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Teo


끝이라는 것. 이별이라는 것.

금요일의 크리스마스를 시작으로 새해가 되기까지 긴 연휴가 시작되었다.

영국은 크리스마스와 부활절이 가장 큰 명절이다. 그 중에서도 크리스마스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가장 큰 명절이다.
대부분의 회사가 25일부터 1월1일까지 휴가기간이고, 개인이나 회사에 따라서 더 긴 휴가를 갖기도 한다.

우리 사무실은 24일이 공식적인 마지막 근무일이었다. 
그리고 나의 마지막 근무일이기도 했다. 



마지막 프로젝트

나의 마지막 프로젝트는 백소장님과 함께 진행되었다.

4층짜리 빅토리안 하우스에 4개의 가구가 들어가야 했다.
우리나라의 원룸과 비슷한 개념인 Studio가 2가구, 2Beds House가 2가구 들어가야 했다.
London Design Guide에 의해 각 가구는 권장되는 최소 면적이 있다.
그것을 만족시키면서도 좋은 평면을 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대상 건물의 앞쪽과 뒤쪽의 플로어가 약간의 단차를 가지고 있어서 더욱 어렵기도 했다.

클라이언트와 어느정도의 가능성만을 보는 단계여서, CAD로 간단하게 평면만을 작성을 했다. 
하지만 평면과 3D가 유기적이고 논리적인 Revit에서 계속 작업을 하다보니, 평면만을 그리는 것이 더 어렵고 성가신 일이 되어버렸다.
결국은, 평면 상에서 실수를 몇번 하는 바람에 소장님 앞에서 꽤나 진땀이 났다.
백소장님은 굉장히 꼼꼼한 성격이시고, 나는 마지막 프로젝트라는 생각과 시간에 쫓기며 작업을 하다보 더 긴장됐다.
조건을 만족하는 좋은 평면을 만드느라, 처음 목표로 두었던 날짜를 지나서야 마무리 되었다. 

프로젝트를 끝내고 클라이언트에게 보낸 뒤,
그동안 맡고 있었던 사무실 IT와 관련된 업무를, 내가 없이도 다른 사람이 이해하기 쉽도록 도표화, 서류화 했다.
이소장님과 함께했기에, 마지막까지도 이소장님이 생각하는 건축가가 가져야 하는 태도와 도구로 활용되기 위한 문서를 만드는 좋은 방법에 대해 피드백 받으면서 진행할 수 있었다.



누군가 떠난다는 것


지난주 목요일에 미리 나의 송별회로 Whitechapel에 있는 유명하고 맛있는 레스토랑에 다 함께 가서 Leaving lunch를 가졌다. 

다음날에는 크리스마스 파티를 했다. 
크리스마스 연휴가 시작되기 전에 미리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모두 미리 행해졌다.

크리스마스 파티 때는, 가족과 애인을 초대해서 가족적인 분위기의 파티를 가졌다. 나와 소장님이 Alex도 초대했다.
사모님들께서 온갖 맛있는 음식을 해오셨고, 몇 주 전 미리 제비뽑기로 정해진 사람에게 선물을 주는 시크릿 산타도 진행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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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주일 간은, 업무와 관련된 이야기가 아니라면 내가 사무실을 떠나 한국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만 내내 했던 것 같다.
내가 했던 많은 프로젝트들, 내가 사무실에서 담당하고 있던 역할들 등등... 

한 조직에서 나름의 역할을 맡고 있던 사람이 갑자기 빠지게 되면, 얼마간 그 조직은 당황하게 된다.
하지만 건강한 조직일 수록, 한 사람의 빈자리를 다른 사람들이 매울 수 있는 능력을 잘 갖추고 있다.
만약 누군가가 휴가를 갔을때, 그것 때문에 일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그건 그 조직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나는 Alex와 SA누나가 사무실을 나가고 나면 큰일이 날 줄 알았다. 근데 결국은 그 자리는 다른 사람에 의해서 채워져 나갔다.

소장님들이 나의 역할에 대해 높게 인정해 주시며 대체할 사람이 있을까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지만, 결국은 내 자리도 누군가에 의해 잘 채워질거라 믿는다.



이별


그리고 나의 공식적인 마지막 업무일인 24일..

평소보다 일찍 업무를 마무리하고, 다같이 모여서 샴페인을 마셨다.
동료들이 써준 편지와 함께, 이소장님이 준비하신 선물도 받았다. 런던에서 함께 일한 시간을 잊지말라는 의미의 탁상시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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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까지도 더이상 내가 출근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런던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하는 꿈도 꾸었다. 아무래도 다시 출근을 하고 싶은 것 같다.
단순히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몇년은 만나기 힘든 사람들이기에 더 슬프다.
런던을 떠나기 전에, 동료들을 위해 사온 선물을 전하며 마지막 인사를 할 생각이다.

지난 11개월 간, 사무실에서 일을 하면서 배운 것들은 학교에서나 다른 사무실에서는 절대 배울 수 없는 것들이었다.
나에게 많은 것을 직접 가르쳐주신 소장님들께 크게 감사함을 느낀다. 내가 가진 모든 경험과 고마움은 한국에 돌아가서 나 또한 베풀어야 한다는 소장님들의 말씀을 잊지 않을 것이다.
영어가 유창하지도, 경력이 많지도 않은 나와 일하면서 늘 나의 의견을 들어주고 챙겨준 동료들에게도 참 고맙다.


끝이라는 것, 이별이라는 것. 그게 익숙해 질 수도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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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단순히 기록을 위해 시작했던 일인데, 이 연재 덕분에 새롭게 알게 된 사람들이 정말 많네요.


건축관련 취업이나 인턴과 관련된 메일 및 질문을 참 많이 받았습니다.

영국에서 유학을 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전혀 걱정하실 필요 없고 얼마든지 많은 기회가 있습니다.

여러 조건에 맞는 회사에 들어간다는게 쉽지는 않겠지만요. 제가 아는 몇 분도 어려움이 있긴 했지만, 결국 모두 좋은 곳에 취업이 되었습니다.

Part1을 마친 후 인턴으로 경험을 쌓는 것은 보편적인 일 입니다. 동양인, 학생이라는 이유로 주저하지 마시고, 일단 한발 내 딛으세요.


한국에서 아직 학생이거나 졸업만 한 상황이라면 조금 더 어렵습니다.  

런던의 높은 물가와 전세계에서 몰려드는 이민자들 때문에, 전공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경우 카페나 레스토랑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비 벌기에 급급합니다. 저도 1년 정도는 식당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유럽 여행을 다닐 수 있다는데에 만족하고 지냈습니다.

하지만, 런던에서 작은 경험이라도 해보고 싶다는데에 목적을 둔다 기회를 잡을 수도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Indeed와 같은 구인구직사이트에서 건축설계분야의 인턴이나 Part1(우리나라의 건축학전공 3학년 수료와 유사)구인이 종종 올라오는 편이니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동안 Teo의 런던건축일기를 읽어주신 들께 고맙습니다.

연재는 끝이나지만, 궁금한 점이나 하고 싶은 말씀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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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ke가 보여준 디벨롭의 중요성


재미있는 프로젝트가 하나 생겼다.

봄이 오기 전 까지 300명 규모의 학교 기숙사를 완공해야 하는 프로젝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빠른시일에 완공을 해야한다는 것이기에, 모듈러공법을 이용하기로 했다.


나는 도움이 필요할때마다 이 프로젝트를 돕고있다.

프로젝트의 최초에는 소장님이 스케치 한 여러개의 옵션을 3개로 추려서 Mike, Antonio 그리고 내가 각각 하나씩을 맡아 최대 몇명의 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지를 테스트 했다.

아쉽게도, 내가 테스트를 하던 옵션은 가망이 없었다ㅋㅋ 공용공간과 외부공간으로 인해 잃게되는 면적이 너무 많아서 300명을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제한된 대지면적에서 창을 가지는 방의 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내부에 중정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내부에 중정을 가지고 있는 디자인 옵션은 Antonio가 진행하고 있었다.

안토니오가 모듈을 채우고 공간구획을 한 결과는 꽤나 인상적이었다. 단순하면서 깔끔했고 건물 측면에는 방을 배치하지 않아서, 가깝게 붙은 옆건물과 창이 마주보게 될 일도 없었다. 그와 동시에 우리 셋중에 가장 많은 학생을 수용 할 수 있었다.


Mike의 옵션은 Antonio의 것 보다 수용 할 수 있는 학생 수가 적었고, 여러가지 문제점과 부족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난 당연히 안토니오의 안으로 진행 되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디벨롭을 거듭 할 수록, 마이크의 안이 점점더 흥미로운 점을 가지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직사각형의 모듈을 디자인옵션에 채워넣어서 수용인원을 계산했지만, 마이크는 더많은 학생을 수용하기 위해 모듈의 형태를 바꾸었고, 싱글룸과 더블룸이 하나씩 붙어서 또 하나의 모듈이 되는 체계를 만들었다. 덕분에 평평하게 펼쳐져있던 입면이 요철을 가지면서 흥미로운 외관이 되었다. 외부와 접하는 표면적이 늘어났기에 더 많은 방이 채워질 수 있는 형태였다.


