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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작년 9월 이탈리아를 18일 간 여행했고, 1월에는 0Fany형도 만날 겸 파리를 다녀왔다. 영환이형이 안왔다면, 난 여전히 파리를 못가봤을 것 같다.

그 외에는 영국 밖으로 여행을 간적이 없었다. 처음 영국에 올때는 유럽여행을 자주 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여행에는 자금이 필요하기에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다.


그 이후 여행을 몇달 쉬었더니 몸이 또 근질근질 했다.

영국 밖 어디로 갈것인지를 고민하면서, 영국 내 당일치기 여행도 동시에 계획하고 있었다. 마치 이탈리아를 가기전에 브라이튼을 갔던것과 같이.

긴 여행을 가기전에 시동을 걸고, 여행 본능을 다시 불태우는 과정이랄까? 그래서 다녀온 곳은 Bath와 Stonehenge. 좋은 여행이었다.


0순위는 스페인, 그 중에서도 바르셀로나였다. 하지만 Luis와 이야기를 하다보니, 스페인은 이미 날씨가 엄청나게 덥다는 것이다. 9~10월쯤에 가면 가장 좋단다. 

뜨겁고 더운 날씨 속에서 또 죽어라 걸어다니며 여행을 할 생각을 하니 끔찍해서 다른 곳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그러고나서 Luis는 마드리드의 집에 다녀왔고, 고작 이틀만에 시커멓게 타서 돌아왔다. 스페인을 가지않기로 한 것은 참 잘한 결정이었다.


일반적으로 영국에서 단기 여행을 많이하는 네덜란드-벨기에를 갈까 생각하다, 여름이니까 좀 시원한 북유럽은 어떨지, 프랑스는 어떨지를 고민했다.

그러다 문득 지도에서 독일이 눈에 들어왔다. 그럴 수 밖에. 스페인, 프랑스를 빼면 눈에 띄게 큰 면적의 나라니까.

지금까지 독일은 그닥 안중에 없었는데, 어쩌다보니 이번엔 독일을 가자고 결정해 버린 것 이다. 독일도 빼먹을 수 없는 나라니까. 


애용하는 구글맵의 장소 저장 기능!! 유럽 곳곳에 별풍선 별폭탄을 쏘고있다.



이번 여행의 컨셉은 근현대 건축물을 보는 것이다. 처음부터 꼭 그래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아니었지만, 검색을 하다보니 독일 곳곳에 보고 싶은 근현대 건축물이 많았다. 자연스레 고전건축이나 미술관, 박물관을 돌아다니고 도시에서 여유를 즐기는 일정과는 멀어졌다.

약 일주일 정도로 기간을 정했고, 각 도시를 느끼고 즐기기에는 너무 빠듯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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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있는 곳을 적어나간 이 지도를 바탕으로 여행의 이동 경로를 짰다. 사실 여행 경로는 출국 몇일 전까지도 조금씩 바뀌었고, 여행 도중에도 다소 변경이 되었다. 여행이란 원래 모든게 기계부품들이 맞춰지듯 꽉꽉 맞아 돌아가는 것은 아니니까.

재미있는 점은, 지도상에서 이렇게 근현대 건축물을 표시한 것만 보아도 여전히 동독과 서독의 경제적, 문화적 차이가 다소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나의 최종 여행 경로다. 뒤셀도르프로 입국을 한뒤 반시계방향으로 돌면서 베를린에서 출국을 하는 경로다.

북부지역과 뮌헨 그리고 로맨틱가도 위의 작고 아름다운 여러 도시를 포기한 것이 아쉬웠지만, 우선순위, 일정, 이동경로 등을 고려한 경로다.

일주일 정도를 예정했지만, 결과적으로는 8박9일의 일정으로 확정했다. 이탈리아때도 그렇고, 일정은 늘 예상보다 길어진다. 이놈에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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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에는 기차를 이용했고, German Rail Pass 7일권을 샀다. 한달동안 7일을 이용할 수 있다. 도시 내에서도 S-Bahn도시광역철도를 탈 수 있어서 매우 유용했다.

도심외곽 지역을 나갈때 버스나 트램을 몇번 탄 것 말고는 이 티켓과 두 발로 이동을 거의 다 해결했다.


독일은 기차와 지하철 등에 게이트가 없이 들어가는데, 표가 없이 탔다가 검표원에게 걸리면 벌금을 물어야 한다.

특히 도시간 이동을 위해 기차를 탔을때는 거의 98% 열차 내에서 표검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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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준비의 과정에서 경로와 교통편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숙박이다.

출발전까지도 여행일정이 계속해서 조금씩 변경된 탓에, 또 주말이면 친구를 만나고 놀다보니 호스텔 예약을 꽤 늦게서야 하게 됐다.

결국은 첫 도시인 뒤셀도르프에는 더이상 호스텔에 빈자리가 없었다. AirBnB도 찾아보았지만 역시나 저렴한 방은 없었다. 

불필요하게 비싼 숙박비를 내고 호텔에서 잠을 잘것인가... 아니면 길거리의 노숙자로 이틀밤을 보내느냐... 그것도 아니면.......


과연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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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의 목적은 근현대건축을 보는 것이었지만, 우연하게도 좋은 친구들을 많이 사귀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오리친구들도. 런던이 갈매기라면 독일은 오리가 많다.

각 도시에서 어떤 친구들을 만났는지도 짧은 기록으로 남길 것이다.


자 먼저, 뒤셀도르프로 가보자!!!


다음 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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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기 좋은 6월


1주일 이상을 집중적으로 한 프로젝트에만 매달릴때가 있다.

