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위키


조선총독부 철거는 식민역사의 청산을 위한 가장 시각적이고 물리적으로 인지하기 쉬운 대상이었다. 

폭력적인 건축물을 폭력적으로 응징하는 모습으로 건축은 최고의 도구였다.





 

[BOOK REVIEW : 건축 없는 국가, 이종건 비평집]



  대한민국에서 건축이란 과연 무엇인가? 그리고 건축에게 국가는 무엇이고 국가에게 건축은 어떠한 존재인가? 라는 생각의 꼬리가 계속해서 연결되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그 물음에 관한 이야기를 속시원하게 정리해줄 것 같은 책 건축비평집인 '건축 없는 국가'는 따가운 쓴소리도 들을 줄 아는 건축가들과 우리 사회에게 전하는 이야기들이다.

 

  전반적으로 내용들이 흥미로운 내용이면서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들 혹은 기성건축가들이 한 번쯤은 생각해보았을 사회구조적 문제 혹은 건축문화의 시스템에 관해 쉽게 정리하지 못하고 뒷골목 삼겹살집에서 소주 한 잔에 안주거리로 등장했지만, 그 이야기들에 대한 정리가 충분히 되어있으며, 이종건 선생님의 잘 갈아진 날카로운 비평의 날로 얼어 있었던 그 곳에 침투한다.

 

  마지막으로 나는 우리나라의 활발한 건축 비평문화에 대해서 지지하고 싶다. 그리고 그 비평의 관문과 경계도 절대적인 학문의 철옹성보다 대중적이며 조금 열려있는 자세로 스스로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건축 비평의 최전방에서 그는 건축 없는 국가와 국가 없는 건축을 꿰뚫어 보았다. 열린 마음으로 그가 행했던 건축과 국가의 해부를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건축문화의 한 부분이 가질 존재의 무게를 더욱 실어 줄 수 있으니 말이다.

  


프리츠커상 수상에 대한 그의 의견


     프리츠커상에 대한 동경 저변에 깔린 '그들처럼 건축하기'라는 주권 없는 삶의 정신을 비판하고, 건축계에서의 프리츠커상은 마치 파농의 말을 인용해 백인 피부를 동경하고 갈망하는 식민주의 정신과 무관하지 않다고 표현한다. 짐짓 그는 프리츠커상이 곧 건축학도, 더 나아가 건축가들에게 하나의 우상화로 비춰지는 단면을 조명하고자 한다. 이 글의 말미에는, 물론 우리 건축 사회에서도 우리들 만의 환경 속에서 자유로운 방식을 통해 프리츠커상을 거머쥔다면, 축하해야 할 일이라고 한다.

 

     사실, 나의 의구심은 이 한마디에서 비롯한다. 과연 우리가 건축을 배우면서 묵시적 세례를 통해 그들의 건축적 삶을 목표로 했는가이다. 그리고 그는 이 태도에 관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프리츠커상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가지고 있다. 물론 많은 건축학도들은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건축가들에 대한 호의적인 자세와 함께 자의식이 강한 그들의 건축철학을 우러러 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건축학도들은 건축가로 양성되기 이전에 하나의 인간이다. 인간이기에 욕심이 있고, 우리 분야의 최고의 영광은 프리츠커상으로 전세계에 알리는 수단이다. 그 욕심은 물론이지 없다고 하면 다들 거짓일 것이다. 하지만, 모든이가 이러한 욕망을 가지고 있더라도 결국 프리츠커상을 위한 방법은 없다. 처음에는 사회문화적 경향 혹은 디자인적 혁신에 관한 관점으로 예상되었을 수도 있으나 올해의 수상자였던 '프라이 오토'는 그 모든 관점을 부식시켜준다














ⓒ http://www.pritzkerprize.com/

2012 프리츠커상 수상자 중국건축가 왕슈와 지역성을 고려한 외벽 표현



        결국에는, 프리츠커상을 수여하는 기관에서 판단하는 일들이다. 그가 말하는 '그들의 건축'이 아니라 우리식의 건축을 하고라는 말이 있는데 우리식의 건축이 무엇인가라는 내용의 부재는 글의 힘을 잃게 해준다. 과연, 현재 우리나라만의 건축은 무엇인가? 혹은 우리끼리의 건축은 어떤것일까? 라는 질문투성이로 남지말고, 많은 재능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건축가들이 한 번쯤은 고민을하고 실험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건축가의 태도에서도 출발하는 이 문제는 결국에 나는 우리사회가 바라보는 건축의 시점으로 끝났으면 한다. 공통적으로 프리츠커상 수상자가 나온 국가들을 보아야한다. 그 국가에서 이뤄지는 건축작품이 아니라 그 국가에서의 국민이 건축과 어떻게 호흡하고 있는지를...


