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 보이지 않는 집, MAISON INVISIBLE]


그를 알게된 시간은 얼마되지 않았다. 우연히 인터넷 뉴스로 접하게 된 그는 2010년도 폴 메이몽 건축가 상을 수상한다. 한국인으로는 처음 수상을 한 젊은 건축가이다. 


여기서 폴 메이몽 건축가 상이란 무엇인가?

프랑스 전통 건축가,엔지니어 협회에서 1968년 이후 해마다 프랑스 그랑제콜 건축학교 20곳으로부터 각 학교마다 최우수 졸업작품을 추천받아 누가 최고인지 가리는 자리.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시작된 그에 대한 관심 즉, 한 명의 젊은 건축가에 대한 삶에 대해서 궁금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페이스북 친구를 맺어 그의 글들에 공감을 하게 되었고, 시간이 흘러 마치 페이스북에 게시된 그의 아름다운 글과 사진들은 복선처럼 느껴졌다.


마침, 그는 첫번째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 책은 [파리를 놀라게 한 백희성의 환상적 생각] 이다.  사실 온라인에서 몇 번 접했던 그의 감성적인 글과 사진들이 쌓이고 쌓여서 만들어진 책처럼 어색함이 없는 내용들이 었다. 또한 '보이지 않는 집'을 읽고 나서 드는 생각으로는 마치 2편을 먼저 본 사람들로 하여금 찾아서 읽어보기를 강요하지 않고 궁금증을 야기 시킬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그 정도로 건축가 백희성씨는 상당히 매력적인 사람이다.


그의 모든 글과 사진, 건축작품에 대해서 알지 못하지만, 이번 '보이지 않는 집'을 통해서 적어도 독자와 작가 간의 간극을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쉽게 공감하게 만들면서도, 아차! 싶을 정도로 깊은 생각을 하는 그러한 사람이다.  



선입견


나는 그와 직접 대화를 하거나 만난 적도 없다. 사실 나는 그를 알게 된 것도 신문상에서도 프랑스 유학을 했던 젊은 건축가이자, 그의 작품으로 폴 메이몽 상을 수상해 현재는 프랑스의 자랑이자 현대건축가 중 거장이라고 불리우는 장 누벨 건축사무소에서 일했던 사람이니 대단하게 볼 수 밖에 없었고, 왠지모르게 자기개발서에 자주 등장하는 성공한 사람 처럼 보인다.  물론 그의 책  [파리를 놀라게 한 백희성의 환상적 생각] 에서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 등 많은 부분을 알 수 있었고, 세바시라는 프로그램에서 자신에게 단호하면서도 겸손하게 자기를 표현했다. 그래도, 마치 그가 걸어온 길이 대중으로 하여금 비현실적인 드라마틱한 부분이 많았기에 교감할 수 있는 부분이 극히 조심스러웠다. 그리고 이번에 그의 두번째 책인 [보이지 않는 집]은 호기심이 생기기 이전에 나는 어느 신문기사를 읽고, 또 다시 선입견을 갖게 되었다...

“쉿! 저 기품있는 파리고택의 비밀을 말해줄게”… 한국 건축가, 저택구경담을 팩션으로 풀다 (동아일보)

지금에서야 상당히 바보같은 생각을 한 것이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기사의 제목을 통해 별로 흥미를 갖지 못하게 되었다. 왠지모를 선입견으로 "뭐야?! 이번에는 그냥 파리주택이야기를 하는 건가? 이 곳은 어떤장식이 있으며, 어떠한 생각을 갖고 만들어졌다. 아르누보 어쩌고 저쩌고 하며, 마치 교과서적인 지루한 건축교양서적인가?" 라는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마치 난독증 환자처럼 기사도 대충 훑어보면서 추측했던 그 생각으로 사실 백희성이라는 사람은 좋았지만, 이번에는 내가 크게 흥미를 못느낄 것 내용아닐까? 라는 생각으로 시간은 흘러갔다. 



Hee sung Baek


탐닉


선입견을 갖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백희성씨가 이벤트로 진행한 한정판 [보이지 않는 집] 리폼책을 여자친구가 선물해 주었다. 그리고 그 선물을 받은 타이밍이 절묘하게 내가 파리를 다녀온지 몇 일 지나지 않은 시점이고, 아직도 꿈에서 파리가 나올 정도로 여운이 남아있는 시기라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책을 펼쳤다....