마이크는 가끔 책임감없이 프로젝트를 내팽겨치고 퇴근 해버릴때가 있어서, 보조역할 정도를 하던 내가 (머리에서 스팀을 내뿜으며) 프로젝트를 마무리 지을때가 종종 있다.

그럼에도 이럴때 보면 참 열의가 있는 친구이고...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냥 건축에 대한 열정만큼이나 여가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봐야할 것 같다. 소장님과 마이크는 그 부분에서 약간의 가치관 차이가 있다.



안토니오와 마이크의 안을 건축주에게 보냈고, 건축주는 흥미로운 외관을 가진 Mike의 안을 선택했다.


처음에는 분명히 Antonio의 안이 최선이었는데, 디벨롭을 거듭 할 수록 역전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학교에서 프로젝트를 진행 할 때, 가장 재미있는 것은 초기에 컨셉을 잡을 때다. 그 후에 평면을 짜고, 패널을 만들기위한 후반 작업으로 가면 점점 지쳐가게 된다.

하지만, 페이퍼아키텍쳐가 아닌 '건축'을 위해서는 컨셉을 잡는 초기작업보다 그것이 제대로 작동 할 수 있는 '건축'으로 만드는 과정이 더 흥미로울 수 있고 또 가장 중요하다.


창작이라는 것이 모두 그런 점을 닮은 것 같다.

순간의 영감으로 짜잔하고 나타나는 멋진 결과물도 있지만, 처음엔 별 가치없게 느껴졌던 것에 정성이 들어가 다듬어지면서 썩 괜찮은 결과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혹시 내가 맡아서 진행하던 그 가망없어보이던 디자인 옵션도, 마이크 이상의 열의로 디벨롭을 했더라면....??




Open House London 2015


작년 오픈하우스 기간에는 이탈리아 여행 중이었고, 그리고 올해 다시 오픈하우스가 돌아왔다.

영국 총리가 생활하고 업무를 보는 다우닝가 10번지를 비롯해 거킨, 로이드빌딩, 세인트판크라스 등 런던의 수백여개 건물이 이 행사를 위해 공공에게 특별 개방을 하는 행사다.

런던에만 있는 행사는 아니고, 최근에는 서울에서도 서촌을 중심으로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나는 우선 거킨과 로이드빌딩을 가고싶었다. 다행히도 각각 오픈하는 날이 달라서 토요일에 로이드빌딩, 일요일에 거킨이 오픈을 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토요일 오전 일찍 친구와 로이드빌딩으로 갔다. 그런데 기대와 다르게 사람들이 줄을 서있는 광경이나 건물 내부로 들어가는 모습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뭔가 이상한 기분으로 어쨌건 입구를 향해 가보았더니...

유리문에 공지가 붙어있었다. 필수적인 건물 유지관리 작업으로 인해 올해 오픈하우스에는 참가 할 수 없게 되었다는 안내였다...

당일 아침에 이런 식으로, 먼곳에서 부터 찾아온 사람들에게 이런 식으로 공지를 한다니. 참 너무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급한 유지관리 작업이 생긴 것인지 조차 의심스러웠다.

너무 실망스러웠다..

그리고 다음날 거킨을 찾았다. 8시부터 오픈이었고 나는 친구와 약속시간보다 30분 이른 10시반에 도착을 했다.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이미 엄청난 줄이 생긴 뒤였다.

거킨 주변을 도는 것으로 부족해서 거킨을 등지고 빙빙돌아서까지 줄이 있었다. 3시간 정도 기다려야 할거라고 했다.

친구와 함께 입장을 기다렸지만, 오후에 또다른 약속이 있다고 해서, 우리는 그냥 포기를 하고 같이 점심을 먹기로 했다.


그렇다..몇군데 또 가긴했지만 결론적으로 그 어떤 곳도 입장하지 못했다...

더 이상의 후기는 생략한다...


약간의 아쉬움은 있었지만 크게 속상하거나 화가 나지는 않았다. 

사실, 이틀동안 만난 두사람이 블로그를 통해 연락을 주고 받게 된 사람들이다.

두 사람 모두 나에게 처음 연락할때는 한국에 있었지만, 마침내 각자의 결정으로 영국에 오게 되었고 드디어 런던에서 함께 만나게 된 것이다.


JP형을 통해서는 덴마크의 건축대학 환경이나 내가 몰랐던 분야를 알게되었다. 형이 영국에 석사과정을 하러 오게 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들었더니, 역시나 뜻이 있는 사람에게는 길이 열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YE는 영국에서의 어학연수와 인턴을 준비하며 나에게 연락을 한 친구인데, 나보다 어리고 여려보이는 친구가 꽤나 당찼고, 순수한 열정이 예뻐보였다.


주변 사람들 모두가 서로에게 좋은 기운을 주고 받으며,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것 같다. 내가 그들에게 해준 것은 없지만 왠지 기분이 좋다.




Rooftop B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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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런던에서 꽤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중 하나가 Rooftop Bar 다. 쉽게 말하면 그냥 옥상술집이다.

지난번 오케스트라를 보러 갔던 주차장 건물의 옥상에서도 아주 좋은 경치를 보면서 술을 마실 수 있는 Bar가 있었다.

2015/09/15 - [Peckham Multi-story Carpark] 주차타워에서 베토벤 교향곡을 듣다.


이곳은 예전 BBC Television Centre 옆에 있는 주차장 건물이라 BBC Rooftop Bar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벽이 높아서 경치를 보기는 힘들지만, 쇼파나 드럼통의자 덕분에 좀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DJ가 선곡하는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좀더 흥이 나는 분위기였다.


이제 일일최고기온이 15도 내외여서, Rooftop bar를 즐기기에는 점점 힘들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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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공을 안고 있으려 하지마라


두개의 주택 확장 프로젝트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다.

하나는 4개의 옵션 중에 하나를 건축주가 골랐고, 평면의 세부사항을 조율해 나가고 있다. BIM모델링을 끝냈고 도면 패키지를 만들었다. 

또 하나, 내가 실측을 갔던 집은 1층 확장만을 원해서 비교적 업무량이 적다. 2-3일정도 걸려 BIM모델링을 끝냈고, 세부적인 평면을 그리고 있다.

 

두 프로젝트의 정확한 마감 날짜를 정하지 않고 일을 했더니 효율이 조금 떨어졌다. 

먼저 진행하던 프로젝트를 완전히 끝내지도 않고, 애매하게 남겨둔 채 새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 갑자기, 각 클라이언트가 진행이 어느정도 되었는지를 묻는 연락이 왔다.

대략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약간 서둘어서 먼저 시작한 프로젝트의 도면 패키지를 메일로 전송했다.

나머지 프로젝트는 소장님이 다음주 월요일에 건축주와 만나기로 하셨고, 미팅을 위해 사무실을 나가기 전까지 패키지를 완성해야 한다.

 

만약 내가 서둘러 첫번째 프로젝트를 마무리 지은 다음, 건축주에게  패키지를 보냈다면 어땠을까. 아마 다음 프로젝트 하나에 좀더 차분히 집중을 할 수 있었을 거다. 

두 개의 프로젝트를 어정쩡하게 동시에 진행했더니, 갑자기 어느순간 양쪽에서 쫒기는 상황을 만든 것이다.

다행히 이번에는 어느정도 끝나가는 단계에 있었기에 큰 무리는 없었다.

 

예전에도 소장님께서 해주신 말인데,

가진 공을 모두 내 품에 안고 있으려 하면, 결국은 모두 떨어뜨리게 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넘겨버릴 수 있는 공은 가능한 빨리 줘버려야지 다른 공을 떨어뜨리지 않을 수 있다. 

마치 저글링과 비슷하다. 한 손에 모두 잡을 수 없으면 공 하나를 위로 던져 올리고 그 공이 가까이 내려오기 전에 다른 공을 또 위로 던져야 내려오는 공을 손에 잡을 수 있다.

나는 아직 고작 2개 공으로 저글링을 하는 것도 버벅거리고 있다.

이 두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효율적 시간관리를 통해 저글링을 하는 법을 익혀야겠다.

 


프로젝트 별 시간관리


매일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몇 시간이 걸렸는지를 엑셀파일로 된 타임시트에 작성을 한다.

RIBA[각주:1]에서는 건축가의 업무에, 경력 별로 차등된 시간 당 Fee를 계산한 뒤 서비스 비용을 지불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타임시트를 작성하면 각 프로젝트 별로 투자되는 시간을 알 수 있기에 특히 Director가 직원 관리를 하기에 유용하다.


금요일 아침, 소장님이 내 타임시트를 보시고는, 프로젝트 하나에 과도하게 많은 시간이 투자된 것을 보셨다.

매일 시간을 적는 것을 까먹고는 한꺼번에 대충 채워넣었더니 그랬던 것 같다. 


각 프로젝트 별로 소요된 시간을 매일 수첩에 기록하면서, 시간을 관리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소장님께 이야기를 들었다.

학기 중에도 시간관리를 잘 못하고 허튼 시간을 많이 보냈던 나에게, 시간 관리의 좋은 습관을 들이는 것이 필요함을 절실히 알고 있다.

소장님께서는 수첩에 각 프로젝트별로 소요된 시간을 항상 적으시는 것을 참고 했고, 이제 나도 시간을 체크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습관을 만들어야 겠다.



