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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p Calm and Carry on


Alex가 떠났지만, 사무실은 계속해서 바쁘고, 더 바빠지고 있다.

그간 도움이 필요할때마다 사무실에 간간히 들러주시던 양소장님이 조만간에 Partner로 합류할 예정이고, 2명의 직원도 새로 들어올 예정이다.


이번주에는

사무실에도 한가지 사건이 있었고, 나의 마음을 흔드는 사건도 하나 있었다.


이소장님께서 SP누나가 조사한 Development의 사례를 보다가, 굉장히 눈에 익은 프로젝트를 하나 집으셨다.

우리 사무소에서 몇년 전에 진행했던 프로젝트와 굉장히 유사한 것 같다고 하셨다.

그 몇년 전의 프로젝트를 서버에서 찾아서 비교 해보았더니 정확하게 우리 회사가 초기 계획단계를 진행했던 프로젝트였다. 

우리 회사와 함께 일을 진행하던 Developer가 몰래 다른 건축가와 일을 마무리 했던 것이다!

당시 실시설계까지 우리가 맡는 조건으로 굉장히 저렴하게 계획도면을 제공한 프로젝트였다. 

우리에게 저렴하게 계획안을 받은 후, 그 계획안을 가지고 다른 건축가와 실시설계를 진행해서 프로젝트를 완성한 것이다.

변경된 것 조차 없이 계획안 그대로!

서로간의 신뢰와 약속을 어기고, 설계비를 아끼려고 그런 것이다. 심지어 지금도 우리 사무소와 꾸준히 함께 일을 진행하고 있는 Developer다.

우리 사무소는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쓴 종이값도 안나올 낮은 보수를, 신뢰와 약속을 바탕으로 감내했던 것이다. 한두개의 프로젝트만 함께하는 건축주도 아니었기에.

그런데 이 디벨로퍼는 뒤에서 딴짓을 하고 있었다. 이런 짓이 얼마나 더 있을지 없을지는 소장님들이 다 확인할 수도 없다고 한다.

지금도 여러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고 있는 디벨로퍼이기에, 그와의 관계에 대해 고민을 하고 계신다.


영국은 여러면에서 굉장히 선진화 된 시스템과 문화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우리와 별 다를 것 없는, 아쉬운 면모들과 마주하기도 한다.

이런 상도덕에 어긋나는 일은 한 개인의 행동과 가치관에 의한 것 이지만, 그러한 행동의 바탕에서는 신자유주의가 만들어낸 물신주의 혹은 삐뚤어진 수요와 공급의 차이나 갑을관계에 의한 것일 때가 많다.


중세가 끝나고 근대가 찾아오면서 시대가 바뀌었던 것은 가치관과 기술의 급격한 변화가 왔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애써 근대를 끝내고 현대를 살려고 하지만, 진정 시대의 가치관이 바뀌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왕권과 종교의 시대는 자본에 의해 끝이났다. 그것에 반기를 들었던 사회주의도.

자본, 그 위에는 무엇이 있으며 그 보다 강한 힘이 지배하는 시대가 올까.

진정 새로운 시대를 맞게 해줄 새로운 가치관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나의 마음을 흔든 사건은 목요일 백소장님과의 대화였다.

소장님 두분이 잠깐 사무소 앞에 나가계셨고, 모든 직원이 평소보다 일찍 퇴근을 했다. 나는 혼자 사무실에 남아있었다. 

프로젝트를 잡고 있던 손을 놓기가 쉽지 않았고, 집에 인터넷이 안되기 때문이기도 했다.

사무실로 돌아오신 백소장님이 맥주나 한잔 마시러 가자고 하셨다.

대화를 나누다보니 학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백소장님이 고등학교를 졸업 후 AA에 입학을 하기까지의 과정에는 내가 상상도 못했던 다이나믹한 사건들이 있었다.

주변에서 본 런던 유학생들은 편하게(노력도 있지만, 일단은 집에 돈이 많아서) 온 경우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에, 은연중에 나는 그것을 소장님에게도 대입하고 있었다. 소장님에 대해서 더 잘 알 수 있게 되었고, 더 멋진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한국에 돌아가서 다시 마주해야 할 문제들, 학교에 대한 아쉬움과 진로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소장님은, 건축을 하는데에는 수많은 방법론이 있는데, 본인에게 맞는 것을 찾는 것은 어렵지만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하셨다.

그러고보니 그동안 나는, 건축설계가 나와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의구심에 건축가가 아니라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나의 판단의 근거는 우리학교에서 교육받은 방법론에 의한 건축설계였고 어떤 건축가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부족했다.

AA에서 다양한 방법론을 가진 여러 튜터를 각자가 골라서 수업을 듣는다는 것이 부럽다고만 생각했지, 나에게 맞는 건축의 방법론을 찾아서 건축가가 되리라는 생각에는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그것은 정말이지 우물안에서는 알 수도, 깨닳을 수도 없는 것이었다.

그런 아쉬움과 고민 속에서는, 하루 빨리 외국으로 나와서 공부를 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는 것이 소장님의 말씀이었다.


나에게 남은 학사과정 2년을 마치는 것이, 졸업장을 받는 것 이상으로는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에서 그 졸업장이 굉장히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나는 늘 학교 밖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더 많은 것을 깨닳았다고 생각하기에 그 졸업장을 위해 학교에 갇혔을때 오는 그 답답함이 싫다.

학교는 자양분과 울타리가 되어주지만, 딱 그만큼의 성장만 시켜줄 수 있다. 그 이상은 스스로의 노력과 결단을 필요로 한다.

유학이 되었건 다른 무엇이 되었건, 학교의 남은 2년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나는 어떤 것도 감내할 생각이 있다.


이런저런 많은 고민이 겹쳐, 당장은 무엇을 결단 내리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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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ehouse Cut, London



땅 위에 길이 있지만, 때로는 물 위에 길이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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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남긴 것.


Alex는 예정대로 떠났다.

그의 마지막 날이었던 금요일에 케익과 와인으로 조촐한 송별회를 가졌다.

이소장님은 Alex를 위해 휴대용 전자키보드를 깜짝 선물로 준비하셨다. Alex가 그리스에서부터 가져온 키보드를 꺼내서 두드려 볼 시간조차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찍이 준비해 두셨단다. 

소장님의 선물도 Surprise였지만, Alex도 깜짝 선물을 모두에게 나누어 주었다.

각자에게 어울리거나 관심사에 맞는 책을 하나하나 골라서 포장까지 한 책이었다.

나에게는 함께 대화를 나눈적이 있는 Calvino의 Invisible Cities를 주었다. 아주 흥미로운 구성의 소설이다. 조금 난해하다는 말도 있던데 영어로 내가 이 책을... 꼭 읽어내야지..!!

모두가 함께 적은 편지를 Alex에게 주었고, 나는 파리에서 사온 Le Corbusier 색연필을 주었다.


사무실에서 송별회를 마친 뒤, 우리는 단골 펍으로 갔다.

펍 앞 골목길에 서서 맥주를 여러잔 비웠다. 