표지에서부터 마지막 바코트 인쇄면까지 구석구석 글을 쓰는 작가가 아닌 건축가의 솜씨가 묻어났다. 표지에 새겨진 정성들(시각화)은 그의 글에서 나오는 글귀처럼 "바니쉬 칠이 마르기 전에 소중한 것을 놓아두면 책상이 그걸 평생 기억해 준단다." 바니쉬 칠처럼 책은 날카롭고 투박해 보일 수 있는 칼집의 흔적은 독자들로 하여금 백희성씨가 주는 아마추어 책상이 아닐까? 여러분의 아마추어 책상...(책 내용을 보면 아마추어 책상이 주는 큰 감흥을 느낄 수 있음)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나는 그가 설정한 3곳의 공간을 왔다 갔다 했다. 몽마르뜨 언덕의 그의 월세집과 시테섬에 위치한 고택, 그리고 시테섬의 고택의 집주인이 있는 스위스의 요양병원. 소설인지 사실인지 모를 정도의 중간 경계 팩션의 방법으로 글은 상당히 박진감이 넘친다.  그래서 더욱 나는 책장을 넘기는 속도를 줄이고, 상황을 머리 속으로 상상하며 재현해 본다. 마치 내가 그 곳에 있었던 것 처럼...

lle de la Cité


4월 15일의 건축가


책은 작가의 실화를 비롯한 약간의 과장을 더한 이야기로 전개해 나간다. 물론 과장 또한 불편함이 없이 윤활유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 책의 진정한 매력은 아름다움 혹은 놓칠 수 도 있었던 상황을 정말 섬세하고 동화처럼 만들어 나간다. 그래서 그런지 그가 바라보는 세상은 많은 부분 아름다움으로 해석하려는 마음이 보인다. 기분 좋다.


이 책의 주인공은 희성씨가 아니다. 생소하지만 책장을 넘길 수록 궁금증을 자아내는 인물인 건축가 '프랑스와 왈쳐'가 주인공이자 결국 책의 내용 전부인 사람이다. 그가 없었으면 과연 작가는 "모든 이들의 기억의 장소는 바로 집"이라는 주장을 할 수 있었을까?

4월 15일을 위한 건축을 한 건축가와 그 속에 담긴 어마어마한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들을 아름다움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수북히 쌓인 먼지를 털어가며, 시대를 초월한 건축가들의 교감을 통해 서서히 드러나는 진실. 


마치 꿈 속에서나 가능한 이야기가 사실이라는 것에 너무 소름이 돋는다. 전과 다르게 이번 건축에세이는 사진이 없다. 오로지 글로만 채워져 있고, 독자로 하여금 이해하기 쉽도록 몇 개의 평면도와 배치도만 존재한다. 완벽한 보조재의 역할을 했으며, 이 책을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것은 진실을 말하는 인증사진이 아니라 작가가 바라 본 시점에 의존하면 된다. 


하이(Hi? High)건축


이야기 없는 집이 어디 있을까? 

건축가의 깊이가 빗어내는 이유있는 건축적 어휘와 시간이 지나 그 어휘를 올바르게 해석을 하거나 혹은 의도된 내용과 다르게 해석이 되거나 하는 것들도 다 이야기이고 건축이고 공간이다. 


책을 다 읽고나서, 예전 독락당을 답사하고, 진행했던 한국건축사 과제의 주제로 '조선시대 주거건축과 서원의 건축공간에서 나타나는 유교미학에 관한 조사'를 진행했었던 기억을 상기시켰다. 책에서 처럼 직접 보고 듣고 기록하면서 실마리를 찾아나가지는 않았다. 학문적 분석을 토대로 보고 기록했지만, 그 안에서 유교미학과 선비정신에 대한 건축어휘 혹은 그 분위기를 찾아내기 위해 혼자 끙끙 앓고 발표했던 기억이 난다. 


건축가의 의도 혹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의도했다고 생각하는 건축가의 소소한 디테일과 장치들은 실제로 마주하지 않고는 그 설레임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시시콜콜하게 건축의 조형이나 공간, 어휘 등의 언어로 포장된 건축보다는 궁극적으로 사소한 배려 혹은 미쳐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 발견되는 디테일에 많은 감동을 받고, 그 부분을 찾기 위해 건축여행을 하는 것 같다.