인식의 나르시시즘


        한국적인 건축의 정체성 생산의 부재는 결국 기념비적이고 골동품적인 역사주의로 인해 기인된다라고 한다. 그리고 우리 현대사의 진행 속에서 지정학적 위치가 가지고 있는 컴플렉스가 한 몫한다고 지적한다. 북족과 서쪽으로는 공산주의의 이념적인 갈등과 함께 타도의 한 축이었으며, 남쪽으로는 바다가 동쪽으로는 아픈역사의 상흔도 지워지지 않게 만든 일본이 있었다. 그로 인해 우리는 스스로 고립시켰고, 타자를 통해 스스로를 판단할 수 있는 기회가 박탈당한 고아같은 존재로 우리의 현대사는 시간적 의미의 현대만 남겨두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한가지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새로운 시각이면서도, 상당히 흥미로운 제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우리의 삶 속에 타자를 적극 불러들이는 것으로 희미하게 가려진 한국적인 것을 찾기위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아키텍처와 국가


         건축 혹은 아키텍처의 수준을 논하기 이전에 지배의 주체인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문제에 귀속된다. 즉 국가는 규정자이다. 2010년 상하이 엑스포를 예를 들어 보았을 때 중국관 과 미국관은 극히 대조적인 방식을 택한다. 그의 짐작으로 중국관은 국가 주도의 야심작이며, 미국관은 전혀 이들가 경쟁하려는 자세 없이 가드를 내리고 세계무대와 싸웠다


         내 경험을 비추어 보더라도, 엑스포 행사의 존재감 부분에서는 물리적으로 중국이 정신적으로는 미국으로 무의식적 선택을 통해 관람을 했다. 그 부분에서 미국관은 정말 실망만 남겼다. 그나마 기억을 상기시켜 보면 미국관에서는 건축은 없고, 전세계를 무대로 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스폰서들이 입구에 빽빽하게 자리 잡았으며, 엄청난 스크린에 나오는 미국대통령의 환영인상 정도 였다. 엑스포가 국가의 건축술을 뽐내는 경연장일 수 있으나, 미국은 굳이 퍼포먼스를 통해 힘을 쏟지 않았던 것 같다.

 

         마치 인공적인 가공없는 모습으로 관람객을 실망시킨 것 부분이 오히려, 역설적으로 보인다. 결국 엑스포에서 관람객으로 하여금 국가는 환상과 착각을 주입시켜주는 자리로 대표하는데 그 중 미국은 가장 절제를 한 것이지 않을까?




ⓒ http://news.xinhuanet.com/

2010 상하이 엑스포 국가관 (왼쪽) 중국관, (오른쪽) 미국관


비평


      그는 우리 건축의 문제는 비평의 부재로 꼽는다. 결국에는 건축문화 없는 국가를 지칭하는 것 같다. 수요가 없는 비평은 결국 사회가 싫은 소리를 배제함에 있어서 생겨났고 또한 보는 것에 익숙한 우리에게 사고의 부재를 깨닫게 해준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말처럼 우리는 항상 이런식으로 대상과 상관없이 짓밟아왔다. 때거지 문화를 마치 스스로 정당하다라고 색칠을 하고 말이다


      항상 무리지어 다니며, 천천히 제거해 간다. 자신들에게는 때가 뭍으면 안되니 말이다. 비평없는 발전은 없고 발전을 원치 않는 건축에서 우리는 더이상 건축을 문화로 찬미할 이유도 없다. 적어도 건축문화를 이끌기 위함이고 대중과 친숙하기 위한다면, 건축가도 스스로 비평에 대해서 호의적일 필요는 있다.




건축 없는 국가
국내도서
저자 : 이종건
출판 : SPACETIME(스페이스타임) 2013.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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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 201510 575호

2015.10.30 03:14 from 0Fany/Review



 불현듯 지나간 시간에 해왔던 과제처럼 SPACE의 리뷰를 하다가 오래간만에 시리즈로 연재되고 있는 지역 건축에 관한 탐구가 제법 흥미로웠다. 현재 호남-광주지역에 대한 기사는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정보력 낙후지역이었던, 영남 대구지역의 소식은 아주 반가웠으며, 그에 대한 지역 건축가들의 논의와 함께 그들이 마주했던 한계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어볼 수 있었던 SPACE의 리뷰를 간단하게 해보았다. 



지역 건축의 이슈와 현재 ‘대구와 영남, 공허한 신도시와 겨루다.’


