ JR SANNOMIYA St.


 고베 포트타워 호텔로 향하는 무료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산노미야역으로 왔다. 이 곳은 내일 일정을 위해서라도 똑똑하게 길을 잘 숙지해야 했던 역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기차 노선의 3개 구간이 만나는 곳이자 JR, HANKYU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아서 다음날 많이 혼란을 겪었다. 그럼에도 쉽게 관광객정보센터와 함께 코인락커를 쉽게 찾았으니 다행이다.  다행히도 직원이 호텔셔틀을 타는 곳을 알고 있어 이 곳에서 하염없이 기다렸다. 얼마나 기다렸을까...약 30분을 기다리니 일어로 적혀져 있는 호텔셔틀이 왔고 물론 우리는 이 차가 호텔차인지 모르고 멍때리고 있다가... 순간적인 예감에 들이대정신으로 물어보니 맞단다... 웃긴게 이 차에는 어느 곳에도 고베 포트타워 호텔이라고 적혀있지 않았다. 물론 영어로...얼추 고동색과 금색의 오모한 색상의 봉고차 같은 셔틀이니 혹시라도 이 호텔을 이용하는 사람은 참고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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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21:35_ FISHERMAN'S MARKET, RESTAURANT


우리는 오늘 한끼도 못먹었다. 판단착오와 함께 밥을 먹을 상황과 기회도 계속해서 어긋났다. 그래서 결국 둘은 폭발했고, 잠시 어색한 시간을 가졌다. 솔직히 나도 안먹었고, 힘든상태인지라 많이 짜증이 난 상태이지만 화낼 힘도 없고 화내는데 열량소모와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았다. 최초에는 고베야경을 보는 수변공원쪽에 독일식 펍이 있는 줄 알고 갔으나... 망했는지 못찼았던건지 패스하고 바로 입구 앞에 웅장한 실내공간을 자랑하는 씨푸드뷔페가 있었다. 가격대가 조금 나가 잠시 고민하고, 우리는 한끼도 안먹었고 야경을 반찬삼아 천천히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기로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별로였고 추천하고 싶지가 않다. 인기메뉴가 대게인 것 같아서, 미친듯이 먹었지만 북극해 연안에서 그대로 잡아올려왔는지 아직도 식지않고 차가웠고, 식감도 좋지 않았다. 배고프다고 뷔페를 선택하는 착오를 다음부터 하지 않을 것이고, 좋은 교훈을 남겨준 곳이지만 나름대로 야경을 감상하는데 뷰도 훌륭하고 내부공간도 크고 분위기도 좋아서, 맛보다 분위기라고 생각되면 나쁘지 않았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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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22:20_ HARBOR LAND


배도 부르겠다. 소화도 시킬겸 하버랜드 산책을 해본다. 조용한 분위기의 수변공원과 함께 고베항의 야경이 펼쳐져 있다. 몇 개의 건축물 혹은 조형물들이 은은하게 조명이 들어오면서 바다물에 그대로 반영된다. 가족들과 연인들이 삼삼오오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너무 평화롭고 일상적인 풍경들이다. 천천히 둘러보니 나도 바다냄새도 맡고 자라다 보니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에 대한 로망이 있다. 그런 부분에서 고베는 내가 자란 도시 여수보다는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여기서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방부제가 들어가 있는 음식과 같은 느낌? 도시에서의 삶이나 시간이 축적된 고즈넉한 풍경보다는 애초에 계획되고 몇 명의 도시나 건축업자에 의해 그려진 모습이다. 그래서 크게 감흥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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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22:45_ EARTHQUAKE MEMORIAL PARK, MERIKEN PARK


시간도 늦었고, 많이 피곤했던 관계로 호텔 넘어 위치한 고베의 차이나타운 '난킨마치'는 가지 않는 것으로 하고, 지진피해 메모리얼 파크와 메리겐 파크에 있는 건축가 프랭크 게리안도 다다오가 함께 설계한 피쉬댄스를 보고 숙소로 북귀하기로 했다. 95년도 1월 효고현 남부에 진도 7의 강진이 발생했다. 그로 인해 고베항은 동서 120KM의 해안선이 파괴되었다. 그 이후 2년 뒤 고베 개항 130년 기념식을 통해 대지진으로 부터의 부흥을 선언했다.


고베항은 3개의 공원이 오픈된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수변과 함께 쇼핑을 즐길 수 있는 하버랜드, 전시와 전망 및 산책을 위한 메리겐파크, 과거 고베의 잊을 수 없는 기억을 고스란히 남겨둔 메모리얼파크. 3가지의 표정이 균형을 이뤄가며 바다를 안고 있다. 메모리얼 파크를 지나서 보이는 피쉬댄스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역시나 실제로 보아도 큰 감흥이 없었다. 한가지 썰이 있다면, 고베시에서 녹이 슬어 보기 싫었던 이 조형물을 핑크색으로 도색하려다가 그 소문이 게리한테까지 가면서 프랭크 게리는 고베시를 강하게 비판했다고 한다. 


물론 혼자가 아니라 안도와 함께 '무슨 교양없는 짓이냐며' 날을 세웠고, 결과적으로는 철갑을 두른 한마리의 생선은 다행히 껍질을 벗겨내 핑크빛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전설이 있다... 



TIP : JR 간사이와이드패스를 이용해서 고베에서 아와지섬으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버스요금은 따로 정산을 해야하지만 JR패스 구간이 마이코역까지 해당되므로 아와지섬을 가고자 하는 사람에게 유용한 팁일 것이다. 물의 절까지 가기가 무리라면 유메부타이에 내려서 지금 한창인 꽃 박람회를 보고 오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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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 09:20_ MAIKO St.


아와지섬으로 들어가기 위해  일찍 고베에서 나왔다. 전날 숙지해 두었던 산노미야역 코인락커에 짐을 보관하고 마이코역으로 가기 위해 기차를 타고 갔다. 아카시해협을 감상하며, 저 멀리 등장한 아카시해협대교 아와지시와 아와지섬을 잇는 다리 전체길이로는 3.9KM에 이르는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라고 한다. 예전 티비에서 본 기억이 났지만, 실제로 보니 어마어마한 규모였으며, 기차에서 내려 터미널을 가기위해 교량의 밑을 통해 가야했는데 그 스케일을 느껴볼 수 있는 사진을 담아보았다. 마이코역의 터미널은 교량 위에 있으며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 계단을 통해 올라간다. 애초에 이 곳에 터미널이 계획된게 아니라 차후에 생겨난 것처럼 보이는 철제구조물들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진다. 섬으로 들어가기 위해 아와지고속버스를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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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 10:20_ WATER TEMPLE


나오시마 섬에서 나와 가장 기대되었던 건축물. 건축가 안도 다다오물의 절(혼푸쿠지)이다. 아마도 오늘의 첫 방문객 인 것 같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작품 중 대표작품을 꼽는다면, 빛의 교회와 물의 절이 있다. 물론 더 많은 작품이 있지만, 스케일면에서나 전체적인 건축어휘를 녹여낸 작품 중 최고로 꼽는다. 그래서 더욱 깊이있게 감상하고 싶었다. 그의 건축작품을 감상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건축적 스토리를 느껴야 한다.