애정이 없는 프로젝트는 실패를 가져온다


Mike와 CAD로 작성했던 프로젝트는 월요일에 Planning 허가 신청을 넣었다.

그런데.. 몇일 뒤 Planner로 부터 도면을 일부 수정해 달라는 회신이 왔다.

치수를 추가로 넣어달라는 요구와 함께, 스케일바가 빠진 도면에 스케일바를 넣어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스케일은 항상 기본적으로 넣는 것인데, 그걸 빼먹었다..

Mike는 Mike대로 몇년 간 자잘한 수정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끌어온 이 프로젝트에 큰 신경을 쏟지 않았고, 나 또한 별 흥미도 없고 CAD를 써야하는 짜증나는 프로젝트였기에 별 애정이 없었다.

Planner가 요구한 사항을 수정하고 있다보니, 어처구니 없는 실수들이 몇 개 더 눈에 띄었다.

프로젝트를 애정없이 대강대강 하다보면, 이런 실수를 하게 됨을 생각하게 됐다. 애정을 가지고 꼼꼼히 살피는 프로젝트에도 실수가 있기 마련인데,  이런식으로 일을 하다가는 우리 회사를 망신 시킬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혼신지집 포토북을 받다


작년 3월, 0Fany형과 초대되어 갔던 청도의 혼신지 집은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15/07/31 - [0Fany/Review] - 150731 혼신지의 집

내가 런던으로 떠나온 이후, 건축 전문 사진가 헬렌 비네가 DDP와 혼신지 집을 촬영했고, 김현진 소장님은 이 프로젝트로 젊은건축가상을 받으셨다.

그리고 한정된 수량의 포토북으로 만들어진 [혼신지 집]은 판매나 출판없이, 책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보내주셨다. 

나는 멀리 런던에 있기에 애초에 신청을 하지도 않았지만, 해외에 있더라도 신청하라는 김현진 소장님의 SNS글을 보고 난 뒤, 한참 후 신청했다.

김현진 소장님으로부터 수량이나 우선순위 등의 문제로 보낼 수 없을지 모른다는 답장을 받았기에 기대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주에 책이 우리 사무실로 도착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포장을 뜯고, 한장한장 사진을 살폈다. Luis도 책에 관심을 가져서 같이 보았다.

나는 직접 이 주택이 얼마나 훌륭한 디테일을 가지고 있는지 보았지만, Luis는 사진만 보고 그것을 알아채는 것이 신기했다.

나중에 사무실 소장님들도 책을 보고는, 역시나 디테일이 대한 이야기를 하셨다.

아마 난 사진만 봐서는 시공상의 디테일에 얼마나 많은 정성이 들어갔는지는 알아채지 못했을 것 같은데, 역시 다들 나보다 내공이 뛰어난가보다.

건물의 디테일을 책에 잘 담은 헬렌 비네의 사진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이 멀리까지 책을 보내 준 김현진 소장님께 정말 고마웠고, 댓가없이 나눠주신 좋은 기운과 마음을 받아서, 나도 런던에서 좋은 건축들을 만들고 한국에 돌아가야 겠다는 다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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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영국왕립건축가협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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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4일제?!


영국에는 크리스마스와 부활절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큰 명절이나 법정공휴일이 없는 편이다.

대신 Bank Holiday가 있어서 크리스마스, 부활절에 앞뒤로 붙거나 8월 마지막 월요일 등으로 지정되어 있다.

 

뱅크홀리데이는 은행이 모두 문을 닫았던 날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요즘 시내에 큰 은행은 문을 열기도 한다.

자본주의와 경쟁사회의 폐해다. 연휴에 일을 하면 돈을 더 받는다 하더라도 노동환경이 더 가혹해진 것이다.

유럽도 신자유주의와 자본의 논리에 의해 노동자들의 업무 강도가 높아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주말에 문을 열지 않던 파리의 백화점이 주말영업을 하겠다고 발표해서 노동자들의 시위가 있었고, 올해 말부터 24시간 지하철을 운행하려던 런던도 노동자들의 반발과 노동환경개선에 대한 요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반적인 사고로는, 주말에 백화점을 열고 지하철을 24시간 하면 편하고 좋겠다. 데모꾼들 나쁜 놈이네.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많은 유럽인은 노동자의 삶이 힘들어지고 그러한 삶이 내가 될 수도 있으며 자신 또한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요구를 해야 할 때가 있으므로, 이를 지지하기도 하고 파업에 대해서도 관대한 편이다.

일이나 돈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가족과 보내는 시간 그리고 자신을 위한 시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Uniqlo에서 주5일근무 대신 주4일근무제도를 도입했다고 한다. 하루 근무시간이 2시간씩 늘어나서 결과적으로 근무시간은 같다.

개인의 삶의 질에서는 훨씬 더 풍요롭고 생산성도 올라갈 것이다.

한식당에서 일할 때 하루에 13시간씩 빡빡하게 일하고, 한 주에 3일을 쉬었던 적이 있다.

평일에 쉴 수 있었기에, 남들 일할 때 노는 그 여유가 참 좋았다. 특히 주말이면 인파가 몰리는 미술관이나 관광지를 평일에 다닐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았다.

주5일 출퇴근을 하는 사람은 누구나 그렇겠지만, 5일을 일하고 2일을 휴일로 만든 최초의 사람은 참 나쁘다는 저주를 하기도 했다. 3일을 휴일로 만들었어야지!!


마침, 금요일에 백소장님과 함께 퇴근을 하게 되어서, 주4일근무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유니클로같이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갑의 처지라면 가능하겠지만, 우리처럼 갑의 처지가 아닌 건축가에게는 불가능하다는 게 소장님의 생각.

협력업체나 클라이언트가 일할 때, 우리 회사가 쉬면 다른 이들의 입장에서는 짜증이 나니까..

내가 나중에 회사의 사장이 되면 복지를 위해서, 생산성을 위해서 이런저런것을 하면 좋겠다고 상상을 하곤 하는데... 건축사무소를 하지 않는게 최고일지도??

 

점심시간, 잠시 우체국 가는 길에.


 

월요일이 뱅크홀리데이였던 덕에 토요일부터 3일을 쉬었다.

몇 달 전부터 연휴 동안 뭘 할까 고민을 하고, 스코틀랜드를 친구와 갈까 생각을 했으나... 바쁘게 회사 생활하다 보니 별 준비 없이 연휴를 맞이하고 말았다.

런던을 벗어나진 못했지만, Tate Britain에서 오랜만에 좋은 그림도 많이 보고, 간만에 잘 쉰 것 같다.

 


남들 다 도와주고, 소는 누가 키워?!


아무튼 그래서 이번 주는 4일을 일했다.

우리가 한국에 만들어질 타운하우스 계획도면을 그린 게 있는데, 화요일에는 한국에서 CAD로 실시도면을 작성한 그 프로젝트를 PDF로 출력했다.

그렇게 오래 걸릴 일이라고 예상 못 하고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도면이 엄청나게 많은데다가 폰트에 문제가 있어서 꽤 긴 시간이 걸렸다.

결국은 온종일을 잡아먹고 다음날 오전에야 끝낼 수 있었다.

 

나 혼자 진행해야 하는 프로젝트가 2개나 있기에 마음이 조급했다.

그런데 Mike가 바쁘냐고 도와줄 수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도와주어야 할 것 같지만... 프로젝트 두개가 있어서 힘들겠다고 대답했다.

다음날 또 물어보더라. 지금 하는 것만 끝내고.. 아마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떤 일이야? 물어보았더니 저번 주에 내가 CAD로 도면작성을 도와준 프로젝트를 Permitted Development로 허가신청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아... 그냥 네가 하지 왜 내 도움이 필요해 Mike형... Mike는 워낙에 중요한 프로젝트를 여러 개 맡고 있으니 그런 자잘한 일을 하기엔 바쁜가 보다.


영국에서 건축허가를 받을 때는, 몇가지 분류가 있다. 아마 두 가지? 나도 정확히 다 모른다.

기본적으로는 Full Planning이 있다. 도면을 그려서 구청의 건축과 담당 직원에 의해서 승인을 받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에 비하면 법규의 제한보다 승인해주는 직원의 재량이 더 크다. 하지만 이 직원은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도장을 찍을 수 있으므로 우리나라처럼 뒷돈 좀 찔러준다고 허가를 쉽게 받는 일 따위는 없다. 규모가 크거나 중요한 건물일 경우에는 이 직원이 직접 구의회에서 프레젠테이션도 해야한다.

Full Planning은 주변 경관과의 관계가 주안점이다.


두번째로는 Permitted Development 라는 것이 있다. 건축경기 활성화와 건축주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만든 것이다.

주로 주택확장에 관련된 것으로, 최대 몇미터 길이로 확장할 수 있는지 증축은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지 정확한 수치와 방법이 정해져 있다. 

그 조건 내에서 그려진 도면은, 의회나 건축과 직원의 판단을 거치지 않고 무조건적인 허가를 받는다.

법적으로 보장이 되어있으니까.



물론 문서화가 되어있고,  건축허가신청에 관련된 홈페이지(Planning Portal)에서 이해하기 쉽게 잘 설명되어있다.

이런 법체계를 잘 이용해서 한 집의 건축허가를 받을 때도 Permitted로 허가를 받을 수 있는 부분은 Permitted로, 그 이상을 원하는 부분은 Full Planning으로 각각 따로 신청하기도 한다.