껍질에 가려진 본질


대구와 영남지역의 지역 건축 화두를 쉽게 분류해 대구 지역의 신도시 개발의 현재와 지역의 건축유산 재활용. 대구건축의 근대성 접근과 함께 보존방식. 마지막으로, 지역 건축가들의 생존기를 통해 어딘가에서 들려왔던 망치소리 혹은 어둠이 내린 동네 한 켠에 소주잔을 채우면서 나누었던 그들만의 이야기가 한 데 모였다. 건축계의 이슈에서 지방은 상대적으로 변방에 속한다. 여느 도시보다 대구는 그 이슈의 변방에서 안타깝게도 더 고립된 지역처럼 보인다. 인근의 대도시인 부산은 북항지구에 국제현상공모로 주목을 받았던 ‘오페라우스’가 건립을 앞두고 있으며, 광주에서는 올해 11월 정식 개관을 준비중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있다. 물론 대규모의 문화시설이 생겨야만 건축계의 이슈로 떠오르는 건 아니지만, 잠시 운동이 둔해진 도시에 새로운 활력소로써 심폐소생술을 하는 긍정적인 측면과 학문적으로도 다시 한 번 도시를 진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에 단순히 개발사업으로 치부하기에는 오류가 있다.


하지만, 대중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을 뿐. 그 조용했던 도시에도 개발의 소리는 들렸었다. 최근에 완공된 경북도청 신청사와 대구 월배 아이파크(입면설계 UN스튜디오)가 그 주인공이었다. 우리나라 공공기관에 관한 현상공모를 아직 참여해 본 경험은 없더라도, 미루어 짐작하더라도 설계공모에 빠지지 않는 조건의 한국 전통건축의 계승을 바라는 건축적 개념은 무조건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물론 지역과 건물에 생길 부지에 따라 저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이 지역에서는 더욱 간과해서는 안될 문제라고 생각한다. 합법적 자금으로 한국 전통건축의 현대화 혹은 지역성에 관한 고민을 할 수 있는 기회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완성된 도청사는 흔히 볼 수 있는 대리석 건물에 얹힌 기와지붕으로 끝을 내었다. 


물론 턴키사업의 특성상 건축설계에 대한 심도있는 고찰보다는 공기단축 우선이라는 미션이 더 중요했을 것이다. 우리는 지역성 혹은 전통건축의 현대화라는 풀리지 않는 문제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보다는 그리고, 그 문제를 풀기 위해 신중하게 꺼지지 않는 연구실에서 거듭되는 실험과 이론적 토대를 만들기 위해서 다소 소극적인 자세로 비추어졌을 그들을 비웃듯 그들의 방식은 상당히 쿨하게 진행되었고. 마치 별 고민 없이 대량생산을 위한 기계처럼 익숙한 현대와 전통의 콜라보레이션의 재현을 보여준다. 앞으로 국가예산이 투입되는 건축물에 관한 설계방향의 룰을 다시 재정립 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적어도 국가가 합법적인 기회를 통해서 이 땅의 건축가들에게 현대와 전통 건축의 실험기회를 주었으면 한다. 너무 익숙해서 무뎌진 콘크리트에 기와지붕의 단짝을 때어낼 시점이다. 


마지막으로 UN스튜디오가 맡았던 아이파크의 파사드 디자인은 지극히 주관적인 입장으로는 대기업이 입주자를 위한 홍보장치 수단으로 이용하기 위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돈을 위해 돈을 투자한 그럴싸한 전략이다. UN스튜디오에게 아파트 설계를 맡기기에는 비용부담이 크지만 반대로, 소비자로 하여금 환심을 사기 위해서는 그들의 이름이 필요했다. 그래서 기업은 건축가를 화가로 채용해서 그들이 만들어 놓은 거대한 캔버스 위로 컬러풀 대구를 그려 넣었다. 중요한 사실은 UN스튜디오와 작업을 했다지 어떻게 왜 작업했는지는 중요치 않았다. 끝으로 새길 시그니쳐 자리에 ‘made by UN studio’를 위해.


