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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ke가 보여준 디벨롭의 중요성


재미있는 프로젝트가 하나 생겼다.

봄이 오기 전 까지 300명 규모의 학교 기숙사를 완공해야 하는 프로젝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빠른시일에 완공을 해야한다는 것이기에, 모듈러공법을 이용하기로 했다.


나는 도움이 필요할때마다 이 프로젝트를 돕고있다.

프로젝트의 최초에는 소장님이 스케치 한 여러개의 옵션을 3개로 추려서 Mike, Antonio 그리고 내가 각각 하나씩을 맡아 최대 몇명의 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지를 테스트 했다.

아쉽게도, 내가 테스트를 하던 옵션은 가망이 없었다ㅋㅋ 공용공간과 외부공간으로 인해 잃게되는 면적이 너무 많아서 300명을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제한된 대지면적에서 창을 가지는 방의 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내부에 중정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내부에 중정을 가지고 있는 디자인 옵션은 Antonio가 진행하고 있었다.

안토니오가 모듈을 채우고 공간구획을 한 결과는 꽤나 인상적이었다. 단순하면서 깔끔했고 건물 측면에는 방을 배치하지 않아서, 가깝게 붙은 옆건물과 창이 마주보게 될 일도 없었다. 그와 동시에 우리 셋중에 가장 많은 학생을 수용 할 수 있었다.


Mike의 옵션은 Antonio의 것 보다 수용 할 수 있는 학생 수가 적었고, 여러가지 문제점과 부족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난 당연히 안토니오의 안으로 진행 되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디벨롭을 거듭 할 수록, 마이크의 안이 점점더 흥미로운 점을 가지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직사각형의 모듈을 디자인옵션에 채워넣어서 수용인원을 계산했지만, 마이크는 더많은 학생을 수용하기 위해 모듈의 형태를 바꾸었고, 싱글룸과 더블룸이 하나씩 붙어서 또 하나의 모듈이 되는 체계를 만들었다. 덕분에 평평하게 펼쳐져있던 입면이 요철을 가지면서 흥미로운 외관이 되었다. 외부와 접하는 표면적이 늘어났기에 더 많은 방이 채워질 수 있는 형태였다.


마이크는 가끔 책임감없이 프로젝트를 내팽겨치고 퇴근 해버릴때가 있어서, 보조역할 정도를 하던 내가 (머리에서 스팀을 내뿜으며) 프로젝트를 마무리 지을때가 종종 있다.

그럼에도 이럴때 보면 참 열의가 있는 친구이고...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냥 건축에 대한 열정만큼이나 여가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봐야할 것 같다. 소장님과 마이크는 그 부분에서 약간의 가치관 차이가 있다.



안토니오와 마이크의 안을 건축주에게 보냈고, 건축주는 흥미로운 외관을 가진 Mike의 안을 선택했다.


처음에는 분명히 Antonio의 안이 최선이었는데, 디벨롭을 거듭 할 수록 역전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학교에서 프로젝트를 진행 할 때, 가장 재미있는 것은 초기에 컨셉을 잡을 때다. 그 후에 평면을 짜고, 패널을 만들기위한 후반 작업으로 가면 점점 지쳐가게 된다.

하지만, 페이퍼아키텍쳐가 아닌 '건축'을 위해서는 컨셉을 잡는 초기작업보다 그것이 제대로 작동 할 수 있는 '건축'으로 만드는 과정이 더 흥미로울 수 있고 또 가장 중요하다.


창작이라는 것이 모두 그런 점을 닮은 것 같다.

순간의 영감으로 짜잔하고 나타나는 멋진 결과물도 있지만, 처음엔 별 가치없게 느껴졌던 것에 정성이 들어가 다듬어지면서 썩 괜찮은 결과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혹시 내가 맡아서 진행하던 그 가망없어보이던 디자인 옵션도, 마이크 이상의 열의로 디벨롭을 했더라면....??




Open House London 2015


작년 오픈하우스 기간에는 이탈리아 여행 중이었고, 그리고 올해 다시 오픈하우스가 돌아왔다.

영국 총리가 생활하고 업무를 보는 다우닝가 10번지를 비롯해 거킨, 로이드빌딩, 세인트판크라스 등 런던의 수백여개 건물이 이 행사를 위해 공공에게 특별 개방을 하는 행사다.

런던에만 있는 행사는 아니고, 최근에는 서울에서도 서촌을 중심으로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나는 우선 거킨과 로이드빌딩을 가고싶었다. 다행히도 각각 오픈하는 날이 달라서 토요일에 로이드빌딩, 일요일에 거킨이 오픈을 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토요일 오전 일찍 친구와 로이드빌딩으로 갔다. 그런데 기대와 다르게 사람들이 줄을 서있는 광경이나 건물 내부로 들어가는 모습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뭔가 이상한 기분으로 어쨌건 입구를 향해 가보았더니...

유리문에 공지가 붙어있었다. 필수적인 건물 유지관리 작업으로 인해 올해 오픈하우스에는 참가 할 수 없게 되었다는 안내였다...

당일 아침에 이런 식으로, 먼곳에서 부터 찾아온 사람들에게 이런 식으로 공지를 한다니. 참 너무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급한 유지관리 작업이 생긴 것인지 조차 의심스러웠다.

너무 실망스러웠다..

그리고 다음날 거킨을 찾았다. 8시부터 오픈이었고 나는 친구와 약속시간보다 30분 이른 10시반에 도착을 했다.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이미 엄청난 줄이 생긴 뒤였다.

거킨 주변을 도는 것으로 부족해서 거킨을 등지고 빙빙돌아서까지 줄이 있었다. 3시간 정도 기다려야 할거라고 했다.

친구와 함께 입장을 기다렸지만, 오후에 또다른 약속이 있다고 해서, 우리는 그냥 포기를 하고 같이 점심을 먹기로 했다.


그렇다..몇군데 또 가긴했지만 결론적으로 그 어떤 곳도 입장하지 못했다...

더 이상의 후기는 생략한다...


약간의 아쉬움은 있었지만 크게 속상하거나 화가 나지는 않았다. 

사실, 이틀동안 만난 두사람이 블로그를 통해 연락을 주고 받게 된 사람들이다.

두 사람 모두 나에게 처음 연락할때는 한국에 있었지만, 마침내 각자의 결정으로 영국에 오게 되었고 드디어 런던에서 함께 만나게 된 것이다.


JP형을 통해서는 덴마크의 건축대학 환경이나 내가 몰랐던 분야를 알게되었다. 형이 영국에 석사과정을 하러 오게 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들었더니, 역시나 뜻이 있는 사람에게는 길이 열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YE는 영국에서의 어학연수와 인턴을 준비하며 나에게 연락을 한 친구인데, 나보다 어리고 여려보이는 친구가 꽤나 당찼고, 순수한 열정이 예뻐보였다.


주변 사람들 모두가 서로에게 좋은 기운을 주고 받으며,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것 같다. 내가 그들에게 해준 것은 없지만 왠지 기분이 좋다.




Rooftop B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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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런던에서 꽤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중 하나가 Rooftop Bar 다. 쉽게 말하면 그냥 옥상술집이다.

지난번 오케스트라를 보러 갔던 주차장 건물의 옥상에서도 아주 좋은 경치를 보면서 술을 마실 수 있는 Bar가 있었다.

2015/09/15 - [Peckham Multi-story Carpark] 주차타워에서 베토벤 교향곡을 듣다.


이곳은 예전 BBC Television Centre 옆에 있는 주차장 건물이라 BBC Rooftop Bar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벽이 높아서 경치를 보기는 힘들지만, 쇼파나 드럼통의자 덕분에 좀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DJ가 선곡하는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좀더 흥이 나는 분위기였다.


이제 일일최고기온이 15도 내외여서, Rooftop bar를 즐기기에는 점점 힘들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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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대표적 공업지대 Ruhr의 Essen시에는 Zollverein이라는 석탄공장이 있었다.

라인강의 기적을 일구는데 큰 몫을 했고, 독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탄광이었다. 하지만 석탄이 고갈되면서 1986년에 문을 닫고 버려진 땅이 되었다. 에센의 시민들은 일자리를 잃었고, 도시는 생기를 잃어갔다.


10여 년간 일반인이 접근 할 수 없는 채 방치되었고, 시민들도 이 흉물이 사라지길 바랬다. 그 바람대로 지역개발업자가 석탄공장을 모두 밀어버리고 새로운 개발을 하려고 움직였다. 

그러던 중 한 예술가가 이 탄광의 한 켠에서 전시회를 열었고, 산업시대의 유산으로써 이 공장의 가치를 눈 여겨본 사람들은 보존 운동을 시작한다.

이것을 알게 된 주 정부 역시 가장 크고 아름다운 탄광으로 유명했던 이 곳의 가치를 인정했고, 개발업자로부터 땅을 모두 사들인 후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 문화공간으로써의 재탄생 계획한다.


이러한 시민과 정부의 노력으로, 졸페라인 석탄공장은 특색있는 관광지로 떠올랐고, 공업도시였던 에센은 2010년에 유럽의 문화수도로 지정되었다.

깊은 갱도에서부터 석탄을 끌어올리던 거대한 권양탑은 졸페라인의 가장 큰 상징물임과 동시에 루르의 에펠탑으로도 불린다.


런던의 테이트 모던은, 빨간 전화박스를 디자인 한것으로도 유명한 길버트 스콧(Giles Gilbert Scott)에 의해 기능적이기만 한 화력발전소가 아닌, 건축적 아름다움을 가진 건축이었기에 산업시대의 흔적을 간직한 채 새로운 기능이 부여 될 수 있었다.


졸페라인 또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석탄공장으로 불려질 수 있었던 것은 프리츠 슈프(Pritz Schupp)와 마틴 크레머(Martin Kremmer) 두 독일 건축가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생산시설의 환경을 고려해 마스터플랜을 짰고, 랜드마크가 된 권양탑을 디자인하기도 했다. 


이후 졸페라인 재생프로젝트에서 Ruhr Museum은 렘 쿨하스의 OMA, Reddot Design Museum은 노만 포스터, Folkwang Design School은 SANAA의 손을 거쳐 재탄생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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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센에서 졸페라인까지는 에센중앙역 지하에서 출발하는 트램을 타고 갈 수 있다.




Ruhr Museum - Rem Koolha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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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주황색 에스컬레이터가 Ruhr Museum으로 올라가는 입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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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hr Museum에는 선사시대부터 시작되는 루르지역의 역사와 유적을 전시하고 있고, 석탄공장의 노동자들이 사용하던 물품들부터 시작해서 나치에 의해 강제동원 된 피해자들에 대한 기록까지 자세하고 방대한 자료가 있다고 한다. 

입장료가 있고, 석탄공장을 모두 둘러보기에도 나에게는 시간이 부족해서 들어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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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 들어가진 않아도, 다양한 기계설비들이 건물 내에 남아있는 모습은 새로운 공간체험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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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표지판이 없었지만, 나는 혼날 각오를 하고 박물관 옆의 비상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주로 투어프로그램을 신청한 사람들이 투어를 하면서 옥상을 올라가는 듯 했다. 가이드없이 건물 내부로 들어가는 것은 제지를 당했다.

표지판은 없지만, 옥상을 올라가는 것은 막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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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을 옮기던 컨베이어벨트가 지나던 통로는 관람객의 전시시설 내의 이동을 위한 동선이나 산책로로 사용된다.

거대한 구조체의 비일상적인 모습은 상상력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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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움 건물에서 나와, 다른 곳으로 이동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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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le 12(12번 홀)에는 예술가들의 작업장 겸 전시장과 구내식당 등이 있다.

이 식당에서 먹은 것이 독일에서 먹은 첫 소시지였다. 맥주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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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세 구역으로 나뉘어 있고, 두개의 시내버스 정류장이 있을 정도로 굉장히 넓은 면적이다. 구석구석을 모두 둘러보려면 하루종일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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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을 옮기던 선로의 흔적도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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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이라도 변신 할 것 같은, 트랜스포머의 디셉티콘처럼 생겼다. 어떻게 작동하는 걸까 한참을 쳐다봤다. 그 어떤 놀이기구보다도 역동적인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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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은 코크스 가공 공장이다. 코크스를 제련할 때는 냉각수가 필요한데, 이 냉각수를 보관하고 식히던 곳을 스쿠버다이빙과 아이스링크로 바꾼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곳이다.

냉각수 보관 탱크였던 곳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하는 모습은 내가 졸페라인을 처음 알게 된 다큐멘터리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기도 했다.

여름에만 운영이 되고, 지금은 일반 방문객은 들어갈 수 없어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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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바로 냉각수를 식히던 곳이자 겨울이 되면 아이스링크장으로 쓰이는 곳이다. 