정확하지 않거나 잘못 된 정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냥 그런게 있구나 정도로만 읽어주세요.


 

Mike를 도와주는 일은 정말 별거 아니었다. 이미 옆집은 우리가 허가를 받은 상태고, 그것을 조금만 수정해서 신청하면 되었기 때문에 금세 끝났다.

이렇게 금방 끝날 줄 알았으면, 진작부터 기분 좋게 도와줄 걸 그랬다.

남들 다 도와주고, 또 일주일이 하루 짧았던 탓에 정작 내 프로젝트는 진도가 많이 못 나갔다는게 함정ㅜㅜ

 


주말의 첫날, 토요일


오랜만에 혼자 런던을 돌아다니며, 감성적인 하루를 보냈다. 

벌써 가을 타나 보다.


두 개의 기둥

 

두 개의 모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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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짐 그리고 만남


이번주에 내가 진행한 건축 프로젝트는 3개다.

종종 Mike가 필요할때 돕는, 클라이언트가 4년째 질질끌고 있는 주택확장 프로젝트인데 Bloody AutoCad What I hate를 써야한다..

나머지 둘도 Side Extension이나 Loft Conversion을 하는 주택확장 프로젝트다.

이번주도 이런저런 일들도 시간이 금새 지나갔다.



헤어짐


두달 전 처음만난 MD, MK 두 사람이 이번주로 실습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간다.

목요일이 마지막이었고, 따로 두 사람에게 밥을 사주고 싶었던 소장님이 나까지 포함해서 뉴몰든으로 데려가 회를 사주셨다.

런던에서 회를 먹다니. 한국만큼 신선한 해산물이 보기가 쉽지않을 뿐더러, 굉장히 비싸서 먹기 힘든 음식이다.

회를 비롯한 여러 맛있는 한국음식에 소주를 곁들이면서, 두 사람이 실습기간 동안 우리를 도와준 시간들을 돌아보고 격려하고 고마움을 표현하며 훈훈한 술자리를 가졌다.

한국에 돌아가서 다시 만날 날을 약속하며.



 Site Survey를 다녀오다.


금요일에는 처음으로 실측을 다녀왔다.

나 혼자가서 해보라고 소장님께서 믿고 맡기셨으나사이트가 소장님 댁에서 가깝고, 약속시간이 금요일 퇴근 직전으로 잡혀서 소장님과 함께 갔다.

한국에서 작은 한옥 몇 채를 실측한 경험이 있고, 런던의 지금 사무실에서 일하기 전에도 상점하나를 실측한 뒤 Planning 도면을 그린적이 있긴하다.

하지만 주택 하나를 실측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첫 실측은 소장님과 함께한 덕분에 노하우를 배울 수 있었고, 다음번에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어떤 일을 할때는 큰 그림을 먼저 알게 된 후에 세밀한 부분을 보아야 방향을 잃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으며 소장님이 가끔 하시는 말씀이지만 이번 실측에서 나는 또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일을 하는 실수를 했다. 

나의 경험으로는, 집 전체를 먼저 대강 그려놓은 후 실측을 하면 빼먹고 실측을 안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작은 부분부터 하나하나 수치를 재면서, 실제값을 반영해서 모눈지에 그려나갔는데, 그렇게 실측을 했더니 시간이 많이 걸리긴 했다.

내가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을 보신 소장님께서 큰 그림을 먼저 그리고 실측을 하라고 설명 해주신 덕분에 늦지않게 마무리 할 수 있었다.

그동안 다른 사람이 실측 해온 것을 많이 보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모델링도 해보았기 때문에 어떤 치수가 어떻게 필요한지를 알고 있었던 것이 다행이다.

예전에는 내가 경험이 많지 않았기에 그랬던 것 같다.

이걸 바탕으로 다음주에 모델링을 해야하는데, 혹시나 빼먹었거나 실수한 부분이 있진 않을까 걱정된다.




이번 실측을 통해 직접 그 집에서 어떻게 사는 지 있는 그대로를 내 눈으로 본 것이 인상적이었다.

대부분의 영국 주택은 긴 뒷마당을 가지고 있다. 마당이 없는 Flat[각주:1] 등의 집도 있지만 그런 것들은 '마당도 없는 집’으로 격하되어 불린다.

늦은 오후, 가족 모두가 뒷마당에서 햇살을 즐기고 있었다. 간단한 다과와 함께 음료를 마시고 있었고, 주말을 맞아 놀러 온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손자가 혼자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응원하고 있었다.

평면에 Reception Room이라고 적던 현관 옆 방에는 카펫과 쇼파가 놓여져 아늑한 휴식 공간이었고, 뒷마당을 향해 유리문과 큰 창이 달린 Family Room은 테이블과 함께 아이들의 장난감이 어질러져 있었다.

Living Room이 아닌 Reception Room이라는 단어는 영국에서 부동산업자들이 만든 말이라고 사전에 나오지만, 단어의 차이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그 공간을 사용자들이 어떤 차이를 두고 사용하는가 이다. 

영국주택은 방이 작은 편이지만, Living Room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묶을 수 없는 두개의 다른 공간과 뒷마당을 보며, 다양한 성격의 공간을 잘 활용함을 알 수 있었다.

1층은 Reception Room, Family Room 그리고 주방, 그 뒤로는 마당이 있어서 1층 전체가 가족의 공용공간이다. 

그 윗층으로 침실들이 있는데, 집 면적의 절반이 공용공간인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부모와 자식간의 소통이 줄어들고, 세대간의 갈등이 점차 커지는 것은 우리가 사는 집의 공간이 그렇게 만든 것 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영국사회에선 세대간의 격차가 없는 건 아니겠지만.


 



집에 대한 생각


요즘 한국의 미디어에서는 요리가 최고의 주제인 것 같다. 먹방이 대세이더니 백종원의 설탕이 휩쓸었으며 셰프들이 최고의 엔터테이너다.

인간생활의 기본 요소인 의.식.주에서 옷과 먹는 것 만큼은 우리가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수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먹는다는 것, 요리라는 것은 하루에 몇번이나 고민하고 의식하며,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행위다. 

하지만 마지막 ‘주’. 집과 공간에 대해서는 아직 그 중요성을 잘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부동산-재산으로 밖에 보지않는 것이 현실이다.

어떻게하면 집이라는 삶의 공간과 건축에 대해 사람들이 쉽게 생각하고, 그 중요성을 체감 할 수 있을까. 


실측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기 전 잠시 공원에 앉아 맥주를 마셨다.




만남, 8월의 Monthly Event


파트너로 새로 합류하신 양소장님이 최근에 활발한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Kings Cross 뒷쪽, 직접 맡으셨던 프로젝트에 대해 PT를 하셨다.

런던에서 수없이 지어지고 있는 Apartment[각주:2]들의 설계 과정 속에서, Client - Council 그리고 건축가에게 주어진 컨텍스트 그 사이를 오가며 고군분투하는 상황을 잘 느낄 수 있는 PT였다.


이번달에도 새로운 인연과 반가운 사람들을 만났다. 오랜만에 Alex도 왔다.

하지만 이번 이벤트가 나에게 조금 더 특별했던 이유가 있다.

런던의 건축사무소에서 일하면서 적는 이 일기를 보고, 댓글이나 메일을 주신 분들이 몇 분 있다.

그 중에 Nottingham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있는 MJ씨가 이벤트에 오기로 한 것이다.

가끔 연락을 하고 지낸지는 꽤 시간이 지났지만, 노팅햄에서 런던까지 오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무실에 갑자기 미인이 한 분 들어오길래 보았더니, 프로필 사진으로만 보았던 MJ씨와 조금도 다르지 않아서 한번에 알아봤다.

이벤트 중간중간마다 준비를 하고 정리를 하느라 옆에서 많이 신경써주지 못해 미안했지만, 모자란 맥주와 와인을 사러나가는 길에 나와 같이 가겠다고 함께 길을 나서 준 덕분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제 막 졸업을 한 MJ씨는 취업때문에 고민이 많은 듯 했다. 

기업들의 사회초년생에 대한 부당한 대우와 취업문제는 한국과 영국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장님꼐서는 최근 런던의 건축경기가 좋기 때문에, 조금만 시간을 가지고 찾아보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거라고 MJ씨를 응원해 주셨다. 

얼마전에 KK형도 취업이 잘 되었고, MJ씨 또한 잘 될거라 믿는다.

 

그리고 또 한사람, JH누나가 사무실에 왔다.

JH누나는 내가 우연히 사람들을 모아서 펍에 가게 된 날 처음 만났다.

워낙에 성격이 좋은 누나라서 처음 본 날부터 친해졌고, 같이 Wales 여행을 갔던 멤버 중 한명이기도 하다. 

누나는 조경을 전공했지만, 작은 건축사무소에서 도면을 그리고 있다. 

뉴몰든에서 온 누나가 무려 족발과 순대를 사왔다. 한국에서는 새벽12시에도 얼마든지 먹을 수 있지만, 이 또한 런던에서는 먹기 힘든 음식이다.

사무실 식구들, 이벤트를 온 손님들까지 모두 너무나 기쁘게 나눠 먹었다. 

여러모로 누나 덕분에 이날 이벤트가 더 신났다.