근대건축을 활용한 대구 건축의 전략적 차별화


       대구 건축의 키워드로 지역의 건축계에서는 근대성을 화두로 잡은 듯하다. 대구 구도심에 알알이 박혀있는 오랜 역사를 간직한 다이아와 같은 건축물들을 발견한 지역건축가들은 그들의 세공이 필요한 시점임을 깨닫고 앞다퉈 나서고 있다. 그들에 근대성의 접근은 대구 지역 건축의 정체성을 구축 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된다. 상황적으로 보았을 때 지역의 기성세대 건축가들의 먹고사니즘에 대한 걱정으로 등한시 되었던 다이아들은 해외유학을 마친 건축가 혹은 젊은 건축가들의 손으로 세공이 이뤄졌다. 그들이 작업한 작품들과 작업과정에서 겪었던 경험들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각오와 반성들이 인터뷰에 담겨 있다. 어쩌면 고스란히 당신들의 소중한 경험이 밑바탕이 된 거름과 같은 이야기지만, 이와 같은 지역 건축을 위한 문제제기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서로 공유하며 알리는 자세는 다른 근대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도시의 건축가들이 참고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개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의 공격적인 재생마케팅처럼 이제 슬슬 앞으로 노를 젓는 것도 중요하지만, 잠깐 뒤를 돌아 뒤쳐진 시간들을 회복하기 위한 자세들이 보는 것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 지점에서 대구는 건축가와 시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사투를 벌이는 것 같아 그들만의 건축문화에 새로움을 느낀다. 다른 도시에서도 물론 국소적 방법으로 재생을 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하나의 건축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는 대구 지역 건축의 발걸음이 기대되는 바이다. 두 가지의 역사성 충돌로 인해 흥미로운 지점인 중구에서 이루질 그들의 세공으로 인해 탐구하게 될 지역 건축의 전략과 지역성에 대한 이야기를 대구만의 색을 지닌 방법으로 이끌어 갔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 




공간 space (월간) 10월호
국내도서
저자 : 공간사편집부
출판 : CNB미디어 2015.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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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던 초딩시절.

 


철보다도 나에게 더 부족했던 것은... 의외겠지만 자신감이었다. 요즘말로는 진짜 상쫄보.

성격은 내성적이라 거의 학교에서는 말이 없었다. 생활기록부에는 조용하다. 차분하다라는 말이 습관처럼 혹은 별명처럼 붙어다녔다. 그리고 여자친구들을 보면 말도 못꺼내고, 오히려 무서워서 말도 못걸었다. 어려서부터 무슨 선비도 아니고 '여자보기를 돌같이 하라'도 아니고... 그 시절 나 좋다는 여자한테도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심지어 편지를 주면 찢기도 했으니... 이건 뭐 지금 생각해보면, 내 행동이 왜 그랬는지 사실 궁금하다.

 


뿐만 아니라, 수업시간에는 손도 못들었다. 아는 것을 말하지도, 하고 싶은 것도 하지 못했다. 손을 들면, 주목을 받고 그리고 그 시선들을 받으면 떨려서 심장이 너무 뛰어서 내 목소리보다 더 커서 들킬까 걱정했다. 초등학교 3학년 무렵일까? 독감이 너무 심해서 집에 가고 싶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용기내서 말한다는게 "선생님, 감기때문에 너무 아파서 그런데 집에 가고 싶어요"라는 말이라니... 하지만 그 말도 제대로 못해서 나는 "선생님, 기침이 걸려서 집에 가고 싶어요..." 반 애들은 모두 나를 비웃었다. 나는 뭐가 문제지? 라고 생각하고 솔직히 오줌을 쌀뻔했다...그 비웃음... 여튼 내 초등학교 유년시절은 어찌보면 지금의 나와 너무 상반되서 어색하지만, 그 모습또한 나이기에 나는 사랑한다. 이 기억들이 무의식적 트라우마였는지 아직도 기억이 난다.

 


각설하고, 나는 이 이야기 하나만 기록하고 싶다.

학교 앞 신바람문구사라는 곳에서 나는 인생에서 처음 외상을 해본다. 가격은 약 5~6000원 가량 했던 작은 레고였다. 너무 갖고 싶었고, 나말고 누가 갖는게 싫어서 였는지 급하고 구매했다. 그리고 2주 정도 지나서 힘들게(?) 모았던 용돈을 주머니에 넣고 즐거운 마음으로 문방구를 찾았다. 외상노트에 내이름을 지우는게 내겐 중요했다. 코찔찔이 꼬꼬마 시절부터 채무에 대해서는 민감했나보다.

 


아니 왠걸? 주인이 바뀌었다.(상호명이 바뀐건 아니지만...확실히 친가족 관계도 아닌 새주인으로 추측된다.) 근데 그 주인이 나에겐 중요한게 아니다 장부에 내 이름을 지우는 것 그리고, 내 외상을 갚는게 더 중요했다. 나 스스로 묻고 따지지도 않고, "아저씨, 지지난주에 외상한거 갚으로 왔어요. 이름 좀 지워주세요." 새 주인장은 조금 당황해했다. 당연하겠지... 그리고, 당장 그 당황한 기색을 숨기고, "아 이전에 외상을 했구나~" "얼마지?"라고 하며, 돈을 받고는 고맙다~라고 나를 돌려보냈다. 사실 나도 바보는 아니다. 상황적 분위기도 그렇고 그의 행동패턴... 내가봐도 나는 그 순간 눈치채고는 달아났거나, 아니면 호기롭게 "어?, 주인이 바뀌었네...그냥 갈께요.."라고 등등 여러가지 다른 행동도 할 수 있었지만, 난 그럴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외상을 했기때문이고, 누군가의 물건을 빌렸으면, 혹은 돈을 빌렸으면 그대로 가져다 주어야한다. 그 정도는 알았다.