그의 건축에는 배치에서 부터 재료까지 모두 상황과 의미를 부여한다. '건축의 본질'에 대한 강한 관찰과 의지가 엿보인다. 건축물의 입구에 들어서기까지 몇 번의 장면의 교차가 발생한다. 그가 잘하는 표현이다. 건축물을 쉽게 보여주지 않고 마치 축구 선수로 치면 가벼운 기술을 통해 상대를 따돌리는 것 처럼 주변의 풍경을 보여준다. 상-중-하의 명확한 표현으로 땅과 숲 그리고 하늘을 통해 속세와의 안녕을 강요한다. 


그리고 다다른 수반과 같은 형태의 물의 절. 본당은 이 연못 아래에 위치해 있다.  아직 내부로 들어가지 않았지만 엄청난 전이를 예고한다. 속세와의 경계가 너무 뚜렷하기에 마치 성당의 문을 열기라도 한 듯 강한 종교적 기운을 발산해 낸다. 창 하나 없는 두터운 벽 사이의 계단은 천천히 심리적인 콘트라스트를 유도한다. 한없이 작아지는 인간으로 어두운 공간으로 진입하게 된다. 


본당은 원형으로 빨강페인트로 칠해진 목재로 감싸져 있다. 은은한 빛의 유입으로 내부는 금새 법당에 와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천천히 돌아 들어간 법당에서는 경건하기 보다는 소박한 곳으로 꾸며져 있다. 한번 정도는 그립을 푼 공간에서 편안하게 참배하면 된다. 그리고 다시 나와 콘크리트 벽과 본당사이를 걷게 되면 자연광과 함께 창살과 창살로 이내 재료가 변화되면서 내외부의 경계를 허무는 장소로 만들며 깔끔하게 여운을 닦아낸다. 


마침내 마지막 지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올라가는 계단(하)과 하늘(중) 그 넘어 속세와 잠시동안의 단절로 부처님(상)을 보게 된다. 마치 신이 있음을 이 곳에서 증명하고 필연적으로 조우하게 된다. 사실 속으로는 더 깊이있는 체험을 했지만, 종교건축에 관한 더 많은 지식이 부족한 관계로 구체화 된 언급은 하지 않는 것으로 하고, 최대한 사진과 함께 안도 다다오가 물의 절에서 보여준 건축적 스토리를 느껴볼 수 있도록 기록해 본다. 


마지막으로, 근대적 건축재료인 콘크리트가 과연 불교건축의 현대화를 어떻게 풀어낼 수 있었을 까? 라는 강한 의구심을 가지고 향했던 물의 절은 우리가 경험했던 법당의 분위기와 색채, 대웅전 가는 길 등 여러가지 불교건축의 디테일 한 건축어휘를 복합해서 이질감 없이 녹여냈다. 물론 개인차가 있겠지만, 적어도 군더더기 없는 이 곳의 종교시설은 전통건축에 관한 현대적 해석에 관한 교본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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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 12:00_ HIGASHIURA BUS TERMINAL


물의 절에서 나와 히가시우라 버스터미널에서 다시 유메부타이(꿈의 무대)로 향하는 길. 애초에는 마을버스가 가격이 싸서 타려고 했지만, 버스 배차간격도 1시간에 한 대라고 해서 시간을 잘 맞춰야겠다라고 생각했는데... 마을버스를 타러 가는 길이라고 했던 곳에 다른 버스터미널이 등장. 당황했지만, 유메부타이 가는 버스가 있다고 하니 10분 남짓 기다리다가 버스를 탔다. 기약 없는 기다림보다 돈을 더 내더라도 빨리 유메부타이로 넘어갈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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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14:30_ AWAJI YUMEBUTAI


유메부타이에 도착과 동시에 또다시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물론 우산은 없었고 시원한 비세례를 맞으며 앞으로 향했다. 실내부분과 실외부분을 적당히 눈치껏 돌아보며 비와의 숨바꼭질을 시작했다. 아쉽게도 마지막 백단원에서 폭우가 쏟아져 안에 들어가지는 못했다. 그래도 이 멋진 광경을 사진으로라도 잠시 담아보고자 해서 촬영을 하고 바로 철수. 가장 많은 사진을 찍었던 이 곳에서는 그만큼 큰 규모의 건축물들이 자리잡고 있으며, 건축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원과 꽃들의 향연을 볼 수 있다. 또한 지금 한창 박람회기간이라 사람들도 많아서 분위기도 좋다. 


많은 미사여구보다 한마디로 이 곳은 '안도 다다오 건축박물관'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선굵은 건축형태와 배치, 계획 등이 총망라한 곳이다. 자세히 보면 정말 자신의 작품의 디테일과 조형적 요소, 빛, 수공간 등 여러가지 건축어휘들을 다 가져왔다. 하지만 이들이 번잡하지 않고 적당히 잘 섞여 있는 모습이 볼만하다. 더많은 건축이야기를 하기에는 너무 방대한 양의 공간들이 숨겨져 있어 사진과 함께 상상해보면 좋을 것 같다.




COMMENT


아와지섬에서 마주한 안도 다다오의 대표작들인 물의 절과 유메부타이. 종교시설과 복합문화리조트시설과 함께 추모공간이 마주하고 있다. 다양한 기능들 만큼이나 안도의 다양한 건축어휘로 채워나간 이 두작품은 보기위해 오사카의 여행시간을 양보했다. 물론 후회가 없을 정도로 좋았으며,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라는 아카시해협대교를 건너는 기회도 얻을 수 있었다.  육중한 건축물이라기 보다는 하나하나 장인정신이 깃든 핸드메이드 아니 웰메이드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다양한 조형적 요소와 건축어휘들이 한 곳에서 마치 안도 다다오 백화점처럼 진열이 되어있다. 심지어 평면도와 스케치까지...


일본 내에서도 안도 다다오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오죽하면 복도에도 그의 스케치들이 하나의 작품처럼 액자 안에 모셔져 있기에 모를래야 모를 수 없는 상황을 만드는데 그만큼 일본인들 속에 안도 다다오는 깊게 자리잡고 있으며, 하나의 생활 그 일부분으로 역할을 다하고 있음에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마지막 사진은 유메부타이 내부에 있는 안도 다다오의 바다의 교회 그리고 그가 디자인 한 의자. 의자도 그의 콘크리트 앞에서는 작품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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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_0Fany 트랙백 0 :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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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간의 나오시마에서의 여정을 마치고 이제 이누지마 섬으로 이동하기로 한다. 원래 계획은 테시마섬을 들려서 테시마 미술관과 함께 이에프로젝트를 둘러 보고 싶었으나, 지추미술관과 일정로 대체를 하며 테시마섬에서는 내리지 않고 바로 이누지마 섬으로 향했다. 나오시마에서 테시마 - 이누지마로 향하는 페리는 쾌속선을 이용한다. 시원한 바다의 물살을 가르며 우리는 지금은 폐허가 된 구리 제련소가 있는 섬 '이누지마'로 향했다.