Picturesque, Cinemascope같은 단어가 떠오르는, 영화같은 장면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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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SANAA의 건축을 먼저 보고 온 듯한 한 무리의 관광객들은 이 장면을 극찬하면서, 'SANAA라는 건축가가 만들었다는 그 건물은 도대체 뭐가 대단하다는 거냐'라고 반문하며, 폐허가 되었던 산업유산을 추켜세웠다. 수많은 건축학도들이 동경하는 SANAA이지만, 그 관광객의 비평을 나도 부정할 수 없었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단 두명의 남녀만이 이 곳 벤치에 앉아있는 순간을 포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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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앨런의 로맨스 영화 배경으로도 어울릴법한 곳이다.

녹쓴 철과 기름 냄새가 났지만, 아직 영화에서 후각을 전달하는 기술이 상용화 되진 않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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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즈강변의 런던아이 못지않게 멋진 풍경이다. 잡초사이에서 핀 꽃들 마저도 깔맞춤이 되어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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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 프로그램 티켓을 사면, 저 멀리 있는 사람들 처럼 내부도 가이드와 함께 들어갈 수 있는 듯 하다.

저렴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 그럼에도 다음번에는 꼭 투어에 합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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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이 있어서, 넓은 부지를 돌아다니며 배가 고프고 목이 말랐을 관광객들이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코크스 가공 공장의 위용에 정신이 팔려 레스토랑은 사진을 남기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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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을 날랐을 기관차다. 단단하고도 기능적이며 센스있는, 독일스러운 디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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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구역을 잇는 선로가 있던 곳은 녹지띠가 함께 이어지면서, 녹쓴 철과 낡은 건물의 칙칙함 속에서 휴식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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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권양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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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AA의 Design 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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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AA의 작품을 보러가는 길에 발견했다. 처음엔 누군가의 센스있는 낙서라고 생각했는데, 의도된 표지석 같기도 하고 예술작업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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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육면체에 가까운 볼륨과 빵빵이창은 이탈리아 고전건축을 떠오르게 한다. 하지만 불규칙하게 뒤섞인 듯 하면서도 정돈된 묘미. 그게 바로 SANAA 건축의 매력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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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도 깔끔하고 간결하다.

건물내부는 이게 뭔가 싶을 정도로 텅 비어 보인다. 평면을 보면 건축가의 개념을 이해 할 수 있다.


먼저 1층 평면을 얼핏보면, 코어와 회의실이 대공간속에 덩그러니 놓여진 것 같다.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보면, 출입구를 통해 건물 내부로 들어와서 상부층으로 올라가는 수직 동선까지의 빈 공간이 현관의 성격을 갖는다. 도면에서 잘 보이지 않지만 내부에서 촬영한 두번째 사진을 보면 슬라이딩도어가 달려 있음을 알 수 있다. 1층에서 전시나 행사가 있을때 공간을 구획할 수 있겠다. 이렇듯 내부 공간은 건물의 현관 및 이벤트 공간으로써의 역할에 유연성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내가 방문했을때도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다음으로 가장 오른쪽의 평면을 보면, 이 건물이 정사각형의 모듈로 짜여진 것이 보인다. 

가운데의 두 평면에서는 모듈 속에 놓여진 코어가 자연스럽게 공간을 구획하고, 각 층별로 다른 성격의 공간배치를 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무작위와 체계, 그 사이 접점에서 명쾌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 SANAA의 건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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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dot Design Museum - Norman Fo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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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로 유명한 레드닷 디자인 뮤지엄이다. 이 곳은 원래 보일러탱크가 있던 건물로, 노만 포스터에 의해 리노베이션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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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을 지나 내부로 들어가면 바로 기념품가게가 나온다. 티켓부스를 겸하고 있긴 하지만, 너무 산만하고 자연스러운 동선에 방해가 된다. 

뱅크시가 제작한 '선물가게를 지나야 출구'라는 영화가 있다. 예술과 자본주의의 관계를 비꼰 영화이다. 전시시설에서 기념품을 통해 수입을 얻는 것을 무조건 욕 할순 없겠지만, 이런식은 좀 별로다. 포스터의 홈페이지에서 도면을 찾아보니, 처음부터 계획된 것 같다. 건축주의 요구였을까.


원래는 입장료가 있지만, 내가 갔을때는 다음 전시를 준비하는 중이라 입장료 없이 내부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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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건축가가 이 건물 내부에 뭘 바꾼건지 선뜻 잘 드러나지가 않는다. 

구조체와 대부분의 보일러 설비를 남겨두었고, 그 사이로 관객이 이동할 수 있는 동선을 만들었다.

리노베이션 전후를 비교해 보아야지만 무엇을 덜어내고 무엇을 남겼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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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공간 속에 디자인 어워드를 받은 제품들이 여기저기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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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공간감과 기계설비를 유지하면서 전시시설로 탈바꿈 시켰다. 

하이테크적인 표현은 찾기가 어렵고, 노만 포스터의 작업이라고 알지 못하고 본다면 짐작도 못할 작품이었다. 

이미 그 자체로 강한 힘을 가진 건축에 대해 경의를 표하고, 리노베이션 건축가로서 스스로는 모습을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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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파크를 떠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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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파크라고 하면 우리는 보통 놀이공원을 떠올린다. 하지만 한국민속촌 같은 곳도 테마파크 중 하나다.

졸페라인은 새로운 유형의 테마파크다. 검은 연기를 내뿜던 굴뚝 산업의 대표적 건물이, 굴뚝없는 산업으로서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은다는 것은 정말 흥미로운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놀이기구와 수많은 인파로 가득한 놀이공원 보다 설레었다. 비일상적 공간을 경험하고 상상력을 자극하며, 여유를 즐길 수 있는 테마파크 였다.



Landscape Park Nord Duisburg와 Wuppertal도 가보고 싶었지만, 졸페라인을 둘러보는데만도 하루종일이 걸렸다. 게다가 저녁이면 뒤셀도르프에서 만난 친구들과 밤거리를 휘젓고 다니느라 더 바빴다. 하지만 그렇기에 다음에 또 루르지역을 방문할 이유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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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ckham Multi-story Car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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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전, 바이올린 연주가 너무 듣고 싶어서 런던에서 가까운 시일에 있는 공연을 찾아보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한 장의 사진에 시선이 꽂혔다. 

거친 콘크리트와 공연을 하기엔 천장고가 그리 높지 않은 공간에서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하고 있는 것이다.

Bold Tendecies라는 곳에서 주최하는 Multi-story Orchestra Concert가 그것이었다.

런던 남쪽의 Peckham에 있는 약 7층 높이의 주차장 건물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이벤트와 전시 중 하나였다.

입장료는 단돈 5파운드. 표가 매진될까 서둘러 예매를 하고 공연날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본 공연을 시작하기 전, 주차장 건물 이곳저곳에서 연주자들이 오늘 연주 될 베토벤 교향곡 7번에 해설을 곁들여 짦막한 연주를 들려주었다.

거리 공연의 자유스러운 낭만과 클래식 공연의 고상함, 그 중간 어디쯤에서 느끼는 재밌는 공연이었다.


지휘자의 열정적 지휘가 인상적이었던 본 공연은 한시간동안 쉼없이 진행됐다.

이따금 기차소리와 도시의 잡음이 들렸기에 한 순간도 빼지 않고 몰입했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훌륭한 연주를 들으면서도, 런던이라는 거대한 메트로폴리탄 속에서 있음을 인지 할 수 있었기에 이 도시에 더욱 매력을 느끼는 순간이었고, 특별하고 인상적인 체험이었다.


© Bold Tendencies


우리 회사에서는 이런 거대한 Multi-story carpark[각주:1]주거용으로 바꾸는 프로젝트를 하나 진행하고 있다.

런던시의 자가용 억제정책으로 대중교통 이용이 늘어나면서, 활용도가 낮아진 주차장 건물을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한 실험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듯 하다.


그냥 부숴버리고 오피스텔 쯤을 새로 지을만도 한데, 이런 볼품없는 콘크리트 덩어리라 여길법한 건물마저 그것이 가지는 공간적 특성 혹은 구조체를 활용해 새로운 용도로 쓰려는 시도들이 인상적이다.



  1. 여러층으로 된 주차장 건물, 주차타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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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공을 안고 있으려 하지마라


두개의 주택 확장 프로젝트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다.

하나는 4개의 옵션 중에 하나를 건축주가 골랐고, 평면의 세부사항을 조율해 나가고 있다. BIM모델링을 끝냈고 도면 패키지를 만들었다. 

또 하나, 내가 실측을 갔던 집은 1층 확장만을 원해서 비교적 업무량이 적다. 2-3일정도 걸려 BIM모델링을 끝냈고, 세부적인 평면을 그리고 있다.

 

두 프로젝트의 정확한 마감 날짜를 정하지 않고 일을 했더니 효율이 조금 떨어졌다. 

먼저 진행하던 프로젝트를 완전히 끝내지도 않고, 애매하게 남겨둔 채 새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 갑자기, 각 클라이언트가 진행이 어느정도 되었는지를 묻는 연락이 왔다.

대략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약간 서둘어서 먼저 시작한 프로젝트의 도면 패키지를 메일로 전송했다.

나머지 프로젝트는 소장님이 다음주 월요일에 건축주와 만나기로 하셨고, 미팅을 위해 사무실을 나가기 전까지 패키지를 완성해야 한다.

 

만약 내가 서둘러 첫번째 프로젝트를 마무리 지은 다음, 건축주에게  패키지를 보냈다면 어땠을까. 아마 다음 프로젝트 하나에 좀더 차분히 집중을 할 수 있었을 거다. 

두 개의 프로젝트를 어정쩡하게 동시에 진행했더니, 갑자기 어느순간 양쪽에서 쫒기는 상황을 만든 것이다.

다행히 이번에는 어느정도 끝나가는 단계에 있었기에 큰 무리는 없었다.

 

예전에도 소장님께서 해주신 말인데,

가진 공을 모두 내 품에 안고 있으려 하면, 결국은 모두 떨어뜨리게 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넘겨버릴 수 있는 공은 가능한 빨리 줘버려야지 다른 공을 떨어뜨리지 않을 수 있다. 

마치 저글링과 비슷하다. 한 손에 모두 잡을 수 없으면 공 하나를 위로 던져 올리고 그 공이 가까이 내려오기 전에 다른 공을 또 위로 던져야 내려오는 공을 손에 잡을 수 있다.

나는 아직 고작 2개 공으로 저글링을 하는 것도 버벅거리고 있다.

이 두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효율적 시간관리를 통해 저글링을 하는 법을 익혀야겠다.

 


프로젝트 별 시간관리


매일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몇 시간이 걸렸는지를 엑셀파일로 된 타임시트에 작성을 한다.

RIBA[각주:1]에서는 건축가의 업무에, 경력 별로 차등된 시간 당 Fee를 계산한 뒤 서비스 비용을 지불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타임시트를 작성하면 각 프로젝트 별로 투자되는 시간을 알 수 있기에 특히 Director가 직원 관리를 하기에 유용하다.


금요일 아침, 소장님이 내 타임시트를 보시고는, 프로젝트 하나에 과도하게 많은 시간이 투자된 것을 보셨다.

매일 시간을 적는 것을 까먹고는 한꺼번에 대충 채워넣었더니 그랬던 것 같다. 


각 프로젝트 별로 소요된 시간을 매일 수첩에 기록하면서, 시간을 관리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소장님께 이야기를 들었다.

학기 중에도 시간관리를 잘 못하고 허튼 시간을 많이 보냈던 나에게, 시간 관리의 좋은 습관을 들이는 것이 필요함을 절실히 알고 있다.

소장님께서는 수첩에 각 프로젝트별로 소요된 시간을 항상 적으시는 것을 참고 했고, 이제 나도 시간을 체크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습관을 만들어야 겠다.



애정이 없는 프로젝트는 실패를 가져온다


Mike와 CAD로 작성했던 프로젝트는 월요일에 Planning 허가 신청을 넣었다.

그런데.. 몇일 뒤 Planner로 부터 도면을 일부 수정해 달라는 회신이 왔다.

치수를 추가로 넣어달라는 요구와 함께, 스케일바가 빠진 도면에 스케일바를 넣어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스케일은 항상 기본적으로 넣는 것인데, 그걸 빼먹었다..

Mike는 Mike대로 몇년 간 자잘한 수정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끌어온 이 프로젝트에 큰 신경을 쏟지 않았고, 나 또한 별 흥미도 없고 CAD를 써야하는 짜증나는 프로젝트였기에 별 애정이 없었다.

Planner가 요구한 사항을 수정하고 있다보니, 어처구니 없는 실수들이 몇 개 더 눈에 띄었다.