그리고 그런 프로젝트가 마무리되고, 몇일이면 끝이 나는 간단한 업무를 하게될때면, 마치 휴식기와 같은 느낌이 든다.

이번주는 그래서 휴식기 같은 한주였다. 하루이틀이면 끝나는 업무를 몇가지 했고, 사무실 컴퓨터의 관리를 앞으로 내가 맡게 되면서 SP누나가 사용하던 컴퓨터를 포맷하기도 하고. 여유로운 한주가 지나갔다.


목요일에는 이소장님과 함께 점심으로 쌀국수를 먹고, 마트에 들러서 사무실에 필요한 물품도 샀다.

몇일 간 바람이 엄청나게 불고 흐리더니, 이제서야 정말 런던의 여름다운 날씨가 찾아왔다.

영국에서 만난 친구 중에 누군가가 유럽의 햇살은 한국과는 다르다는 말을 한적이 있다. 지나치게 뜨겁지도 않고 빛깔도 다르다고 했다.

그때 나는 그 말이, 다소 사대주의적이라고 생각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정말로 한국에서 느끼던 햇살과는 느낌이 다르다.

이걸 굳이 지구과학적으로 해석을 해보면, 위도차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한국에 비해 영국은 위도가 높아서 태양의 평균고도가 낮다.

그래서 한 여름 낮의 햇살이 한국처럼 내리쬐지않고, 석양이 질때 쯤의 낮은 태양고도가 긴 시간동안 유지된다.

결국 덜 내리쬐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시간은 긴 것이다.

거기에 더해, 한국보다 날씨변화가 잦고, 흐리고 축축한 겨울이 길다보니 햇살이 훨씬 더 반갑다. 


쌀국수 먹으러 간 이야기를 하다가 말이 길어졌다

여튼 날씨도 좋고 맛있는 쌀국수도 먹고, 소장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아이스음료의 계절이 왔다~~~~!!



London Festival of Architecture


6월 한달 간은 London Festival of Architecture런던건축페스티벌이 있다.

비엔날레나 엑스포처럼 대규모 행사장에서 열리는 축제는 아니지만, 런던 곳곳에서 건축과 관련된 전시와 이벤트가 열린다.

AA를 비롯한 건축학교들이 전시회를 하고, 여러 건축사무소의 Open house행사가 있기도 하다.


이렇게나 많은 곳에서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자세한 정보는 이곳에서-> http://www.londonfestivalofarchitecture.org/2015_programme/



작년에 나는 그리 많은 행사를 참석하진 못했지만, AA의 파빌리온과 작품전시를 보았고, 초대형 런던시 모형을 가운데에 두고 열린 도시 계획에 관한 전시를 봤었다.

매년 건축가를 선정해 파빌리온을 설치해오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 Serpentine Gallery에서는 이달 말에 2015년의 파빌리온을 공개할 예정이다. 

올해의 건축가로는 스페인 건축스튜디오 Selgascano가 선정되었다.

나의 제안으로이번달 우리 사무실 Monthly Event는 Selgascano의 작품도 볼 겸, Kensington Gardens에 피크닉을 가기로 했다.


작년 Serpentine Pavilion 관람 후기 2014/07/13 - [Teo/Architecture] - Serpentine Pavilion 2014


Victoria&Albert Museum의 중정에는, 작년 Zaha Hadid에 이어 올해에는 Frida Escobedo의 파빌리온이 설치되었고, 나들이를 나온 관람객들이 햇살을 받으며 공간을 그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BOSIM.KR - 런던 빅토리아&알버트 뮤지엄 파빌리온 / 멕시코 건축가 프리다 에스코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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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퇴근 직전, 챔피언스 리그를 보던 Mike가 사무실에 있던 맥주와 얼음을 와인잔에 담아 주었다.

Cool~~~~!!!


이미 너무나 놀기 좋은 날씨와 분위기의 런던이지만, 나는 금요일에 독일로 여행을 떠난다!! 얏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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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간의 근황

여전히 집에 인터넷이 안되서 거의 한달을 일기를 못썼다. 는 핑계고 놀러다니느라 바빴다.

Bath와 Stonehenge를 다녀왔고, 그간 만나지 못했던 사람과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도 했다.


KK형이 새로운 곳에 정식으로 취업이 되어서 우리 사무실을 떠났고, SP누나도 한국에 몇 달간 다녀와야 할 일이 생겨서 사무실을 그만두게 되었다.

런던에 처음왔을 때, 한식당에서 같이 일하던 친구들까지 모두 한국으로 돌아간 뒤, 한동안 외로운 감정이 극심 했었다.

이번에는 사무실에서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다니. 왜 모두 나를 떠나는가.. 심지어 소장님들을 제외하고 이제 한국인은 나 뿐이다. 흑. 외로워..


KK형의 마지막 날에는, 펍에서 다같이 맥주를 한잔하다가 갑자기 흥이 오른 SP누나의 제안으로 모두 같이 노래방을 갔다ㅋㅋ

굉장히 즐거운 시간이었고, 옛날 노래를 많이 알고 있는 나는 소장님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ㅋㅋㅋ




새로운 사람과 일을 한다는 것


Becky에 이어서, 스페인에서 온 Antonio가 새롭게 합류를 했다. 그리고 이번주는 Antonio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Alex나 KK형과 일을 할때는, 나에게 어떤 것을 해야할 지 알려주고 내가 한 것을 확인해 주었다.

Antonio는 실무경험도 있는 엄연한 건축사[각주:1]임에도 아직 우리 사무실의 도면작성 스타일을 모르기 때문에 나로써는 같이 일을 하면서 굉장히 난감 상황이 많았다. 