런던에 물씬 찾아온 봄 기운을 맞이했고, Alex를 보내는 마지막 시간을 가졌다.


나는 Alex가 우리 사무실에서 대체불가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서버나 컴퓨터에 관련되어서는 Alex를 통해서만 온전히 제어가 되었고, 소장님들과 새로운 비전을 준비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 사무소에서 Alex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 Alex가 결국은 떠났다..


Tender Package를 끝낸 뒤 Alex는 마무리 작업과 인수인계를 준비했고, 나는 백소장님과 함께 또다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래서 월요일이 지나가고 화요일이 지나고 일주일동안 내 옆자리가 비어있었음에도 나는 이전과 다름없이 계속 일을 하고 있었다.


문득, 생각했던 것 만큼 나에게 더이상 Alex를 필요로 하는 순간이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닳았다.

2달반의 시간동안 함께 일을 하고 배운 덕분에, 이제는 나 혼자서도 대부분의 것을 처리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닳았다.

소장님이 할 수 있겠냐고 물어보시는 대부분은 이미 Alex에게 배웠다. 

송별회 자리에서도 Alex가 나를 잘 이끈 덕분에 고작 3학년을 마치고 한국에서 온 내가 기대 이상으로 Tender Package 작성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여러번 화자되었다.


비록 그는 떠났지만, 나는 정말 좋은 사수를 만났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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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주차


이번주는 '하얗게 불태웠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건축주 미팅 준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다음주 월요일 마감에 맞춰 디테일 도면을 완성하기 위해 엄청난 몰입을 했다.

일주일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목요일에는 새벽 3시에 퇴근을 했고, 금요일은 밤을 세서 토요일 새벽 6시에 퇴근을 했다.


이틀간 39시간을 일한 셈이다. Alex나 소장님이 일을 하라고 시킨 것도 아니었고, 퇴근을 안하면서 까지 해야할 의무는 없었다. 

그냥 계속 Alex를 돕고 싶었고 이상하게도 피곤하지가 않았다.

Alex와 즐겁게 일을 했기 때문일거다. 그리고 Alex와 함께 하는 마지막 프로젝트 이기도 해서다.

토요일 늦은 밤에는 퇴근하셨던 소장님께서 갑자기 다시 돌아오셔서는 상세도면 작성에 도움을 주셨다. 레드불과 함께 보이지 않는 에너지도 듬뿍 주고 가신 덕분에 밤을 세면서도 전혀 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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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nder Package를 작성하면서 내가 지금까지 전혀 그려보지 않았던 상세도면을 집요하게 작성해야 했고, 구조에 대한 이해도 필요했다. 

구조도면은 Constructure Designer로부터 받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건축도면도 변경을 거치며 여러번의 조율을 했.



지금까지 나는 건축가가 설계를 해서 도면을 그리면 구조적 해결은 구조기술자의 몫이라 생각했다.

건축가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디자인이나 불필요한 공사비를 지출지 않기위해, 구조적 이해가 필요하다는 정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구조기술자와의 조율 과정을 지켜보면서 많은 것을 깨닳았다.

건축가가 구조적 이해와 구조적 제안을 하지 않으면 건축은 디테일을 잃고, 공간의 완성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단순히 구조기술자에 의해 구조설계를 하면 끝이 나는 것이 아니었다.

구조 도면을 읽어서 구조체에 의한 공간의 디테일이 어떻게 될지를 예상하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새로운 제안을 한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이 과정을 직접 겪으면서 상세도면을 그리고 나니, 구조와 디테일을 등한시 한 나를 되돌아 보게 됐다.

설계에 있어서 구조와 디테일에 대한 애착이 없다면, 집쟁이 건물처럼 영혼없는 건축을 만들어 내는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스레 그것은 좋은 건축과는 멀어지는 일이다.


건축을 소우주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하나의 건축물이 땅위에 서기위한 과정은 마치 한 생명체를 빚어내는 것과도 같다

물리적으로 세워지기 위한 구조와, 인간의 기본 욕구와 요구에 맞추기 위한 설비 그리고 미적 아름다움까지. 

이 모든 것을 만족시키는 하나의 완전한 건물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수 많은 것들을 고려하고 이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건축가는 실로 신에 가까운 능력을 요구받는다. 결국 신은 아니기에 과정에서 항상 문제가 발생한다. 

그것을 바로잡기 위한 열정을 쏟아 붓고, 그로 인한 경험을 쌓으며 조금씩 조금씩 그 경지를 향해가는 것이 바로 건축가의 업이다. 


이런 말을 종종 듣는다. '잘하는 사람이 이기는게 아니라, 끝까지 남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다.'

어쩌면 건축가라는 직업에 딱 맞는 말인 모른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며 건축에 대한 열정으로 자신의 경험과 능력을 쌓아나가며 더 좋은 건축을 만들기위해 애쓰는 사람이 바로 건축가 인 것이다.


건축을 공부하는 모두모두 화이팅!


근데 또 건축을 공부한다고 모두가 건축가가 될 의무는 없다. 우리를 필요로 하는 곳은 많으니까.

열정에 기름을 붓다말고 갑자기 김빼는 말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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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주차


월요일부터 Summer Time이 시작되었다.

한시간이 당겨져서 하루가 시작되었고, 덕분에 이제 해가 떠있을때 퇴근을 한다.

여름이 오면 9시는 넘어야 해가 질테고, 모기와 더위가 없는 환상적인 영국의 여름이 시작 된다!


이번 한주는 시간이 정말 짧았다.

금요일부터 부활절 연휴여서 실제로 날짜가 짧기도 했고, 수요일의 건축주 미팅을 준비하기 위해서 월화 이틀을 바쁘게 보냈기 때문이기도 하다.

화요일에는 11시에야 퇴근을 했다.

하지만 뚜렷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인지, 늦게까지 일을 하는 것이 그렇게 고통스럽거나 지겹게 느껴지진 않았다.

오히려 오랜만에 무언가에 몰두해서 바쁘게 움직이는 기분이 썩 괜찮았다.


실시설계 도면을 작성 하면서, Fire Safety Plan이라는 것을 그렸다. 

화재시 출구에서 가장 먼 곳 까지의 거리와 화재 보존 구역에 대한 도면 이었다.


런던은 1666년의 런던대화재 이후로 소방대라는 개념을 처음 발명한 곳인 만큼 화재에 대한 대비가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Party Wall공유벽 이다. 공유벽은 집과 집 사이의 경계임과 동시에 두겹의 벽돌로 세워져 있어서 Fire wall방화벽의 역할도 하게 된다.

이 공유벽이 지붕 위로 돌출된 모습을 볼 수 있는데, Fire Wall Parapet으로써 연이어진 주택 중 한채에서 불이 나더라도 옆집 지붕으로 옮겨붙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두 건물이 하나의 벽을 공유하는 것이 법적으로 불가능 하기 때문에 이런 형태를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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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공유하며 이어붙은 Terraced house. 사진의 Terraced house는 비교적 최근에 개발업자에 의해 지어진걸로 보인다.