 


그렇게 외상값을 치루고 집에 돌아와 부모님에게 말했다. 역시 의견은 달랐다. 살림의 위해서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셨던 어머니는 "잘 말해서 이전 주인이랑 상관없으면 돈 줄 필요 없지." 아버지께서는 "잘 했다. 너는 돈 갚으러 갔다가 무슨 딴 생각을 하려고 하냐며 꾸짖으셨다." 그리고, 다음날 학교에서도 친구에게 말해주니. 긴 문장은 필요없다. 단어로 나열하자면, 바보-멍청이-쪼다...등등... 그 돈으로 뭘 사겠다. 자기네들끼리 무슨 로또 맞은 마냥 이상한 계획을 펼치기 시작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 시절, 코찔찔이에 쭈구리 말도 제대로 못해서 오줌 쌀뻔한 완두콩만한 심장의 약해빠진 나와 지금 내가 남에게 어떻게 비춰지는지 모르겠으나... 그 초딩 영환의 시절이 너무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거 아냐? 아니면, 무슨 멍청한 소리야?"라고 할 수 있지만, 나는 나(초딩시절의 영환)를 너무 고맙게 평가하고 싶다. 지금 그 행동을 안하고, 조금더 욕심을 내거나 계산적 셈을 했다면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작은 행동들은 누적되기 마련이다. 그러기에 나는 어린 나를 보고 지금도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아서 다행이라 생각된다. 나 스스로 내 주변인에게 얼마나 떳떳한가? 라고 했을 때 나는 어디까지가 정직이고 어디까지가 교활한 것인지 가늠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말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경쟁에 있어서 항상 평등하기 위해서 혹은 부정을 보더라도, 나는 나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눈을 감고 나와의 싸움을 했다. 결과는 뻔하게 실패임을 알면서도, 막연하게 일을 했었던 적도 있다. 바보 같고, 미련해 보일 수 있다. 무언가 가치를 위해서 한다기 보다는 그냥 나와의 싸움인 것 같았다. 마치 이 이야기의 끝은 하나의 성장드라마 처럼 좋은 결말로 나아갈 것 같지만... 나는 기대하지 않는다.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잘 알고 있다. 나도 이제는 적당한 셈법을 하기 위해 마사지를 받는 중이다. 10년도 지난 혹은 20년이 지난 이야기는 이제와서 나에게 심적인 외상까지 후련하게 갚아낸 기분이다.

 


오히려, 그 주인이 고맙다. 그 분이 멍청하건 혹은 순수하건 나에게 불량식품하나 건네며, 이거 먹으면서 가라 고맙다. 이러지 않아서... 그랬으면,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달콤 짭짤한 과자가 그 기억을 순식간에 용해시켰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시간도 갖지 않았을 것이며, 그 행동의 소중함과 중요성을 몰랐을 것이다.

 


이 이야기가 더 소중한 건 현재 우리 사회에 과연 외상을 할 수 있는 곳이 존재할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는 누군가에게 쉽게 외상을 받을 수 있을까? 라는 근본적인 물음에도 나 스스로 답하기 힘들다. 서로의 신뢰를 통해 더욱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하거나 혹은 어리석은 믿음으로 상처를 받을 수 있는 외상문화. 단순히 돈을 빌리고 갚는 문제가 아닌 나의 정신을 돈으로 평가하는 순간이기도 한 이 실험적인 기회는 또 다시 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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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동네산책의 관찰노트_ 01] 가변형 예술극장, 일상적 모습으로 변태하다.