 

이전에도 종종 내가 아는 사람들을 사무실 이벤트에 초대 했었다.

이번달에는 얼굴도 본적 없던 MJ씨 그리고 JH누나까지. 한번에 두명이 이벤트에 와주었다.

아는 사람 한명없이 런던 땅에 왔던 내가, 어느새 꽤 많은 인연을 만들었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꼈다.

어딘가를 가게되면, 그 곳에 누가 사는지를 떠올려 보고 연락을 해서 같이 식사나 술을 마실 수도 있게 되었다.

미술관이나 여행을 가는 것은 이제 조금 귀찮기도 하지만, 사람을 만나는 일 만큼은 언제 어느때에도 기다려지고 즐거운 일이다.






얼마전에  SJ누나가, 자신은 사람중독인 것 같다는 말을 했다. 끊임없이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이다. 

나는 그런것은 아니지만, 자꾸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고, 서로 유대감을 가질 수 있는 사람들을 만들고 싶다.

끈끈한 정이 있는 가족과 오랜 친구들이 옆에 없기에, 그 부족함을 자꾸 채우려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핍은 나를 강하게 만들고, 나를 성장시킨다고 믿어왔다. 이 낯선 런던에 나 스스로를 내던진 이유도 그것이었다. 

날씨탓일까. 가끔은 우울할 때도 있지만, 지금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잘 지내고 있다.

 

 

나도 명함이 나왔다.



정보를 모두 지워버리면 더이상 명함이 아니구나.




  1. 임대아파트가 대부분이고 저층 복도형 그리고 각 집마다 복층인 경우가 많다. 1층은 공용공간, 윗층은 사적공간으로 이루어지는 등 영국주택과 거의 동일한 공간구성을 가진다. [본문으로]
  2. 영국에서 아파트먼트는 주로 최근에 지어지는 고층의 고급 레지덴셜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오피스텔과 비슷한 개념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원래 Apartment의 단어는 왕이나 공주 등이 사는 호화로운 방을 뜻한다. 현재 왕실의 공식 거주지인 윈저성의 Royal Apartment도 여왕의 거처를 의미한다. 이 단어가 미국으로 넘어가 흔히 우리가 쓰는 단어로써의 아파트가 되었고, 영국에서는 Flat과 유사한 개념이다. 그리고 최근 영국에서 지어지는 레지덴셜이 Flat과의 차이를 두기위에 Apartment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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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주간 나는 무엇을 하였나


18주차를 마지막으로 무려 11주간 런던건축일기의 업데이트가 없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나의 일기를 보고 있다고들 해서, 그동안 소식을 전하지 못한데에 대한 미안함이 있다.

하지만, 나의 일기를 목이 빠져라 기다렸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거라는 것도 알고있다.


그간 매우 바빴기 때문에 일기를 쓰지 ‘못한' 혹은 ‘않은' 변명이자 근황을 늘어놓아 보겠다.


18주차 일기 마지막에 썼듯이, 8일간의 독일여행을 다녀왔고 3개의 독일건축배낭여행 후기를 올린 뒤 그 역시 중단되었다.


2015/06/24 - [독일건축배낭여행] 0.여행의 준비

2015/06/29 - [독일건축배낭여행] 1.뒤셀도르프의 기억

2015/07/15 - [독일건축배낭여행] 2.예술의 둥지가 된 미사일기지


0Fany형의 광주공원 시민회관 리뷰의 제목인 '습관적인 미완과 책임의 부재'는 나를 지칭하는 듯 했다ㅜㅜ

책임감없이 습관적으로 연재를 중단하는 나의 마음을 콕콕콕콕 찔러댔다. 남은 독일여행기는 차차 쓸 예정이다. 진짜로...



리모델링 프로젝트


요즘은 왠지 모르게 회사의 일들 재미있고, 업무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기분이다. 하루하루가 빨리 지나가는 정도가 아니라, 한주한주가 금새 지나간다.

월요일인가 싶으면 어느새 금요일이고, 주말은 뿅짠하고 사라진다. 다시 월요일이 오면 금새 또 금요일, 역시 주말은 뿅짠.


최근에는 사무실에서 다양한 업무를 했다.

가장 강렬했던 기억 사무용 건물의 리모델링 프로젝트다.

이 건물은 일반적인 회사가 아닌, 특수한 목적과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지금 단계에서, 그곳이 어디인지를 밝혀서는 안될 것 같다. 나중에 프로젝트가 끝난 뒤에 공개하는 걸로!

지명초청공모...라고 말하기에는 거창하지만, 몇개의 건축사무소가 각자의 제안을 발표한 뒤, 실시설계를 진행할 사무소를 선정했다.

반드시 선정되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약 2주의 시간동안 집중적으로 몰입해서 진행했다.

단순히 프로젝트 하나를 하는 것과의 차이점이라면, PT를 통해 건축주에게 우리의 안을 이해시킴과 동시에 다른 사무소들과는 차별화되는 매력포인트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제안에서 중요한 내용은 3가지로 압축 할 수 있을 듯 하다.


1. 건물의 사용자들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지 않고도 내부를 변경하고 증축할 수 있음

2. 합리적인 사무공간과 특수목적의 공간이 각 층별로 위계를 가짐

3. 상징성을 가지는 외형과 다목적 공간


평면과 외관 모두 명확하고 이해하기 쉽게 컨셉이 드러나야 했다.

여러 직원들이 각자 맡은 부분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모두가 모여앉아 아이디어를 모으기도 했다.

일정에 맞춰 좋은 아이디어들과 완성도 높은 프리젠테이션이 준비된 후, 모형과 3D렌더링 이미지까지 준비해서 소장님께서 직접 PT를 하고 오셨다.


클라이언트 쪽에서 조차 처음에는 이 프로젝트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가장 마지막으로 발표한 우리의 제안을 보고난 뒤에는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 안이 굉장히 좋은 평가와 관심을 받은 뒤 사무실로 돌아오신 소장님의 기분은 매우 좋으셨고, 발표를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리고 몇일 전 발표가 났고, 일치감치 나는 예상을 했지만

우리가 선정되었다!!!


건물이 있는 장소가 버킹엄궁전과 Victoria역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어 장소성이 강하고, Council도 Planning에 꽤나 깐깐한 곳이라 여러 난관이 예상되지만, 이 프로젝트를 우리가 완성 할 것이라는 생각만으로도 엄청난 기대와 설레임이 있다.



소장님들과 한국의 한 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님의 인연으로, 두명의 학생이 방학기간동안 실습을 와있다.

프로젝트의 완성도가 높을 수 있었던 이유가 이 친구들 덕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친구들이 아니었다면, 모형은 만들지도 못했을 것이고 나를 비롯한 여러 직원들이 너무 많은 업무량을 짊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함께 일을 하면서 여러모로 서로에게 긍정적인 자극이 되어서 좋다.



적극적인 건축가가 되기위한 프로젝트


또다른 재미있는 업무로는, 우리 사무소에서 미래성장동력으로 생각하고 있는 사업이 있다.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건축디자인이라기 보다는 개발에 가까운 일이다. 


일을 받아야 설계를 할 수 있는 건축가는, 그 점에서 수동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은 일차적으로 도시에 대한 분석능력을 가진 건축가가 그 능력을 활용해서 정보를 생산하고 그것을 팔거나 협업자에게 제공한다.

그리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실제 건축행위가 이루어지면 건축설계를 필요로 하게 되는데, 여기서 다시 건축가에게 수익이 생기는 것이다.

이 프로세스는 스스로가 일을 만들어내는, 적극적 건축가의 모습이라 할 수 있겠다.


나는 도시에 대해 분석하고 잠재적 가치가 있는 곳을 찾는 일이나, 찾은 땅이나 사례를 종합해서 보고서로 작성하는 일을 몇번 도왔다.

건축공간디자인보다 도시에 더욱 매력을 느끼는 나에게는 굉장히 흥미로운 사업이다.


이 사업은 궁극적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필요로 하는데, 소장님께서 나에게 이 일 진행 해볼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이자 제안을 하셨다.

하지만 단순히 하다가 그만둘 수 있는 일이 아닌, 책임감을 가지고 멀리 봐야하는 일이었다.

소장님이 굳이 나에게 제안을 하신 이유는, 건축을 전공했지만 컴퓨터에 대한 약간의 배경을 가진 나에게서 가능성을 보셨기 때문이다.


몇날몇일을 고민했다.

프로젝트 자체에는 굉장한 흥미를 가지고 있지만, 프로그래밍을 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기 때문이다.

업무를 진행하는 사람이 아닌, 업무를 위한 도구를 만드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업무를 진행하는 것에 비해, 도구를 만드는 것은 내향적 성향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성격과 적성이 긴 시간을 인내하며 이 일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자신이 없었다.


그런 고민을 하던 차에 소장님들과 펍에서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 나누게 되었다. 

나 스스로도 결정을 내릴 수 없었던 그 순간에, 깊은 대화를 나누다보니 내 모든 진심이 나왔고, 결국 이 일을 평생 할 수는 없을 것 같다는 말을 하고 말았다. 결론은 못하겠다는 것.


지금에서 돌이켜 보면, 내가 너무 짧게만 내다본 것이 아닌가 싶다.