ⓒ BENESSE ART SITE NAOSHI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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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4번과 15번의 항로를 통해 이동했다. 이 곳에서는 칼같은 시간관리를 하며 여행을 즐겨야(?) 한다. 안그러면, 섬에서 갇히는 경우가 생긴다. 우리는 색칠된 시간을 선택해서 이동했다. 이누지마를 나와서 바로 고베로 이동해야 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통해 전날 밤 계산을 했지만 지추미술관도 보고 테시마 - 이누지마를 하루만에 다 둘러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우리 다음스케쥴과 연동해야 했기에... 자세한 배편은 베네세 공식 홈페이지를 이용하면 될 것이다. 



Tip : 테시마와 이누지마를 거쳐서 호덴항을 통해 다른 도시로 이동 할 경우 걱정되었던 짐보관소과 과연 있을까? 라는 의문점이 있었다. 사전조사로 테시마에서는 짐을 보관할 수 있었지만, 이누지마에서는 어떠한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일단 들이대 정신으로 향했다. 다행이도 이누지마 티켓센터에서 무료로 짐을 맡길 수 있다.  




ⓒ BENESSE ART SITE NAOSHIMA



Tip : 항구에서 내리면 다들 티켓센터로 가서 표를 사고 짐을 보관한다. 그리고 나서 거의 세이렌쇼 미술관으로 향한다. 하지만 우회해서 이에프로젝트를 먼저 보는 것이 오히려 좋다. 뭐 정해진 순서는 없지만, 남들과 반대로 동선을 가보는 것. 그래서 처음으로 "Art House Project" / I - Art House 를 먼저 갔는데 작전은 성공. 우리 앞-뒤에는 아무도 없었고, 이 섬에서 우리는 거의 모든 작품들과 세이렌쇼 미술관은 단 둘이서 관람하는 시간을 가졌고, 작품감상하는데 있어서 몰입도도 좋았었다. 하지만 지도를 잘보고 작은 섬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유의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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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13:15_ INUJIMA ART HOUSE PROJECT, I-ART-HOUSE


첫 번째로 도착한 곳은 "I-ART-HOUSE" 이 섬에 있는 이에프로젝트는 건축가와 예술가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현재까지는 건축가 세지마 카즈요가 선정되어 작업을 하였으며, 최초의 작가로는 오랜 시간에 걸쳐 이누지마에 거주하며 참여를 해 온 예술가 야나기 유키노리가 작업했다. 이 작품은 유스케 코무라가 작업 한 작품. 내부는 역시나 사진촬영 금지. 허나 협소한 공간에서 굳이 사진을 남기고 싶은 생각도 없고 작품 감상하는데 있어서 넋이 나가 있었던 관계로 굳이 사진에 연연하지 않았다. 이 작품은 건축물과 작품 만큼이나 눈길을 끄는 것은 작은 꽃밭인데 봄이라서 그런지 여러가지 종류의 꽃들이 만개를 한 상황이라 아름다웠다. 이 또한 정원디자이너(아카류 헤야)의 작품이었다니... 이 섬에서 대충이라는 것은 없다. 완벽하고 계획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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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13:33_ INUJIMA ART HOUSE PROJECT, C-ART-HOUSE


역시나 건축가 세지마 카즈요에 의한 전시관이다. 이 곳에서의 건축물들은 고압적이지 않고 마을과 잘 어울린다. 그만큼 마을과도 대화하고 관람객과도 대화할 수 있는 포근한 건축물. 하지만 포근함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일반민가를 개조한 작품들은 구조적 디테일과 함께 오래된 구조물을 그대로 노출시키면서 시간의 켜를 여과없이 보여주며, 긴장감을 유지시켜준다. 이 작품에서는 오래된 목조구조물과 함께 어울려져 있는 해먹과 순수히 계단을 오브제로 사용하며, 마치 수사학적으로 이 곳을 유추해 볼 수 있었던 곳이었다. 그리고 현관에는 왠지 마을주민이 키우는 채소밭이 있는데 이런 조화들이 섬을 더욱 풍부하게 해주고, 예술과 삶이라는 이야기는 이 곳을 보고 하는 소리구나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참고로 또래로 보이는 이 곳의 봉사자는 상당히 친절한 설명과 함께 다른 장소에서도 마주치면 인사를 해주는 모습에 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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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13:40_ NAKANOTANI GAZEBO, LOUNGE


볼록하게 솟은 철판지붕이 만들어 낸 그늘막은 이 곳을 찾는 방문자나 혹은 주민들에게 좋은 휴식장소이다. 축가 세지마 카즈요의 작품이며, 이 곳에서 설치된 토끼모양의 의자도 그녀의 작품이다. 이 의자는 이 섬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데 앉아서 휴식을 취해본다. 그리고 이 안에서 대화를 해보는데... 소리가 엄청나게 울린다. 구부려진 철판지붕이 공명현상을 만들어 내며, 마을 곳곳으로 우리의 대화가 퍼져 나갈 것만 같았다. 그렇다고 해서 불편하다기 보다는 차분하고 조용한 이 섬에 활력소를 불어 넣어주는 장소처럼 느껴진다. 이누지마의 주민은 대략 50명 정도. 대부분 75세 이상이다. 잠시나마 그들과 귓속말을 하는 장소로서 알맞는 휴게소인 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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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13:40_ INUJIMA ART HOUSE PROJECT, A-ART-HOUSE


천천히 이 곳을 둘러보다가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 나오시마의 지추미술관은 건축가 안도 다다오에 의해 작품을 위한 보이지 않는 건축을 했다. 그렇다면 이누지마의 이에프로젝트는 '열린 전시관'을 위한 건축가 세지마 카즈요의 공간에 예술가들의 작업이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 느낌의 차이는 확연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 곳 또한 동그란 아크릴 유리에 담겨져 있는 꽃의 텍스쳐를 내부에서는 360도로 볼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의자는 한 곳을 응시하는 데 이는 지나가는 주민과 같은 관람객을 오버랩 시켜 볼 수 있는 나만을 위한 객석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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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13:52_ INUJIMA ART HOUSE PROJECT, S-ART-HOUSE