 가을을 심하게 타는 나에게 산책과 독서, 음악감상은 바쁘더라도 자연스럽게 몸이 저절로 반응하게 한다. 그리고 자취를 시작한지 약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나는 우리동네(지산동 X 동명동)를 사랑하게 되었다. 6개월의 시간이 서로 어색함을 깨는 시간이었다면, 나머지 시간은 좀 더 주민처럼 깊숙히 들어가 즐겨보고 싶은 생각이다. 물론 나는 아직 주소지변경을 하지 않았지만(법적으로는 동네주민 아님), 이동네에서 잔뼈가 굵으니 최대한 모든 감각을 이용해서 흔한 동네산책의 기록을 시작해 볼까한다. 왜 기록을 시작하는지 기록의 끝은 언제인지는 묻지 마시길 그냥 마음가는대로 기록하는 것이니까. 주목하지도 말고, 그저 동네청년이 이렇게 도시와 건축이랑 어울리나 보다라고 생각하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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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예술극장 페이스북을 공유해 놓으니 주간스케쥴과 일일 공연에 관한 내용과 장소가 간략하게 정리가 되어 쉽게 정보를 얻을 수가 있다. 그래서 주말간에 예술극장 야외상영하는 작품관람을 위해 가보았다. 그전에 예술극장 내부가 궁금했다. 약간은 허전하지만, 거대한 로비를 공유하며 예술극장 매스와 문화창작원의 매스가 충돌하고 있다. 내부공간의 분위기는 사람과 공간 모두가 아직은 어색한 모습으로 어울려져 있지만, 조만간 친숙해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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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팅과 함께 월간 공연스케쥴의 브로슈어를 받을 수 있는 곳 로비는 대체로 마감이 목재로 되어있어 따뜻한 느낌이지만, 기둥들의 포인트 조명이 상당히 센스있게 되어있어, 마치 빛기둥처럼 아름답다. 바닥의 마감이 목재와 석재로 되어있는데 그 경계가 애매하다. (다 이유가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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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적막을 깨는 엘리베이터 그리고 차가운 인공빛의 반사와 왜곡

 


기교는 없지만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고 관찰하면, 생각치 못한 아름다움이 숨겨져 있다. 오늘 발견한 그 요소 중 하나. 엘리베이터와 인공빛, 그리고 마감으로 인한 반사광의 왜곡이다. 외부에서 오르락 내리락 하는 엘리베이터가 마치 무중력 공간에 드라이아이스가 왔다갔다 반복운동을 하며, 재미난 놀이기구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 수직운동은 외롭지 않게 건너편 다공패널이 함께 해준다. 물론, 사소하고 필요해 의한 무조건적인 동선이지만 카페트처럼 깔린 거대한 문화마당 앞에서는 모든게 볼거리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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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축적 다공성의 매력


수직적으로 3가지의 다공패턴으로 이뤄진 외벽에는 다공의 밀도 형태의 차이로 심심함을 달랜것 같다. 인상적인 부분은 지상에 마련된 빛의 공원 난간 다공패널인데 건물 밖으로는 조금더 세밀한 원형의 다공패널이 사용되었다. 그리고 드문드문 설치된 조명이 지나가는 사람으로 하여금 존재감을 아슬아슬하게 보여준다. 마치 존재를 다 보여주기 보다는 함축적으로 사람과 공간을 노출시키는 방법인 것 같다. 움직임 하나하나가 신비스롭고 아름다우며 지하공간과 지상공간의 경계를 호기심으로서 흐려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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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관에 담긴 무중력 공간과 가능성의 중첩

 


도시를 연결하는 거대한 수평축과 지하로의 유입을 위한 수직동선. 그 사이에 생겨난 여백공간은 다양한 가능성을 불러일으키는 상상의 여지를 준다. 단순히 기술적 가변형 극장이 아닌 실험적 극장이 탄생할 여지를 남겨둔다. 그리고 그 첫번째로는 야외극장인 것으로 보이는 이벤트는 흥미로워 보인다. 난간에 기대서서, 앉아서, 누워서, 고개만 살짝 내밀고 시민은 관심을 표출한다. 어느 순간 하나의 건축물이라는 인식은 사라진지 오래다. 참으로 신기한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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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패널 렌더링이 실제가 되는 모범사례

 


실제로 ACC(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공모제안에서 이 장면을 그래픽이미지로 넣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건축학도들이 아름다운 장면 연출을 위해 허상일 수도 있는 장면들을 도출해 내곤 한다. 물론 우리가 생각하는 최적의 청사진이지만 실제로 그렇게 이용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자발적 참여에 의해서다. 건축은 인간의 행동을 제안할 뿐이지 제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오늘의 산책에서는 마치 컴퓨터 화면에서나 보는 장면들이 실제로 구현되어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되었다. 시민들은 스스로 참여하고 있었고, 생동감있는 풍경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작품을 위해 거대한 공간의 조명들은 하나둘씩 꺼지기 시작하며, 영화만을 위한 공간으로 존재하며, 늦은 가을밤 숨죽이며 시민들과 호흡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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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CU에서 4캔에 10000원으로 구매할 수 있는 양질의 맥주와 함께 조용히 씹을 수 있는 먹거리와 함께 즐긴다면, 이곳을 활용하는 최고의 방법일 것이다. 안타깝게도 나는 귀차니즘이 발동되어서 준비하지 못했다. 마치 놀리기라도 하는 듯 어둠 속에서 들리는 탄산 빠지는 소리를 들을때마다 다이어트로 예민한 여자처럼 반응하였고, 참지 못한 나는 자리를 떴다.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아쉽게 뒤로한채...