프로젝트를 애정없이 대강대강 하다보면, 이런 실수를 하게 됨을 생각하게 됐다. 애정을 가지고 꼼꼼히 살피는 프로젝트에도 실수가 있기 마련인데,  이런식으로 일을 하다가는 우리 회사를 망신 시킬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혼신지집 포토북을 받다


작년 3월, 0Fany형과 초대되어 갔던 청도의 혼신지 집은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15/07/31 - [0Fany/Review] - 150731 혼신지의 집

내가 런던으로 떠나온 이후, 건축 전문 사진가 헬렌 비네가 DDP와 혼신지 집을 촬영했고, 김현진 소장님은 이 프로젝트로 젊은건축가상을 받으셨다.

그리고 한정된 수량의 포토북으로 만들어진 [혼신지 집]은 판매나 출판없이, 책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보내주셨다. 

나는 멀리 런던에 있기에 애초에 신청을 하지도 않았지만, 해외에 있더라도 신청하라는 김현진 소장님의 SNS글을 보고 난 뒤, 한참 후 신청했다.

김현진 소장님으로부터 수량이나 우선순위 등의 문제로 보낼 수 없을지 모른다는 답장을 받았기에 기대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주에 책이 우리 사무실로 도착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포장을 뜯고, 한장한장 사진을 살폈다. Luis도 책에 관심을 가져서 같이 보았다.

나는 직접 이 주택이 얼마나 훌륭한 디테일을 가지고 있는지 보았지만, Luis는 사진만 보고 그것을 알아채는 것이 신기했다.

나중에 사무실 소장님들도 책을 보고는, 역시나 디테일이 대한 이야기를 하셨다.

아마 난 사진만 봐서는 시공상의 디테일에 얼마나 많은 정성이 들어갔는지는 알아채지 못했을 것 같은데, 역시 다들 나보다 내공이 뛰어난가보다.

건물의 디테일을 책에 잘 담은 헬렌 비네의 사진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이 멀리까지 책을 보내 준 김현진 소장님께 정말 고마웠고, 댓가없이 나눠주신 좋은 기운과 마음을 받아서, 나도 런던에서 좋은 건축들을 만들고 한국에 돌아가야 겠다는 다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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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영국왕립건축가협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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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4일제?!


영국에는 크리스마스와 부활절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큰 명절이나 법정공휴일이 없는 편이다.

대신 Bank Holiday가 있어서 크리스마스, 부활절에 앞뒤로 붙거나 8월 마지막 월요일 등으로 지정되어 있다.

 

뱅크홀리데이는 은행이 모두 문을 닫았던 날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요즘 시내에 큰 은행은 문을 열기도 한다.

자본주의와 경쟁사회의 폐해다. 연휴에 일을 하면 돈을 더 받는다 하더라도 노동환경이 더 가혹해진 것이다.

유럽도 신자유주의와 자본의 논리에 의해 노동자들의 업무 강도가 높아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주말에 문을 열지 않던 파리의 백화점이 주말영업을 하겠다고 발표해서 노동자들의 시위가 있었고, 올해 말부터 24시간 지하철을 운행하려던 런던도 노동자들의 반발과 노동환경개선에 대한 요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반적인 사고로는, 주말에 백화점을 열고 지하철을 24시간 하면 편하고 좋겠다. 데모꾼들 나쁜 놈이네.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많은 유럽인은 노동자의 삶이 힘들어지고 그러한 삶이 내가 될 수도 있으며 자신 또한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요구를 해야 할 때가 있으므로, 이를 지지하기도 하고 파업에 대해서도 관대한 편이다.

일이나 돈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가족과 보내는 시간 그리고 자신을 위한 시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Uniqlo에서 주5일근무 대신 주4일근무제도를 도입했다고 한다. 하루 근무시간이 2시간씩 늘어나서 결과적으로 근무시간은 같다.

개인의 삶의 질에서는 훨씬 더 풍요롭고 생산성도 올라갈 것이다.

한식당에서 일할 때 하루에 13시간씩 빡빡하게 일하고, 한 주에 3일을 쉬었던 적이 있다.

평일에 쉴 수 있었기에, 남들 일할 때 노는 그 여유가 참 좋았다. 특히 주말이면 인파가 몰리는 미술관이나 관광지를 평일에 다닐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았다.

주5일 출퇴근을 하는 사람은 누구나 그렇겠지만, 5일을 일하고 2일을 휴일로 만든 최초의 사람은 참 나쁘다는 저주를 하기도 했다. 3일을 휴일로 만들었어야지!!


마침, 금요일에 백소장님과 함께 퇴근을 하게 되어서, 주4일근무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유니클로같이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갑의 처지라면 가능하겠지만, 우리처럼 갑의 처지가 아닌 건축가에게는 불가능하다는 게 소장님의 생각.

협력업체나 클라이언트가 일할 때, 우리 회사가 쉬면 다른 이들의 입장에서는 짜증이 나니까..

내가 나중에 회사의 사장이 되면 복지를 위해서, 생산성을 위해서 이런저런것을 하면 좋겠다고 상상을 하곤 하는데... 건축사무소를 하지 않는게 최고일지도??

 

점심시간, 잠시 우체국 가는 길에.


 

월요일이 뱅크홀리데이였던 덕에 토요일부터 3일을 쉬었다.

몇 달 전부터 연휴 동안 뭘 할까 고민을 하고, 스코틀랜드를 친구와 갈까 생각을 했으나... 바쁘게 회사 생활하다 보니 별 준비 없이 연휴를 맞이하고 말았다.

런던을 벗어나진 못했지만, Tate Britain에서 오랜만에 좋은 그림도 많이 보고, 간만에 잘 쉰 것 같다.

 


남들 다 도와주고, 소는 누가 키워?!


아무튼 그래서 이번 주는 4일을 일했다.

우리가 한국에 만들어질 타운하우스 계획도면을 그린 게 있는데, 화요일에는 한국에서 CAD로 실시도면을 작성한 그 프로젝트를 PDF로 출력했다.

그렇게 오래 걸릴 일이라고 예상 못 하고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도면이 엄청나게 많은데다가 폰트에 문제가 있어서 꽤 긴 시간이 걸렸다.

결국은 온종일을 잡아먹고 다음날 오전에야 끝낼 수 있었다.

 

나 혼자 진행해야 하는 프로젝트가 2개나 있기에 마음이 조급했다.

그런데 Mike가 바쁘냐고 도와줄 수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도와주어야 할 것 같지만... 프로젝트 두개가 있어서 힘들겠다고 대답했다.

다음날 또 물어보더라. 지금 하는 것만 끝내고.. 아마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떤 일이야? 물어보았더니 저번 주에 내가 CAD로 도면작성을 도와준 프로젝트를 Permitted Development로 허가신청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아... 그냥 네가 하지 왜 내 도움이 필요해 Mike형... Mike는 워낙에 중요한 프로젝트를 여러 개 맡고 있으니 그런 자잘한 일을 하기엔 바쁜가 보다.


영국에서 건축허가를 받을 때는, 몇가지 분류가 있다. 아마 두 가지? 나도 정확히 다 모른다.

기본적으로는 Full Planning이 있다. 도면을 그려서 구청의 건축과 담당 직원에 의해서 승인을 받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에 비하면 법규의 제한보다 승인해주는 직원의 재량이 더 크다. 하지만 이 직원은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도장을 찍을 수 있으므로 우리나라처럼 뒷돈 좀 찔러준다고 허가를 쉽게 받는 일 따위는 없다. 규모가 크거나 중요한 건물일 경우에는 이 직원이 직접 구의회에서 프레젠테이션도 해야한다.

Full Planning은 주변 경관과의 관계가 주안점이다.


두번째로는 Permitted Development 라는 것이 있다. 건축경기 활성화와 건축주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만든 것이다.

주로 주택확장에 관련된 것으로, 최대 몇미터 길이로 확장할 수 있는지 증축은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지 정확한 수치와 방법이 정해져 있다. 

그 조건 내에서 그려진 도면은, 의회나 건축과 직원의 판단을 거치지 않고 무조건적인 허가를 받는다.

법적으로 보장이 되어있으니까.



물론 문서화가 되어있고,  건축허가신청에 관련된 홈페이지(Planning Portal)에서 이해하기 쉽게 잘 설명되어있다.

이런 법체계를 잘 이용해서 한 집의 건축허가를 받을 때도 Permitted로 허가를 받을 수 있는 부분은 Permitted로, 그 이상을 원하는 부분은 Full Planning으로 각각 따로 신청하기도 한다.


정확하지 않거나 잘못 된 정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냥 그런게 있구나 정도로만 읽어주세요.


 

Mike를 도와주는 일은 정말 별거 아니었다. 이미 옆집은 우리가 허가를 받은 상태고, 그것을 조금만 수정해서 신청하면 되었기 때문에 금세 끝났다.

이렇게 금방 끝날 줄 알았으면, 진작부터 기분 좋게 도와줄 걸 그랬다.

남들 다 도와주고, 또 일주일이 하루 짧았던 탓에 정작 내 프로젝트는 진도가 많이 못 나갔다는게 함정ㅜㅜ

 


주말의 첫날, 토요일


오랜만에 혼자 런던을 돌아다니며, 감성적인 하루를 보냈다. 

벌써 가을 타나 보다.


두 개의 기둥

 

두 개의 모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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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짐 그리고 만남


이번주에 내가 진행한 건축 프로젝트는 3개다.

종종 Mike가 필요할때 돕는, 클라이언트가 4년째 질질끌고 있는 주택확장 프로젝트인데 Bloody AutoCad What I hate를 써야한다..

나머지 둘도 Side Extension이나 Loft Conversion을 하는 주택확장 프로젝트다.

이번주도 이런저런 일들도 시간이 금새 지나갔다.



헤어짐


두달 전 처음만난 MD, MK 두 사람이 이번주로 실습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간다.

목요일이 마지막이었고, 따로 두 사람에게 밥을 사주고 싶었던 소장님이 나까지 포함해서 뉴몰든으로 데려가 회를 사주셨다.

런던에서 회를 먹다니. 한국만큼 신선한 해산물이 보기가 쉽지않을 뿐더러, 굉장히 비싸서 먹기 힘든 음식이다.

회를 비롯한 여러 맛있는 한국음식에 소주를 곁들이면서, 두 사람이 실습기간 동안 우리를 도와준 시간들을 돌아보고 격려하고 고마움을 표현하며 훈훈한 술자리를 가졌다.

한국에 돌아가서 다시 만날 날을 약속하며.



 Site Survey를 다녀오다.


금요일에는 처음으로 실측을 다녀왔다.

나 혼자가서 해보라고 소장님께서 믿고 맡기셨으나사이트가 소장님 댁에서 가깝고, 약속시간이 금요일 퇴근 직전으로 잡혀서 소장님과 함께 갔다.

한국에서 작은 한옥 몇 채를 실측한 경험이 있고, 런던의 지금 사무실에서 일하기 전에도 상점하나를 실측한 뒤 Planning 도면을 그린적이 있긴하다.

하지만 주택 하나를 실측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첫 실측은 소장님과 함께한 덕분에 노하우를 배울 수 있었고, 다음번에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어떤 일을 할때는 큰 그림을 먼저 알게 된 후에 세밀한 부분을 보아야 방향을 잃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으며 소장님이 가끔 하시는 말씀이지만 이번 실측에서 나는 또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일을 하는 실수를 했다. 

나의 경험으로는, 집 전체를 먼저 대강 그려놓은 후 실측을 하면 빼먹고 실측을 안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작은 부분부터 하나하나 수치를 재면서, 실제값을 반영해서 모눈지에 그려나갔는데, 그렇게 실측을 했더니 시간이 많이 걸리긴 했다.

내가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을 보신 소장님께서 큰 그림을 먼저 그리고 실측을 하라고 설명 해주신 덕분에 늦지않게 마무리 할 수 있었다.

그동안 다른 사람이 실측 해온 것을 많이 보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모델링도 해보았기 때문에 어떤 치수가 어떻게 필요한지를 알고 있었던 것이 다행이다.

예전에는 내가 경험이 많지 않았기에 그랬던 것 같다.

이걸 바탕으로 다음주에 모델링을 해야하는데, 혹시나 빼먹었거나 실수한 부분이 있진 않을까 걱정된다.




이번 실측을 통해 직접 그 집에서 어떻게 사는 지 있는 그대로를 내 눈으로 본 것이 인상적이었다.

대부분의 영국 주택은 긴 뒷마당을 가지고 있다. 마당이 없는 Flat[각주:1] 등의 집도 있지만 그런 것들은 '마당도 없는 집’으로 격하되어 불린다.

늦은 오후, 가족 모두가 뒷마당에서 햇살을 즐기고 있었다. 간단한 다과와 함께 음료를 마시고 있었고, 주말을 맞아 놀러 온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손자가 혼자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응원하고 있었다.