우리 사무소에서 이용하는 BIM프로그램인 Revit을 쓰면, 하나의 프로젝트 파일을 여러명이 동시에 작업 하는 것이 가능하다. 한 사람이 도면을 수정하면, 자동으로 다른 사람이 작업중인 컴퓨터에서도 변경이 되는 식이다.

내가 우리 사무소 스타일대로 회색으로 그려놓으면, Antonio가 검정으로 바꾸어 놓고, 모델링이 잘못 된 것을 바로잡아 놓으면, 또 이상하게 만들어 놓았다...

Anotonio로서는 우리 사무실의 스타일을 아직 모르고, Revit으로 실무를 한적이 없어서 당연하다.

그런데 또 내 입장에서는 내가 한 작업을 검토받는 식으로 일을 하다가,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Antonio로부터 내가 어떤 점검이나 지시를 받을 수가 없는거다. 

오히려 Antonio가 내 자리까지와서 자기가 무엇을 했다고 나한테 봐달라고 하는 상황이니.. 그렇다고 내가 Antonio에게 이래라저래라 지시를 하거나 가르칠 위치는 아닌 것 같고..

그래서 참.. 애매하고 약간은 비효율적으로 일주일간 같이 일을 했다.


그런 고민을 가지고 있던 차에 KK형과 통화를 하면서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분명 Antonio가 나보다 경력자이고 나이도 많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내가 시킬 것은 시키고 우리 사무소의 스타일을 알려주어야 한다고 했다.

내가 가르친다기보다는 Antonio가 우리 사무소의 스타일을 알 수 있게 하나하나 알려주어야 했던 것이다.

소장님들이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다 알려 줄 수는 없으니, Antonio보다는 우리 사무소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내가 알려주는게 맞는 것이다.

진작에 형과 통화를 했어야 했다.


다음주에는 백소장님께서 내 도움이 필요하고 하시는데, Antonio와의 프로젝트가 완전히 끝난것은 아니라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Monthly Event


이번달 Monthly Event에는 Alex가 와서 Computation Architecture에 대해 PT를 했다.

Alex는 Bartlett에서 Adaptive Architecture and Computation이라는 이름도 긴 공부를 하고 있다.

바틀렛 안에 있는 석사 학위의 전공인데, 실제 배우는 내용은 건축보다 프로그래밍이 주를 이룬다고 한다. 그것을 건축에 활용하는 것은 각자의 몫인 듯.

Alex가 직접 작업을 한 사례들을 많이 보여주었다. 매개변수를 통해 결과물을 생성하는 다양한 방법들을 볼 수 있었다.

사실, Alex의 PT가 좀 길어져서 모니터에 나오는 시각자료들은 꽤나 흥미가 있음에도 PT가 다소 지루한 감이 있었다.

하지만 PT가 끝난 후, 질의응답시간이나 술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에는 굉장히 활발하고 심도있는 대화가 오고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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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를 비롯해 몇몇의 건축가가 파라메트릭 아키텍쳐를 한다고 하지만, 매개변수를 통해 도출되는 결과물을 활용 하는 것이 건축계에 널리 퍼져있지는 않은 상태다.

방법론적으로는 다양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을 뿐, 지금으로써는 파사드 디자인에 활용하는 것이 가장 가시적인 성과일 듯 하다.


앞으로 점점 건축가의 업역이 줄어들 것 이라는 전망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컴퓨터를 활용한 디자인이 점점더 널리 퍼질 수록 디자이너로써의 건축가의 역할은 줄어들게 될것이다.

꼭 컴퓨터에 의한 것 만이 이유는 아니지만, 심지어 RIBA영국왕립건축가협회에서는 전통적인 형태로써 건축가라는 직업은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이벤트에 참석한 사람들의 대화에서도, 파라매트릭 디자인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것과 앞으로 건축가의 업역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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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오월의 점심시간



  1. 스페인은 건축학과를 졸업하는 즉시 건축사 자격이 생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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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서 온 편지

2015.05.30 23:27 from Teo/Diary

광주에서 온 편지 



한주가 마무리되고 퇴근 시간이 다가오던 금요일 늦은 오후. 

사무실로 택배 상자가 배달되었다. 그 상자 안에는 0Fany형이 나에게 선물로 보낸 책이 있었다. 

백희성씨가 쓴 ‘보이지 않는 집’ 이라는 이 책은, 하얀 바탕과 묘한 질감의 표지에 신비로운 디자인을 가졌다. 

적당한 크기와 적당한 무게 그리고 부드러운 감촉의 이 책은 그 물성만으로도 굉장히 설레게 하는 책이다. 


2015/01/21 - [0Fany/Review] - 150121 보이지 않는 집, 백희성



책 사이에서 편지가 삐죽이 나와 있었고, 한 장의 사진도 함께 있었다.

사진을 먼저 들여다보니, 내가 런던으로 떠나온 후 공간학생기자10기가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뒷면에 두번째 선물이라고 쓰여진 짤막한 메모에서 지산동 감성변태 0Fany형의 진한 감성이 묻어났다. 


그리고 편지를 뜯어 찬찬히 읽어내려갔다. 

.. 



0Fany형과 나는 각각 전라도와 경상도라는 상반되는 성향의 지역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학생기자 활동을 통해 모인 10명과 함께하는 여행에서 해가 뜰 때까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늘 우리 둘이었다. 

여러 번의 여행을 통해 더욱 정을 쌓았고, 블로그에 함께 글을 쓰게 되면서 서로의 생각과 감성을 더 깊게 공유하게 되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을 만난다. 

자주 만나는 사람,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각별히 마음이 가는 사람... 

머리 속에서는 그렇게 분류를 한다. 