마치 이러한 여행처럼 백희성씨는 우연히 만나게 되는 프랑스와 왈쳐라는 건축가의 고택과 요양병원을 오가며, 그 건축가의 섬세하면서도 이유있는 디테일(?)이라기 보다는 더 감수성있는 표현이 있을 것 같은데 생각나지 않는다. 왠지 여기서 디테일이라는 표현은 뭔가 테크닉한 어휘같아서 어울리지 않는데... 여튼..섬세한 마감과 감성적인 요소들을 맞이하게 된다. 이유있는 건축적 장치들... 그 장치들을 알아 낼 수록 전율이 일어나고, 결국 미소로 까지 번지는 오묘한 화학적 반응을 일으킨다. 



그 이유로는 건축가의 매우 지능이 높은 수수께끼와 같은 비밀로 건축을 만들었고, 그 문제를 풀기 위해 작가=건축가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High 한 건축을 맞이한다. 여기서 High는 건축적으로 우연을 빙자한 필연적 사유로 만들어낸 공간으로 만들어졌고, 그리고 그 스토리텔링이 이 책에 적혀있다. 솔직히 믿기 힘들지만, 믿어야 한다. 그게 건축이다. 우연이든 필연이든 우리가 당도한 공간과 건축의 아름다움은 결국 의도된 건축가의 아름다움의 표현이기에...


많은 말보다 이 책은 읽으면서 상상하거나 혹은 직접 그려보면서 체험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단지 읽기 위한 책이 아니라 독자로 하여금 더욱 특별한 경험을 선물해주고자 하는 의도가 작가=건축가의 디테일인 것 같다. 이 책은 그래서 단순히 활자를 담은 책이라기 보다는 활자로 최대한 감성을 담기위해 노력했고, 팩션을 위한 포장의 도구를 절제했고, 향기를 간직하고, 시간을 기록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순수하게 건축을 느끼고자 한 독자라면 이 책은 무조건 추천한다. 대게 무수히 많은 건축적 어휘와 공감하기 힘든 이기적인 미적강요보다는 순진무구한 아름다움을 봄날의 흩날리는 민들레 씨앗처럼 편안하게 다가온다. 책의 말미에 이런 말이 있다. 


"세상의 모든 불편해 보이고 부족한 것들은 어찌 보면 깊은 사연을 담고 있을지도 모른다."


간편하거나, 화려하거나, 과하거나, 부족하거나, 편하거나, 불편하거나 결국 다 사연이 있고, 우리는 그 안에 살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사연을 아직 묻지 않았거나, 관심도 없어서 그저 보이는대로 생각하는대로 판단하고 살아왔다. 그동안 우리 주변은 어떠한 이야기로 가득차 있었고,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지금이라도, 궁금하다면 귀를 기울려 보자.




보이지 않는 집

저자
백희성 지음
출판사
레드우드 | 2015-01-2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저자를 닮은 주인공, 루미에르 클레제, 세대를 넘나들며 미스터리...
가격비교



저작자 표시
신고

'0Fany >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SPACE : 201510 575호  (3) 2015.10.30
혼신지의 집  (4) 2015.07.31
보이지 않는 집, 백희성  (2) 2015.01.21
내일의 건축, 이토 도요(Toyo Ito)  (3) 2014.07.21
페터 춤토르 건축을 생각하다: THINKING ARCHITECTURE  (0) 2014.07.05
구본준의 마음을 품은 집  (1) 2014.06.05
Posted by _0Fany 트랙백 0 : 댓글 2

 

[BOOK REVIEW : 내일의 건축, 이토 도요(Toyo Ito)]

 

 저자인 이토 도요는 2013년 프리츠커 수상자이자, 최근 2014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의 커미셔너를 맡은 건축가 조민석씨가 받은 황금사자상을 2012년도에 '모두의 집'이라는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같은 상을 받은 건축가이다.

 

이토 도요의 출생지부터 남다르다 그는 서울특별시 태생이다. 하지만 그의 유년시절은 서울이 아닌 나가노현에서 보냈다고 한다. 그래도 반갑고 호감이 가는 건축가이다.