마을의 틈새에 자리잡은 투명한 전시관. 골목길을 통해 연결이 되어있고, 언제 생겼는지도 모를 오래된 가옥들 사이로 한쪽은 물방울, 한쪽에는 꽃잎들이 걸려있다. 결국은 정지되어 있고 고정되어 있는 것 같지만, 사진으로 보니 묘한 착각을 일으킨다. 골목길 사이로 마치 향이 퍼지듯 스며드는 물방울과, 꽃잎들... 이질적인 풍경보다는 왠지 모를 낯설음이 마을과 묘하게 닮아 있다. 내가 왜 일본여행을 와서 작은 시골 어촌마을에 와 있는지 그 낯설음을 함께 공유했기 때문에 이 예술작품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기지 않았을까? 시골이다. 소도시다. 라는 편견을 가지고 예술과 문화를 경제적인 자본논리로 회의적 시선으로 바라봤던 우리 사회와는 조금 다른 이 곳에서의 마스터플랜은 아직 진행 중이라고 한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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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13:57_ FORMER SITE OF A STONECUTTER'S HOUSE


가옥들을 지나 몇 곳의 집에는 부엌이 밖으로 나와있다. 궁금하다...그리고 작은 터가 보인다. 작품이름을 보아하니 예전에 마을의 석공이 살던 집터이다. 섬 곳곳에 흩어져 있던 집주인의 손길이 닿았던 기둥을 모아 그의 집터에 다시 배치시킨 작품. 잠시나마 이 곳이 간직한 역사와 기억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하얀 패턴의 일부분은 마을주민들이 그렸다고 하는데... 왠지모를 그로테스크한 느낌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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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14:04_ INUJIMA ART HOUSE PROJECT, F-ART-HOUSE


이에프로젝트의 마지막 작품이다. 이 곳에는 예술작품보다는 건축물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민가를 있었던 자리에 전시관을 만들기 위해 리모델링을 했다. 목구조의 건축물은 부재에서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데, 그 흔적을 보강하기 위한 일본에서 볼 수 있었던 나름의 보강방식으로 목구조를 재활용한다. 작년에 일본의 전통건축 복원기술자를 잠시 뵐 수 있었는데 내 또래의 청년이 장인과 함께 전통건축을 복원하는 현장에서 본 비슷한 부재들... 존경스럽다. 어느 한 곳에도 못질을 한 흔적 또는 접착을 위한 흔적없이 모든 것을 깔끔하고 정갈하게 보강과 복원 그리고 새로운 방식으로의 건축을 완성해 놓았다. 같은 목재이지만 조금씩 다른 텍스쳐를 통해서 새살을 명확히 표현한다. 내부에서 통하는 두개의 마당공간은 스테인리스로 보이는 철판을 구부려서 동물상과 식물상을 전시해 두었다. 이 작은 건축물에서 세심한 고려와 함께 건축에도 감성이 존재함을 느꼈다. 공간에서 주는 감흥이 아니라 섬세한 마감들을 통한 감흥들... 사진에서 보면 내가 왜 이 장면을 찍었지? 라고 상상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감탄사를 던지는 또 다른 한 사람이 있었는데 왠지 이 친구도 건축덕후냄새가 난다. 이리저리 디테일 사진을 담아가는데... 사실 이 곳에서 작품과 공간은 개인적으로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건축이 압도를 해버리는 상황. 가보지 않고 무슨 말이 필요하겠나... 기회가 된다면 일본에서도 건축을 배워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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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바다와 잔디 그리고 그 경계를 나누는 유럽에서 온 듯한 돌담. 색감이 너무 인위적이지 않아서 편안하게 다가 온다. 돌담을 따라 굴뚝이 솟아 오른 폐허가 된 구리 제련소. '세이렌쇼 미술관'으로 향한다.  



ⓒ WORLDARCHITECTUREFESTIVAL



전경사진이 없으면, 사진이 제한되어 있는 이 곳을 이해하기가 힘들 것 같아서 사진과 함께 간략하게 이 곳을 소개하고자 한다. 예전 이 곳은 구리 제련소. 1909년 조업을 시작한 오래된 제련소인데, 구리 가격 폭락으로 10년 만에 문을 닫았다. 그리고 그 이후 일본 근대화의 모순과 역사가 응축되어 있는 이 작은 섬에 산업폐기장이 세워질 계획이었는데 이 곳에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예술가 야나기 유키노리의 기획서에 의해 산업폐기장의 계획을 무산시켰다. 그는 "폐허가 가지고 있는 힘, 가능성, 역사, 섬의 자원, 그것을 이용하여 예술의 힘으로 재생시키고 싶다"고 했다. 그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었던 베네세 홀딩스의 이사장이자 나오시마 이에프로젝트를 구상했던 후쿠타케 소이치로는 이 섬을 매입했다.

 

그 후 건축가 산부이치 히로시와 협업을 통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폐허의 재생'이라는 예술가의 생각과 '자연 에너지가 일체화 된 미술관'이라는 건축가의 생각을 수렴시키기 위해 그들의 아름다운 노력은 이 곳에 뿌리내렸다. 그들은 자연을 착취해 에너지를 쓰고 싶은 대로 쓰는 기존의 근대적인 발상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지혜로운 제안을 하기로 한다. 최종적으로 이 곳의 자재를 예술 작품으로 활용해 건축과 일체화 시키자는 쪽으로 결정했다. 긴시간 동안 건축가와 예술가의 협업이 가능했기에 그들은 경계없는 작업을 통해 더욱 완성도를 높혔고, 건축가와 예술가 모두 만족시킬 수 있었던 건축적 기능과 예술이 융합된 세이렌쇼가 실현되었다




ⓒ WORLDARCHITECTUREFESTIVAL


건축가는 처음 이 곳을 왔을 때부터 굴뚝을 상징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직감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굴뚝에 치마처럼 유리를 두르면 공기를 끌어들일 수 있다는 원리로 태양과 굴뚝을 이용해 완전한 자연 에너지만으로 공기의 흐름을 만들어 냈다


ⓒ WORLDARCHITECTUREFESTIV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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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과 작품을 2주전에 관람했지만, 평면도와 단면도를 보니 꺼진 모니터를 켜지듯 기억이 바로 떠오른다. 신기할 정도로 평면과 단면이 읽힌다. 한층이라서 더 쉬울 수도 있지만, 동선과 공간 곳곳이 모두 작품과 관계를 맺고 있어서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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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14:50_ INUJIMA SEIRENSYO ART MUSEUM


와보지 않는 이상 사진이나 동영상으로는 이곳이 주는 감동을 느낄 수 없는 곳 '세이렌쇼', 정확히 인간의 감각 중 어느 일부분 만으로 즐기는 미술관이 아니다.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을 느낄 수 있는 곳. 이곳으로 오기까지 겉은 투박하고 남성미가 넘치는 굴뚝들과 허물어 있는 벽과 담장의 모호한 존재들. 그리고 흩뿌려진 이상한 재질의 벽돌들...일부로 전이를 만들기에는 으스스한 한기가 맴도는 분위기에 끝에 작은 입구가 나오고 안내직원이 우리를 맞이한다.  그리고 간단한 설명과 함께 거울에 반사된 빛을 통해 어둠의 동굴 속으로 깊이 들어간다. 