수요일의 건축주 미팅은 잘 마무리가 되었다.

실시설계 도면에 대해서 건축주에게 설명을 하고 상의를 한 미팅이었는데

일반적으로, 계획설계 단계에서 건축주와 여러번의 상의를 하며 계획안을 Council에 제출하게 되고 그 후에 실시도면 작성은 건축주가 일일이 확인하는 경우가 잘 없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의 건축주가 워낙에 프로젝트에 대한 걱정과 관심이 많다. 

하루는 그 걱정과 관심에 비해, 일이 어떻게 되어가는지 정확히 파악이 안되고 예상만큼 빨리 진행이 되지 않아서 답답했나보다. 소장님에게 전화가 와서는 울기까지 했다. 

소장님은 전적으로 이 클라이언트를 위해 모든 것을 도와주기로 마음 먹으셨고 Alex와 함께 특별히 신경을 써서 진행하고 있다.

이제 2주뒤, 도면을 최종 마무리하고 Contractor에게 넘겨야 하기 때문에, 아마 2주간은 Alex를 도와 계속 이 프로젝트를 진행 할 듯 하다.



두번째 월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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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주차


월요일은 원래 Alex가 쉬는 날이니 나에게 주고 간 숙제를 하면서 하루를 버텼다.

그리고 화요일.. 이상하게 Alex가 너무 늦는다 싶었다.

10시쯤이 되어서 소장님에게 Alex의 연락이 왔다. 여자친구가 갑자기 아파서 병원이라고 했다.

Alex가 걱정되기도 했지만, 궁금한 것을 물어볼 사람도 없고 같이 대화 할 사람도 없이 또 하루를 보낸다는 것이 참 우울하게 만들었다.

가끔 느끼지만, 알게모르게 나는 누군가에게 감정적으로 의지하는 경향이 있다. 사무소에서는 Alex에게 의지를 하는 편이다.

그리고 돌아온 Alex는 표정은 그리 어둡진 않았지만, 두분의 소장님과 따로 밖에 나가서 대화를 나누었다.

그 다음날에도 다시한번 밖에 나가서 대화를 나누었다.

그래서 아마 Alex가 연봉협상을 하는 것이거나 사무소를 떠나려고 하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장님과 대화를 끝내고 돌아온 Alex에게 무슨 일인지 물어봤지만, 말해 줄 수 없다는 섭섭한 말만 남기고 우리는 업무를 계속 했다.

그리고 금요일 저녁 퇴근시간 즈음..


소장님이 먼저 퇴근을 하시면서, Alex와 내가 진행중인 프로젝트에 대한 염려의 말씀을 몇마디 하셨다.

그러면서 Alex에게 말하길, 우리를 떠나더라도 이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 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때서야 나는 정말 Alex가 떠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Alex와 같이 퇴근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달 후에 떠난다고 한다..


Alex나 이소장님이 아니면 늘 적막감만 흐르는 사무소에서, 말장난도 하고 항상 내가 의지하는 Alex가 떠나면 그 빈 자리는 너무나 클 것 같다.



사실 이번주는 Alex가 떠난다는 사실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가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 할거라 믿었던 런던에서 건축사무소에서 일을 하게 되었지만,

정작 나의 행복감은 그 전보다 낮아진 것 같다.


봄꽃이 피고 있지만, 나의 봄날은 오지 않은 것 같다.


너무 우울한 이야기만 했다.




목요일에는 Monthly Event가 있었기도 하다. 벌써 또 한달이 지났다니.

런던에서 순수예술을 바탕으로 사진작업을 하작가분이 오셔서 PT를 헸고, 우리의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찾아왔다.

자리가 모자라서 서서 PT를 봐야했던 분도 많았다.

나도 두명의 손님을 초대했다. 사진작가분이 PT를 하는 만큼, 사진을 전공한 친구를 한명 불렀고, 우리 사무소에서 실습을 했던 현준이의 친구임과 동시에 나의 이웃주민인 재일이도 불렀다.

런던에서 내가 가장 아끼는 친구는 몸살 때문에 이번에도 참석을 하지 못해서 너무나 아쉬웠다.

의자도 모자라고, 나이가 있는 분들이 많이 오셔서 그런지 지난달 처럼 신나게 술을 마시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대부분의 손님들이 일찍 돌아가고, 몇몇이 남아 12시까지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 달에 한번 있는 이벤트가 참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 좋기도 하지만, 한달간의 고생에 대해 회포를 풀 수 있기도 해서 참 좋다.



금요일 퇴근 후에는, 가장 아끼는 친구가 탕수육과 짬뽕을 같이 해먹자고 집에 초대를 해주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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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금새 런던의 하늘에는 다시 먹구름이 끼었다.


조만간 시간을 내서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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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주차


이번주는 목요일에 일찌감치 두개의 프로젝트를 모두 끝냈고, 건축주의 최종확인을 기다리고 있다.


비슷한 두개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오가며 진행을 하다보니, 어느 프로젝트의 업무인지 헷갈릴때가 있다.

도면을 직접 그리는 나보다는, 확인과 검토를 해주는 Alex가 특히 혼란스러워 했다.

각 프로젝트 별로 집중도가 떨어지는 부분도 있었고, 결국 소장님이 하나를 먼저 끝낸 뒤에 다음으로 넘어가자고 하셨다.

아마 앞으로는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는 일이 별로 없을 듯 하다.


이번주 프로젝트 중 하나는 굉장히 간략화 된 단 한장의 도면으로 카운실 허가를 준비했다.

한장에 우리의 계획안과 도면을 이해하기 위한 모든 정보를 담아야 했다.


이번주에도 이소장님은 명언을 남기셨다.

"건축가의 여러 업무 중에서도, 몇장의 종이에 모든 정보를 담는 일. 그것은 마치 예술과 같다."



목요일에 프로젝트 두개를 모두 끝내고, 금요일은 Alex의 프로젝트를 도왔다.

나는 지금까지 계획단계의 작업만 했는데, 이 프로젝트는 Tender Package입찰도면을 그리는 단계다.

게다가 나는 단독주택만을 진행했으나, 이 프로젝트는 그보다 규모가 큰 주거시설로 여러 가구를 동시에 확장하는 프로젝트다.


계획도면은 건축주와의 의견조율과 카운실의 허가에 주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에 작은 오류는 이후에 바로 잡을 수 있고, 변경이 이루어 질 수도 있다.

하지만 입찰을 위한 도면은 Contractor에게 넘어가는 이후 부터, 발견되는 오류에 대한 책임과 손실은 모두 건축가가 떠안아야 한다.

그렇기에 굉장히 주의를 기울여야한다. 그래서 이름도 Tender인가보다.


내가 맡은 일은 기존에 진행이 완료된 다른 프로젝트에서 창호도나 상세도면을 복사해오거나, 실측도면과 모델링을 일치시키는 정도의 일이어서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다.