 

사실 이전에 읽었던 '페터 춤토르의 건축을 생각하다'는 내게 건축에 대한 생각을 요하는 책으로 느껴졌다. 그만큼 책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보다는 건축 사유를 위한 동기부여의 책이라고 하면, 이번에 읽은 '내일의 건축'은 이토 도요의 건축에세이 정도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일방적인 프로젝트 소개와 이해를 바라는 글이 아닌 나(건축가)와 사회 그리고 사람과 커뮤니케이션을 했던 사례와 당신의 건축을 바라보는 관점 등의 내용이 담겨져 있다.

 

따뜻하기도 하면서 어쩌면 냉철한 시각으로 현대건축을 바라고보 근대주의 사고를 비판한다. 어쩌면 자신이 건축가로서 건축을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인 동일본대지진은 일본에서 건축하기에 대한 새로운 국면을 맞이 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그에 대한 생각을 담은 내용들이 주로 '내일의 건축' 내용을 채워나갔다.

 

 

 

동일본대지진은 어쩌면 이토 도요에게는 새로운 사유를 위한 엄청난 사건이었다.

 

그는 책을 시작하며, "현대사회에서 건축은 건축가의 윤리나 선의를 훨씬 초월한 힘으로 만들어지고 파괴된다. 여기서 과거처럼 공공장소나 커뮤니티 공간이 생성될 여지는 거의 없다. 오히려 경제를 효율적으로 순환시키기 위해 공동체는 철저하게 해체된다. 거대 자본으로 움직이는 거대 도시에서 건축가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이런 고민을 하던 시기에 대지진이 발생했고, 그 사유의 실천이 곧 시작이 된 동기였다.

 

책에서 주로 동일본대지진과 관련한 프로젝트인 '가마이시 부흥 프로젝트'와 '모두의 집 프로젝트'에 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그가 말하는 건축의 아카데미 교육 '이토건축학원'과 자신이 건축을 통해 걸어온 길 그리고 미래의 건축을 생각한 내용들이 담겨있다.

 

많은 건축가들이 자신의 작품들 혹은 생각들을 진부하게 풀어놓은 책을 출판하고, 인터뷰를 통해 소개가 된다.

 

그리고, 막상 책장을 넘기면 구체적으로 무슨말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의문을 품게되고 그에 대한 명쾌한 대답없이 자신의 철학만 멋진 어휘로 포장시켜서 그냥 그럴싸한 제목으로 우리를 맞이한다. 그러한 책에는 사실 공감이 가지 않은다. 건축학도로서...

 

여튼 그러한 책과 다르게 이 책은 깔끔하고 정갈하다. 그리고 그와 비슷한 건축관을 형성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가슴 뜨거움을 받을 수 있는 내용들이 상당히 흥미롭게 담겨져있다.

 

 

Sendai Mediatheque, Sendai, Japan By Toyo Ito

 

2011년 대지진이 지나가고 일본건축가 중에 가장 긴장한 건축가로 생각되며, 전세계 건축인들이 주목했을 건축물인 센다이미디어테크를 설계한 이토 도요 역시 바로 센다이미디어테크와 관련한 신속한 보고를 통해 조치를 취했다. 다행히도 인명사고와 더불어 큰피해는 없었다고 한다. 대지진과 관련한 그의 생각과 행동들을 보며 건축이 아닌 그의 성품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서 건축을 잘하기 위함이 아닌 어떤 건축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차분히 말해준다.

 

 

 Venice architecture biennale 2012, Golden lion award, Japan

 

위기를 기회로 생각한 이토 도요는 동료건축가들로 하여금 강한 리더쉽을 발휘한다. 불변의 진리라고 믿어온 근대주의 사상을 다시 한번 되돌아볼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기회로 동일본대지진이 갖어다 준 교훈으로 "Futility of sophistication "를 상기시키며 뭉쳤다.

 

그는 많은 부분 건축의 공간이나 형태 등의 이야기 보다는 사람과 공동체를 부각했던 작업에 대해  신중하게 건축이란 무엇인가? 라는 본질적인 질문과 해답을 찾고, 혼자가 아닌 동료건축가와 젊은건축가와 함께 고민했다.

 

지금 우리시대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과 재료도 있지만 결국에는 사람에 대한 가치를 우선시하는 행위가 요구되는 시기이다. 더 이상의 개발로 잊혀지는 사회적 약자의 불가피한 피해를 우리 건축계에서 자각하고 실천하고 옮긴 이토 도요에 대한 존경심이 우러러 나오는 내용들이 나자신 뿐 만 아닌 우리를 설레게 했다.