평면에 Reception Room이라고 적던 현관 옆 방에는 카펫과 쇼파가 놓여져 아늑한 휴식 공간이었고, 뒷마당을 향해 유리문과 큰 창이 달린 Family Room은 테이블과 함께 아이들의 장난감이 어질러져 있었다.

Living Room이 아닌 Reception Room이라는 단어는 영국에서 부동산업자들이 만든 말이라고 사전에 나오지만, 단어의 차이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그 공간을 사용자들이 어떤 차이를 두고 사용하는가 이다. 

영국주택은 방이 작은 편이지만, Living Room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묶을 수 없는 두개의 다른 공간과 뒷마당을 보며, 다양한 성격의 공간을 잘 활용함을 알 수 있었다.

1층은 Reception Room, Family Room 그리고 주방, 그 뒤로는 마당이 있어서 1층 전체가 가족의 공용공간이다. 

그 윗층으로 침실들이 있는데, 집 면적의 절반이 공용공간인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부모와 자식간의 소통이 줄어들고, 세대간의 갈등이 점차 커지는 것은 우리가 사는 집의 공간이 그렇게 만든 것 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영국사회에선 세대간의 격차가 없는 건 아니겠지만.


 



집에 대한 생각


요즘 한국의 미디어에서는 요리가 최고의 주제인 것 같다. 먹방이 대세이더니 백종원의 설탕이 휩쓸었으며 셰프들이 최고의 엔터테이너다.

인간생활의 기본 요소인 의.식.주에서 옷과 먹는 것 만큼은 우리가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수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먹는다는 것, 요리라는 것은 하루에 몇번이나 고민하고 의식하며,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행위다. 

하지만 마지막 ‘주’. 집과 공간에 대해서는 아직 그 중요성을 잘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부동산-재산으로 밖에 보지않는 것이 현실이다.

어떻게하면 집이라는 삶의 공간과 건축에 대해 사람들이 쉽게 생각하고, 그 중요성을 체감 할 수 있을까. 


실측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기 전 잠시 공원에 앉아 맥주를 마셨다.




만남, 8월의 Monthly Event


파트너로 새로 합류하신 양소장님이 최근에 활발한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Kings Cross 뒷쪽, 직접 맡으셨던 프로젝트에 대해 PT를 하셨다.

런던에서 수없이 지어지고 있는 Apartment[각주:2]들의 설계 과정 속에서, Client - Council 그리고 건축가에게 주어진 컨텍스트 그 사이를 오가며 고군분투하는 상황을 잘 느낄 수 있는 PT였다.


이번달에도 새로운 인연과 반가운 사람들을 만났다. 오랜만에 Alex도 왔다.

하지만 이번 이벤트가 나에게 조금 더 특별했던 이유가 있다.

런던의 건축사무소에서 일하면서 적는 이 일기를 보고, 댓글이나 메일을 주신 분들이 몇 분 있다.

그 중에 Nottingham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있는 MJ씨가 이벤트에 오기로 한 것이다.

가끔 연락을 하고 지낸지는 꽤 시간이 지났지만, 노팅햄에서 런던까지 오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무실에 갑자기 미인이 한 분 들어오길래 보았더니, 프로필 사진으로만 보았던 MJ씨와 조금도 다르지 않아서 한번에 알아봤다.

이벤트 중간중간마다 준비를 하고 정리를 하느라 옆에서 많이 신경써주지 못해 미안했지만, 모자란 맥주와 와인을 사러나가는 길에 나와 같이 가겠다고 함께 길을 나서 준 덕분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제 막 졸업을 한 MJ씨는 취업때문에 고민이 많은 듯 했다. 

기업들의 사회초년생에 대한 부당한 대우와 취업문제는 한국과 영국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장님꼐서는 최근 런던의 건축경기가 좋기 때문에, 조금만 시간을 가지고 찾아보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거라고 MJ씨를 응원해 주셨다. 

얼마전에 KK형도 취업이 잘 되었고, MJ씨 또한 잘 될거라 믿는다.

 

그리고 또 한사람, JH누나가 사무실에 왔다.

JH누나는 내가 우연히 사람들을 모아서 펍에 가게 된 날 처음 만났다.

워낙에 성격이 좋은 누나라서 처음 본 날부터 친해졌고, 같이 Wales 여행을 갔던 멤버 중 한명이기도 하다. 

누나는 조경을 전공했지만, 작은 건축사무소에서 도면을 그리고 있다. 

뉴몰든에서 온 누나가 무려 족발과 순대를 사왔다. 한국에서는 새벽12시에도 얼마든지 먹을 수 있지만, 이 또한 런던에서는 먹기 힘든 음식이다.

사무실 식구들, 이벤트를 온 손님들까지 모두 너무나 기쁘게 나눠 먹었다. 

여러모로 누나 덕분에 이날 이벤트가 더 신났다.

 

이전에도 종종 내가 아는 사람들을 사무실 이벤트에 초대 했었다.

이번달에는 얼굴도 본적 없던 MJ씨 그리고 JH누나까지. 한번에 두명이 이벤트에 와주었다.

아는 사람 한명없이 런던 땅에 왔던 내가, 어느새 꽤 많은 인연을 만들었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꼈다.

어딘가를 가게되면, 그 곳에 누가 사는지를 떠올려 보고 연락을 해서 같이 식사나 술을 마실 수도 있게 되었다.

미술관이나 여행을 가는 것은 이제 조금 귀찮기도 하지만, 사람을 만나는 일 만큼은 언제 어느때에도 기다려지고 즐거운 일이다.






얼마전에  SJ누나가, 자신은 사람중독인 것 같다는 말을 했다. 끊임없이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이다. 

나는 그런것은 아니지만, 자꾸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고, 서로 유대감을 가질 수 있는 사람들을 만들고 싶다.

끈끈한 정이 있는 가족과 오랜 친구들이 옆에 없기에, 그 부족함을 자꾸 채우려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핍은 나를 강하게 만들고, 나를 성장시킨다고 믿어왔다. 이 낯선 런던에 나 스스로를 내던진 이유도 그것이었다. 

날씨탓일까. 가끔은 우울할 때도 있지만, 지금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잘 지내고 있다.

 

 

나도 명함이 나왔다.



정보를 모두 지워버리면 더이상 명함이 아니구나.




  1. 임대아파트가 대부분이고 저층 복도형 그리고 각 집마다 복층인 경우가 많다. 1층은 공용공간, 윗층은 사적공간으로 이루어지는 등 영국주택과 거의 동일한 공간구성을 가진다. [본문으로]
  2. 영국에서 아파트먼트는 주로 최근에 지어지는 고층의 고급 레지덴셜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오피스텔과 비슷한 개념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원래 Apartment의 단어는 왕이나 공주 등이 사는 호화로운 방을 뜻한다. 현재 왕실의 공식 거주지인 윈저성의 Royal Apartment도 여왕의 거처를 의미한다. 이 단어가 미국으로 넘어가 흔히 우리가 쓰는 단어로써의 아파트가 되었고, 영국에서는 Flat과 유사한 개념이다. 그리고 최근 영국에서 지어지는 레지덴셜이 Flat과의 차이를 두기위에 Apartment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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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주간 나는 무엇을 하였나


18주차를 마지막으로 무려 11주간 런던건축일기의 업데이트가 없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나의 일기를 보고 있다고들 해서, 그동안 소식을 전하지 못한데에 대한 미안함이 있다.

하지만, 나의 일기를 목이 빠져라 기다렸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거라는 것도 알고있다.


그간 매우 바빴기 때문에 일기를 쓰지 ‘못한' 혹은 ‘않은' 변명이자 근황을 늘어놓아 보겠다.


18주차 일기 마지막에 썼듯이, 8일간의 독일여행을 다녀왔고 3개의 독일건축배낭여행 후기를 올린 뒤 그 역시 중단되었다.


2015/06/24 - [독일건축배낭여행] 0.여행의 준비

2015/06/29 - [독일건축배낭여행] 1.뒤셀도르프의 기억

2015/07/15 - [독일건축배낭여행] 2.예술의 둥지가 된 미사일기지


0Fany형의 광주공원 시민회관 리뷰의 제목인 '습관적인 미완과 책임의 부재'는 나를 지칭하는 듯 했다ㅜㅜ

책임감없이 습관적으로 연재를 중단하는 나의 마음을 콕콕콕콕 찔러댔다. 남은 독일여행기는 차차 쓸 예정이다. 진짜로...



리모델링 프로젝트


요즘은 왠지 모르게 회사의 일들 재미있고, 업무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기분이다. 하루하루가 빨리 지나가는 정도가 아니라, 한주한주가 금새 지나간다.

월요일인가 싶으면 어느새 금요일이고, 주말은 뿅짠하고 사라진다. 다시 월요일이 오면 금새 또 금요일, 역시 주말은 뿅짠.


최근에는 사무실에서 다양한 업무를 했다.

가장 강렬했던 기억 사무용 건물의 리모델링 프로젝트다.

이 건물은 일반적인 회사가 아닌, 특수한 목적과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지금 단계에서, 그곳이 어디인지를 밝혀서는 안될 것 같다. 나중에 프로젝트가 끝난 뒤에 공개하는 걸로!

지명초청공모...라고 말하기에는 거창하지만, 몇개의 건축사무소가 각자의 제안을 발표한 뒤, 실시설계를 진행할 사무소를 선정했다.

반드시 선정되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약 2주의 시간동안 집중적으로 몰입해서 진행했다.

단순히 프로젝트 하나를 하는 것과의 차이점이라면, PT를 통해 건축주에게 우리의 안을 이해시킴과 동시에 다른 사무소들과는 차별화되는 매력포인트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제안에서 중요한 내용은 3가지로 압축 할 수 있을 듯 하다.


1. 건물의 사용자들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지 않고도 내부를 변경하고 증축할 수 있음

2. 합리적인 사무공간과 특수목적의 공간이 각 층별로 위계를 가짐

3. 상징성을 가지는 외형과 다목적 공간


평면과 외관 모두 명확하고 이해하기 쉽게 컨셉이 드러나야 했다.

여러 직원들이 각자 맡은 부분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모두가 모여앉아 아이디어를 모으기도 했다.

일정에 맞춰 좋은 아이디어들과 완성도 높은 프리젠테이션이 준비된 후, 모형과 3D렌더링 이미지까지 준비해서 소장님께서 직접 PT를 하고 오셨다.


클라이언트 쪽에서 조차 처음에는 이 프로젝트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가장 마지막으로 발표한 우리의 제안을 보고난 뒤에는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 안이 굉장히 좋은 평가와 관심을 받은 뒤 사무실로 돌아오신 소장님의 기분은 매우 좋으셨고, 발표를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리고 몇일 전 발표가 났고, 일치감치 나는 예상을 했지만

우리가 선정되었다!!!


건물이 있는 장소가 버킹엄궁전과 Victoria역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어 장소성이 강하고, Council도 Planning에 꽤나 깐깐한 곳이라 여러 난관이 예상되지만, 이 프로젝트를 우리가 완성 할 것이라는 생각만으로도 엄청난 기대와 설레임이 있다.



소장님들과 한국의 한 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님의 인연으로, 두명의 학생이 방학기간동안 실습을 와있다.

프로젝트의 완성도가 높을 수 있었던 이유가 이 친구들 덕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친구들이 아니었다면, 모형은 만들지도 못했을 것이고 나를 비롯한 여러 직원들이 너무 많은 업무량을 짊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함께 일을 하면서 여러모로 서로에게 긍정적인 자극이 되어서 좋다.



적극적인 건축가가 되기위한 프로젝트


또다른 재미있는 업무로는, 우리 사무소에서 미래성장동력으로 생각하고 있는 사업이 있다.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건축디자인이라기 보다는 개발에 가까운 일이다. 


일을 받아야 설계를 할 수 있는 건축가는, 그 점에서 수동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은 일차적으로 도시에 대한 분석능력을 가진 건축가가 그 능력을 활용해서 정보를 생산하고 그것을 팔거나 협업자에게 제공한다.

그리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실제 건축행위가 이루어지면 건축설계를 필요로 하게 되는데, 여기서 다시 건축가에게 수익이 생기는 것이다.

이 프로세스는 스스로가 일을 만들어내는, 적극적 건축가의 모습이라 할 수 있겠다.


나는 도시에 대해 분석하고 잠재적 가치가 있는 곳을 찾는 일이나, 찾은 땅이나 사례를 종합해서 보고서로 작성하는 일을 몇번 도왔다.

건축공간디자인보다 도시에 더욱 매력을 느끼는 나에게는 굉장히 흥미로운 사업이다.