짧은 시간을 만났어도 가깝게 느끼는 사람이 있고, 자주 만나지 못해도 언제나 가까이 있는 듯 느껴지는 사람도 있다. 

누군가가 유난히 가깝게 느껴지거나 각별히 마음이 가는 데에는, 감정을 깊게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감정을 공유하기 시작하는 중요한 요소는 여행과 글이라고 생각한다. 


팔천구백여km 떨어진 거리와 여덟 시간여의 시차를 두고도 

우리가 서로를 친형제처럼 가깝게 느끼는 이유는, 

그 모든 요소를 함께했고 함께하고, 함께 할 것이기 때문이다. 



2015.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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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둘의 사이를 설명하기로는 굉장히 오글거리고 이상한 글이지만,

먼 곳의 나를 위해 정성을 담아 선물과 편지를 보내준 형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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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becue Party


또 한달이 끝이 났다.

한달이 지났다는 것은 월급이 들어온다는 의미에서, 그리고 내 경험이 또 한달 쌓였다는 점에서 기쁘다.

하지만 런던에 온지 일년이 지나고 나니, 이제 한달한달 지나가는 것이 슬퍼지기 시작했다.

다시 겨울이 돌아올때 쯤이면 런던을 떠나야 하기에, 그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 슬프다.

최소 8개월은 넘게 시간이 남았지만, 워낙에 걱정과 근심을 미리 당겨서 하는 나라서 그렇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으면 걱정이 없겠네' -티벳 속담


5월 중순부터 일을 시작하기로 했던 2명 중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Becky가 이번주에 출근을 했다. 급한 인테리어 프로젝트가 있어서다.

Mike에 이어서 또 한명의 정통 런더너가 우리 사무실에 들어왔고, Alex 자리였던 내 옆에 앉았다.

전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의 영어 중에서 오리지날 영어인 영국 영어가 젤 알아듣기 힘들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다.

한국인에게 익숙하지 않은 발음도 이유이지만, 또 하나는 그들이 굉장히 다양한 표현과 Slang을 즐겨쓰기 때문이다.



School project - 이상과 현실


이번주는 Mike가 담당하고 있는 학교 증축 프로젝트를 도왔다.

실측을 해 온 대로 모델링을 하는 작업과 건축주에게 제안할 옵션 두가지를 그렸다.

학교 프로젝트는 우리 사무실에서도 처음이고 꽤 재미있는 프로젝트가 될 것 같다.

건축주는 더 많은 면적만을 요구했고, Mike는 주진입로와 동선이 불편한 문제도 해결하려고 했다.


모델링을 어느정도 마무리하고 건축주에게 메일까지 보낸 뒤에, 학교에 부속된 보육원에 어떤 마감재를 사용 할 수 있을지 사례조사를 했다.

Archdaily, Architizer, Google 이미지 검색 등을 하다보면 눈을 사로잡는 형태와 재질의 프로젝트가 쏟아진다.

반면에 실제 사무실의 프로젝트는 재정상의 이유로 디자인의 자유도가 상당히 떨어진다.


건축이라는 분야에 발을 담그기 시작하는 대학 1학년을 시작으로 건축가로써의 삶이 끝날때까지, 건축은 늘 이상과 현실을 오가며 줄다리기를 하는 업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학교에서는 너무 이상만 바라보아서 문제이고, 사무실에서는 현실에 허덕이게 되는 것이 고되다. 

그래도 건축가는 늘 꿈을 버리지 않는다. 꿈을 버린 건축가는 건축가로써의 생기를 잃는 것이다.


사무소들은 현상설계팀을 따로 꾸리는 경우가 있는데, 설계경기를 통해 사무소의 디자인 역량을 뽐내고 경쟁을 한다. 

일반적으로, 당선이 되지 않으면 어떤 보상도 받을 수 없기에 영세한 사무소가 그것에 많은 투자를 하기에는 위험도가 높다.

공모전은 꿈이고, 전화로 닦달하는 건축주는 현실이다.


우리 사무실은 공모전에서 수상한 적도 있고, 지금은 많은 중소규모 Residential Project에 집중하고 있다.

많은 프로젝트로 인해, 특히 소장님들이 굉장히 고생이 많으시다. 하지만 사무소는 한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 있다.

내가 계속해서 몸 담을 수 있는 곳은 아니겠지만, 우리 사무소의 미래가 무척이나 기대된다.



Billings Gate Market - 인종과 문화적 다양성


매달 마지막 목요일에 진행하는 Event로 이번달은 바베큐 파티를 열었다!

KK형이 주도해서 진행하게 되었고, 형은 Billings Gate Fish Market에서 새우와 조개, 생선도 사와서 같이 구워 먹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다. 

소장님이 승인을 하셨고 이벤트 당일 아침 6시에 형과 나는 Market에서 만나서 거친 백인 아저씨들을 상대하며 해산물을 샀다.

영국에서 가장 큰 Fish Market이라기에 어마어마 할 줄 알았다. 막상 가보니까 굉장히 크긴 하지만, 노량진수산시장 등의 한국 대형시장보다는 작았다. 훗. 아무래도 우리가 다양한 해산물을 더 많이 먹기 때문일거다. 

19세기에는 Billings Gate Market이 세계에서 가장 큰 수산시장이었다고 한다. 당시 런던은 세계에서 가장 큰 항구 중 하나였으니 그랬을만도 하다.

지금의 위치로 옮기기 전에는 배에서 수산물을 내리던 곳이 시장이었지만, 지금에는 육로를 통해 해산물이 모인단다.


멍게나 해삼 등 한국에서 흔히 보는 해산물은 보이지 않았다.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침 이른 시간에 가야하는데,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저렴하고 싱싱한 해산물을 살 수 있으니 종종 가게 될 것같다.