 

앞으로 그가 해결할 내일의 건축을 기대하며... 항상 응원할 것이다.

 

 


내일의 건축

저자
이토 도요 지음
출판사
안그라픽스 | 2014-06-05 출간
카테고리
기술/공학
책소개
2011년 3월 11일에 발생한 동일본대지진은 모두에게 많은 시...
가격비교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_0Fany 트랙백 0 : 댓글 3


Kolumba Museum, Cologne Germany, By Peter Zumthor


겨울에 선물받은 책을 미루고 미뤄서 이제야 다 읽었다. 상당히 얇지만 그만큼 깊이가 있는 책이라 편하게 읽기에는 어울리지 않은 책인지라 천천히 시간을 갖고 곱씹어보며 읽어보았다. 어쩌면 그의 어휘선택이나 철학이 다소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와 조화를 이루려고 하나 개인적으로는 공감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스위스 시골에서 누구보다 건축에 대한 생각과 실천으로 건축을 가장 치열하게 한 건축가임에는 이 책에 잘 담겨져있다.


 많은 젊은 건축가들이 존경하는 건축가로 페터 춤토르는 자신이 생각하는 건축을 말했던 강연과 기고문 등의 내용을 묶은 책이다.


책의 전체적인 내용은 자신의 건축철학과 관점에 대해서 조근조근 이야기한다. 내용 중간에는 동료건축가 혹은 현대 건축가에 대한 반론과 인정하는 내용이 있다. 내용의 본질은 다르지만 그가 다른 건축가들을 거론하며 한 내용이 적대가 아닌 건축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인지라 더 흥미롭게 다가온다. 


Brother Claus Filed Chapel, Mechermich, Germany By Pter Zumthor


건축의 강론처럼 느껴지는 책의 내용들은 이제껏 이뤄진 건축과 도시와 경관, 그리고 교육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담아낸다. 맞음과 틀림이 아닌 다름에 대한 안타까움을 나타내며 건축을 생각한다. 그 중 기억에 남는 내용들은 몇 가지 기록해 본다.


p.12 "건축은 내부와 주변의 삶을 담는 봉투이자 배경이며 바닥에 닿는 발자국의 리듬, 작업의 집중도, 수면의 침묵을 담는 예민한 그릇이다"

p.15 "디테일은 적절한 지점에서 설계의 기본 아이디어가 요구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결합 또는 분리, 긴장감 또는 가벼움, 마찰, 견고함, 취약성 등을 표현한다."


그가 말하는 디테일과 그가 행하는 건축으로 그대로 반영된다. "페터 춤토르 = 디테일"이라 하여도 부족할 판이다. 사실 다른 건축가도 디테일에 대한 표현과 기술에 대해서 많은 노력을 한다. 하지만 그 디테일은 춤토르의 등장 전후로 나뉠정도로 그의 건축을 교훈삼아 최근 많은 건축가들도 디테일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개발하고 있다.


p.17 "일상의 평범한 것 속에도 능력이 있다. 다만 그것을 보려면 충분히 오래 응시해야 한다."

p.29 "아름다움에도 핵심이 있다."

p.65 "건축 교육이란 스스로 질문하고, 교수의 도움으로 해답을 찾으며 질문을 줄여나가면서 다시 해답을 찾는 것이다. 이 과정의 무한 반복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먼저 학생들 앞에 서 있는 사람이 해답을 이미 알면서 질문하는 것이 아님을 알려주어야한다."


건축교육 뿐 만 아니라 건축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가슴에 새겨야 할 내용이다. 


p.78 "대상에 깊이 집중한다. 나는 추상적인 의견과 생각 너머에 있는 직관의 정확성과 감각적 경험의 진실성을 신뢰한다"

p.96 "도시에서 시간은 그곳의 공간처럼 압축적이지만 경관의 시간은 거대하다"



 페터 춤토르는 창작 혹은 개발에 있어서 철저한 분석을 통해서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의 건축은 최대한 아름다움에 대한 근원적인 생각부터 시작하는데 그만큼 그는 자연과 분위기, 경관에 대한 많은 신경을 쓴다.


그래서 인지 그의 글에서는 다양한 재질에 관한 이야기부터 구조, 치수에 대한 내용이 자주 노출된다. 그가 말한 "추상적 의견과 생각 너머에 있는 직관의 정확성과 감각적 경험의 진실성을 신뢰한다"라는 말처럼 추상적, 추론적인 관념에 빠져있지 않는다.