사실, 도구를 만들기 위한 프로그래밍이 1년 365일 내내 필요한 것도 아니고, 프로그래밍을 겸하면서 나도 그 프로젝트를 얼마든지 진행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책임지고 해보겠다고 대답을 한 뒤에, 정말 나에게 맞지 않다면 발을 뺄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소장님이 원치 않는 결과이고 나 또한 그런 무책임한 약속을 하고 싶진 않았다. 하다가 그만둬서 피해가 생기는 것은 나보다는 회사인데, 그렇게 양심적일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나쁜 생각도 든다.


인생에서 한번 놓쳐 버린 버스는 다시 오지 않는다고 한다.

이미 지나가버린 그 버스가 다시 오지는 않지만, 강한 의지가 있다면 뛰어가서 잡을 수도 있지 않을까. 아니면 다음 버스를 기다려야 겠지만.

지금에서야 나는 뛰어가서 잡아볼까 주춤한다. 그와동시에 다음에 어떤 버스가 올지도 고민한다. 일단 뛰어볼까??? 고민만 하다가 시간이 다 흘러가겠다..


Apple | iPhone 5




Victorian House를 찍다.


Serpentine Pavillon을 다함께 갔을때, 광각렌즈를 가져가서 사진을 찍었었다.


2015/06/28 - 서펜타인 파빌리온 2015 - Selgascano


그 후 소장님께서, 완공된 프로젝트의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서 사진을 촬영할 일이 있으니 찍어보겠냐고 하셨다. 당연히 Yes, Sure, Of course!

'이게 나의 건축사진 작업 입니다'하고 내세우기에는 부족하지만, 공식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사진을 찍었다는 것이 뿌듯했다.


그동안 글로만 설명하던 Victorian House의 증개축 작업 결과물을 사진을 통해 잠깐 보자면.


평범한 Victorian양식의 Semi-Detached House는 이런 모습이다. 육각형의 절반이 튀어나온 형태가 가장 큰 특징이다.

급격한 도시화 과정에서 만들어진 유형으로, 우리의 도시형 한옥과 탄생배경이 거의 같다.

런던의 주택 대다수가 빅토리안 Semi-Detached나 Terraced House다. 이런 주택들은 족히 150년은 되었다고 보면 된다.


Reception Room(거실 혹은 응접실)은 이런식이고,



Side Extension이나 Rear Extension을 한 부엌은 이런 모습이다.


SONY | SLT-A57

다락을 개조한 Loft Conversion 후, 침실로 이용하면 이런 모습이 된다.




짧막한 근황들


- 독일에서 모기가 물린 줄 알았던 것이 점점 심해졌다. 알고보니 게스트하우스에서 Bedbug에 물린거였다.. 일주일 쯤을 고생했다.. 

모기가 가려움이 1이라면 Bedbug은 10. 다행히도 옷에 옮겨오진 않았다.


- 주말을 이용해서, 남부해안의 Rye라는 작은 마을과 웨일즈의 Brecon Beacon National Park를 다녀왔다. 영국의 새로운 풍경을 볼 수 있었다.

London, Rye, Wales 그리고 예전에 갔던 Bath. 그 도시의 건물끼리는 유사하지만, 도시 간에는 다른 재료와 형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어찌생각하면 당연한 것인데, 현대의 우리나라 도시 간에는 느끼기 힘든 차이다.


Rye는 여왕도 다녀간 600년 된 여관이 있다. 이름은 여관, 가격은 호텔.  작지만 아름답고 평화로운 마을이었다.



Brecon Beacon National Park에서는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던 풍광에 입이 떡 벌여졌다. 하지만 정상의 높이는 겨우 800m 남짓.

이 곳은 전세계에서도 손에 꼽히는 별을 보기 좋은 곳으로, 밤하늘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있다. 그래서 무진장 기대를 하며 사진 장비도 챙겨갔으나...

그렇게 맑던 날씨가, 밤이 되자 구름이 잔뜩 끼어서 아주 잠깐동안만 별을 볼 수 있었다.....실망... 다음에 다시 또 오라는 의미겠지..





- Mike가 결혼을 했다. 결혼식을 프랑스 리옹 근처에서 치뤘기 때문에, 갈 수는 없었다. 영화 어바웃타임에서 처럼 로맨틱한 결혼식이었을까.


- 새로운 Partner로 양소장님이 합류하셨다. 양소장님은 BIM에 굉장히 해박해서,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에 전직원을 대상으로 BIM특강을 주시고 있다.


- 사촌동생이 런던에 왔다갔다. 서로 시간이 잘 맞지 않아서 내가 직접 이곳저곳을 데려가지 못해 아쉬웠다. 그럼에도 친구들끼리 잘 다니고 돌아갔다.


- 공간학생기자 활동을 할때는 기자님이었던 SJ누나가 워홀비자로 런던에 왔다. 한국에서도 그리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했는데, 둘이 술을 마시며 엄청나게 깊이있는 대화를 나누었다. SJ누나는 나랑 고작 1-2살 차이인데, 나의 고민의 본질적 문제에 질문을 던질때마다 나이가 훨씬 더 많으면서 뻥치는게 아닐까하는 의심이 든다. 자극이 되고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다. 


- 최근에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러려고 꽤나 쫓아다녔으니까. 건축을 전공했거나 건축사무소에서 일하는 사람도 두명 알게되었다. 잠깐 만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좀더 인간적인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친구들을 만들고 싶다. 





Apple | iPhone 5



이곳은 벌써 여름이 끝나가고 있다. 아마도 런던에서 보내는 마지막 여름이 되겠지.


요즘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는 것은, 한국에 돌아가야 하는 날이 다가온다는 압박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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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간의 근황

여전히 집에 인터넷이 안되서 거의 한달을 일기를 못썼다. 는 핑계고 놀러다니느라 바빴다.

Bath와 Stonehenge를 다녀왔고, 그간 만나지 못했던 사람과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도 했다.


KK형이 새로운 곳에 정식으로 취업이 되어서 우리 사무실을 떠났고, SP누나도 한국에 몇 달간 다녀와야 할 일이 생겨서 사무실을 그만두게 되었다.

런던에 처음왔을 때, 한식당에서 같이 일하던 친구들까지 모두 한국으로 돌아간 뒤, 한동안 외로운 감정이 극심 했었다.

이번에는 사무실에서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다니. 왜 모두 나를 떠나는가.. 심지어 소장님들을 제외하고 이제 한국인은 나 뿐이다. 흑. 외로워..


KK형의 마지막 날에는, 펍에서 다같이 맥주를 한잔하다가 갑자기 흥이 오른 SP누나의 제안으로 모두 같이 노래방을 갔다ㅋㅋ

굉장히 즐거운 시간이었고, 옛날 노래를 많이 알고 있는 나는 소장님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ㅋㅋㅋ




새로운 사람과 일을 한다는 것


Becky에 이어서, 스페인에서 온 Antonio가 새롭게 합류를 했다. 그리고 이번주는 Antonio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Alex나 KK형과 일을 할때는, 나에게 어떤 것을 해야할 지 알려주고 내가 한 것을 확인해 주었다.

Antonio는 실무경험도 있는 엄연한 건축사[각주:1]임에도 아직 우리 사무실의 도면작성 스타일을 모르기 때문에 나로써는 같이 일을 하면서 굉장히 난감 상황이 많았다. 


우리 사무소에서 이용하는 BIM프로그램인 Revit을 쓰면, 하나의 프로젝트 파일을 여러명이 동시에 작업 하는 것이 가능하다. 한 사람이 도면을 수정하면, 자동으로 다른 사람이 작업중인 컴퓨터에서도 변경이 되는 식이다.

내가 우리 사무소 스타일대로 회색으로 그려놓으면, Antonio가 검정으로 바꾸어 놓고, 모델링이 잘못 된 것을 바로잡아 놓으면, 또 이상하게 만들어 놓았다...

Anotonio로서는 우리 사무실의 스타일을 아직 모르고, Revit으로 실무를 한적이 없어서 당연하다.

그런데 또 내 입장에서는 내가 한 작업을 검토받는 식으로 일을 하다가,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Antonio로부터 내가 어떤 점검이나 지시를 받을 수가 없는거다. 

오히려 Antonio가 내 자리까지와서 자기가 무엇을 했다고 나한테 봐달라고 하는 상황이니.. 그렇다고 내가 Antonio에게 이래라저래라 지시를 하거나 가르칠 위치는 아닌 것 같고..

그래서 참.. 애매하고 약간은 비효율적으로 일주일간 같이 일을 했다.


그런 고민을 가지고 있던 차에 KK형과 통화를 하면서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분명 Antonio가 나보다 경력자이고 나이도 많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내가 시킬 것은 시키고 우리 사무소의 스타일을 알려주어야 한다고 했다.

내가 가르친다기보다는 Antonio가 우리 사무소의 스타일을 알 수 있게 하나하나 알려주어야 했던 것이다.

소장님들이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다 알려 줄 수는 없으니, Antonio보다는 우리 사무소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내가 알려주는게 맞는 것이다.

진작에 형과 통화를 했어야 했다.


다음주에는 백소장님께서 내 도움이 필요하고 하시는데, Antonio와의 프로젝트가 완전히 끝난것은 아니라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Monthly Event


이번달 Monthly Event에는 Alex가 와서 Computation Architecture에 대해 PT를 했다.