재미있는 점은, 시장에서 해산물을 팔고 일을 하는 사람은 영국 백인들이고 구매하는 사람은 대부분 다른 민족이라는 사실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서구의 모습과 달리 영국에서는 노동자계층 대부분이 백인이다. 

한식당에서 일하던 때, 매일같이 가던 대형 중국 슈퍼마켓도 관리직과 계산원은 중국인이지만 무거운 짐을 옮기는 노동자는 모두 백인이었다.

전세계에 식민지를 만들고 흑인노예를 부리며, 우월주의에 빠졌던 그들이 동양인 아래에서 육체노동을 하고있는 모습이 참 생경했다.

우리의 편견 속에 자리한 흑인 노동자들의 모습은 주로 미국의 예전 모습일 듯 하다. 아마 미국은 농장 경영을 위해서 흑인노예를 많이 부려야 했기에 유럽권보다 훨씬 많은 흑인 노예를 수입 했을 것이고, 노예제도가 폐지된 후에도 사회적 인정을 받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런던에서 생활하면서 인종에 대한 편견과 다양성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다.

사실, 문화적인 부분에서 인종별 차이의 극복은 어려워 보인다.

흔히 백인문화로 보는 오페라, 미술품 등의 영역에서는 확실히 백인층이 다수다. 반대로 재즈 카페나 연주회 등에서는 흑인 비율이 높다.

오랜 세월, 부모로부터 받아온 문화 향유의 습관이 계속되어 온 것이기에 여전히 차이는 존재한다.

그럼에도 신기한 것은, 당연히 베트남 사람들이 많을 것 같은 베트남 음식점에서, 한국 사람이 많을 것 같은 한식당에서 서구권 인종을 훨씬 많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차이는 차별이 아닌, 다양성으로 장려되어야 한다. 

각자의 문화를 즐기는 것은 문제가 되지않지만, 그것에 배타성이나 우월성이 생기는 것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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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Event - Barbecue Party


이번달 이벤트에는, 평소처럼 사람들을 많이 초대하거나 홍보를 따로 하지 않았다.

주변 친구를 몇명 정도만 데려오는 내부적 행사로 진행했다.

그럼에도 바베큐 파티 여서인지 꽤 많은 사람이 모였다.

KK형과 내가 준비한 고기, 해산물이 꽤 많은 양이어서 남을까 걱정했지만, 많은 분들과 함께 넉넉히 나누어 먹을 수 있었다.


특히 Becky는 친구를 3명을 데려왔는데, 그 중에 한국 분도 계셨다. Becky가 IKEA에서 같이 일했던 분이라고 했다.

두 분이 일을 하던 Sussex 지방은 외국인의 비율이 굉장히 낮은 곳이라 회사에 동양인이 없고, 한국어를 정말 오랜만에 쓴다고 하셨다.

Becky와의 인연으로 우리사무실 이벤트에 오게된 것도 신기했지만, 이야기를 하다보니 SP누나와 대학동기였다! 

하필이면 누나가 그리스로 휴가를 가고 없었지만 다음에 다같이 뵙기로.

역시 한국사회는 정말 좁고, 인연이라는 것이 신기하다는 것을 또 한번 느꼈다. 이제 인연에 대해서는 말하기도 입 아플 정도다.


바베큐 세트를 새로 구입하고, 많은 식재료를 사느라 이번 이벤트는 사무실의 지출이 꽤 컸다.

다행히 손님들이 굉장히 좋아했고, 모두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기에 다행이었다.


아쉽게도 Alex는 학교 일정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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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p Calm and Carry on


Alex가 떠났지만, 사무실은 계속해서 바쁘고, 더 바빠지고 있다.

그간 도움이 필요할때마다 사무실에 간간히 들러주시던 양소장님이 조만간에 Partner로 합류할 예정이고, 2명의 직원도 새로 들어올 예정이다.


이번주에는

사무실에도 한가지 사건이 있었고, 나의 마음을 흔드는 사건도 하나 있었다.


이소장님께서 SP누나가 조사한 Development의 사례를 보다가, 굉장히 눈에 익은 프로젝트를 하나 집으셨다.

우리 사무소에서 몇년 전에 진행했던 프로젝트와 굉장히 유사한 것 같다고 하셨다.

그 몇년 전의 프로젝트를 서버에서 찾아서 비교 해보았더니 정확하게 우리 회사가 초기 계획단계를 진행했던 프로젝트였다. 

우리 회사와 함께 일을 진행하던 Developer가 몰래 다른 건축가와 일을 마무리 했던 것이다!

당시 실시설계까지 우리가 맡는 조건으로 굉장히 저렴하게 계획도면을 제공한 프로젝트였다. 

우리에게 저렴하게 계획안을 받은 후, 그 계획안을 가지고 다른 건축가와 실시설계를 진행해서 프로젝트를 완성한 것이다.

변경된 것 조차 없이 계획안 그대로!

서로간의 신뢰와 약속을 어기고, 설계비를 아끼려고 그런 것이다. 심지어 지금도 우리 사무소와 꾸준히 함께 일을 진행하고 있는 Developer다.

우리 사무소는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쓴 종이값도 안나올 낮은 보수를, 신뢰와 약속을 바탕으로 감내했던 것이다. 한두개의 프로젝트만 함께하는 건축주도 아니었기에.

그런데 이 디벨로퍼는 뒤에서 딴짓을 하고 있었다. 이런 짓이 얼마나 더 있을지 없을지는 소장님들이 다 확인할 수도 없다고 한다.