마치 건축을 다 아는 것처럼 이야기하지 않지만 건축을 대할 때에는 깊은 집중을 통해 얻어낸 결과를 가지고 전개하는 모습들이 장인의 모습 그대로 보여준다.


외면보다 내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외면을 중요시해 만들어진 경관에 대해서 안타까움을 말하며, 마치 다른 건축가들에게 주의를 주는 것처럼 여겨진다.


자신만의 철학 만에 갖혀서 대중과 자연에게 실험하지 아니하고, 땅과 하늘 그리고 자연을 깊이있게 지켜보면서 박제된 건축이 아닌 풍경으로써 건축을 만들며, 그는 스위스 작은 산골마을에서 지금도 고분분투하고 있다.


같은 건축가들이 왜 그를 존경하는 건축가로 꼽는지는 사실 그의 건축을 직접 눈으로 관찰해야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디테일을 실제로 관찰하고 싶다. 


우리 도시 주변에 아직도 신축되는 건축물들이 곳곳에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얼마만큼 디테일에 신경을 썼는지 정주해보지 않으면 잘 모를 것이지만 꼼꼼하게 관심을 갖고 지켜본다면 다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찾기는 힘들 것이지만 디테일을 보여주는 건축을 마주한다면 온몸에 전율이 일어난다. 



사실 본인은 몇 달 전에 한 건축가의 작품을 방문했었다. 그 곳에서 느껴진 디테일에 대한 이야기들은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농도 짙은 공간이었다.(경험하지 못한 것이지 찾아보면 좋은 공간은 많다고 생각됨.)


건축을 정의 할 수 없지만 참으로 다양한 조건들을 기반으로 해서 완성되는 건축은 한명의 인간과 같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그 건축이 현재 우리사회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외피, 외면의 모습이 아닌 내면과 본질로서 우선적으로 반영이 된다면, 도시의 경관이 질서있는 아름다움으로 가득찰 것으로 기대가 된다. 춤토르가 강남에 온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




페터 춤토르 건축을 생각하다

저자
페터 춤토르 지음
출판사
나무생각 | 2013-10-31 출간
카테고리
기술/공학
책소개
페터 춤토르: 시공을 초월한 존재감페터 춤토르(Peter Zum...
가격비교


건축장인이 말하는 감각적인 이야기들을 듣고자 한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_0Fany 트랙백 0 : 댓글 0

 

 

 몇 번째 책선물인지 모르겠다. 내 책장에는 내가 산 책보다 여자친구의 책선물이 내 책장의 지분을 많이 차지하고 있다. 고맙습니다.

이 책을 알게 된 이유는 전남대 도서관에서 주최한 '2014 한책' 선정을 위해 선정한 10권 중 한 권으로 후보에 올랐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SNS로 구본준씨의 글과 기사를 자주 접하기에 그리고 그의 글솜씨는 많은 사람으로 하여금 건축을 가식적으로 포장하기 보다는 따뜻하고 이해하게 쉽게 다가오기에 부담없이 읽기 좋다고 생각한다.

 

 

[사진 : https://www.arenakorea.com/article/arena_view.php?cd=0403&seq=1807 ]

 

 

공교롭게 책표지는 짙은 노랑색과 함께 최근에 다녀왔었던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의 사진이 걸려있다. 나에게는 짜릿한 공간을 경험하게 해준 곳이라 어떤 글이 실려 있을지 더욱 기대하게 된다. 책의 프롤로그는 아직 고민해 본 적 없는 나에 던지는 말처럼 생각하게 끔 만들었다. "왜 건축에 빠져들었는지 아직도 정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저절로 이 매력적인 장르에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책을 쓰게 되면서 왜 건축은 재미있는지, 왜 나는 건축을 좋아하게 되었는지를 생각해본다." 나는 왜 건축을 좋아하게 되었을까? 나는 왜 건축공부를 하게 되었을까? 라는 자문에 나는 중학교 시절 류춘수건축가가 설계한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의 한 장의 스케치와 그 일화를 알게된 뒤 건축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

 

 

[그가 설계를 한 상암월드컵 경기장은 98프랑스월드컵을 보기 위해 파리로 가던 비행기 안에서 스케치한 안이 그대로 지어졌다]

 

건축을 알게된 계기가 경기장인 만큼 유년시절 나는 어떠한 건축물보다 경기장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고, 중학교 2학년때부터 고3때까지 교과서 한켠 혹은 노트에 생각나는대로 스케치를 했었던 기억이 난다. 이 시절이 나에게는 건축이 나에게 재미와 관심을 갖어다 준 계기라고 생각한다.