그런데, Alex의 지시대로 도면을 작성하던 중에

소장님 두분이 Tender Package 일부를 내가 작성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백소장님이 Alex에게 Tender Package는 굉장히 민감하고 중요한 도면인데, 나에게 맡기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냐는 이야기를 하셨고, 

Alex는 기본적이고 간단한 일이라 충분히 내가 할 수 있다고 판단했으며, 본인이 꼼꼼히 확인하겠다고 응수했다.

백소장님은 여전히 염려를 가지고 있으신 듯 하지만, 어째든 내가 진행 하던 부분은 끝을 내기로 했다. 


Alex는 매주 월요일에 Bartlett에서 수업을 듣기 때문에 월요일에 내가 할 업무까지 알려주었다. 


또 한주가 바쁘게 지나갔다.



새로운 보금자리


이사를 한 뒤로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고있다. 걸으면 35분 정도, 자전거로는 10분 정도가 걸린다.

교통비가 거의 들지 않아서 좋을 뿐 아니라, 공원을 지나고 골목길을 지나며 아침 공기를 마시는 출근길은 참 기분이 좋다.


퇴근 후 집에 와서는  정리를 조금씩 계속해서 하고 있다.

이전에 살던 방은 세가지 원색으로 가득한 방이라 발랄하고 아늑한 느낌인데, 새 방은 갖 흰색 페인트와 흰 창호로 보수가 된 방이라 횡하고 차가운 느낌이다.

지금은 커튼도 없고, 제대로 구색을 갖춘 조명도 없다. 아마 일년은 이 방에서 지낼테니 Floor Lamp도 사고 방을 좀 꾸며야겠다.


그래도 Canary Wharf의 고층빌딩이 보이는 개인 발코니가 있는 것은 정말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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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주차


주택 확장 프로젝트들을 계속해서 하고 있다. 어쩌면 나는 이 소규모 주택 프로젝트들만 계속 진행할지도 모르겠다. 

이번주는 두 프로젝트를 왔다갔다하며 동시에 진행했다. 특별히 시간에 쫓기지 않았기 때문에 마음이 여유로운 한 주를 보냈다.


시간에 쫓기지 않으면서 여러 일을 동시에 진행할 때, 좀더 내 능력이 한껏 발휘고 왠지 모르게 재미도 있다. 아마 내가 바쁜 것을 즐기는 것 같다. 

한가지 일을 마무리 하면 바로 다음 일을 진행하고, 틈새의 시간에 또 다른 일을 진행하고. 

시간에 쫓기거나 누군가의 지시로 움직이기 보다는, 나 스스로의 페이스에 맞춰서 여러 일을 진행 할때가 즐겁다.


사실 지지난주에 계속 일정에 쫓기면서 일을 할때는, 엄청 바빴음에도 시간이 빨리가서 좋다는 생각은 전혀 안들었다. 

돈을 많이 받는 것도 아닌데 이러면서 일을 해야하나 싶더라. 


재작년에 학교를 다니면서, 공간학생기자 활동과 동아리 운영 등의 여러 활동을 했을때가 기억 난다. 쉴틈 없이 계속해서 무언가를 해야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게 바빴던 것이 즐거웠고 뿌듯했다. 다만 공간학생기자 활동을 더더 열심히 할 수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소장님도 직원 전체의 회의시간에 (물론 영어로) '비록 작은 프로젝트지만, 태호가 프로젝트를 3개나 진행하고 있다니 놀랍다!'며 칭찬 해주셨다 흐흐.

(카운실에서 검토 중인 것 까지 포함하면 3개가 된다.) 

당근 전략이다. 곧 또 채찍이 올거다...



금요일 오후에 한번 시간에 쫓긴 적이 한번 있긴 했다.

그 프로젝트는 이미 건축주의 요구대로 도면을 모두 작성했고, 카운실에 허가를 받을 준비까지 끝낸 상태였다. 건축주의 최종확인만을 남겨둔 것이다.

그럼에도 소장님의 한마디로 우리는 다시한번 바쁘게 움직이게 되었다.


건축주의 요구는 이미 충족 시켰지만, 우리가 좀더 매력적인 디자인을 제시해 볼 수 도 있지 않겠냐는 말씀이셨다.

주말동안 건축주가 가족과 함께 계획 안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퇴근 전까지 추가적인 디자인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소장님은 Bi-Fold Door나 천창에 색다른 매력을 주면 어떻겠냐고 하셨다. 나와 Alex는 급하게 제안을 만들기 시작했다. 


우리의 확장안은 기존의 지붕과 천창을 가능한 남기고, 확장이 필요한 곳에는 동일한 재질의 마감을 하고 천창도 가급적 동일한 것으로 하나 더 넣어주고자 했다. 그런데 입면상의 문제로 기존과 동일한 것은 불가능 했다.

기존의 천창은 피라미드 형태의 굉장히 큰 천창이었다. 만약 확장되는 부분에 동일한 천창을 만들면, 2층의 창 일부를 막게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가능한 비슷한 크기의 평평한 일반 천창을 삽입해 뒀다. 가급적 비슷하게 맞추었다고는 하지만 시각적으로 편안한 상태가 되지 못했다.

공간의 밸런스가 안맞는 느낌이 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프로젝트에서는, 그 무엇보다도 내부 공간에 색다른 제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주방을 확장하면서, 면적이 넓어진 것은 좋으나 너무 과하게 넓어져서 오히려 불필요할 만큼의 확장이었다. 공간의 활용도가 너무 떨어지는 것 이다. 

주방은 엄청나게 넓지만 1층의 간이화장실은 간이 일 뿐이긴 하지만 굉장히 협소한 상태로 남아있었다.

하지만 일단은 건축주가 아주 큰 주방을 요구한 상태이고, 시간이 3시간정도 밖에 없었기에 내부공간의 새로운 대안을 만들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결국은 나도 천창 디자인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나는 확장되는 부분의 지붕을 기존의 마감과 동일하게 만들지 않고, 아예 전체를 유리로 만드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확장되는 부분이 형태적으로는 통일감을 가지면서, 재질상의 대비를 줄 수 있는 방법이다.

어중간한 언밸런스가 아닌, 극명한 대비를 준 것이다.

그런데 모델링을 하고 프레임까지 넣고 보니, 온실 같더라; 그래서 우리는 그 안을 GreenHouse라고 부르기 시작했다ㅋㅋ 


Alex는 원래 우리의 제안보다 작은 천창 두개를 넣어서, 계속해서 남아있게 되는 천창의 전체폭과 맞춘 대안을 제시했다.

지붕을 지지하는 보가 천장아래로 내려온 부분이 있었는데 이는 확장 후에도 여전히 남게 된다.

그래서 Alex는 확장되는 공간의 천장을 더 낮게 만들어서 보를 가려줌과 동시에 다른 공간감을 줄 수 있는 대안을 만들었다.


그리고 미팅때문에 먼저 퇴근한 소장님에게 메일을 보냈다.

소장님께서 두 안 모두 좋으니까, 바로 건축주에게 보내자고 승낙을 하셨고, 건축주에게 이메일을 보낸 뒤 퇴근을 했다.


3시간만에 급박하게 진행 된 아이디어였기에 완성도는 떨어졌지지만, Revit의 3D뷰가 그럭저럭 괜찮게 나와주었다.