지금도 여러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고 있는 디벨로퍼이기에, 그와의 관계에 대해 고민을 하고 계신다.


영국은 여러면에서 굉장히 선진화 된 시스템과 문화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우리와 별 다를 것 없는, 아쉬운 면모들과 마주하기도 한다.

이런 상도덕에 어긋나는 일은 한 개인의 행동과 가치관에 의한 것 이지만, 그러한 행동의 바탕에서는 신자유주의가 만들어낸 물신주의 혹은 삐뚤어진 수요와 공급의 차이나 갑을관계에 의한 것일 때가 많다.


중세가 끝나고 근대가 찾아오면서 시대가 바뀌었던 것은 가치관과 기술의 급격한 변화가 왔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애써 근대를 끝내고 현대를 살려고 하지만, 진정 시대의 가치관이 바뀌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왕권과 종교의 시대는 자본에 의해 끝이났다. 그것에 반기를 들었던 사회주의도.

자본, 그 위에는 무엇이 있으며 그 보다 강한 힘이 지배하는 시대가 올까.

진정 새로운 시대를 맞게 해줄 새로운 가치관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나의 마음을 흔든 사건은 목요일 백소장님과의 대화였다.

소장님 두분이 잠깐 사무소 앞에 나가계셨고, 모든 직원이 평소보다 일찍 퇴근을 했다. 나는 혼자 사무실에 남아있었다. 

프로젝트를 잡고 있던 손을 놓기가 쉽지 않았고, 집에 인터넷이 안되기 때문이기도 했다.

사무실로 돌아오신 백소장님이 맥주나 한잔 마시러 가자고 하셨다.

대화를 나누다보니 학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백소장님이 고등학교를 졸업 후 AA에 입학을 하기까지의 과정에는 내가 상상도 못했던 다이나믹한 사건들이 있었다.

주변에서 본 런던 유학생들은 편하게(노력도 있지만, 일단은 집에 돈이 많아서) 온 경우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에, 은연중에 나는 그것을 소장님에게도 대입하고 있었다. 소장님에 대해서 더 잘 알 수 있게 되었고, 더 멋진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한국에 돌아가서 다시 마주해야 할 문제들, 학교에 대한 아쉬움과 진로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소장님은, 건축을 하는데에는 수많은 방법론이 있는데, 본인에게 맞는 것을 찾는 것은 어렵지만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하셨다.

그러고보니 그동안 나는, 건축설계가 나와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의구심에 건축가가 아니라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나의 판단의 근거는 우리학교에서 교육받은 방법론에 의한 건축설계였고 어떤 건축가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부족했다.

AA에서 다양한 방법론을 가진 여러 튜터를 각자가 골라서 수업을 듣는다는 것이 부럽다고만 생각했지, 나에게 맞는 건축의 방법론을 찾아서 건축가가 되리라는 생각에는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그것은 정말이지 우물안에서는 알 수도, 깨닳을 수도 없는 것이었다.

그런 아쉬움과 고민 속에서는, 하루 빨리 외국으로 나와서 공부를 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는 것이 소장님의 말씀이었다.


나에게 남은 학사과정 2년을 마치는 것이, 졸업장을 받는 것 이상으로는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에서 그 졸업장이 굉장히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나는 늘 학교 밖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더 많은 것을 깨닳았다고 생각하기에 그 졸업장을 위해 학교에 갇혔을때 오는 그 답답함이 싫다.

학교는 자양분과 울타리가 되어주지만, 딱 그만큼의 성장만 시켜줄 수 있다. 그 이상은 스스로의 노력과 결단을 필요로 한다.

유학이 되었건 다른 무엇이 되었건, 학교의 남은 2년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나는 어떤 것도 감내할 생각이 있다.


이런저런 많은 고민이 겹쳐, 당장은 무엇을 결단 내리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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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ehouse Cut, London



땅 위에 길이 있지만, 때로는 물 위에 길이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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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남긴 것.


Alex는 예정대로 떠났다.

그의 마지막 날이었던 금요일에 케익과 와인으로 조촐한 송별회를 가졌다.

이소장님은 Alex를 위해 휴대용 전자키보드를 깜짝 선물로 준비하셨다. Alex가 그리스에서부터 가져온 키보드를 꺼내서 두드려 볼 시간조차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찍이 준비해 두셨단다. 

소장님의 선물도 Surprise였지만, Alex도 깜짝 선물을 모두에게 나누어 주었다.

각자에게 어울리거나 관심사에 맞는 책을 하나하나 골라서 포장까지 한 책이었다.

나에게는 함께 대화를 나눈적이 있는 Calvino의 Invisible Cities를 주었다. 아주 흥미로운 구성의 소설이다. 조금 난해하다는 말도 있던데 영어로 내가 이 책을... 꼭 읽어내야지..!!

모두가 함께 적은 편지를 Alex에게 주었고, 나는 파리에서 사온 Le Corbusier 색연필을 주었다.


사무실에서 송별회를 마친 뒤, 우리는 단골 펍으로 갔다.

펍 앞 골목길에 서서 맥주를 여러잔 비웠다. 

런던에 물씬 찾아온 봄 기운을 맞이했고, Alex를 보내는 마지막 시간을 가졌다.


나는 Alex가 우리 사무실에서 대체불가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서버나 컴퓨터에 관련되어서는 Alex를 통해서만 온전히 제어가 되었고, 소장님들과 새로운 비전을 준비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 사무소에서 Alex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 Alex가 결국은 떠났다..


Tender Package를 끝낸 뒤 Alex는 마무리 작업과 인수인계를 준비했고, 나는 백소장님과 함께 또다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래서 월요일이 지나가고 화요일이 지나고 일주일동안 내 옆자리가 비어있었음에도 나는 이전과 다름없이 계속 일을 하고 있었다.