이 사업은 궁극적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필요로 하는데, 소장님께서 나에게 이 일 진행 해볼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이자 제안을 하셨다.

하지만 단순히 하다가 그만둘 수 있는 일이 아닌, 책임감을 가지고 멀리 봐야하는 일이었다.

소장님이 굳이 나에게 제안을 하신 이유는, 건축을 전공했지만 컴퓨터에 대한 약간의 배경을 가진 나에게서 가능성을 보셨기 때문이다.


몇날몇일을 고민했다.

프로젝트 자체에는 굉장한 흥미를 가지고 있지만, 프로그래밍을 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기 때문이다.

업무를 진행하는 사람이 아닌, 업무를 위한 도구를 만드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업무를 진행하는 것에 비해, 도구를 만드는 것은 내향적 성향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성격과 적성이 긴 시간을 인내하며 이 일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자신이 없었다.


그런 고민을 하던 차에 소장님들과 펍에서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 나누게 되었다. 

나 스스로도 결정을 내릴 수 없었던 그 순간에, 깊은 대화를 나누다보니 내 모든 진심이 나왔고, 결국 이 일을 평생 할 수는 없을 것 같다는 말을 하고 말았다. 결론은 못하겠다는 것.


지금에서 돌이켜 보면, 내가 너무 짧게만 내다본 것이 아닌가 싶다.

사실, 도구를 만들기 위한 프로그래밍이 1년 365일 내내 필요한 것도 아니고, 프로그래밍을 겸하면서 나도 그 프로젝트를 얼마든지 진행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책임지고 해보겠다고 대답을 한 뒤에, 정말 나에게 맞지 않다면 발을 뺄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소장님이 원치 않는 결과이고 나 또한 그런 무책임한 약속을 하고 싶진 않았다. 하다가 그만둬서 피해가 생기는 것은 나보다는 회사인데, 그렇게 양심적일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나쁜 생각도 든다.


인생에서 한번 놓쳐 버린 버스는 다시 오지 않는다고 한다.

이미 지나가버린 그 버스가 다시 오지는 않지만, 강한 의지가 있다면 뛰어가서 잡을 수도 있지 않을까. 아니면 다음 버스를 기다려야 겠지만.

지금에서야 나는 뛰어가서 잡아볼까 주춤한다. 그와동시에 다음에 어떤 버스가 올지도 고민한다. 일단 뛰어볼까??? 고민만 하다가 시간이 다 흘러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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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ctorian House를 찍다.


Serpentine Pavillon을 다함께 갔을때, 광각렌즈를 가져가서 사진을 찍었었다.


2015/06/28 - 서펜타인 파빌리온 2015 - Selgascano


그 후 소장님께서, 완공된 프로젝트의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서 사진을 촬영할 일이 있으니 찍어보겠냐고 하셨다. 당연히 Yes, Sure, Of course!

'이게 나의 건축사진 작업 입니다'하고 내세우기에는 부족하지만, 공식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사진을 찍었다는 것이 뿌듯했다.


그동안 글로만 설명하던 Victorian House의 증개축 작업 결과물을 사진을 통해 잠깐 보자면.


평범한 Victorian양식의 Semi-Detached House는 이런 모습이다. 육각형의 절반이 튀어나온 형태가 가장 큰 특징이다.

급격한 도시화 과정에서 만들어진 유형으로, 우리의 도시형 한옥과 탄생배경이 거의 같다.

런던의 주택 대다수가 빅토리안 Semi-Detached나 Terraced House다. 이런 주택들은 족히 150년은 되었다고 보면 된다.


Reception Room(거실 혹은 응접실)은 이런식이고,



Side Extension이나 Rear Extension을 한 부엌은 이런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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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을 개조한 Loft Conversion 후, 침실로 이용하면 이런 모습이 된다.




짧막한 근황들


- 독일에서 모기가 물린 줄 알았던 것이 점점 심해졌다. 알고보니 게스트하우스에서 Bedbug에 물린거였다.. 일주일 쯤을 고생했다.. 

모기가 가려움이 1이라면 Bedbug은 10. 다행히도 옷에 옮겨오진 않았다.


- 주말을 이용해서, 남부해안의 Rye라는 작은 마을과 웨일즈의 Brecon Beacon National Park를 다녀왔다. 영국의 새로운 풍경을 볼 수 있었다.

London, Rye, Wales 그리고 예전에 갔던 Bath. 그 도시의 건물끼리는 유사하지만, 도시 간에는 다른 재료와 형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어찌생각하면 당연한 것인데, 현대의 우리나라 도시 간에는 느끼기 힘든 차이다.


Rye는 여왕도 다녀간 600년 된 여관이 있다. 이름은 여관, 가격은 호텔.  작지만 아름답고 평화로운 마을이었다.



Brecon Beacon National Park에서는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던 풍광에 입이 떡 벌여졌다. 하지만 정상의 높이는 겨우 800m 남짓.

이 곳은 전세계에서도 손에 꼽히는 별을 보기 좋은 곳으로, 밤하늘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있다. 그래서 무진장 기대를 하며 사진 장비도 챙겨갔으나...

그렇게 맑던 날씨가, 밤이 되자 구름이 잔뜩 끼어서 아주 잠깐동안만 별을 볼 수 있었다.....실망... 다음에 다시 또 오라는 의미겠지..





- Mike가 결혼을 했다. 결혼식을 프랑스 리옹 근처에서 치뤘기 때문에, 갈 수는 없었다. 영화 어바웃타임에서 처럼 로맨틱한 결혼식이었을까.


- 새로운 Partner로 양소장님이 합류하셨다. 양소장님은 BIM에 굉장히 해박해서,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에 전직원을 대상으로 BIM특강을 주시고 있다.


- 사촌동생이 런던에 왔다갔다. 서로 시간이 잘 맞지 않아서 내가 직접 이곳저곳을 데려가지 못해 아쉬웠다. 그럼에도 친구들끼리 잘 다니고 돌아갔다.


- 공간학생기자 활동을 할때는 기자님이었던 SJ누나가 워홀비자로 런던에 왔다. 한국에서도 그리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했는데, 둘이 술을 마시며 엄청나게 깊이있는 대화를 나누었다. SJ누나는 나랑 고작 1-2살 차이인데, 나의 고민의 본질적 문제에 질문을 던질때마다 나이가 훨씬 더 많으면서 뻥치는게 아닐까하는 의심이 든다. 자극이 되고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다. 


- 최근에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러려고 꽤나 쫓아다녔으니까. 건축을 전공했거나 건축사무소에서 일하는 사람도 두명 알게되었다. 잠깐 만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좀더 인간적인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친구들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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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벌써 여름이 끝나가고 있다. 아마도 런던에서 보내는 마지막 여름이 되겠지.


요즘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는 것은, 한국에 돌아가야 하는 날이 다가온다는 압박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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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T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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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셀도르프에 도착해서 MJ누나 집에 짐을 내려놓은 뒤, 가장 먼저 갈 곳은 Langen Foundation이었다.

구글맵에서 대중교통 경로검색을 했다. 그런데, 승용차를 타고 가라느니 자꾸 이상한 결과가 나왔다. 

첫 행선지부터 어떻게 가야할지를 알 수 없는 난감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아무래도 구글맵이 이 지역 버스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은 듯 하다. 

구글맵만 믿고 사전에 조사를 철저히 해두지 않은 내 탓이다. 뒤늦게 이 지역에서 사용 할 수 있는 대중교통 앱을 찾아봤다.


독일북서부 지역의 기차와 대중교통은 Rheinbahn라인반(=라인 철도)이라는 회사가 담당하고 있다.

이 회사에서 만든 앱을 이용하면 기차는 물론이고 트램, 버스 등 모든 대중교통 수단의 검색이 가능하다. 라인지역 외에도 독일여행 내내 이 앱을 활용 할 수 있었다. 

구글맵도 독일의 다른 지역에서는 대중교통 정보를 대부분 가지고 있었다. 


구글맵은 목적지까지 거치게 되는 정류장의 이름을 모두 볼 수 있어서 좋았고, Rheinbahn앱은 기차를 몇번 플랫폼에서 타야하는지 나와서 좋았다. (틀릴때도 있으니, 역 내 전광판이나 열차시간 및 플랫폼이 적힌 표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




랑겐 파운데이션이나 Museum Insel Hombroich를 간다면, Dusseldorf Hbf[각주:1]에서 기차를 타고 Kapellen-Wevelinghoven역에 내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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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렇게 아주 횡한. 여기가 기차역이 맞나 싶은 곳에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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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찻길을 건너면 나오는 마을 버스정류장에서 869혹은 877 버스를 기다렸다가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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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면 또 한번,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싶은 곳이다.

내리는 사람이 잘 없는, 고속국도 같은 길이라서 버스가 엄청나게 달릴거다. 나는 결국 한 정거장을 지나쳐서 내렸다...

분명히 랑겐파운데이션 가냐고 물어보고 탔고, 버스는 정차벨을 누를세도 없이 쌩 달려버렸고, 이날 날씨는 엄청나게 더웠고.....ㅜㅜ 

뜨겁게 달아오른 아스팔트 길을 한참 걸어야 했다..

랑겐에 그나마 가까운 버스정류장 이름은 Bergerhof다. 전광판에 다음 정류장으로 뜨면 잽싸게 정차벨을 누르자.


우리의 핵심목표는, 정신을 잘 차리고 내가 그 정류장에 잘 내려야 한다는 것을 향해 나아가면 온 우주가 우리를 도와줄 것이라는 그런 마음을 가지셔야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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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겐 파운데이션으로 가는 길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겁나 멀다........


저기 저 작은 노란별이 랑겐의 위치다. 보이는 것과 같이 광활한 평야의 한가운데에 있다.... 버스가 지나는 큰 길에서는 약 2km 떨어져 있다.

도대체 왜 이 외딴곳에 미술관을 만든 것인가ㅜㅜ

하아.. 사실 다 이유가 있다ㅜ 잠시후에 설명 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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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도 걸어도.... 라는 일본 영화가 생각난다. 조용하고 잔잔한 분위기 속에서 가족 간에 감정의 골이 툭툭 드러나는 그런 영화 였다.

걸어도 걸어도 라는 제목은 영화에 등장하는 노래의 가사이기도 하고, 아무리 애를 써도 가까워 질 수 없는 서로의 관계에 한계를 의미하기도 한단다.

인적이 없는, 평야 한가운데 한적한 길이었지만 작렬하는 태양은 나를 뇌리쬐었고, 걸어도 걸어도 랑겐 파운데이션과 나는 가까워 질 수 없을 것 같았다....ㅜㅜ


사실 2km면 걷기에 엄청 먼 거리는 아니지만, 뜨거운 햇살 아래를 홀로 걸어가는 것은 꽤나 외롭고 괴로웠다..

그러다 어느새, 뭔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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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잠겨있고 내부에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예술가의 작업장 겸 전시장인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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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에 힘을 준 건물도 지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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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들도 불쑥불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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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도착했다.




Langen Foundatuon /  Ando Tad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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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수집가 Marianne Langen, Viktor Meerbusch 부부가 안도 다다오에게 의뢰해서 만든 미술관이다. 2004년에 공개되었고,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모습으로 유명하다. 

주로 일본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이다. 내가 갔을때는 Olafur Eliasson 특별전시가 이루어 지고 있었다. 파리의 루이뷔똥 재단 미술관을 갔을때도 특별전시 중이었는데 묘한 인연이다.

요즘 한참 주목받는 작가라서 그런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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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가 즐겨쓰는 물, 그리고 침묵의 벽 혹은 길.. 이 작품에서도 볼 수 있다.


이 미술관의 실제 규모에 비해서, 시각적으로 보이는 면적은 훨씬 작게 느껴진다.

콘크리트 박스를 감싼 투명한 유리상자는 그리 무거워 보이지 않아서, 마치 물위에 떠 있는 듯 하고 하지만 수면과 닿는 부분의 디테일은 아쉽다

건물의 많은 면적이 지면 아래에 있으며, 거기에 더해 동선을 유도하는 벽에 의해 대부분이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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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의 콘크리트가 강아지 발바닥 같다고 누군가 말한 기억이 났다.

콘크리트가 어떻게 강아지 발바닥처럼 폭신폭신 하겠냐만은, 직접 만져보니 왠지모르게 이해가 되서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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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곳곳에 올라퍼 엘리아슨의 작품들이 배치되어 있는데, 장소특정적 작품은 아니지만 각 공간마다 큐레이팅을 잘 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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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작품은, 거울 뒤에는 풍선같은 공기막이 있고 공기를 밀어넣고 빼는 기계 소리가 나면서 미세하게 팽창과 수축을 반복한다.

관람객들이 가장 많이 멈춰서서 이게 무엇을 의미할까 고민하던 작품이다. 