한동안 도면 그리는 업무만 계속 하다가, 잠깐이나마 디자인 안을 만드니까 괜히 신나기도 했다. 

금요일이었기에 더 빨리 퇴근하지 못한 건 아쉬웠지만ㅋ 여튼, Alex와 즐겁게 업무를 마무리하고 퇴근했다.


다음주는 화요일까지 Alex가 휴가라고 하는데.. 아 심심하고 우울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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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봄이 왔다!!



점심시간에 밥을 먹으면서, 작년 바베큐 파티 이야기가 나왔다.

이번에는 좋은 곳을 물색해서 5월쯤에 1박2일로 가면 좋겠다고 의견이 종합되었다!

그리고 기획은 막내인 내가 하는 걸로..... 여행계획을 짜는 것을 좋아하지만, 부담스럽다......





East London에 새로운 집을 구하다!


드디어 걸어서 출퇴근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싸고 좋은 집을 구했다.

런던의 유명한 운하인 Regent Canal이 흐르고 요트와 Houseboat가 정박되어 있는 Basin도 있는 동네다!! 


이전에 살던 집이 워낙 집세가 저렴했지만, 아침 출근시간의 지옥철과 교통비 때문에 이사를 하게 되었다.

집세는 조금 더 올랐지만, 교통비가 안들게 되므로 생활비는 오히려 줄어들게 되었다!!

런던 생활을 할 수록 생활비를 아끼는 노하우가 계속 늘어가고 있다. 초기에 비하면 약 30%를 절감하고 있다.


그럼에도 방이 저렴한 이유는, 역시나 크기가 작기 때문이다. 

방에서는 잠만 자고, 노트북 놓을 작은 테이블만 하나 있으면 충분하다. 이미 작은 방에 익숙해졌기에 나에게는 충분했다.

새 방은 오히려 지금 지내는 방보다는 약간 더 넓고, 심지어 개인 발코니가 딸려있어서 정말정말 최고다!! 단점이라면 건물보수를 위해 임시로 설치한 비계가 아직 철거가 안되었다는 건데... 아마 곧 철거할 것 같다. 보수공사가 끝이 난 듯해 보였다.


돈을 송금하고나서도 집주인이 혹시 사기꾼은 아닐까 의심을 했을 정도 나에게는 너무너무 마음에 드는 가격의 방이다.

단독주택이 아닌 아파트이고, 가벽을 세워서 추가로 작은 방을 만든거라 방음이 완벽하지 않은 등, 저렴한 이유가 있긴 하다ㅎ


사진은 이사가 끝난 뒤에 올리는 걸로!!



Cockney Eng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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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Bank를 중심으로 서쪽으로는 웨스터민스터를 향하게 되고, 동쪽으로는 Canary Wharf를 향하게 된다.

현재 카나리워프는 Bank를 대체하는 새로운 금융중심지 이지만, Wharf의 단어가 의미하듯이 원래 선착장이 있던 곳이다.

카나리워프 뿐만 아니라 East London에는 굉장히 많은 선착장이 있었다. 로마시대 이후로 런던은 무역의 중심지였기 때문이다.

런던 탬즈강의 바닥은 진흙으로 되어있고 배들이 다니기에도 그 폭이 충분해서, 내륙임에도 항구도시로 발전하기에 최적이었다고 한다.

East London에 항구가 많았던 만큼, 이곳은 노동계층이 많이 살았던 곳이다. 빈민촌에 매음굴이 있었고 런던에서 굉장히 낙후 된 곳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개발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고, 다양한 문화가 섞이게 되면서 오히려 런던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 할 수 있는 곳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Shoreditch일대와 Brick Lane이다.


노동계층이 많이 살았던 지역인 만큼, 지금도 오랜 역사의 동네 펍들이 많다.

내가 이사를 하게 될 이 곳을 다니다가 우연히 한 펍에 들어가게 되었다. 

커튼도 쳐져있고 밖에서 보기에 썩 들어가보고 싶은 펍은 아니었다. 그런데 친구와 나는 일단 문을 열어보기로 했다.


그 순간,

마치 영화처럼 펍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우리를 쳐다봤다.

대부분이 백발의 백인 할아버지들이었다. 일단 우리는 펍의 분위기가 어떠한지 둘러봤다. 역사가 오래되었음이 느껴졌고, 생각보다 분위기가 꽤 좋았다.

우리가 돌아다니는 동안 할아버지들이 계속 우리를 주시했다ㅋㅋ

그리고 맥주를 마시러 왔느냐 어디서 왔느냐 질문을 자꾸 하시는거다ㅎㅎ

그런데, 특히 영국 악센트가 굉장히 우리에게 낯설어서 알아듣기가 힘이 든데, 이 할아버지들의 말은 더 알아듣기가 힘든거다;

단순히 영국 악센트도 아니고 정말 너무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심지어 Nice to meet you를 3번이나 듣고서야 알아들었다. North you라고 하는 줄 알았다ㅋㅋ 


이 펍에 동양인들이 온 것은 우리가 처음이라면서 여러 할아버지들이 우리에게 굉장히 관심을 가졌다.

런던은 한국인을 환영하고, 만나서 반갑다면서ㅎㅎ

마치 할아버지들이 손자,손녀를 귀엽게 보는 듯한 느낌이기도 했고, 우리가 신기해서 그런 느낌이기도 했다ㅎㅎ

동양인이 아예 없는 동네는 아닌데, 아마 그 펍이 주로 토박이 할아버지들이 많이 가는 곳 이었던 모양이다ㅎㅎ

뜻밖의 환영과 관심에, 외로운 워홀러 둘은 마음이 따뜻해졌다ㅋㅋ



알고보니까 Cockney English라는 것이 있더라.

London East-End 태생인 사람을 Cockney라고 부르고 그들이 쓰는 영어를 Cockney English라고 한다.

East London에 사는 노동계층이 쓰는 사투리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참고로 영국에서는 런던말도 사투리다. 그도 그럴것이 런던에는 토종 영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이 살고 있으니.

영국의 표준어는 '일정 수준의 교육을 통해 얻게 된 말'을 표준어로 친다. 어렵다... 인구의 6%정도가 구사 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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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주차


수없이 많은 수정을 거친 뒤 Semi Detached house를 통째로 확장하고 평면을 변경하는 프로젝트를 끝냈다.

건축가가 되기 위해서는 사소한 것부터 그냥 무시하거나 덮어두고 넘어가서는 안된다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다. 

CAD로 도면을 그렸기에 더 많은 실수가 있었고, 나의 꼼꼼하지 못한 성격을 탓하기도 했다.



Victorian Semi-Detached 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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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각형의 절반이 밖으로 돌출된 형태를 가진 집이 Victoria 여왕 때 많이 만들어지기 시작해서  Victorian Style이라고 한다. 

Victorian Style이 아닌 것 보다 좀더 고급스러운 것으로 친다.

Semi-Detached는 두 가구가 한 건물에서 대칭으로 붙어있는 주택을 말한다. 우리에게 땅콩주택이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주택의 원형이다.