그리고 터지는 작가의 라이트 펀치. 정신을 못차리겠다. 더군다나 우리 둘 밖에 없는 미술관에서 느껴지는 예술의 기운은 헤어나올 수 없을 정도이다. 그 이후 이어지는 묵직한 펀치들...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 피부로 느껴지는 감각이 분리되지 않고 함께 뒤섞여서 작품을 감상하게 되는 야나기 유키노리의 '히어로 건전지와 이카로스 타워' 전시의 막바지에 이르면서 이 곳이 주는 '장소성'을 주된 이야기로 세이렌쇼는 감각과 감성을 동원해 이리저리 펀치를 날리는데 나로서는 이녀석이 인파이터인지 아웃복서인지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두둘겨 맞게 된다. 


건축물의 깊이와 우아함, 공간의 다이나믹이라는 차원을 넘어서 "이거 뭐지?"라고 느껴질 정도의 '건축의 예술화, 예술의 건축화' 모호한 상황 속에서 전시는 깔끔하게 끝난다. 그리고 화장실에서도 계속해서 메시지를 건낸다. "아...어쩌라고!" 관람객을 가만히 두지 않는다. 이양반들 뭐하는 사람들인지 우리는 이정도로 잘했다. 어쩔래? 너네는 세이렌쇼에 왔다고! 세이렌쇼가 뭐냐고? 뭘 물어 구리 제련소였다니까! 한치의 흐트러짐없는 시퀀스다. 하... 너무 좋다. 이 거대한 작품은 건축이라 불러도 좋고 예술품이라 불러도 좋다. 마지막으로 이쯤에서 다시 궁금해진다. 건축이 예술인가? 인문학인가? 공학인가? 아니면 그냥 건축은 건축인가?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을 예상치 못한 답변으로 설레게 해준다. 


그 답은 내가 적는 것 보다. 직접가서 느끼고 오는게 좋을 것 같다. 이렇게 알차게 예술의 섬들에서의 여행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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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15:40_ HODEN Pt.


이분들이랑은 마치 패키지 여행처럼 함께 다니게 되었다. 물론 의도치 않는 상황인데... 어떻게 보면 이런 점도 예술의 섬을 여행하는 관람객들과의 관계맺기를 시도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모르면 물어보고, 여행계획에 대해서도 공유하고, 문제가 있으면 같이 해결하는 지속적이지 않더라도 잠시동안 여행객들과 알고 지내게 되고 함께 일본을 알아가는 것은 여행이 주는 교훈이다. 아무에게나 주지 않는 색다른 경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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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16:30_ SAIDAIJI St.


우여곡절 끝에 모든 외국인들이 사이다이지행 버스에 탑승한다. 솔직히 처음에는 내가 왜 이버스를 타야하는지 모르고 탔다. 우리는 오카야마역으로 가서 신칸센 노조미를 타고 고베로 가야했는데 이버스는 사이다이지역으로 간다. 하지만 우리 뒤에 앉았던 중국인 친구들이랑 의심에 의심, 와이파이 나눔을 통해 정보를 알아내 기차환승편을 알아냈으며, 무사히 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중국인 친구들은 다시 나오시마로 들어가야 한단다...역시 배편 시간을 제대로 몰라서 이런 경우가 생겼다고 하는데... 역시... 이부분은 나오시마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꼭 챙겨야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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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17:06_ OKAYAMA St.


약 10분 정도 기다리고 신칸센 노조미를 탔다. 이제는 도가 텄는지 얼추 시간이 척척 맞아 들어간다. 퇴근시간이랑 맞물려 자유석에 앉지 못했지만, 그래도 서둘러 기차를 탈 수 있어서 다행이다. 오늘 하루는 정말 피곤했다. 




COMMENT


여정이 길었던 만큼 이날은 3편으로 포스팅 될 것이다.. 그만큼 많이 보았고, 많이 이동했다. 배를 타고, 마을버스를 타고, 재래식 기차도 타고, 신칸센도 타고...심지어 호텔셔틀버스를 타고 고베로 갈 예정이다. 다행인 점은 오늘은 자전거를 타지 않았다라는 점이고 그렇게 많이 걷지도 않았다. 하지만 충격적인 사실은 오늘 우리는 한 끼도 먹지 못했다는 것이다. 고베에 가면 만찬을 즐길 것이다. 물론 맛집 따위는 알아보지 못했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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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 07:12_ Shin-Osaka St.


 HAKATA 행 신칸센 NOZOMI를 탑승하기 위해 일찍 역으로 나왔다. 맥모닝과 도시락을 사들고 기차 안에서 끼니를 채우기로 결정했고, 순조롭게 계획대로 진행되었다. 철도의 왕국인 일본에서의 아침풍경은 다소 생소했다. 한국에서도 기차보다는 버스를 선호하기 때문에 여러가지로 나에게는 아침의 역사의 풍경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관찰했다. 간사이 와이드 패스를 가지고 있다면, 자유롭게 JR노선을 포함한 신칸센 몇 구간을 자유석으로 이용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점이 JR이라 하면 철도회사 중 한 개에 속한 것이며, 오사카로 들어올 때에는 잘 확인하고 이용 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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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 08:00_ OKAYAMA St.


NOZOMI는 약 45분 정도 걸리는 시간으로 오카야마역에 도착을 한다. 180KM 떨어진 거리를 45분에 도착한다. 꽤 빠른 속도이면서 우리나라의 KTX보다는 훨씬 자리도 넓고 안락한 편으로 여행을 즐기는데에 좋은 교통수단이다. 하지만 퇴근시간과 출근시간에 맞물리면, 자유석을 차지하는데 있어서 힘들었다. 오카야마역에서 차야마치역으로 환승 후 우노재래선으로 우노역으로 향한다. 이 곳으로 가야지 나오시마로 향하는 배편을 이용할 수 있는 항구가 있다. 재래선으로 환승하는 데 있어서 몇 번의 혼란스러운 상황이 있었으나 역무원의 도움으로 쉽게 플랫폼을 찾았다. 이때부터 인터넷의 정보보다는 길은 물어물어 가는게 확실함을 알 수 있었던 계기였으며, 앞으로 우리는 역무원에 의지하는 모습을 많이 보였다. 그들은 상당히 친절했으며, 통역어플로 직접 한국어로 알려주려는 배려들로 무한 감동을 받았다. 전날에는 퇴근시간을 지나서까지 우리가 제대로 기차를 탈 수 있도록 기다려주려는 역무원도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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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 09:22_ UNO Pt.