Alex는 Bartlett에서 Adaptive Architecture and Computation이라는 이름도 긴 공부를 하고 있다.

바틀렛 안에 있는 석사 학위의 전공인데, 실제 배우는 내용은 건축보다 프로그래밍이 주를 이룬다고 한다. 그것을 건축에 활용하는 것은 각자의 몫인 듯.

Alex가 직접 작업을 한 사례들을 많이 보여주었다. 매개변수를 통해 결과물을 생성하는 다양한 방법들을 볼 수 있었다.

사실, Alex의 PT가 좀 길어져서 모니터에 나오는 시각자료들은 꽤나 흥미가 있음에도 PT가 다소 지루한 감이 있었다.

하지만 PT가 끝난 후, 질의응답시간이나 술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에는 굉장히 활발하고 심도있는 대화가 오고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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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를 비롯해 몇몇의 건축가가 파라메트릭 아키텍쳐를 한다고 하지만, 매개변수를 통해 도출되는 결과물을 활용 하는 것이 건축계에 널리 퍼져있지는 않은 상태다.

방법론적으로는 다양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을 뿐, 지금으로써는 파사드 디자인에 활용하는 것이 가장 가시적인 성과일 듯 하다.


앞으로 점점 건축가의 업역이 줄어들 것 이라는 전망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컴퓨터를 활용한 디자인이 점점더 널리 퍼질 수록 디자이너로써의 건축가의 역할은 줄어들게 될것이다.

꼭 컴퓨터에 의한 것 만이 이유는 아니지만, 심지어 RIBA영국왕립건축가협회에서는 전통적인 형태로써 건축가라는 직업은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이벤트에 참석한 사람들의 대화에서도, 파라매트릭 디자인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것과 앞으로 건축가의 업역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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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오월의 점심시간



  1. 스페인은 건축학과를 졸업하는 즉시 건축사 자격이 생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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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becue Party


또 한달이 끝이 났다.

한달이 지났다는 것은 월급이 들어온다는 의미에서, 그리고 내 경험이 또 한달 쌓였다는 점에서 기쁘다.

하지만 런던에 온지 일년이 지나고 나니, 이제 한달한달 지나가는 것이 슬퍼지기 시작했다.

다시 겨울이 돌아올때 쯤이면 런던을 떠나야 하기에, 그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 슬프다.

최소 8개월은 넘게 시간이 남았지만, 워낙에 걱정과 근심을 미리 당겨서 하는 나라서 그렇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으면 걱정이 없겠네' -티벳 속담


5월 중순부터 일을 시작하기로 했던 2명 중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Becky가 이번주에 출근을 했다. 급한 인테리어 프로젝트가 있어서다.

Mike에 이어서 또 한명의 정통 런더너가 우리 사무실에 들어왔고, Alex 자리였던 내 옆에 앉았다.

전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의 영어 중에서 오리지날 영어인 영국 영어가 젤 알아듣기 힘들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다.

한국인에게 익숙하지 않은 발음도 이유이지만, 또 하나는 그들이 굉장히 다양한 표현과 Slang을 즐겨쓰기 때문이다.



School project - 이상과 현실


이번주는 Mike가 담당하고 있는 학교 증축 프로젝트를 도왔다.

실측을 해 온 대로 모델링을 하는 작업과 건축주에게 제안할 옵션 두가지를 그렸다.

학교 프로젝트는 우리 사무실에서도 처음이고 꽤 재미있는 프로젝트가 될 것 같다.

건축주는 더 많은 면적만을 요구했고, Mike는 주진입로와 동선이 불편한 문제도 해결하려고 했다.


모델링을 어느정도 마무리하고 건축주에게 메일까지 보낸 뒤에, 학교에 부속된 보육원에 어떤 마감재를 사용 할 수 있을지 사례조사를 했다.

Archdaily, Architizer, Google 이미지 검색 등을 하다보면 눈을 사로잡는 형태와 재질의 프로젝트가 쏟아진다.

반면에 실제 사무실의 프로젝트는 재정상의 이유로 디자인의 자유도가 상당히 떨어진다.


건축이라는 분야에 발을 담그기 시작하는 대학 1학년을 시작으로 건축가로써의 삶이 끝날때까지, 건축은 늘 이상과 현실을 오가며 줄다리기를 하는 업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학교에서는 너무 이상만 바라보아서 문제이고, 사무실에서는 현실에 허덕이게 되는 것이 고되다. 

그래도 건축가는 늘 꿈을 버리지 않는다. 꿈을 버린 건축가는 건축가로써의 생기를 잃는 것이다.


사무소들은 현상설계팀을 따로 꾸리는 경우가 있는데, 설계경기를 통해 사무소의 디자인 역량을 뽐내고 경쟁을 한다. 

일반적으로, 당선이 되지 않으면 어떤 보상도 받을 수 없기에 영세한 사무소가 그것에 많은 투자를 하기에는 위험도가 높다.

공모전은 꿈이고, 전화로 닦달하는 건축주는 현실이다.


우리 사무실은 공모전에서 수상한 적도 있고, 지금은 많은 중소규모 Residential Project에 집중하고 있다.

많은 프로젝트로 인해, 특히 소장님들이 굉장히 고생이 많으시다. 하지만 사무소는 한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 있다.

내가 계속해서 몸 담을 수 있는 곳은 아니겠지만, 우리 사무소의 미래가 무척이나 기대된다.



Billings Gate Market - 인종과 문화적 다양성


매달 마지막 목요일에 진행하는 Event로 이번달은 바베큐 파티를 열었다!

KK형이 주도해서 진행하게 되었고, 형은 Billings Gate Fish Market에서 새우와 조개, 생선도 사와서 같이 구워 먹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다. 

소장님이 승인을 하셨고 이벤트 당일 아침 6시에 형과 나는 Market에서 만나서 거친 백인 아저씨들을 상대하며 해산물을 샀다.

영국에서 가장 큰 Fish Market이라기에 어마어마 할 줄 알았다. 막상 가보니까 굉장히 크긴 하지만, 노량진수산시장 등의 한국 대형시장보다는 작았다. 훗. 아무래도 우리가 다양한 해산물을 더 많이 먹기 때문일거다. 

19세기에는 Billings Gate Market이 세계에서 가장 큰 수산시장이었다고 한다. 당시 런던은 세계에서 가장 큰 항구 중 하나였으니 그랬을만도 하다.

지금의 위치로 옮기기 전에는 배에서 수산물을 내리던 곳이 시장이었지만, 지금에는 육로를 통해 해산물이 모인단다.


멍게나 해삼 등 한국에서 흔히 보는 해산물은 보이지 않았다.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침 이른 시간에 가야하는데,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저렴하고 싱싱한 해산물을 살 수 있으니 종종 가게 될 것같다.


재미있는 점은, 시장에서 해산물을 팔고 일을 하는 사람은 영국 백인들이고 구매하는 사람은 대부분 다른 민족이라는 사실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서구의 모습과 달리 영국에서는 노동자계층 대부분이 백인이다. 

한식당에서 일하던 때, 매일같이 가던 대형 중국 슈퍼마켓도 관리직과 계산원은 중국인이지만 무거운 짐을 옮기는 노동자는 모두 백인이었다.

전세계에 식민지를 만들고 흑인노예를 부리며, 우월주의에 빠졌던 그들이 동양인 아래에서 육체노동을 하고있는 모습이 참 생경했다.

우리의 편견 속에 자리한 흑인 노동자들의 모습은 주로 미국의 예전 모습일 듯 하다. 아마 미국은 농장 경영을 위해서 흑인노예를 많이 부려야 했기에 유럽권보다 훨씬 많은 흑인 노예를 수입 했을 것이고, 노예제도가 폐지된 후에도 사회적 인정을 받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런던에서 생활하면서 인종에 대한 편견과 다양성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다.

사실, 문화적인 부분에서 인종별 차이의 극복은 어려워 보인다.

흔히 백인문화로 보는 오페라, 미술품 등의 영역에서는 확실히 백인층이 다수다. 반대로 재즈 카페나 연주회 등에서는 흑인 비율이 높다.

오랜 세월, 부모로부터 받아온 문화 향유의 습관이 계속되어 온 것이기에 여전히 차이는 존재한다.

그럼에도 신기한 것은, 당연히 베트남 사람들이 많을 것 같은 베트남 음식점에서, 한국 사람이 많을 것 같은 한식당에서 서구권 인종을 훨씬 많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차이는 차별이 아닌, 다양성으로 장려되어야 한다. 

각자의 문화를 즐기는 것은 문제가 되지않지만, 그것에 배타성이나 우월성이 생기는 것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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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Event - Barbecue Party


이번달 이벤트에는, 평소처럼 사람들을 많이 초대하거나 홍보를 따로 하지 않았다.

주변 친구를 몇명 정도만 데려오는 내부적 행사로 진행했다.

그럼에도 바베큐 파티 여서인지 꽤 많은 사람이 모였다.

KK형과 내가 준비한 고기, 해산물이 꽤 많은 양이어서 남을까 걱정했지만, 많은 분들과 함께 넉넉히 나누어 먹을 수 있었다.


특히 Becky는 친구를 3명을 데려왔는데, 그 중에 한국 분도 계셨다. Becky가 IKEA에서 같이 일했던 분이라고 했다.