과연 내가 건축가가 될 수 있을까? 이게 정말 내 평생의 일일까?

이 고민을 시작한지 어느새 5년이 가까워 오는 것 같다. 아직도 답은 내리지 못했다.

사무실에 앉아서 하루종일 모니터만 들여다 보고 있으면 정말 답답해 미칠 것 같고, 평생 이 짓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건축가의 수많은 업무 중에 일부일 뿐이지만 일단 지금 내가 맛보고 있는 건 그것 뿐이니까.

나의 성격이나 감각 그리고 인생의 가치관에 있어서 건축가가 나의 길일까..



소장님과 거기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나눈 적이 있었다.

직원들과 프로젝트로 이야기를 나눌 때는, 이 길이 너의 길이 아닌 것 같거나 당연히 해야할 것을 못하겠다면 빨리 그만두고 다른 길을 찾는게 서로를 위해 좋은 것이라고 농담같은 진담을 하신다.


그런데 단 둘이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내가 좋은 건축가가 될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하셨다.

아마 첫날에 내가 트레싱지에 미친듯이 많은 평면을 그렸던 것이 나에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시게 한 것 같다.

그리고 어쩌면 나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시려고 그냥 하신 말인지도 모른다.


소장님 말고도 내 작업을 본 뒤 좋은 건축가가 될 자질이 보인다고 말해준 분이 한 분 더 계신다.

내가 만약에 건축가가 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고, 혹여나 인생에 좌절을 맛보게 된다면 그건 다 두 분 때문이다ㅋㅋㅋ 



BIM이 등장한 이래로 CAD로 도면을 그리는 건 정말 무식한 방법이 되버렸다.

평면과 입.단면이 서로 유기적이지 않은 도면 작성은, 인간이 하는 일이기에 수많은 오류를 만들기 쉽다.


그에 반해 BIM은 도면과 모델링 등이 실제로 건물을 짓는 것과 같이, 완벽히 유기적이다. 

그래서 정작 도면 한장을 출력하기 위해서 더 많은 품이 들어가기도 한다.


그래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내가 Revit으로 작업을 할 것인지 CAD로 작업을 할 것인지 소장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Revit을 다루는 것이 실무에서 쓰기에는 아직 조금 부족하기에, 내 손에서 완벽하게 제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3D에서부터 출력 된 2D 도면 위에 추가로 2차원의 선이나 면을 덮어서 디테일한 부분을 수정해 도면을 출력하기도 다.


완벽히 제어를 할 수 없는 툴을 사용하는 것은 그것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오히려 더 많은 시간을 잡아먹을 수 있기 때문에 소장님은 차라리 CAD로 도면을 작성하면 어떻겠냐는 말씀이셨다.



나는 CAD를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

앞으로 건축설계는 모두가 BIM으로 분명히 넘어갈 것이고, 가깝게는 내가 학교에 복학을 한 후에도 모든 프로젝트를 Revit으로 진행 할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는 어떻게든 Revit을 더 많이 만지고 더 익숙해 지는 것이 필요하다. 

2년 전, 앞으로 Revit만 쓰겠다고 결심한 이후로 항상 유효하다.

일단 CAD는 프로그램을 켜서 선을 긋는 순간부터 원시적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만지기기 싫어진다. 

Revit에 버릇이 들어버린 것이다.



실무에서는 나 개인의 사정보다, 일을 효율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나는 소장님을 설득해야 했, 사무실에는 피해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

BIM을 사용할 때 모든 도면이 유기적으로 작성되기 때문에 실수나 오류를 줄일 수 있음을 어필하며, 앞으로는 제대로 된 모델링으로부터 출력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씀 드렸다.

소장님과 나는 좀더 생각을 해본 뒤 다음날 아침에 결정하기로 했다.



다음날 출근을 하니, Alex가 프로젝트를 진행하자고 하기에, 구렁이 담넘어 가듯이 Revit으로 스윽 진행 해버렸다ㅋㅋ

소장님도 특별한 말씀을 하지않으셨기에 일단 두고 보시는 것 같다.



이번에 맡은 네번째 프로젝트는 내가 했던 모든 실수를 다시 하지 않기 위해서, 내가 그리지 않은 것부터 모든 것을 꼼꼼히 체크했다.

그리고 허가를 받기위해 필요가 없는 부분은 과감히 버렸다.


소장님께서 자주 하는 비유 중에, 변호사와 판사의 재판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변호사는 의뢰인이 재판에서 이기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스스로가 생각하기에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다.

이를 건축가에게 대입을 하면, 우리는 허가를 받기에 유리하도록 도면을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지, 사실성에 중점을 두고 그대로를 완벽하게 그리는 것은 스스로를 재판에서 불리한 방향으로 내몰게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도면을 허위로 작성한다는 것이 아니라, 표현방법에 있어서 충분히 유리한 방법으로 표현을 할 수 있다.

또한, 불필요한 것을 도면에 모두 그려서 판사를 혼란 스럽게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주방을 뒷쪽으로 1.5m정도 확장하고 천창을 만드는 작은 프로젝트라서 몇일 만에 끝이 났다.

그리고 이제 다음엔 또 어떤 프로젝트를 하려나 했더니, 벌써 그 다음에 내가 진행할 프로젝트는 이미 정해져 있더라.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주방을 확장하는 프로젝트다.


200년 넘은 주택이 수두룩한 런던에서는 주택을 개조하는 프로젝트가 정말 많이 진행되고 있다.

집은 요구에 따라 끊임없이 다듬어지고 변화되면서 그 생명력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다. 건강한 문화다.



출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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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살고 있는 집은 런던의 북쪽이고, 사무실은 동쪽에 있다.

그래서 출근하는데만 거의 한 시간이 걸린다.

지하철로 환승을 한번 해야하고 걷는 시간까지 하면 넉넉히 그정도다.


아침 출근시간에는 서서 지하철을 탈때가 많고, 많은 사람들이 나와같은 방향을 가거나 혹은 나와 반대방향을 향해 바삐 움직인다.


사람들이 많은 공간과 길을 벗어나, 사무실로 가는 마지막 골목길은 나에게 왠지모를 편안함을 준다.

단순히 도착지에 다와가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길은 아스팔트 도로가 아닌, 나의 발바닥 정도 크기의 돌들이 깔려있다.

아침이면 10살 남짓의 아이들이 부모의 손을 잡고 등교를 하는 길이고,

저녁 6시가 되면 저 작은 펍에 직장인들이 복작복작 모여 하루의 피로를 푸는 길이다.


그냥. 소박한 사람들의 소박한 삶이 있는 길이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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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차


런던에 온 이래로 가장 시간이 빨리 간 한달이었다.

평일은 사무실에서, 토요일은 Take-away[각주:1] shop에서 일을 하고, 일요일은 친구를 만나거나 할 일을 하느라 쉴세가 없다.


이번 주도 계속해서 두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CAD로 도면을 그리던 Extension 프로젝트를 최우선으로 진행을 했다.

저번주부터 담당소장님이 금-월 휴가를 쓰셨고,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Mike도 몇일간 휴가였다.