문득, 생각했던 것 만큼 나에게 더이상 Alex를 필요로 하는 순간이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닳았다.

2달반의 시간동안 함께 일을 하고 배운 덕분에, 이제는 나 혼자서도 대부분의 것을 처리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닳았다.

소장님이 할 수 있겠냐고 물어보시는 대부분은 이미 Alex에게 배웠다. 

송별회 자리에서도 Alex가 나를 잘 이끈 덕분에 고작 3학년을 마치고 한국에서 온 내가 기대 이상으로 Tender Package 작성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여러번 화자되었다.


비록 그는 떠났지만, 나는 정말 좋은 사수를 만났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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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주차


이번주는 '하얗게 불태웠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건축주 미팅 준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다음주 월요일 마감에 맞춰 디테일 도면을 완성하기 위해 엄청난 몰입을 했다.

일주일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목요일에는 새벽 3시에 퇴근을 했고, 금요일은 밤을 세서 토요일 새벽 6시에 퇴근을 했다.


이틀간 39시간을 일한 셈이다. Alex나 소장님이 일을 하라고 시킨 것도 아니었고, 퇴근을 안하면서 까지 해야할 의무는 없었다. 

그냥 계속 Alex를 돕고 싶었고 이상하게도 피곤하지가 않았다.

Alex와 즐겁게 일을 했기 때문일거다. 그리고 Alex와 함께 하는 마지막 프로젝트 이기도 해서다.

토요일 늦은 밤에는 퇴근하셨던 소장님께서 갑자기 다시 돌아오셔서는 상세도면 작성에 도움을 주셨다. 레드불과 함께 보이지 않는 에너지도 듬뿍 주고 가신 덕분에 밤을 세면서도 전혀 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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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nder Package를 작성하면서 내가 지금까지 전혀 그려보지 않았던 상세도면을 집요하게 작성해야 했고, 구조에 대한 이해도 필요했다. 

구조도면은 Constructure Designer로부터 받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건축도면도 변경을 거치며 여러번의 조율을 했.



지금까지 나는 건축가가 설계를 해서 도면을 그리면 구조적 해결은 구조기술자의 몫이라 생각했다.

건축가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디자인이나 불필요한 공사비를 지출지 않기위해, 구조적 이해가 필요하다는 정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구조기술자와의 조율 과정을 지켜보면서 많은 것을 깨닳았다.

건축가가 구조적 이해와 구조적 제안을 하지 않으면 건축은 디테일을 잃고, 공간의 완성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단순히 구조기술자에 의해 구조설계를 하면 끝이 나는 것이 아니었다.

구조 도면을 읽어서 구조체에 의한 공간의 디테일이 어떻게 될지를 예상하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새로운 제안을 한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이 과정을 직접 겪으면서 상세도면을 그리고 나니, 구조와 디테일을 등한시 한 나를 되돌아 보게 됐다.

설계에 있어서 구조와 디테일에 대한 애착이 없다면, 집쟁이 건물처럼 영혼없는 건축을 만들어 내는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스레 그것은 좋은 건축과는 멀어지는 일이다.


건축을 소우주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하나의 건축물이 땅위에 서기위한 과정은 마치 한 생명체를 빚어내는 것과도 같다

물리적으로 세워지기 위한 구조와, 인간의 기본 욕구와 요구에 맞추기 위한 설비 그리고 미적 아름다움까지. 

이 모든 것을 만족시키는 하나의 완전한 건물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수 많은 것들을 고려하고 이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건축가는 실로 신에 가까운 능력을 요구받는다. 결국 신은 아니기에 과정에서 항상 문제가 발생한다. 

그것을 바로잡기 위한 열정을 쏟아 붓고, 그로 인한 경험을 쌓으며 조금씩 조금씩 그 경지를 향해가는 것이 바로 건축가의 업이다. 


이런 말을 종종 듣는다. '잘하는 사람이 이기는게 아니라, 끝까지 남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다.'

어쩌면 건축가라는 직업에 딱 맞는 말인 모른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며 건축에 대한 열정으로 자신의 경험과 능력을 쌓아나가며 더 좋은 건축을 만들기위해 애쓰는 사람이 바로 건축가 인 것이다.


건축을 공부하는 모두모두 화이팅!


근데 또 건축을 공부한다고 모두가 건축가가 될 의무는 없다. 우리를 필요로 하는 곳은 많으니까.

열정에 기름을 붓다말고 갑자기 김빼는 말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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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Teo


9주차


월요일부터 Summer Time이 시작되었다.

한시간이 당겨져서 하루가 시작되었고, 덕분에 이제 해가 떠있을때 퇴근을 한다.

여름이 오면 9시는 넘어야 해가 질테고, 모기와 더위가 없는 환상적인 영국의 여름이 시작 된다!


이번 한주는 시간이 정말 짧았다.

금요일부터 부활절 연휴여서 실제로 날짜가 짧기도 했고, 수요일의 건축주 미팅을 준비하기 위해서 월화 이틀을 바쁘게 보냈기 때문이기도 하다.

화요일에는 11시에야 퇴근을 했다.

하지만 뚜렷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인지, 늦게까지 일을 하는 것이 그렇게 고통스럽거나 지겹게 느껴지진 않았다.

오히려 오랜만에 무언가에 몰두해서 바쁘게 움직이는 기분이 썩 괜찮았다.


실시설계 도면을 작성 하면서, Fire Safety Plan이라는 것을 그렸다. 

화재시 출구에서 가장 먼 곳 까지의 거리와 화재 보존 구역에 대한 도면 이었다.