 

[중학교 시절 그린 대구월드컵 경기장 옆 대구야구경기장]

저자인 구본준씨는 건축은 희로애락의 드라마가 펼쳐지는 극장이라 표현하며 목차를 희, 로, 애, 락이라는 감정과 건축물들을 결부시켜서 책의 내용을 엮어나간다.

 

1. 희(喜)

- 이진아기념도서관,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 어린이대공원 꿈마루, 기적의 도서관

 

2. 로(怒)

-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 도동서원,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옛 부여박물관

 

3. 애(哀)

- 봉하마을 묘역, 시기리야 요새, 프루이트 아이고와 세운상가, 아그라포트

 

4.락(樂)

- 창덕궁 정자, 선교장, 충재, 문훈발전소

 

사실 건축학과 학생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만한 건축물과 건축가의 프로젝트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건축이론서적이나 교양서적으로 접하는 내용보다 건축과 공간 그리고 사람의 이야기가 가미되어 다소 흥미로운 내용들이 소개된다. 건축전문기자라서인지 글들이 마치 건축물을 밀착취재하는 느낌의 글은 관광명소 혹은 유적지 앞에 적힌 안내글의 정형화된 글이 아닌 관광가이드에게 소개받는 혹은 지역주민이 말해주는 이야기처럼 신선하게 다가온다.

 

국내 건축서적 중 레전드라고 생각되는 서현교수님의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처럼 대중으로 하여금 건축에 관심을 갖게 해줄 책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책의 마지막에 저자는 독자와 손을 잡고 건축가 사무실로 들어간다. 사실 많은 건축학도들은 건축가의 작업, 작품에 대해서는 쉽게 접하겠지만, 사무실의 분위기나 스타일을 알기에는 직접 혹은 주변 지인이 취직하지 않는 이상 쉽게 알 수가 없다.  그래서 하나의 별책부록의 개념처럼 건축가 문훈, 안도 다다오, 리차드 로저스 사무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들 중 문훈, 안도 다다오는 영상과 영화를 통해 조금이나마 알고 있었고, 리차드 로저스는 작년 런던오픈하우스 시즌에 방문한 적은 있었지만 책에 나온 내용은 방문 때도 듣지 못했던 이야기라 상당히 흥미롭게 다가온다. 기회가 된다면 작년에 다녀온 런던오픈하우스에 대한 이야기도 한 번 포스팅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SONY | SLT-A55V

[오픈하우스 당시 리차드로저스 사무실 풍경]

 

책은 건축물에서 부터 건축가 개인에 대한 이야기 끝으로 건축가의 사무실과 철학에 관한 이야기로 우리가 접하는 실체로의 건축을 보여주고 설명하기 보다는 건축과 공간 그리고 인간과의 관계로 건축을 사랑하게된 이유를 설명하는 듯하다. 

 

건축과 친구가 되고 싶거든 구본준의 <마음을 품은 집>을 추천합니다.

 

 


구본준의 마음을 품은 집

저자
구본준 지음
출판사
서해문집 | 2013-02-10 출간
카테고리
기술/공학
책소개
건축은 희로애락의 드라마가 펼쳐지는 극장!처음에는 디자인이 멋지...
가격비교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_0Fany 트랙백 0 : 댓글 1

 

Brother Claus Field Chapel, Mechernich Germany    By  Peter Zumthor

 

건축학부생의 마지막 시간을 알리는 2014년을 맞이하기 위해 설레임을 안고 일주일의 카운팅 시작점인 날에 28번째 생일로 맞이했다.

몇 년 전부터 나의 생일에 그녀도 항상 내 옆을 지켜주고 있다. 그녀의 선물은 항상 반갑다. 왜냐하면 선물을 받고나서 만족하는 시간을 지속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책선물을 자주해주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보기에는 작아보이지만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책 두권을 나에게 선물했다. 나로서는 상당히 반가운 책들이었다.

 

페터 춤토르 분위기, 페터 춤토르 건축을 생각하다.