거울의 수축과 반복에 의해 미세하게 변하는 주변의 모습과, 그 가운데에 위치한 자신의 모습을 보며 관객의 반응이나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 아닐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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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중요한 기능을 갖고있지 않은 저 계단과 둥근 기둥 그리고 십자프레임의 창이 연출하는 장면이 '내가 안도 다다오다' 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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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미술관에서 보았던 엘리아슨의 작업들은 관객으로 하여금 착시나 신비로움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 대부분 이었는데, 랑겐에서의 전시는 그의 내면의 고민이나 생각, 실험이 담긴 작품이 주를 이루었다.

루이비통에서 만큼 대중적이고 재미있는 작품을 기대했던 터라 조금 아쉬웠지만, 엘리아슨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는 기회였다. 



독일의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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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ren, Damen... 어디가 남자화장실일까....

헬렌..여자이름이다! 다멘? 아무래도 Man, 남자 인것 같다!

자신있게 Damen으로 들어갔고.. 소변기가 없길래 일부 고급진 건물에는 남자화장실에도 소변기가 없기도 하니까 그러려니 했다.

볼일을 보고 나와서, 혹시나싶어 Herren도 문을 열어봤더니... 소변기가 있더라....ㅋㅋㅋㅋㅋ

독일어를 한 글자도 공부 안하고 온것을 가장 크게 후회된 순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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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안도 다다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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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을 모두 둘러본 느낌으로는, 특별한 감동이 느껴지는 것은 아니었고 그냥 딱 안도가 만든 건물이었다.

그의 작품 중에 좀더 작품성과 감동이 있는 건물도 있지만, 이 작품은 자기복제 중 하나일 뿐으로 느껴졌다. 최근 안도 다다오 작품에서 반복되는 지적이다. 

나중에 소개하게 될 Vitra Campus 내 그의 작품은 이 미술관보다 10여년 앞서 지어졌고, 유럽 내 첫 작품인데 오히려 그 작품이 더 좋았다.  


자기복제라는 비판을 받는다해도, 안도처럼 뚜렷한 자신만의 어휘를 가진 건축가는 많지 않다. 

자기복제라는 말은 그만큼 확실한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확고한 신념때문인지 그의 작품에서는 늘 자신감이 느껴진다. 자신들의 로고로 가득한 가방을 아무리 찍어내도 잘 팔리기만 하는 명품 처럼, 확실한 브랜딩이 된 상품인 것이다.  


하지만 안도의 작품이 명품이라고 말할 생각은 없다. 실험과 도전을 멈춘 그가 남들보다 앞선 건축가로써 가져야 할 모범적인 자세도 아니다.

초기에 그가 보여주던 기하학적 형태가 만드는 시적 공간의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를 뒤로 한다면, 이제 그는 잘 팔리는 건축가가 되었을 뿐이다.

잘팔리는 건축가에서 주저 앉아버린. 그가 알바로 시자나 피터 줌터. 혹은 노먼 포스터 이상의 건축가가 될 수 없는 이유다.


이것이 이름난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이면이다.




라케켄 스타치온(Raketenstation)


랑겐 파운데이션은 라케텐 스타치온에 있는 미술관 중 하나이다. 

라케텐 스카치온(=Rocket Station)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로켓발사기지 였다. 

냉전시대와 2차대전이 끝나고도 이 곳은 긴 시간, 개발 되지 못한 채 버려진 땅이었다. 


그러다 1982년 독일 조각가 Erwin Heerich가 Insel Hombroich Foundation을 만들면서 이 일대에 부활의 꿈틀거림이 시작된다.

Insel Hombroich는 홈브로이히의 섬이라는 뜻으로 넓은 벌판에 가운데에 마치 섬과 같이 마을과 떨어져 있기 때문에 그런 이름을 지은 듯 하다.

인셀 홈브로이히 재단은 인셀 홈브로이히, 라케텐스타치온 홈브로이히 두 곳의 부지를 중심으로 이 일대의 새로운 탄생을 꿈꿨다.



일본의 나오시마 섬이 예술의 섬이라면, 이 곳 인셀 브로이히는 육지에 있는 예술의 섬이다.

그리고 이 곳은 전시 뿐 아니라 예술인들이 생활하며 작업을 이어가는 장소로도 주목받고 있다.

로켓발사기지였던 곳이, 이제는 예술이 태어나고 자라는 둥지가 된 것이다.


사실, 이곳의 존재를 널리 알리고 시에서 더욱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데에는 안도의 작품이 한몫을 했다.

이름난 건축가를 영리하게 활용하는 것은 때에 따라 도시에 긍정적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 

서울시 DDP는 그 흉내를 내려다가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고서야 많은 것을 깨닫게 했다. 우리 사회가 정말 깨닫기나 한건지 아직 의문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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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케텐 스카치온에는 Alvaro Siza의 작품도 있다. 시자의 작품이 있다는 것은 이 지도를 보고서야 알았다. 지도 가장 윗쪽에 ㄷ자 건물이 그것이다. 

시자의 작품이 여기 있다고는 전혀 듣지도 못했기에, 작품을 보러 가는 길에도 계속 의구심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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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시설이었다는 걸 추측할 수 있게 하는 위병소가 남아있다. 왠지 으스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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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벙커도 있다. 실제 벙커를 리모델링 한 것인지 일부러 벙커처럼 보이도록 만든 것인지 잘 모르겠다. 콘크리트 상태나 내부를 봤을때는 새로 만든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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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Siza-Pavilion이라는 푯말을 발견했다.

푯말도 으스스하다.. 느낌은 꼭 '귀신의-집'



Siza Pavilion, Raketenstation / Alvaro Siza X Rudolf Finsterwal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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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자가 그의 사무실에서 일했던 독일 건축가 Rudolf Finsterwalder와 함께 협업한 건물로, Siza-Pavilion이라고 부른다.

안도의 랑겐보다 4년 가량 늦은 2008년에 완공되었다.


이 건물을 직접 마주하고도, 정말 시자가 디자인 한 건물이 맞나 싶었다. 벽돌을 쓴 것이나 건물의 외향적 형태에서 그가 자주 쓰는 어휘들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파주 출판도시의 미메시스 아트 뮤지움이 가장 익숙한 작품인데 그러한 느낌은 더더욱 없다.

계속해서 갸우뚱하며 건물 입구로 들어갔다. 집에와서 보니 건물 입구에서 사진 한장 안찍었다. 긴가민가하며 건물을 기웃거리다가 사진 찍는 것도 잊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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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빌리온 안에서는 시자의 작품 모형들이 전시되고 있었고, 도면이나 스케치도 상당한 양이 전시되고 있었다. 거의 아카이빙의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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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에서 외부를 조망하던 창이, 외부에서는 내부의 시자 작품을 조망하는 액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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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부속 건물은 주거의 기능을 한다고 한다.


런던 V&A 건축 큐레이터인 Kieran Long은 AR에서의 리뷰를 통해 이 작품을 굉장히 높게 평가했다.

Compare it to Tadao Ando’s Hombroich pavilion and you realise that, while the Japanese is a consummate scenographer, Siza, much the greater architect, connects landscape, shelter and typology in his work


Kieran Long, Curator of contemporary architecture at the V&A Museum

한글로 부드러운 의역을 잘 못하겠지만.. 안도가 원근법적 성취를 이루려는 동안에, 시자는 풍경과 쉘터로써의 기능 그리고 그 형태를 하나로 만들었다는 의미로 볼 수 있을 듯 하다. 

전문은 이곳 에서 볼 수 있다. 



여행 후에야 좀더 공부를 하고보니, 시자가 붉은 벽돌을 이용해서 곡선이 없는 건축을 만든 이유가 어빈 헤리히가 실험한 건물들에 대한 존중이 아닐까 싶다.

헤리히는 조각가이지만, 아이소메트릭 드로잉에 대한 연구를 실제 건물 크기로 실험 하기도 했다. 그 건물들이 홈브로이히에 총 15개가 남아있다.

바로 이 건물들의 외부재료가 모두 붉은 벽돌이며, 기하학적 형태와 몇개의 개구부만 가진 단순한 외관이다.  


그럼 헤리히가 라케텐스카치온에 남겨놓은 작품을 한번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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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자의 파빌리온과 연관성이 보이는가.

우선 시자는 붉은 벽돌을 비롯해 최대한 유사한 재료를 이용해 건물을 감쌌고, 헤리히의 건물들 사이에서 특별히 튀지 않는 건물을 만들고자 했다.

사실 나는 큐레이터 롱의 평가 처럼, Siza-pavilion이 그렇게까지 훌륭한 작품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헤리히가 만들고자 했던 홈브로이히의 풍경을 상상하며, 자신의 철학이 담긴 건축을 맥락 속에 녹여냈다는 점에서는 마음에 드는 작품이다.



라케텐스타치온의 다양한 건축과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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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남아있는 군사시설-감시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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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mund Abraham이라는 건축가가 만든 House of Music. 음악의 집이다.

문이 잠겨있어서 내부에 들어갈 수는 없었다. 음악가를 위해 만든 주거 건물이 아닐까싶다.

지붕에 뚤린 삼각형 개구부의 아랫쪽 꼭지점은 정확히 감시탑을 향하고 있다. 모든 요소들이 굉장히 기하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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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예술가를 위한 집. 헤리히가 대학교에서 순수미술 강의를 할때 제자였던 Oliver Kruse와 일본 건축가 Katsuhito Nishikawa의 작품이다.

간단하고 저렴한 재료로 최소한의 공간을 만든다는 실험성이 있었겠지만, 겉보기에는 그냥 볼품없는 임시 건축물, 일본식 목조건물이다.


하지만 이렇게, 일본과 전혀 관계가 없는 땅에 보란듯이 일본식 가옥이 지어질 수도 있다. 사소한 것이지만, 일본 문화에 대해 서양이 얼마나 동경을 가지고 있으며 일본인들 또한 얼마나 자부심을 가지고 자신들의 것을 자랑스레 내놓는지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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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를 위해 지어진 작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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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한 사람을 위한 집을 만든 일본 건축가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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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판테온의 형태를 따와 만든 작품이라는 글을 본 것 같은데... 

개념적인 내용이 좀 더 궁금하다. 내가 갔을때는 동네 자전거 폭주족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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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케텐스타치온의 한쪽 출구 앞에 세워진 어빈 헤리히의 작품.



헤리히가 홈브로이히에서 꿈꿨던 것은 무엇일까.

자신만의 예술적 성취? 여러 예술인이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커뮤니티? 아니면 단순히 버려진 땅을 살려야 겠다는 책임감 같은 것이었을까.

영어도 부족한 내가 독일어로 된 자료를 헤매고 다니기에는 많은 정보를 찾아내기가 힘들었다.


내가 찾아간 날은 평일이고 햇살이 너무 뜨거운 날이었기에 방문객이 많지않아 그랬는지, 조금은 횡하게 느껴졌다. 

건물 곳곳에서 사람의 흔적은 있었지만 활발한 움직임이 있는 곳은 아니었다.

예술가들이 작업을 하는 곳이기에 꼭 활발해야 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나는 이 곳이 가까운 시일에 미술애호가들과 관광객이 많이 찾을 것 같다는 확신에 가까운 예감이 들었다.


부지 곳곳에 놓여진 건물들을 하나하나 찾으러 다니는 재미는 마치 보물찾기를 하던 어린시절과 같은 기분이 들게했고, 건축과 예술이 어우려지며 만들어내는 이곳만의 특색이 점점더 많은 사람들을 이끌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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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케텐스타치온에서 예상보다 훨씬더 많은 시간을 보낸 바람에 인셀 홈브로이히는 돌아볼 수 없었다. 

여행 마무리쯤에 늘 하는 다짐 - 다음에 또 다시 오는 걸로...!



다음편에서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한 졸페라인 탄광을 소개할 예정이다.






  1. Hauptbahnhof(중앙역)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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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런던 Whitechapel에서 버스를 타고 Stansted 공항으로 향했다. 이젠 새벽에 버스를 타고 스탠드스테드 공항을 가는 일이 꽤 익숙하다.

자주 만나는 친구가 나와 비슷한 시간에, 그것도 같은 공항에서 오스트리아 가는 비행기를 타게 되어서 잠깐 공항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 뒤,

부랴부랴 German Wings의 비행기를 타고 뒤셀도르프 국제공항으로 갔다. 조종사가 비행기 추락시킨 그 저먼윙스 맞다...


저먼윙스가 라이언에어 보다는 비싸지만, 뒤셀도르프 국제공항으로 가기 때문에 시내로 접근하기에 더 편리하고 셔틀버스 요금도 안들어서 오히려 교통비는 절약되었다.