런던은 1666년의 런던대화재 이후로 소방대라는 개념을 처음 발명한 곳인 만큼 화재에 대한 대비가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Party Wall공유벽 이다. 공유벽은 집과 집 사이의 경계임과 동시에 두겹의 벽돌로 세워져 있어서 Fire wall방화벽의 역할도 하게 된다.

이 공유벽이 지붕 위로 돌출된 모습을 볼 수 있는데, Fire Wall Parapet으로써 연이어진 주택 중 한채에서 불이 나더라도 옆집 지붕으로 옮겨붙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두 건물이 하나의 벽을 공유하는 것이 법적으로 불가능 하기 때문에 이런 형태를 볼 수 없다.


SONY | SLT-A57

벽을 공유하며 이어붙은 Terraced house. 사진의 Terraced house는 비교적 최근에 개발업자에 의해 지어진걸로 보인다.



수요일의 건축주 미팅은 잘 마무리가 되었다.

실시설계 도면에 대해서 건축주에게 설명을 하고 상의를 한 미팅이었는데

일반적으로, 계획설계 단계에서 건축주와 여러번의 상의를 하며 계획안을 Council에 제출하게 되고 그 후에 실시도면 작성은 건축주가 일일이 확인하는 경우가 잘 없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의 건축주가 워낙에 프로젝트에 대한 걱정과 관심이 많다. 

하루는 그 걱정과 관심에 비해, 일이 어떻게 되어가는지 정확히 파악이 안되고 예상만큼 빨리 진행이 되지 않아서 답답했나보다. 소장님에게 전화가 와서는 울기까지 했다. 

소장님은 전적으로 이 클라이언트를 위해 모든 것을 도와주기로 마음 먹으셨고 Alex와 함께 특별히 신경을 써서 진행하고 있다.

이제 2주뒤, 도면을 최종 마무리하고 Contractor에게 넘겨야 하기 때문에, 아마 2주간은 Alex를 도와 계속 이 프로젝트를 진행 할 듯 하다.



두번째 월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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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Teo



8주차


월요일은 원래 Alex가 쉬는 날이니 나에게 주고 간 숙제를 하면서 하루를 버텼다.

그리고 화요일.. 이상하게 Alex가 너무 늦는다 싶었다.

10시쯤이 되어서 소장님에게 Alex의 연락이 왔다. 여자친구가 갑자기 아파서 병원이라고 했다.

Alex가 걱정되기도 했지만, 궁금한 것을 물어볼 사람도 없고 같이 대화 할 사람도 없이 또 하루를 보낸다는 것이 참 우울하게 만들었다.

가끔 느끼지만, 알게모르게 나는 누군가에게 감정적으로 의지하는 경향이 있다. 사무소에서는 Alex에게 의지를 하는 편이다.

그리고 돌아온 Alex는 표정은 그리 어둡진 않았지만, 두분의 소장님과 따로 밖에 나가서 대화를 나누었다.

그 다음날에도 다시한번 밖에 나가서 대화를 나누었다.

그래서 아마 Alex가 연봉협상을 하는 것이거나 사무소를 떠나려고 하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장님과 대화를 끝내고 돌아온 Alex에게 무슨 일인지 물어봤지만, 말해 줄 수 없다는 섭섭한 말만 남기고 우리는 업무를 계속 했다.

그리고 금요일 저녁 퇴근시간 즈음..


소장님이 먼저 퇴근을 하시면서, Alex와 내가 진행중인 프로젝트에 대한 염려의 말씀을 몇마디 하셨다.

그러면서 Alex에게 말하길, 우리를 떠나더라도 이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 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때서야 나는 정말 Alex가 떠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Alex와 같이 퇴근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달 후에 떠난다고 한다..


Alex나 이소장님이 아니면 늘 적막감만 흐르는 사무소에서, 말장난도 하고 항상 내가 의지하는 Alex가 떠나면 그 빈 자리는 너무나 클 것 같다.



사실 이번주는 Alex가 떠난다는 사실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가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 할거라 믿었던 런던에서 건축사무소에서 일을 하게 되었지만,

정작 나의 행복감은 그 전보다 낮아진 것 같다.


봄꽃이 피고 있지만, 나의 봄날은 오지 않은 것 같다.


너무 우울한 이야기만 했다.




목요일에는 Monthly Event가 있었기도 하다. 벌써 또 한달이 지났다니.

런던에서 순수예술을 바탕으로 사진작업을 하작가분이 오셔서 PT를 헸고, 우리의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찾아왔다.

자리가 모자라서 서서 PT를 봐야했던 분도 많았다.

나도 두명의 손님을 초대했다. 사진작가분이 PT를 하는 만큼, 사진을 전공한 친구를 한명 불렀고, 우리 사무소에서 실습을 했던 현준이의 친구임과 동시에 나의 이웃주민인 재일이도 불렀다.

런던에서 내가 가장 아끼는 친구는 몸살 때문에 이번에도 참석을 하지 못해서 너무나 아쉬웠다.

의자도 모자라고, 나이가 있는 분들이 많이 오셔서 그런지 지난달 처럼 신나게 술을 마시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대부분의 손님들이 일찍 돌아가고, 몇몇이 남아 12시까지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 달에 한번 있는 이벤트가 참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 좋기도 하지만, 한달간의 고생에 대해 회포를 풀 수 있기도 해서 참 좋다.



금요일 퇴근 후에는, 가장 아끼는 친구가 탕수육과 짬뽕을 같이 해먹자고 집에 초대를 해주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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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금새 런던의 하늘에는 다시 먹구름이 끼었다.


조만간 시간을 내서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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