두 분이 일을 하던 Sussex 지방은 외국인의 비율이 굉장히 낮은 곳이라 회사에 동양인이 없고, 한국어를 정말 오랜만에 쓴다고 하셨다.

Becky와의 인연으로 우리사무실 이벤트에 오게된 것도 신기했지만, 이야기를 하다보니 SP누나와 대학동기였다! 

하필이면 누나가 그리스로 휴가를 가고 없었지만 다음에 다같이 뵙기로.

역시 한국사회는 정말 좁고, 인연이라는 것이 신기하다는 것을 또 한번 느꼈다. 이제 인연에 대해서는 말하기도 입 아플 정도다.


바베큐 세트를 새로 구입하고, 많은 식재료를 사느라 이번 이벤트는 사무실의 지출이 꽤 컸다.

다행히 손님들이 굉장히 좋아했고, 모두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기에 다행이었다.


아쉽게도 Alex는 학교 일정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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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p Calm and Carry on


Alex가 떠났지만, 사무실은 계속해서 바쁘고, 더 바빠지고 있다.

그간 도움이 필요할때마다 사무실에 간간히 들러주시던 양소장님이 조만간에 Partner로 합류할 예정이고, 2명의 직원도 새로 들어올 예정이다.


이번주에는

사무실에도 한가지 사건이 있었고, 나의 마음을 흔드는 사건도 하나 있었다.


이소장님께서 SP누나가 조사한 Development의 사례를 보다가, 굉장히 눈에 익은 프로젝트를 하나 집으셨다.

우리 사무소에서 몇년 전에 진행했던 프로젝트와 굉장히 유사한 것 같다고 하셨다.

그 몇년 전의 프로젝트를 서버에서 찾아서 비교 해보았더니 정확하게 우리 회사가 초기 계획단계를 진행했던 프로젝트였다. 

우리 회사와 함께 일을 진행하던 Developer가 몰래 다른 건축가와 일을 마무리 했던 것이다!

당시 실시설계까지 우리가 맡는 조건으로 굉장히 저렴하게 계획도면을 제공한 프로젝트였다. 

우리에게 저렴하게 계획안을 받은 후, 그 계획안을 가지고 다른 건축가와 실시설계를 진행해서 프로젝트를 완성한 것이다.

변경된 것 조차 없이 계획안 그대로!

서로간의 신뢰와 약속을 어기고, 설계비를 아끼려고 그런 것이다. 심지어 지금도 우리 사무소와 꾸준히 함께 일을 진행하고 있는 Developer다.

우리 사무소는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쓴 종이값도 안나올 낮은 보수를, 신뢰와 약속을 바탕으로 감내했던 것이다. 한두개의 프로젝트만 함께하는 건축주도 아니었기에.

그런데 이 디벨로퍼는 뒤에서 딴짓을 하고 있었다. 이런 짓이 얼마나 더 있을지 없을지는 소장님들이 다 확인할 수도 없다고 한다.

지금도 여러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고 있는 디벨로퍼이기에, 그와의 관계에 대해 고민을 하고 계신다.


영국은 여러면에서 굉장히 선진화 된 시스템과 문화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우리와 별 다를 것 없는, 아쉬운 면모들과 마주하기도 한다.

이런 상도덕에 어긋나는 일은 한 개인의 행동과 가치관에 의한 것 이지만, 그러한 행동의 바탕에서는 신자유주의가 만들어낸 물신주의 혹은 삐뚤어진 수요와 공급의 차이나 갑을관계에 의한 것일 때가 많다.


중세가 끝나고 근대가 찾아오면서 시대가 바뀌었던 것은 가치관과 기술의 급격한 변화가 왔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애써 근대를 끝내고 현대를 살려고 하지만, 진정 시대의 가치관이 바뀌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왕권과 종교의 시대는 자본에 의해 끝이났다. 그것에 반기를 들었던 사회주의도.

자본, 그 위에는 무엇이 있으며 그 보다 강한 힘이 지배하는 시대가 올까.

진정 새로운 시대를 맞게 해줄 새로운 가치관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나의 마음을 흔든 사건은 목요일 백소장님과의 대화였다.

소장님 두분이 잠깐 사무소 앞에 나가계셨고, 모든 직원이 평소보다 일찍 퇴근을 했다. 나는 혼자 사무실에 남아있었다. 

프로젝트를 잡고 있던 손을 놓기가 쉽지 않았고, 집에 인터넷이 안되기 때문이기도 했다.

사무실로 돌아오신 백소장님이 맥주나 한잔 마시러 가자고 하셨다.

대화를 나누다보니 학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백소장님이 고등학교를 졸업 후 AA에 입학을 하기까지의 과정에는 내가 상상도 못했던 다이나믹한 사건들이 있었다.

주변에서 본 런던 유학생들은 편하게(노력도 있지만, 일단은 집에 돈이 많아서) 온 경우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에, 은연중에 나는 그것을 소장님에게도 대입하고 있었다. 소장님에 대해서 더 잘 알 수 있게 되었고, 더 멋진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한국에 돌아가서 다시 마주해야 할 문제들, 학교에 대한 아쉬움과 진로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소장님은, 건축을 하는데에는 수많은 방법론이 있는데, 본인에게 맞는 것을 찾는 것은 어렵지만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하셨다.

그러고보니 그동안 나는, 건축설계가 나와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의구심에 건축가가 아니라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나의 판단의 근거는 우리학교에서 교육받은 방법론에 의한 건축설계였고 어떤 건축가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부족했다.

AA에서 다양한 방법론을 가진 여러 튜터를 각자가 골라서 수업을 듣는다는 것이 부럽다고만 생각했지, 나에게 맞는 건축의 방법론을 찾아서 건축가가 되리라는 생각에는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그것은 정말이지 우물안에서는 알 수도, 깨닳을 수도 없는 것이었다.

그런 아쉬움과 고민 속에서는, 하루 빨리 외국으로 나와서 공부를 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는 것이 소장님의 말씀이었다.


나에게 남은 학사과정 2년을 마치는 것이, 졸업장을 받는 것 이상으로는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에서 그 졸업장이 굉장히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나는 늘 학교 밖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더 많은 것을 깨닳았다고 생각하기에 그 졸업장을 위해 학교에 갇혔을때 오는 그 답답함이 싫다.

학교는 자양분과 울타리가 되어주지만, 딱 그만큼의 성장만 시켜줄 수 있다. 그 이상은 스스로의 노력과 결단을 필요로 한다.

유학이 되었건 다른 무엇이 되었건, 학교의 남은 2년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나는 어떤 것도 감내할 생각이 있다.


이런저런 많은 고민이 겹쳐, 당장은 무엇을 결단 내리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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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ehouse Cut, London



땅 위에 길이 있지만, 때로는 물 위에 길이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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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남긴 것.


Alex는 예정대로 떠났다.

그의 마지막 날이었던 금요일에 케익과 와인으로 조촐한 송별회를 가졌다.

이소장님은 Alex를 위해 휴대용 전자키보드를 깜짝 선물로 준비하셨다. Alex가 그리스에서부터 가져온 키보드를 꺼내서 두드려 볼 시간조차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찍이 준비해 두셨단다. 

소장님의 선물도 Surprise였지만, Alex도 깜짝 선물을 모두에게 나누어 주었다.

각자에게 어울리거나 관심사에 맞는 책을 하나하나 골라서 포장까지 한 책이었다.

나에게는 함께 대화를 나눈적이 있는 Calvino의 Invisible Cities를 주었다. 아주 흥미로운 구성의 소설이다. 조금 난해하다는 말도 있던데 영어로 내가 이 책을... 꼭 읽어내야지..!!

모두가 함께 적은 편지를 Alex에게 주었고, 나는 파리에서 사온 Le Corbusier 색연필을 주었다.


사무실에서 송별회를 마친 뒤, 우리는 단골 펍으로 갔다.

펍 앞 골목길에 서서 맥주를 여러잔 비웠다. 

런던에 물씬 찾아온 봄 기운을 맞이했고, Alex를 보내는 마지막 시간을 가졌다.


나는 Alex가 우리 사무실에서 대체불가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서버나 컴퓨터에 관련되어서는 Alex를 통해서만 온전히 제어가 되었고, 소장님들과 새로운 비전을 준비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 사무소에서 Alex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 Alex가 결국은 떠났다..


Tender Package를 끝낸 뒤 Alex는 마무리 작업과 인수인계를 준비했고, 나는 백소장님과 함께 또다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래서 월요일이 지나가고 화요일이 지나고 일주일동안 내 옆자리가 비어있었음에도 나는 이전과 다름없이 계속 일을 하고 있었다.


문득, 생각했던 것 만큼 나에게 더이상 Alex를 필요로 하는 순간이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닳았다.

2달반의 시간동안 함께 일을 하고 배운 덕분에, 이제는 나 혼자서도 대부분의 것을 처리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닳았다.

소장님이 할 수 있겠냐고 물어보시는 대부분은 이미 Alex에게 배웠다. 

송별회 자리에서도 Alex가 나를 잘 이끈 덕분에 고작 3학년을 마치고 한국에서 온 내가 기대 이상으로 Tender Package 작성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여러번 화자되었다.


비록 그는 떠났지만, 나는 정말 좋은 사수를 만났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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