라이언에어는 비EU국가 시민은 온라인 체크인을 했더라도, 공항 창구에서 비자확인 사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저먼윙스는 온라인체크인 후 보딩패스를 프린트 해가면 다시 또 체크를 받을 필요가 없어서 편리했다. 도대체 라이언에어는 왜 비자 및 여권체크를 두번 하는거지?

저가항공사 답게, 국제선 임에도 불구하고 물조차 사먹어야 한다. 

독일로 돌아가는 비행기라 승객이 많지 않아서 널널한 비행기를 조용한 분위기에서 타고 갈 수 있었다. 앞좌석과의 간격도 넓직했다. 


비행기로 뒤셀도르프를 갈때 유의해야 할 것



게으름을 피우다 뒤셀도르프 호스텔의 빈자리를 모두 놓친 나는...  시급한 대책이 필요했다. 첫 도시부터 노숙을 할 수는 없지않나.

이탈리아 비첸차를 소개하는 글에서 AirBnB로 현지인의 집에서 숙박하는 것을 짧게 소개한 적이 있다. 

2015/02/16 - [이탈리아여행] 햇빛보석을 품은 도시, 비첸차

하지만 이번엔 에어비엔비조차 저렴한 방이 없었다. 아마 이때 뒤셀도르프에서 무슨 행사라도 있었나보다.


더이상 선택권이 없으니, 호텔이든 AirBnB든 가난한 여행자에게는 다소 사치스러운 숙소라 할지라도 얼른 예약을 해야할까.. 

위기는 기회라고 했던가. 그때 나에게 떠오른 묘안이 있었으니..!

이번 글을 통해 새로운 여행의 기술을 소개 하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Couch Surfing!


Couch Surfing



- 카우치서핑의 역사

카우치서핑은 보스턴의 케이지 펜튼이라는 남자가 아이슬랜드로 여행을 가기 전에, 좀 더 싼 여행을 위해서 1500명의 아이슬랜드 대학교의 학생들에게 자기를 재워줄 수 있냐는 메일을 보냈는데, 50여통의 재워줄 수 있다는 답장을 받게 됨으로써 시작되었다. 보스턴으로 돌아온 케이지 펜튼은 카우치 서핑 프로젝트를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Wikipedia]

http://www.couchsurfing.com/

- 카우치서핑이란

소파를 통해 파도타기를 한다는 그 이름처럼, 현지인의 집에서 소파나 남는 침대 등을 빌려서 숙박을 해결하는 방법이다.

AirBnB와 다른 점은, 숙박비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편안한 잠자리가 보장되지 않을 수 있고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노출 될지도 모르는 불안을 갖게된다.


카우치서핑은 비영리 커뮤니티다. 궁극적인 목적은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특히 현지의 문화를 현지인을 통해 경험하며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구성한다는 데에 있다.

보통 카우치서핑의 호스트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자신의 도시를 안내해 주려는 순수한 목적으로 소파나 빈방을 내어준다. 그리고 그런 친절을 경험한 게스트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면 본인 역시 호스트가 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여자 게스트는 남자 호스트의 집에 머무는 것에 다소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낯선 사람의 집에 들어가는 것은 어쨌건 위험이 있기때문에, 이용자끼리 서로의 후기를 남기고 페이스북 아이디를 연동시켜야 하는 등 커뮤니티 내의 예방조치가 있다.

그렇다 해도, 갑자기 호스트와 연락이 안되거나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 할 수 있기 때문에, 카우치서핑을 할 수 없게 되었을 때의 대안책을 마련해 두어야 한다는 것이 유경험자들의 말이다.


매번 여행마다 시도에만 그쳤던 카우치서핑에 다시 도전해 보기로 했다. 홈페이지에서 뒤셀도르프의 호스트를 찾아봤다.

그러다 뒤셀도르프의 호스트 중에 한국인 한 분을 발견 했다. 자신을 소개하는 글에서, 왠지모르게 좋은 분일거라는 예감이 들었고 연락을 했다.

나를 소개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해, 런던의 건축사무소에서 워홀비자로 인턴을 하고 있고, 독일의 건축물들을 보려고 뒤셀도르프에 들른다는 것을 알렸다.

그리고 얼마뒤 답장이 왔다! 마침 이 분이 런던으로 유학을 고민중이셨고, 런던에 대해 물어보고 싶은게 많다며 선뜻 초대를 해주셨다.


그렇게 뒤셀도르프에서 MJ누나를 만나게 되었다.

남자와 여자. 선입관을 가지고 본다면, 누군지도 서로 모르던 남녀가 같은 방에서 잔다는 건 좀 이상한 일 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순수하게 새로운 사람을 사귀고 여행비를 아낀다는 점에서, 그리고 우리 모두가 지구를 여행하는 여행자라 생각한다면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동반자이다.

그렇다. 변명이 구차하다. 어째든 누나 덕분에 Levent, Teoman, Gero등의 친구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뒤셀도르프에 대한 행복한 기억을 남길 수 있어서 좋았다. 


레벤트와 라인강변에서. 뒤셀도르프의 모기는 매우 Strong하다..!  ©MJ


MJ누나도 스페인 여행에서 처음 경험한 카우치서핑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서, 자신도 집으로 돌아와 카우치서핑을 시작했단다.

한번은 바르셀로나에서 찝쩍거리는 남자 호스트를 만나서 실망스러운 경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사정을 카우치서핑 커뮤니티에 올렸고, 다른 친절한 호스트에게 다시 초대를 받아서 다행히 잘 지내다 올 수 있었단다.


카우치서핑을 통해 만난 친구들과 보낸 시간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첫 카우치서핑의 좋은 기억 때문에, 드레스덴에서도 카우치서핑을 시도했지만 호스트가 답장이 너무 늦게와서 아쉽게도 성사되지 못했다.




뒤셀도르프의 건축


뒤셀도르프도 독일의 다른 도시들과 비슷하게 전쟁으로 인해 절반 이상이 폐허가 되었다. 

오래된 건물이 무수히 많은 런던에 있다가 뒤셀도르프로 갔더니 확실히 분위기가 달랐다. 전쟁 후 지어져서 60년 내외의 콘크리트 건물이 많았다.

그런 이유 때문에 같은 유럽임에도 영국보다 시간의 켜가 쌓인 건물의 수가 적고, 재미없는 회색빛 건물만 가득한 구역도 흔했다.

그래서 독일의 도시에 대한 첫 인상이 좋게 다가오진 않았다. 


전쟁이 끝난 후 뒤셀도르프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의 주도로 지정되었고, 그 덕분인지 도시의 규모에 비해 볼 만 한 건축물이 몇 점 있다.

계획 했던 모든 곳을 갈 수도 없었고, 더 좋은 건물들이 있겠지만, 내가 보고 온 건물 중에 몇 곳을 소개하고자 한다.



- 뒤셀도르프 극장 (Düsseldorfer Schauspielhaus) / Bernhard Pf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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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국제공모전에서 당선 된 Bernhard Pfau라는 건축가에 의해 1970년 완공 되었다. 

이 건물은 건축가가 유명하거나 건축사적으로 중요한 건물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Windows7의 배경화면 중 하나인 것으로 가장 유명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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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건물은 아님에도, 외벽이 흰색이다보니 깨끗이 관리하기가 쉽지는 않은 것 같다.

내외부 모두 흰색 페인트가 칠해진 빌라 라로슈를 방문 했을때, 벽에 기대거나 물건이 닿지 않도록 조심 해달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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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건축에서 흔히 보이는 요소와 어휘들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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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이 건물은 유기적 건축의 형식이라고 설명 되었다는데... 내부공간과 동선 그리고 외부가 형태 상에서 서로 유기적이라는 것은 수긍이 가지만, 유기적 건축이라고 자신있기 말하기엔 좀 부족하지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유기적 건축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하기도 하고,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일부 작품에서만 적확하게 들어맞지 않을까싶다


전면의 횡한 광장과는 다르게, 뒷쪽에는 잘 꾸며진 공원이 있다. 추측하건데, 건물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있었던 공원인 듯 하다.

푸른 잔디와 나무 덕분에 공원에서 보는 건물의 모습이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푸른 잔디와 파란 하늘 사이에 떠있는 듯한 흰 구름. 자연과 유기적인 건축이 되기 위해 의도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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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쾨-보겐 Kö-Bogen / Daniel Libesk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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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리베스킨트가 설계한 대형 쇼핑몰이다. 이 건물 자체가 Kö-Bogen쾨-보겐이라고 불리는지 지역이 쾨-보겐 인건지 잘 모르겠다.

Breuninger라는 기업이 운영하는 쇼핑몰 인듯 하다. 쭉쭉 찢어진 대각선이 리베스킨트 건물임을 알려준다. 내부를 돌아다녀 보질 않아서 공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Canon | Canon EOS-1Ds Mark III


굽이치는 곡선은 뒤셀도르프 극장의 대한 존중이었을까. 가로변에 생동감을 주는 역할도 하고 있어서 썩 나쁘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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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무겁지 않아보이기 위해서 창과 얇은 수평 루버의 디자인에 신경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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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으로 수공간이 있어서 쇼핑을 하던 사람들이 햇빛을 쬐이며 휴식을 취하기에 좋아보였다.



- 뒤셀도르프의 분위기와 짜투리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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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셀도르프에는 소니 픽쳐스 등 일본 기업의 본사가 많이 있어서 독일에서 일본인이 가장 많이 사는 도시라고 한다. 

한국인을 비롯한 동양인도 많이 살고 있으며, 일본식당은 물론이고 한식당이나 한국식료품점을 흔히 볼 수 있다.

일본 기업 외에도 미디어기업이나 패션기업이 많이 입주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고급스러운 취향을 가진 소비자가 많아서 고급 부티끄와 레스토랑 또한 많다고 한다.

 

그럼에도 도시의 크기는 그렇게 크지 않아서, 조금 걸으면 도시를 대부분 둘러볼 수 있다. 같이 다니던 현지 친구들이 하루에도 몇번이나 길에서 친구를 우연히 마주쳐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봤다. 그렇다고 시골 읍내마냥 좁은 건 아니다.

사진에서처럼 이런 짜투리 공간에서 도시의 분위기를 즐기는 모습도 정감 있었다.





- Neuer Zollhof / Frank Geh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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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셀도르프의 Medienhafen 이라고 불리는 지역에는 각각 다른 외피가 입혀진 세개의 프랭크 게리의 건물이 있다. 1998년 완공되었다.

Medienhafen은 영어로 Media harbor로, 지금도 요트나 배들이 정박되어 있지만,  항구였던 곳이다. 기존에는 창고가 많았지만 재개발 이후 지금은 미디어회사를 비롯한 패션, 디자인 회사가 밀집 되어있다.

라인강과 함께, 정박된 배들이 보이는 좋은 풍광 덕분에 고급 레스토랑들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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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고 마감과 붉은벽돌 마감 건물이 양쪽으로 서있고, 가운데에서 스테인레스 스틸 건물이 그 둘을 반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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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면은 굽이치지만, 창은 가능한한 고개를 쭉 빼고 항구와 라인강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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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건물은 그 형태와 재료에 의해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지만, 1층에서는 레스토랑이나 카페가 운영되면서 도시의 보행자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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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점은 프랭크 게리가 작업을 하기 전, 자하 하디드가 공모전 우승자로 선정이 되었었다는 사실이다. 지금도 하디드의 홈페이지에는 이 계획안이 올라와 있다.

모형사진이 그 계획안인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결국은 게리의 디자인으로 지어졌다.


하디드의 디자인은 강한 조직문화가 있는 기업의 오피스 건물같다는 느낌이 든다.

게리의 건물은 평범하지 않은 그 이상으로 괴상한 형태이지만, 작고 같은 크기의 창이 반복되기 때문인지 좀더 친밀한 느낌이다. 그리고 각 창마다 사람들이 살고 있을 것 같고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 것 같다. 주거를 위한 건물이라는 인상을 준다. 사실 게리 건물로 이정도면 얌전하다. 


처음 뒤셀도르프에서 이 건물을 봤을때는, 불필요하게 비뚤어진 곡선으로 낭비되었을 공사비와 수고를 생각하며, 이 건물을 깍아내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다시 사진을 보면서 생각을 하다보니, 그리고 하디드의 안을 보고나니.. 꽤 나쁘지 않은 오피스 건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 하디드껀 별로였어.

관청으로 이런 값비싼 건물을 지을 수 있었다는 사실도 놀랍다. 폐허가 된 도시에 활발한 분위기와 다채로운 디자인을 주기위함 이었을까. 시민들의 반대는 없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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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리 외에도 시선을 사로잡는 건물들을 볼 수 있다. 항구 였음을 기억하게 하는 형태도 있고 설치작품을 통해 생동감을 주고 있는 건물도 있다.