어쩌다 마주친 아시아예술극장 X Zhao Liang Project : 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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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로를 통해 광주로 오게된 서울토박이 친구녀석에게 광주를 알려주기위해 실핏줄과 같은 문화들을 소개해줬다. 

생각보다 광주가 소유하고 있는 문화적 가치는 상당히 깊이가 있고 적극적임을 알 수 있다.

선입견으로 광주는 갈 곳이 없다라고, 단정짓기에는 가볼만한 곳들을 와보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오히려 이 고요한 문화마당을 천천히 둘러볼 수 있어서 다행일 수도 있다. 

그리고 전주한옥마을처럼 역사고 문화고 먹는게 최고라는 상업문화가 아직은 침투하지 않아서 또 다행일 수도 있다. 

이 감사함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지켜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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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적인 미완과 책임의 부재, 광주공원 시민회관 리노베이션




 오래된 피복을 벗고 새로운 가운을 입기보다는 몇 가지의 악세사리를 덧붙여 크게 어색하지 않는 모습을 연출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딘가가 불편해 보이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 불편함은 건축적인 표현을 넘어서 굳게 잠겨 진 문들과 함께 어떠한 프로그램이 들어설지 주저하고 있는 모습이 리노베이션 이전의 강한 존재감을 발휘하던 모습과 상반될 정도로, 성숙한 모습의 어른이 아닌 어린아이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이 곳을 위한 시간을 따로 내어서 찬찬히 둘러보았다. 안타까운 부분은 최근 완공을 다한 것으로 보였지만, 아직 굳게 잠긴 문틈 사이로 모든 분위기를 유추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나 참... 이 부분에서 잠깐 흥분했던 내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고 싶다. 딱봐도 현재 리노베이션 이후의 광주공원 시민회관은 광주시민에게 아니 모두를 위해 열려있는 건축적 개념을 택했다. 모두를 위한 열린공간을 지향하고 있음은 광주공원이 가지고 있는 성격과 함께 얼추 확인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공간은 철저하게 시민을 등지고 있었으며, 철조망 안쪽으로는 새들의 분비물로 오염되고 있다. 전혀 관리는 되고 있지 않으며, 관리를 위한 움직임은 몇 달간 보이지 않으며, 이 무더위를 견뎌내가고 있다. 시원해보이는 옷차림이지만, 생동감이 없어보이고, 갑갑해보인다. 이 모순되는 풍경에 무슨 사정이 있는 것일까? SPACE 6월호(2015)에 실린 내용을 토대로 찬찬히 녀석의 사연을 들어봐야겠다.





광주공원 시민회관

1943년 광주시 제1호 공원으로 지정된 광주공원 한쪽에 자리 잡은 시민회관은 1970년대 한해 평균 600여 쌍이 식을 올린 곳이자 아이들의 글짓기 대회 장소였다. 5.18 광주 민주항쟁 때는 계엄군에 대항한 시민군이 사용하던 공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40여 년이 흐르면서 다양한 문화시설이 건립되면서 이곳은 경쟁력을 잃었고 시민들도 외면했다. 건축물의 구조적 한계까지 드러나면서 본래 기능을 상실하기에 이르렀다.


광주에 지어진 건축물 중 근현대의 전이적 작품으로 평가받는 광주공원 시민회관은 SPACE 1986년 6월호(통권 227호) ‘광주의 도시와 건축’에서 소개된 바 있다. 필자 신남수는 “광주공원에 있는 광주시민회관은 광주시의 회관으로는 그 규모가 충분하지 않지만 광주공원 광장의 한쪽에 단정히 입지하고 있어 다른 현대 건물이 대부분 광장의 한 가운데 군림하는 오만함이 없다”고 기술하면서, “부드러운 입면 처리로 주위의 나무, 계단 들과 그럴듯한 조화를 이룬다. 부드러운 곡선은 4층 건물이지만 주위를 압도하지 않으며 유쾌한 분위기를 자아낸다”고 평했다. 광주공원 시민회관을 설계한 임영배는 해방 이후 광주에서 건축 교육을 받은 1세대 건축가이다.

ⓒ 월간 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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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공원은 광주광역시 제1호 도시공원이자 5.18의 역사를 간직한 역사적 장소이다.