우리회사만 총 3명이 휴가를 썼고, 협력 회사들도 요즘 휴가쓰는 사람들이 꽤 있더라. 

영국은 1년에 28일 이상의 유급휴가가 보장된다. 

12월말에 크리스마스 연휴가 있었고, 그 다음으로 큰 명절인 이스터[부활절]연휴가 4월경에 있으므로 일년 휴가를 골고루 분배를 하면 지금쯤인가보다. 


여튼, 그래서 Mike가 없을땐 소장님과 도면을 상의하고, 소장님과 Mike 두분 다 없을때는 Alex와 상의를 해서 도면을 그렸다.


그랬더니... 누구는 도면에 해치를 넣으라고 하고 누구는 빼라고 하고.. 해치를 세로로 넣으라고 했다가 가로로 넣으라고 했다가.....

회사생활이나 군생활 등 사회에서는 상급자가 여러명이면 아랫사람이 곤란해지는 상황이 종종 생기지 않는가..

이번이 딱 그랬다. 사실 소장님 말만 따르면 제일 확실하긴 하지만, Mike가 지시한 것을 매번 소장님에게 다시 여쭤 볼수는 없지 않는가..

그래서 이번주는 똑같은 작업을 세배로 해야했다..


도면 그리는 일이야 사실 그렇게 문제는 아니었다.

정말 큰 문제는.. 건축주로부터 터졌다..


내가 도면상에서 확인하지 못한 문제를 건축주가 찾아냈고, 허가신고를 할때 불리한 영향을 줄까 걱정스럽다며 메일이 온 것이다.

특히 이 건축주는 이미 작년에 한번 계획안을 카운실에 신고 했다가, 이웃집에 비해 너무 큰 확장공사라며 퇴짜를 맞았었다.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에는 이웃집까지 끌어들여서 계획안을 진행하고 있기에 예민하게 하나하나 확인을 했던 것이다.


우리 사이트의 대지경계선 밖에 있는 이웃집과의 거리에 대한 부분이었다.

우리가 진행하는 집의 도면만 잘 신경쓰면 될 것 같지만, 영국에서는 인근 건축물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절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건축주가 문제를 발견해서 우리에게 알렸다는 것은 수치스럽고, 우리에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다.

더 큰 문제는 그런 일이 두번 연달아 일어났다는 것이다..

소장님과 Mike가 다른 프로젝트로 워낙 바쁘기때문에 내 도면을 검토하면서도 모든 부분을 꼼꼼히 하진 못했던 것이다.

나도 내가 파일을 받았을때부터 그려져 있던 것이니 또 그러려니 했고....

다른 사람이 하던 프로젝트를 받아서 하면서, 은연 중에 그 도면의 모든 것이 맞겠거니 생각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자꾸 생기고 있다. 


3명의 상급자가 있건, 다른 사람이 진행하던 프로젝트건 간에..

결국 도면을 그린 사람에는 내 이름이 들어가고, 영원히 영국 Council에 남게된다. 그리고 누구든 그 도면을 열람할 수 있게된다.

해치를 세로로 그리라고 하든 가로로 그리라고 하든 결국은 나의 도면이고 왜 그리는지를 알고 그려야 하는 것이다.

확실히 알수 없는 선을 긋지 말아야하고, 남이 그린 도면이라도 내이름이 적힌 도면에 들어가는 순간 거기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는 것이다.


건축주로부터 두번의 오류지적 메일을 받고나서는 소장님께 배운 모든 노하우를 동원해서 도면 구석구석을 확인했다.

그 과정에서 또다른 오류를 몇개 발견했고, 그럼에도 Mike가 또 하나의 오류를 찾아 주었다.


예정했던 것 보다 늦게서야 건축주에게 보낼 수 있었고, 소장님께는 정말 면목이 없었다.

이번주는 그렇게 끝이 났다.


금요일은 다들 일찍 퇴근한다.

나와 Mike는 내 프로젝트를 마감한 뒤 같이 퇴근을 했다. Mike는 늘 퇴근을 일찍하는 편인데 나때문에 더 기다려 준것이다.

퇴근을 하며 헤어지기 전 Mike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씩 웃으며 뭐가 고맙냐고 대꾸 하길래.. 

"Everything..."


Mike랑 썸타는건 절대 아니다. Alex면 또 몰라도......




February Public Event


이번주는 우리 사무소에서 매달 마지막주 목요일에 진행하는 Public Event도 있었다.

보통 한명의 외부인을 초청해서 간단한 PT를 본 후 이야기도 나누고 와인과 맥주를 즐기는 자리다.

참석하는 분들은 런던에서 건축을 하고 있는 분들이 주축이지만, 패션업계, 공무원, 런던 여행객 가리지 않고 서로의 인맥을 타고 다양하게 온다. 그래서 재밌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즐겁다.


이번달은 우리 사무실에서 실시설계를 진행할때 구조적인 부분과 상세도면을 작성하는 Ray가 PT를 맡았다.

현재 TfL(Transportation for London런던교통국)에서 CrossRail을 담당하고 있고, 우리 사무실에는 저녁에 하루, 이틀만 출근한다.

이번 PT의 주제는 Ray가 담당하고 있는 CrossRail에 대한 이야기였다.


CrossRail은 현재 유럽에서 진행중인 가장 규모가 큰 공사다.

도심에 40km에 이르는 터널을 만들어서 기존의 철도노선과 연결하는 공사다. 런던을 가로질러 동쪽과 서쪽을 잇게된다.



분홍색으로 된 구간이 지하터널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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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굴착한 터널과 도심의 기존 터널이 만나는 순간



Greater London이라고 부르는 런던의 규모가 지금도 굉장히 크고, 지하철과 열차 덕분에 시민들의 생활반경이 굉장히 넓은편인데 CrossRail 덕분에 런던의 생활권 거리가 훨씬더 넓어질 것 같다.


엄청난 돈이 쏟아져들어갔는데, 완공 후에 운영에는 문제가 없을지 의구심이 들긴한다.


2012년에 올림픽을 개최했고, 월드컵도 한번 더 개최하려 애쓰고 있으며, 건축규제도 최근에 많이 풀어진 상태다.

세계의 수도 역할을 하며 수많은 인종이 함께 살고 있는 런던은 아직도 성장에 목말라하는 듯 하다.

그럼에도 항상 역사와 흔적을 존중하고, 시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려 노력하는 모습이 멋진 런던이기도 하다.




  1. 우리나라에서 익숙한 Take Out이라는 표현 대신, 영국에서는 Take away라고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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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차


드디어 Roof floor extension 프로젝트가 끝이 났다. 우리말로 주택 증축이라 하면 되겠다.

계속해서 등장하는 문제점을 모두 바로 잡았다.
그 과정에서, 같은 동네의 다른 집의 사례를 더 찾아보았다.
그동안 옆집만 참고하며 계획안을 만들고 있었는데, 진작에 다른 사례도 많이 찾아봤어야 했다. 