런던의 카나리워프도 항구였던 곳이 지금은 금융회사들이 집중 된 구역이 되었는데, 둘을 비교해서 보는 것도 재미있다. 하나더 덧붙여 비교해 보자면 파리의 라데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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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강의 기적.. 여기가 바로 그 라인강이다. 그리고 라인타워에서 그 강을 내려다 볼 수 있다.



- Altbier알트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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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셀도르프는 Altbier알트비어(Old Beer)로 유명한 곳이다. 독일에서도 북서부 지역을 벗어나면 보기 힘든 맥주다.

알트비어는 켈트족과 게르만족이 신석기부터 만들어 오던 맥주가 이어진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고, 저온에서 발효되는 Lager와 비슷하지만 그보다 전의 발효방식을 가진 맥주라서 오래된 맥주Altbier라고 부른다는 이야기도 있다.

에일 효모가 사용되는데, 독일 북서부의 서늘한 기후 덕분에 더 낮은 온도로 발효와 숙성이 이루어 진다고 한다.

에일과 라거의 두가지 성격을 모두 가진 덕분에, 에일의 쌉쌀한 맛과 라거의 바디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가까운 도시인 쾰른의 쾰슈가 좀더 유명한데, 뒤셀도르프 사람들은 알트비어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히 강해서 누가 쾰슈를 마시면 이상하게 쳐다본다고.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맛이 별로였다. 내 개인적으로는. 그래도 영국에서 간혹 맛보는 더럽게 쓴 에일 보다는 나았다. 

그렇게 쓴 에일을 즐겨 먹는 사람들도 있으니, 뒤셀도르프 사람들은 깊은 역사의 풍미와 바디감이 있는 이 맥주를 고집하고 자부심을 갖는 것이 이해는 간다.

구시가지에는 지금도 몇몇 양조장이 남아있고, 그 앞에서 알트비어를 맛보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뒤셀도르프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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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도시인 뒤셀도르프에서의 이틀은 날씨가 참 좋았다. 좋은 정도가 아니라 햇살이 너무 뜨거워서 바로 선크림을 사야했다. 

그 이후에는 흐리거나 비가 왔고, 돌아오는 공항에서 액체류 100ml 제한 때문에 선크림은 고대로 쓰레기통으로 들어갔지만.


이틀밤을 계속 뒤셀도르프의 친구들과 늦은 새벽까지 놀러다니느라, 뒤셀도르프에서 보려고 했던 건물을 몇개 보지 못했다.

그 다음날 피터 줌토르가 설계한 아주 작은 교회를 보러 시골마을로 가는 일정도 포기해야 했다. 애초에 찾아가기 너무 힘든 곳이긴 했다.

하지만 미련이나 후회는 없다. 

여행에서 이보다 더 인상적인 기억을 남길 수가 있을까. 영화 비포선셋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또 모를까.

친구들을 만나러 뒤셀도르프를 또 갈 수도 있을테고, 그때는 뒤셀도르프를 더 깊이 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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쾰른으로 가야했던 날 아침, 약간은 늦잠을 자고 일어나서 누나가 바질 페스토로 만들어준 파스타를 맛있게 먹고 길을 나섰다.




안도 다다오의 Langen Foundation을 비롯한 Raketenstation과 Essen의 Zollverein도 뒤셀도르프에 머물면서 다녀왔지만, 워낙 내용과 사진이 많아서 따로 포스팅을 하려고 한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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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pentine Gallery Pavilion 2015, Selgascano



매년 런던의 여름을 기다리게 라는 또하나의 이유.

작년에 이어서 올해에도 Serpentine Gallery의 Pavilion을 직접 보고 왔다.

2014년 Smilzan Radic의 파빌리온 리뷰 -  2014/07/13 - Serpentine Pavilion 2014와 Abramović의 퍼포먼스



올해에는 스페인의 Selgascano가 선정되었다. Selgascano는 마드리드에서 함께 공부한 José Selgas와 Lucía Cano 두 사람의 이름을 땄다. 

같이 일하는 Luis로 부터 셀가스카노를 처음 알게 되었고, 그들의 런던 사무실 겸 레스토랑이 우리 회사와 아주 가깝기도 하다.


José Selgas와 Lucía Cano / 런던 오피스 / 스페인 오피스

©Selgascano



The serpentine Gallery Pavillon 2015, Selgascano



...

The Pavilion is an amorphous, double-skinned, polygonal structure consisting of panels of a translucent, multi-coloured fluorine-based polymer (ETFE) woven through and wrapped like webbing. Visitors can enter and exit the Pavilion at a number of different points, passing through a ‘secret corridor’ between the outer and inner layer of the structure and into the Pavilion’s brilliant, stained glass-effect interior. 

..

Serpentinegalleries.org


© Steven Kevin Howson


서펜타인 파빌리온은 올해 15주년을 맞았다. 

15년 전 후원의 밤 행사를 위해 자하 하디드의 파빌리온이 처음 만들어졌던 것을 시작으로 매년 이루어지고 있다. 

서펜타인 파빌리온의 첫 스페인 건축가이고, 건축가에게도 이 파빌리온은 영국에서의 첫 구조물이다. 

올해의 파빌리온 건축가로 선정이 되려면, 영국에 프로젝트를 완성한 적이 없는 건축가이어야 한다. 그것이 서펜타인이 만든 선정 조건이다.

하지만 그들의 사무소 겸 레스토랑은 파빌리온 공개 한참 전부터 이미 사용이 되고 있었다. 

서펜타인 측에 따르면, 올해의 건축가로 선정될 때는 완공 전 이었고 선정 된 후에 완공이 되었다고 한다. 어째든 이걸로 별 태클을 거는 사람은 없나보다. 

우리나라에서는 젊은건축가상 수상자 중에 자격을 충족하지 못하는 팀이 있다고 말이 나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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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가스카노는 켄싱턴가든에 파빌리온을 만들기 위해 어떤 구조와 재료를 써야할지 고민했고 방문자들이 구조물, 반투명, 그림자, 빛, 형태, 민감함, 변화, 놀라움, 색 그리고 재료를 통해 건축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여러 출입구, 이중외피, ETFE라는 합성화합물을 재료로 다양한 색깔과 불규칙적인 형태를 만들어서 그 경험을 주고자 했다



마침 우리 사무실에서 매달 진행하는 이벤트가 파빌리온이 일반에 공개되는 날과 같아서, 소장님께 이번달 이벤트로 Kensington Gardens 피크닉을 제안했다. 

기쁘게도 소장님께서 승낙을 하셨고, 우리는 평소보다 일찍 업무를 마무리한 뒤 다함께 켄싱턴가든으로 갔다.

날씨도 피크닉을 하기에 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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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빌리온 내에 카페가 들어가야 한다는 것은 설계조건에 포함되어 있다. 이 카페는 Serpentine의 큰 수입원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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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는 남자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다니다가 넘어지기도 하고 했는데, 올해는 여자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올해는 특별히 위험해 보이는 곳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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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스밀한 라딕의 파빌리온의 개념을 어느정도 계승했다고 했다. 외부의 공원을 향해 방출시키는 듯한 이 형태도 작년과 꽤 닮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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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테잎이 풀어진 모습도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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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투명임과 동시에 빛을 반사하기도 한다. 빛의 놀이터라는 표현도 어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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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펜타인 갤러리의 주장에 다르면, 그들의 행사가 전세계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건축디자인전시로 열손가락에 든다고 한다.

일단, 런던에서 열리는 많은 이벤트 중에서도 서펜타인의 파빌리온이 상당히 주목을 받는 것은 사실이다. 

Time Out 런던의 여러 이벤트를 소개하는 잡지와 사이트에서 서펜타인 파빌리온은 꽤나 비중있게 다루어진다.

파빌리온은 그 성격 상 한정 된 기간에만 볼 수 있고, 매년 여름 새롭고 실험적인 형태로 설치된다. 덕분에 맑은 날씨에 나들이를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꽤 매력적이다. 

건축계에서만 기다리는 이벤트가 아니라는 점이 서펜타인 파빌리온이 더욱 주목받으며 지속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다.

흔히 볼 수 없는 형태이기에, 파빌리온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는 사람도 많이 볼 수 있었다.



현대국립미술관 X 현대카드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Bosim


우리나라에서 서펜타인 파빌리온과 유사한 이벤트라면, 국립현대미술관과 현대카드의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을 들 수 있겠다. 규모나 완성도 등 서펜타인 보다도 뛰어난 점이 많다. 

다만 서펜타인은 런던이라는 세계적 메트로폴리탄이 전세계 건축가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은 한국의 젊은 건축가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이벤트도 앞으로 영향력이 커져서 세계 건축계가 우리의 젊은 건축가에 주목할 수 있는 행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작년 문지방의 신선놀음이 꽤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올해 SoA의 작품도 기대가 된다.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과 작년 문지방의 작품에 대해 잘 정리가 된, 이웃 블로거 Bosim의 글을 링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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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빌리온이 일반에 공개되기 전, Archidaily 등 을 통해 파빌리온이 완성된 모습의 사진이 올라왔었다.

그리고 상당한 악플이 달린 것을 보았다. 악플의 내용은 대게가 보기에 너무 저렴해 보이고 허접하다는 것이었다.

당장에라도 변경을 하지 않으면 혹평을 면치 못할 것이고, 영국에서의 프로젝트가 이것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협박아닌 협박도 있었다. 도대체 어떤 위치에 어떤 자격을 갖춘 사람이기에 그런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렌더링 이미지와 재료만 공개 되었을때도, 저렴한 재료때문에 가치가 없어보일거라는 예상이 있긴 했다.

임시구조물이고 실험적인 파빌리온에서 왜 저렴한 재료에 대한 거부감을 갖는지, 그리고 더 비싼 재료를 써야 한다는 주장을 할 수 있는지 다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서펜타인의 파빌리온이 운영되는 것을 보고, 셀가스카노의 파빌리온을 직접 보고 온 나의 감상은 이렇다.

그냥 놀이터같고, 다소 장난스럽다는 느낌은 있다. 그리고 비닐하우스와 거의 유사한 재료와 구법이다보니 햇빛이 쨍쨍할때는 내부가 상당히 덥다.

건축적으로 아주 심도있는 고민이나 이야깃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실험적인 시도에 중점을 둘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것도 전혀 없었던 건축적 실험은 아니다.


공원 속에서 다양한 색깔을 가진 비정형의 형태가 내려앉아있고 그 안에서는 형형색색의 빛이 공간을 감싸고 있어서 이것은 비일상적인 경험이 되고 그들의 렌더링이 주는 느낌과 같이 동화적이고 비현실적인 느낌이 강하다. 

스테인드 글라스와 유사한 효과를 내는 내부 공간은 마치 팝스타의 뮤직비디오 촬영 스튜디오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아주 훌륭하다고는 못하겠지만, 썩 나쁘지 않았다. 개인적 순위를 매겨본다 작년보다는 나은 것 같다. 스밀한 라딕은 요즘 뭐하려나.


서펜타인 갤러리의 홈페이지에서는 셀가스카노가 이번 파빌리온을 위해 만든 스터디모형도 판매하고 있다.

한시적으로 설치 될 파빌리온을 위해 만들어진 세상에 하나뿐인 모형이긴 하지만...

저걸 100파운드(17만원)가까운 가격에 판다니.... 돈이 좀 있는 사람이라면 별로 비싸게 생각하진 않을 듯 하다. 분명 몇달 후 부터 먼지가 쌓이겠지만. 

혹시 아는가, 셀가스카노가 지금의 자하 하디드만큼 잘나가는 건축가들이 될지?! 


어째건, 서펜타인 갤러리는 매년 파빌리온을 만들어서 그들의 갤러리가 전세계에 홍보되고 후원도 받고 카페로 수익금을. 게다가 올해는 한정판 모형까지 판다.

선정된 건축가는 이름을 널리 알리고 실험적인 구조물까지 만들어 볼 수 있다.

대중은 비일상적 건축디자인에 대경험과 판단의 기회를 갖다. 그리고 이런 다양한 디자인에 노출 된 대중은 디자인에 대한 안목도 높아질 것이다.

새로운 건축, 디자인, 예술 행사가 많이 열린다는 이 점이 런던이 부러운 가장 큰 이유다.


내가 모두까기이긴 하지만 딱히 깔게없다. 아키데일리의 악플을 본 뒤로 감싸주고 싶은 감정이 생긴 것 같다.

어쩌면 이날 날씨가 너무 좋았던 덕에, 기분 탓인지도 모르겠다. 


SONY | SLT-A57


파빌리온을 다함께 본 뒤 맥주, 와인과 함께 피크닉을 즐겼다. 


SONY | SLT-A57


런던의 여름은 정말이지 천국이다ㅜㅜbb



Posted by Archist _Teo 트랙백 0 : 댓글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