 

나는 이들 책을 조금씩 살펴보면서 상당히 아껴서 보고 있었다.

그 중 잠깐 시간을 내어서 그 중 한권인 분위기에 대한 리뷰를 작성하고자 한다.

 

페터 춤토르 분위기

: 건축적 환경, 주변의 사물 REVIEW

 

목차가 있을법한 자리에 글귀 하나가 보인다. "분위기는 나의 스타일이다." J.M.W. 터너가 존 러스킨에게 보낸 편지 중 일부의 내용으로 생각된다. 춤토르는 안그래도 얇은 이 책의 내용을 더욱 함축적인 내용으로 표현한다. 그렇다. 춤토르에 있어서 분위기는 그가 갖고 있는 건축의 언어적 해석이 아닌 그의 건축철학과 맞닿아 있다.

 

그는 9개의 키워드를 갖고 사진과 함께 짧은 해석을 통해서 그가 사물 혹은 건축을 다루는 방법이나 분위기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보여준다. 이 책은 춤토르의 2003년 6월 독일문학, 음악 축제에서 했던 강연 내용을 정리한 내용이다. 그래서인지 왠지모를 현장감 또한 느껴지며 춤토르의 목소리와 강연장의 분위기를 몇 장의 사진과 함께 조금은 느껴졌다.

 

사실 책의 내용 중 그는 '건축의 질은 무언인가?'라는 자문자답으로 '나를 감동시키는 건물이다.'라고 말을 한다. 나를 감동시키는 건물이라... 상당히 위험한 발언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는 춤토르이기에 선택이 가능한 말인 것은 분명하다. 과연 그는 자신을 감동시키는 건축을 만들기위해 그리고 그 감동을 건축주와 사용자들에게 어떻게 전달하였기에 저리 당당하고, 다작을 하지 않는 건축가인 그에게 2009년에는 프리츠커상까지 주었을까?

 

춤토르는 아름다운 사람이다라고 표현하고 싶다. 그가 인용한 플라톤의 말처럼 "아름다움은 보는 사람의 생각에 달려 있다."는 그 자신과 사용자 모두를 아름다운 사람으로 만드는 건축가이다. 그 아름다운 마법을 그는 분위기라고 규정한다.

 

 


페터 춤토르 분위기

저자
페터 춤토르 지음
출판사
나무생각 | 2013-10-31 출간
카테고리
기술/공학
책소개
스위스가 낳은 위대한 건축가 페터 춤토르2009년, 스위스 건축...
가격비교

 

물질의 양립성, 공간의 소리, 공간의 온도, 주변의 사물 등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공간의 분위기를 인지하게 만드는 요소에 대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그 중 이제껏 건축을 공부하면서 진지하게 생각하지 못했던 나의 부족함? 혹은 다른관점에 대한 제기에 대해서 언급하고자 한다.

 

"건축은 조형예술인 동시에 시간예술이다." 우리는 시간을 제어할 수 없거니와 스스로 정확히 규정하기 힘든 것이다. 건축 또한 마찬가지다. 건축은 인간으로 하여금 지시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움직이는 느낌, 발견의 여행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한다. 춤토르는 마치 인간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즉 나이를 먹음으로써 인생을 알아가는 모습들을 건축에 빗대어 표현해 사물에도 생명력을 부여하는 작업을 한다. 그리고 그 사물들은 스스로 자기의 모습을 찾아가는 시간의 굴레 속에서 존재하기에 그는 아직도 건축계에서 불리우는 별명인 느린건축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최근에 주변 지인들과 떠난 여행에서 이말을 했다. 왜 우리나라는 감성적인 건축을 보여주는 혹은 그러한 환경을 만들기위해서 보여주는 건축이 많지 않을까? 혹은 왜 부족할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답은 내가하면 되는 것이다. 자신의 감성과 환경을 항상 정리하고 메모 혹은 스케치하거나 등등 나름의 방법으로 기록하는 자세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그래왔었고, 지금 그 과정에서 나는 졸업설계하는 주제의 방향을 내가 항상 관찰하고 주시했었던 방향으로 전개하려고 한다. 마치 이 작업들은 직접적으로 건축의 영향을 미치지 않더라도 나는 전혀 아쉽지가 않을 것이다.

 

왜? 나는 나의 스타일을 만드는 중이기 때문이다.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_0Fany 트랙백 0 :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