아침 5:30 쯤에 기상해서 우노항에 오기까지 계획에 차질없이 왔어야 했고, 다행히도 우노항에서 나오시마(미야노우라항)으로 향하는 09:22 여객선을 탈 수 있었다. 마치 정교한 시계의 태엽처럼 움직이지 않는다면, 오사카에서 나오시마로 가기까지 잉여시간이 생기게 되는데 그 시간이 아깝기에 최대한 교통편의 시간을 알아보는 것은 일본여행에서 필수라고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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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 09:42_ MIYANOURA Pt.


배로 약 20분을 가면 나오시마 섬의 관문인 미야노우라항이 보이기 시작한다. 항구에 도착하기 전부터 슬슬 이 곳에서 예술의 향기가 풍겨온다. 보일 듯 말듯 투명성을 강조한 유리와 수평형 지붕으로 만들어진 건축가 듀오 SANAA(니시자와 류에 + 카즈요 세지마)의 여객선 터미널과 함께 중간에 운석이 떨어진 것 같은 하얀 조형물은 최근에 관심을 갖고 있었던 건축가 후지모토 소후가 완성한 작품이자 3년을 주기로 열리는 2016 ART SETOUCHI를 기념 한 파빌리온이다. 그리고 오른쪽에 빨간 호박은 나오시마의 상징이자 예술가 쿠사마 야오이의 작품이다. 3가지의 작품이 마치 자석의 끌어당기는 힘인 자성처럼 나를 예술의 힘으로 끌어 당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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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 09:50_ LITTLE PLUM, GUEST HOUSE


미리 예약해 둔 게스트하우스 '리틀 플럼'에 짐을 맡기고 체크인은 17시 이후에 하기러 했다. 그리고 자전거도 빌렸는데 이 날 뻔히 태풍이 온다는 것을 알았지만, '나오시마 = 자전거여행' 이라는 생각을 고수하며, 빌렸다. 하지만, 이때부터 우리에게 닥칠 불길한 기운을 알면서도 부딪쳤다. 주인 할아버지께서도 당연히 취소할 것 같은 반응이었으나... 젊음이란 무엇인가? 사서 고생하더라도 돈 주고도 할 수 없는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시간 아닌가?.... 태풍이 불러 온 나의 패기는 판단력을 삼켜 버렸고, 이 날 이후 나는 솜사탕과 같은 멘탈을 가지고 태풍 '노을'과 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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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 10:00_ FERRY TERMINAL, NAOSHIMA 


나오시마의 관문에 위치한 건축가 듀오 SANAA(니시자와 류에 + 카즈요 세지마)의 작품으로 2006년에 완공했다. 2010년도에는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수상했다. 안도 다다오 이후 일본건축 3세대가 세계로 얼굴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고, 이후에도 2013, 2014 이토 도요, 반 시게루가 연이은 수상하게 된다. 지금까지 보고싶어도 SANAA의 작품을 접하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현대건축에서 부터 전통건축의 리노베이션, 의자까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다음에는 꼭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를 방문해야겠다. 이 날은 사실 날씨도 흐리고 자전거 대여와 동시에 나오시마섬이 태풍 영향권에 들어가서 제대로 살펴 볼 시간도 없이 떠나야 했으나, 다음날 이곳에서 배를 타야했기에 다음 일정에 보다 더 면밀한 관찰을 하기로 하고 점심을 먹으러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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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 11:00_ YAMAMOTO UDON, RESTAURANT


이번 여행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 유부우동 이다.

소박한 우동 한 그릇에 담긴 정성에 첫 번째로 반하고, 맛에 반하며, 우동을 먹는 소리를 가득 메웠던 조용한 공간에서 매료되는 신기한 음식점이다. 사전에 알아두었던 가게라 몇 번 길을 헤매다가 힘들게 자건거를 이끌고 찾았던 우동가게.

 

나오시마에서 우동을 먹을 수 있는 유일한 곳으로 생각된다. 너무 구석에 숨겨져 있는 보물 같은 곳이라 많은 기대를 하고 갔다. 마치 시골마을의 동네 어르신만 이용하는 식당처럼 서로 조용한 눈인사 후 주문하고 조용히 우동면발을 흡입하는 소리만 들리는 이 곳. 관광객임을 느끼신 주인아주머니께서 영어로 된 메뉴판을 들고 나오신다. 주문 후 바로 면을 만드는 이 곳은 육수의 맛보다 면발이 압권이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휴게소 우동과는 차원이 다른 곳. 직접 면을 반죽하고 삶아 낸 뒤 차가운 물에 여러번 헹궈 낸 뒤 육수를 얹어서 나오는데 시골의 우동 장인이 내 놓은 엄청난 깊이감이 있었으며, 아직도 여운을 남기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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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12:00_ HONMURA LOUNGE & ARCHIVE, ART HOUSE PROJECT TICKET OFFICE


자전거를 타고 나오시마 이에프로젝트를 위해 처음으로 간 곳은 혼무라 라운지. 이 곳은 나오시마에 참여한 아티스트와 건축가에 관한 자료를 공개하는 곳인데, 이에프로젝트의 티켓이나 관련 상품도 판매하고, 여행자로 하여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소이다. 건축가 니시자와 류에가 설계한 이 곳은 기존의 건물을 리모델링한 것 같다. 여러가지의 부재들이 절단되어 있는 면을 과감하게 보여주면서 이 곳에서 일어났었던 이에프로젝트를 담기 위한 공간들의 대부분이 재활용에 의해서 재탄생 되었음을 보여주는 재료적인 레토릭을 반영했다.






나오시마 여행지도


나오시마 이에프로젝트를 둘러보고 츠즈지소에서 베네세에서 무료로 운영하는 셔틀버스를 이용하기로 계획했지만... 태풍과 함께 흐려진 판단력과 함께 계속해서 길을 잘못가는 머릿 속 나침반의 오류로 우리는 결국... 지중미술관으로 가는 마지막 버스를 눈 앞에서 놓치고 말았다. 미친 듯이 페달을 밟고 따라 갔지만, 신은 우리편이 아니였고... 다음 기회를 노려야 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여튼 생각보다 지도에 비해 섬의 규모는 작았고, 스케일 감이 사라진 내게 많은 시련을 주었다. 여튼 나오시마 지도를 보고 루트를 잘 짜야한다. 우리는 계획은 정말 환상적으로 짰지만, 음식점이 문을 닫았다거나 길을 잘못 찾아갔을 경우 오는 정신적인 혼란이 모든 걸 망쳐 놓았다. 태풍이 나의 뇌 속 까지 파고들었다.