같은 거리에 있는 다른 주택에서 지붕경사면을 최소로만 뒤로 물리고 내부의 공간을 더 많이 확보한 것을 찾았다.

덕분에 내부공간이 다소나마 넓어졌고, 테라스로 나가는 문의 폭이 좀더 여유가 생겼다.


Planning Package의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도 모두 끝을 냈다.

이 과정에서도 배운 것이 많다. 허가를 받고, 건축주와 협의를 위한 도면상 표현의 전략이랄까?

완성된 Package로 건축주에게 최종 승인을 받고, Council Planner구청 건축담당자에게 제출할 여러 문서의 작성을 Alex의 도움으로 완성했다. 

Planner의 특별한 요구나 거부가 없으면 계획단계는 모두 끝이 난다. 제바알ㅜㅜ!!

Alex와 퇴근하는 길에, 3주째 계속 디테일한 부분에서 다시 수정하고 또 수정하기를 반복하다보니 너무 지겹다고 하소연을 했다.
그랬더니 자기는 8개월 동안 그 짓을 해봤으니 3주는 아무것도 아니라는데, 이건 위로인지 약올리는 건지 모르겠다.

여튼!! 드디어 나의 첫 프로젝트가 끝이 났다!!
소장님이 고생했다며 토닥토닥을 해주셨다a
시공 과정과 완공 후에 직접가서 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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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중, 테라스에 빛 한조각이 들어오는 순간이 가장 좋다. 어서 그 시간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새로운 프로젝트도 두개 맡았다.
두번째 프로젝트도 전과 비슷하게 집의 평면을 변경하고 한 층을 증축하는 프로젝트다.
소장님이 이미 건축주와 조율이 끝난 스케치를 그대로 CAD로 옮기는 작업이었다.

하루하고 반나절 만에 끝.
소장님께서 생각보다 빨리 끝냈다며, 이제 일이 손에 좀 붙은 것 같다며 또 약간의 당근을 주셨다ㅋㅋ
Mike가 대강의 틀을 이미 그려 둔 상태여서 더 빨리 끝났다.
UCS가 잘못 설정된 상태로 그려진 도면이라, 아주 미세하게 돌아간 선들 때문에 꽤 애를 먹었다.
소장님과 상의 후에 그냥 내버려두고 새로운 선만 제대로 그리기로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나 많은 시간을 뺐겼다.
소장님께서 말하시길, Mike가 휴가에서 돌아오면 일 좀 똑바로 하라고 따끔히 한마디 하라셨다. 내가 감히 어떻게 ㅋㅋㅋ
알고보니 Mike, Alex 둘 다 자기 사무소도 경영한 적이 있단다ㅎㄷㄷ

이 작업이 빨리 끝난 덕에, 또 다른 프로젝트를 받았다.
주택의 1층 뒷쪽 주방을 확장하는 프로젝트인데, 이미 건축주에게 보여 줄 4개의 설계안이 만들어진 상태였다.
그런데 돌연 건축주가 사진 한장을 들고오더니 그것처럼 공간 디자인을 해달란다.

덕분에 다소 변경이 필요해져 그 일이 나에게 온 것이다.

이전보다도 훨씬 작은 부분이지만, 다시 평면계획을 하게되어서 기분이 좋다.

컴퓨터와 씨름하기 보다는 차라리 펜들고 선을 긋는게 훨씬 좋다.
몇주 내내 모니터만 들여다보고 있으니 아주 죽을맛이었다.
목요일 오후 쯤 되니까 술이라도 마신것 마냥 머리가 어질어질 했다.
확실히 난 스트레스에 취약한 것 같다.
이래서 건축을 계속 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ㅋ
줌토르나 스페인 건축가 누구처럼 어디 산 속에 사무소 만들고 작품성 있는 프로젝트 몇개만 하며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대부분의 건축가들이 꿈꾸는 생활이겠지ㅋㅋ

목요일에 마침,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 중인 이소장님과 같이 퇴근 했다.
덕분에 펍에 들러 맥주를 얻어 마셨다.
이제야 왜 영국애들이 그 복작복작한 펍에서 다리도 안아픈지 서서 맥주를 마시는게 이해가 간다.
열심히 하루 일과를 끝낸 후 펍에서 맥주 한잔은 정말 기가 막히다.

이미 머리가 어질했지만, 소장님이 사주시는 맥주를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나!!
사실 맥주보다는, 배울 점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20살때부터 선배들이 있는 자리는 빠지지 않고 다 찾아다녔고, 그 덕분에 지지난주 목요일을 사무실 바닥에서 오들오들 떨면서 잠을 잤었지만, 또 그런 내 이상한 취향 덕분에 이 사무소까지 올 수 있었기도 하다.

소장님은 나를 학부생으로 보지 않고 자신과 동등한 수준의 건축가로 생각하고 나를 대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내가 아직 어리다는 것을 감안해 그러려니 내버려 두지 않는다는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사람의 가치를 객관적인 한계에 묶어두지 않고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가진 사람으로 믿고 대할때, 그 사람의 능력으로는 이루지 못할 것 같은 일도 해낼 수 있으며 그로 인해 더욱 성장한다는 것이다.
그냥 맞는 말이다 싶지만, 아랫사람을 진정으로 믿으며 그렇게 대하는 것은 쉽지않은 일 일듯 하다.

다시한번 이 사무실에서 일할 수 있게 해준 나의 모든 우연과 인연들에 고마움을 느끼며 집으로 돌아왔다.
지하철에서 잠이 들어 두정거장이나 지나쳐서 정신이 들었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마음은 가뿐했다.



영국의 법체계



영국은 우리가 영미법이라 부르는 법체계를 따른다.

영국에서 시작되어, 그들의 식민지국가나 미국 등에서 채택한 법 체계로써 가장 큰 특징은 유사 사례의 판례를 가장 우선시 하는 판례법주의 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륙법을 따르고 있는데, 이는 로마법에 기초하였으며, 독일과 프랑스로 대표된다. 

입법 기관에 의해 제정, 공포되어 문서화 된 법체계인 성문법이 큰 특징이며 판사에 의해 적용되고 해석된다.

현대 국가의 대부분은 극단적으로 한쪽 체계만 따르기 보다는 장단점을 수용하여 어느정도 혼합 된 법체계를 이룬다.

출처 : 위키피디아


건축법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영국의 모든 건물의 변경사항에 대한 도면과 자료를 누구나 해당 Council 홈페이지에서 열람할 수 있어서 몇몇 사례의 도면과 문서를 보았을때,

대륙법, 성문법에 기초를 둔 우리나라처럼 '어디까지는 된다, 무엇은 안된다' 하는 식이 아닌 듯하다.

우선은 경관을 고려해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가장 크게 보고, Planner가 판단 해서 허가를 내 주는 것 같다.

유사하게 기존에 허가가 난 사례가 있다면 그 계획안은 거의 확실히 허가를 받는다고 보면 된다.

허가신청은 모두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진다. 

우리나라처럼 인허가 과정에서 모종의 협상(?)이 이루어지기도 하는지는 모르겠다.




Posted by Archist _Teo 트랙백 0 :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