TIP - 미야노우라항에서 자전거를 이용할 경우 현재 보이는 지도 상에서 오른쪽에 위치한 혼무라항 쪽으로 횡단으로 왕복하는 것이 좋다.만약 지중미술관으로 바로 가는 방향으로 자전거를 탄다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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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12:50_ GOKAISHO(碁会所), ART HOUSE PROJECT 03


고카이쇼는 원래 공터였기 때문에 주변의 건물 외관을 고려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맞은편은 촌장의 집이었는데, 이곳에 살았던 은자가 마을 사람들과 바둑을 두곤 했다고 하여 건물의 이름을 "기원"이란 뜻의 고카이쇼로 정했다고 한다. 이 집은 목조 작가 스다 요시히로가 맡았다. 고카이쇼의 뜰에는 작은 동백나무가 심어져 있다. 정원 반대에 위치한 두개의 다다미 4장 반짜리 공간을 2개로 만들어 대칭시키는 작품이다. 한 곳에는 동백꽃 조각을 뿌려놓았다. 서로 대칭을 이루는 공간 안에 차별을 둔 동백꽃 조각 만이 동백나무를 향하는 열린 창으로 부터 관람객으로 하여금 예술의 기운을 뿜어낸다. 하지만 너무 협소한 내부와 더불어 비가 오니 관람하는데 다소 불편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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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13:07_ HAISHA(はいしゃ), ART HOUSE PROJECT 02


하이샤는 "치과의원"이었다가 버려진 집을 오오타케 신로가 작품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오오타케 신로는 마치 집을 콜라주 방식으로 가득 채워 넣었다. 벽을 칠하고 주워온 오브제를 조합한 추상화 같은 것 옆으로 일본식 통풍공간을 남겨두었다. 오오타케는 여행 작가다. 사람이나 물건과의 만남 속에서 스스로를 촉발시켜 작품을 만들어가는 타입이다. 정주형인 집을 내부에는 선박을 유추할 수 있는 재료들을 이곳 저곳에 배치 시켰다. 그래서 마치 집 내부에서 항해하는 느낌을 주며, 마지막 2층에 도착하면, 우리는 마치 배를 타고 뉴욕에 온 착각을 불러 이르킨다. 1층에서의 어두움과 함께 낡은 통풍 공간을 통해 나오시마에서의 작가의 영감을 환기 시킬 수 있는 매개공간으로 작품을 즐기기 위해서 조금 더 시간을 투자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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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13:30_ MINAMIDERA(南寺), ART HOUSE PROJECT 06


이에프로젝트의 대부분 작품은 방치되어 있는 가옥을 개조해 현대미술작품으로 만들었다. 미나미테라의 경우는 신축건물로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를 예술가 제임스 터렐이 작품을 설치한 작업이다. 안도는 최초에 카도야를 보고 매우 높게 평가했으며, 터렐 역시 마을 안이라 좋다며 일상생활과 예술이 직접 관련된다는 것이 무척 재미있다고 했다. 하지만, 터렐의 작품이 워낙 스케일이 크기 때문에 안도는 카도야가 아닌 신축을 결정하고 공터를 찾았다. 


안도는 단순히 비어 있는 공간는 매력을 느끼지 못했으며, 섬의 역사가 담긴 장소가 좋을 것 같다고 판단해 원래 절이 있었던 곳을 알게 되었고, 본당이 있던 곳에 미나미테라를 짓기로 결정했다. 안도는 미나미테라의 외부마감재로 야키스기 판을 사용했다.  나오시마 목조 건축에는 일반적으로 야키스기 판이 사용되었는데, 안도 역시 주변의 경관을 고려해 신축건물이 돋보이기 보다는 담담하게 마을에 녹아들기 위한 설계를 했다. 


안도의 작품 중에서 보기 드문 지역성이 살아 있는 목조 건축물이다. 뿐 만 아니라 내부에는 터렐의 <달의 뒤편 : Backside of the moon>은  암순응을 이용한 작품이다. 이번 이에프로젝트 중에서 가장 기억이 남는 작품 중 하나인데... 외부 목재로 마감이 되어 있어도 작은 틈이 있을 텐데 실내는 조금이라도 틈이 없어서 암실과 같은 공간이 있다. 대략 목재 안쪽 표면은 노출콘크리트로 벽체를 세워 놓은 것으로 예상된다. 그 벽체에 의존하며, 관람자들은 눈이 아닌 촉감을 동원하여 내부로 흡수된다. 칠흙과 같은 어두움 속 잠시동안의 침묵을 유지하면, 일렁이는 빛을 발견하게 되는데... 직접가서 체험해 본다면 상당히 흥미로운 전시일 것이다. 터렐은 처음에는 실내가 조금은 보이도록 구상했지만, 본래 하고 싶었던 것은 완전한 어둠에서의 시작이었다.


그는 인간뿐 만 아니라 일본인들의 습성까지 간파하며 참을성이 많은 그들로 하여금 괜찮을 것으로 판단해 처음으로 이상적 전시를 실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안도 다다오와 제임스 터렐의 멋진 협업작업은 지추미술관에서 또 한 번 선보이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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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14:20_ ANDO MUSEUM


미나미테라에서 멀지 않는 곳에 안도박물관이 있다. 이 곳에서는 말 그대로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를 이해할 수 있는 박물관인데, 우리나라에도 '건축가 김중업'의 박물관이 있다. 한국과 일본의 건축가 박물관을 비교하면서 관람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규모 상으로는 비슷했다. 아니 비슷하다기 보다는 김중업 박물관은 소장품들을 아낌없이 전시가 되어 있는 반면에, 안도박물관의 대부분 이 곳 나오시마에 지어진 자신의 작품과 함께 초기 작품들의 모형들이 실제 재료를 통해 구현이 되어 있으며, 이 작은 공간에 조금 이나마 자신의 건축술을 보여주는 여러가지 공간구현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자신의 박물관을 위해 지어진 공간(안도박물관) 혹은 자신이 설계한 건축물에 우연히 들어온 공간(김중업박물관)은 서로 다른 성향으로 구축된 공간이지만,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건축가 본인의 실제 건축표현방식을 도면과 모형, 사진 등으로 함께 보면서 한 공간에서 다른 공간을 유추해 볼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혹시 김중업박물관에 대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아래의 글을 참고.


2014/12/03 - [0Fany/Architecture] - [서울건축배낭여행] Episode.03 - 완결편


개인적으로는 역시나 안도 다다오의 박물관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매끄로운 노출콘크리트와 휴먼스케일을 완벽하게 이용한 개구부와 개구부간의 상관관계와 중력과 빛을 이용하는 그 만의 방식으로 해석된 공간은 작지만, 풍부했다. 신축건물이 아니라 기존의 가옥을 재활용해서 설계되었다니 더욱 감동이 크게 온다. 물론 그의 대표작을 제대로 만나본 적 없었던 지난 시간을 반성하며, 단순히 노출콘크리트를 잘 사용하는 건축가라고, 현재에는 조금 물리는 건축가라고 선입견을 갖고 이었던 나에게 처음으로 어퍼컷을 날렸던 공간이었다. 다음날 지추미술관에서 카운터펀치를 날리는데 그는 역시 복서였음을 다시 한 번 실감하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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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14:55_ GO'O SHRINE(護王神社), ART HOUSE PROJECT 05


고오진자는 섬에서 씨족신을 소중히 모셔온 신사이다. 다 쓰러져가던 이곳을 어떻게든 보기 좋게 하고 싶다는 현지 주민들의 요청으로 이에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재건하게 되었다. 하지만 기존의 민가를 재활용하는 것과 다르게 공동체가 가지는 정신적 역사에 접하게 되는 이 곳은 약간 까다로운 과정을 지나왔다. 예술가 스기모토 히로시의 작업으로 이 곳을 전통 종교 미술의 조형적 해석과 함께 건축적인 이해의 접점을 통해 의미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사실 이 곳에 도착했을 때 폭우가 쏟아지는 상황이라 작품을 제대로 관람하기 힘들었다. 진흙탕에서 무엇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그래서 금세 보고 다시 내려가려는데 관리자가 손전등을 주면서 반대쪽으로 내려가란다. 우리는 올라올 때 나무가 쓰러져 있어서 다른 길로 가라고 안내해주는 것으로 착각했다. 걸어가면서 왜 손전등을 주지? 하면서 내려가니 어깨폭도 안되는 상당히 좁은 굴이 나왔다. 마치 비밀통로와 같은 곳으로 비스듬히 들어가 걸어갔다. 


어두움과 함께 심리적으로 점점 불안해질 때즈음 유리로 된 계단이 나오며 지하를 밝히고 있었다. 그리고 뒤돌아서 나오는 통로를 통해 새토 내해가 훤히 보이는데 이 순간을 기록하고 싶었다. 위에 사진은 극명한 빛의 대조로 마치 엄숙해보이지만, 저 뒤로 보이는 풍경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단순히 동선을 갔다가 오는 방식으로 이와 같은 감동을 줄 수 있을까?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예술가의 상상력으로 구현된 고오진자 아래의 석실은 예전부터 고분이 발견된 예가 많아 참고했다고 한다. 신사 그 자체가 지니고 있는 정신적인 측면과 함께 지역의 현상에 대해서 특유의 방식으로 엮어나가는 고오진자는 악천후 속에서 보물을 찾은 기분이었다. 


LG Electronics | LG-F320S


PM 15:15_ HONMURA LOUNGE & ARCHIVE, ART HOUSE PROJECT TICKET OFFICE


라운지로 다시 돌아왔다. 이에프로젝트 카도야와 긴자, 이시바시가 더 남았지만, 카도야는 사진도 없고, 정신적으로도 많이 힘든 상황이라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긴자는 운영하지 않았으며, 이시바시는 지도상으로 꽤 거리가 있어보일 뿐 만아니라 지추미술관으로 가는 동선과 반대여서 가지 않은 것으로 기억된다. 그래서 굳이 아픈기억 꺼내서 기록하고 싶지 않아서 포스팅하지 않으려고 한다. 정말 오랜만에 지붕 밑에서 휴식을 취하는 순간이라 사진으로 남겨보았다. 우리가 입었던 우비는 사이즈도 안맞고, 단추도 불량이어서 그냥 쓰레기 봉투 뒤집어 쓴 사람처럼 보인다. 하...사진을 보니 슬프네...



RICOH | GR DIGITAL 3


PM 17:00_ NAOSHIMA BATH(I♥湯)


점점 사진(?)의 화질이 구리거나 없는 상황이다. 그날의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어서 기억에 더 오래가지 싶다. 지추미술관으로 향하는 마지막 셔틀버스를 놓치고 나서 천천히 숙소로 귀가했다. 체크인을 하고 서둘러 나오시마 목욕탕인 "I(아이러브유)"로 향했다. 나오시마의 대중목욕탕인 아이러브유는 예술가 오오타케 신로에 의해서 만들어 졌다. 이 곳의 외관과 내부는 에로틱하고 그로테스크한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이 영향 모두가 작가의 어릴 적 목욕탕의 기억이라고 하니 재미있다. 그는 목욕탕말고도 하이샤를 작업했는데 두 작품의 공통점이라 하면 콜라주 기법으로 건축을 하나의 캔버스처럼 사용한다라는 점인데 목욕탕 역시 강력한 자성을 가지고 작가가 의도한 생각들을 무한대로 끌어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무질서하지 않고, 하나의 흐름이 존재하는 것처럼 그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동네목욕탕을 이용하는 할아버지와 손자, 여행객, 혹은 한 번도 목욕탕을 이용해보지 못한 외국인으로 하여금 판타지 욕망을 담아내고 있는 것 같다. 심지어 남탕과 여탕을 구분하는 코끼리 조각상(사다코)는 순수한 눈으로 남녀의 탈의를 지켜본다. 뭐 이런 공간이 있나 싶지만, 탈의실에서 부터 타일과 수도꼭지까지 세심한 구성들로 알찬 이 목욕탕에서 잠시 반신욕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 하는데 신선놀음이 따로 없었다




PM 19:50_ LITTLE PLUM, PUB


오늘 하루를 리뷰하며 펍에서 저녁 밥과 함께 맥주 한 잔으로 마무리했다. 밥은 생각보다 맛있었으나, 미리 사전조사했던 혼무라 인근에서의 저녁만찬을 즐기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이 곳에서 편안하게 휴식을 즐기며 여자친구와 간만에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최근에 이런 생각을 해봤다 왜 우리는 대화가 많지 않을까? 서로 함께 즐겁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소재가 없을까? 나는 이에 대해서 내 탓보다는 친구 탓을 했는데 이제야 알게 된 점은 이제껏 함께 대화할 수 있을 만한 함께한 시간의 부재가 우리를 이렇게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또한 이 친구가 여행을 상당히 좋아하고 즐기는 모습을 처음으로 알게 되어서 새로운 발견을 한 나로서 앞으로의 여행이 기대가 되는 하루였다. 나오시마의 밤은 비가 그치면서 어느새 수 많은 별과 달빛들로 채워져있었다. 그렇다 내일은 말도 안되게 날씨가 좋아서 나오시마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지? 이렇게 나오시마에서의 하루가 지나갔다.

 

 


COMMENT:


나오시마의 이에프로젝트와 지추미술관 등 여러 곳은 사진촬영에 있어서 많은 제한이 있다. 물론 작품을 감상하는 데 방해받지 않기 위해서인데, 이렇게 까지 엄격하게 제한을 두는 것은 사실 먼 곳에서 찾아 온 관객객들로 하여금 비싼 관람료를 내고 얻는 부분이 상당 부분 갈증이 난다. 물론 훌륭한 작품들이 나오시마에서 예술이 방출되는 기운을 받을 수 있지만, 미술관이나 전시관이라 함은 대중들에게 작품을 박제를 통한 공개도 있지만, 관람객으로 하여금 기분 좋은 기억과 영감을 주는 훌륭한 장소이면서 오아시스와 같은 곳이니 엄격한 촬영제한이 필요한 곳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는 적절한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예술에 대해서 너무 감추려고만 하는 나오시마의 단면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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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_0Fany 트랙백 0 : 댓글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