근대 건축물의 보존을 통한 축적된 역사를 수렴하는 도시 디자인의 필요성으로 철거의 문턱에서 겨우 생존한 광주공원 시민회관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최소한의 보수를 통해 건물에 들어설 프로그램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 수렴과 함께 지명설계 공모전이 진행됐다. 광주공원과 시민회관, 조경과 건축에 새로운 풍경을 만들기 위해 조경가와 건축가의 협업을 통해 계획안을 제안하도록 했다.광주시는 광주공원이 퇴락한 구도심에 활력을 불어넣는 거점으로서 아시아문화전당, 광주사직공원과 함께 삼각 축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 월간 SPACE

광주공원 시민회관 공모 당선작_'광주의 판과 그린 콘서트'_ 김아연(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김광수(이화여대 건축학부 교수)


특히 이번 공모전은 독특한 선정 방식이 주목을 받았는데, 바로 ‘시민 심사위원단’ 운영이다. 시민 심사위원은 공모를 통해 모집한 275명 중 10월 18일 추첨을 통해 100명을 선발했다. 100명의 의견을 취합한 결과는 1표로 작용되도록 했다. 만약 4:4 동수가 나온다면 시민 심사위원단이 지지한 안을당선시키는 방식이다.

 


공개심사 1차 투표 결과, 김아연+김광수 팀과 조민석+하성한 팀이 선정되었고, 최종 결과는 6:2 로 김아연+김광수 팀의 ‘광주의 판과 그린 콘서트’가 당선안으로 결정되었다. 민주도시 광주에서 힘을 잃어가는 역사적 건축물을 보존하기 위해 가장 민주적인 방식의 실현으로 당선작을 선정하는 과정은 기존의 건축가가 겪어보지 못한 좋은 경험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 월간 SPACE


광주의 판과 그린 콘서트'_ 김아연(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김광수(이화여대 건축학부 교수)


“판은 활동을 규정하지 않는다. 반대로 활동이 판의 의미를 항상 재규정 한다.”


일상과 역사의 관계 맺기 우리는 현재 광주공원의 거대서사와 장소의 단편성을 시민들의 일상과 결합함으로써 이곳을 창의적이고 다양한 시민사회의 장으로 부활시키고자 한다.


기억과 흔적의 재생 우리는 과거와 미래를 쌍방향으로 지향한다. 기억을 축적하며 새로운 활동과 비전을 담고자 한다. 과거의 흔적은 유물이 아니라 재생의 의미를 갖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시민의 일상을 담는 바탕이 되며 시민사회의 활동적 장으로 의미화 된다. 구시민회관도 이러한 맥락에서재편성되어 침체된 광주공원에 활기를 주게 된다.

 

열린 프로그램을 담는 도시적 판의 생성 판은 각종 이벤트와 모든 일상 문화적 활동을 담는 그릇이다. 판은 접미사이고 그 앞에 모든 동명사가 배치될 수 있다. 따라서 판은 자생적 일상생활의 장이자 문화 활동의 장이다.


두 개의 판 일상과 축제, 도시적 활동과 자연의 힘을 담은 두 개의 판을 생성한다. 광주 평상(판1)은 새롭게 삽입되는 판이고 광주 카펫(판2)은 기존의 표면을 뚫어서 만든 판이다. 구시민회관에 도입되는 거대한 평상 혹은 대청마루와 같은 판은 각종 이벤트와 일상을 담는 융통성 있는 장이다. 이 판에서는 계획된 이벤트뿐만 아니라 일상의 활동이 전개되고 시민 또한 주인공이 될 수 있는 판이다. 이 판에서는 공연자와 관람자의 관계가 언제든 치환될 수 있다. 그리고 이 판은 기존 시민회관 건물의 오래된 골조 및 그 기억과 대비되는 새로움을 강조한다. 이와 더불어 이곳은 광주시민을 위한 거대한 그늘이 있는 정자와 같은 곳이 된다.


열 개의 정원 크고 작은 정원들을 만날 수 있다. 정원들은 아스팔트라는 과거의 표면 위에 놓이며, 일부 철거되는 트러스, 벽체 등 건축물의 일부가 만드는 조형 놀이 시설물이 놓여 있다.


여러 갈래의 길 구도심과 구시민회관, 광주공원과 사직공원을 잇는 새로운 도시 축을 만든다. 파편처럼 산재한 여러 장소와 정원 및 구시민회관을 엮어주며 형성되는, 계단을 만나지 않는 이야기길(경사로)은 여러 갈래로 펼쳐지며 새로운 내러티브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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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막힌 시민회관 내부, 건축가가 말하는 판의 활동에 관한 계획도 결국에 책임의 부재 앞에서는 규정될 수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초청된 작품중 비록 선정되지 못했지만, 그들이 전하는 시민회관의 청사진을 눈여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역시나 각자 시민회관을 다루는 방식이 다르다. 비우거나 덧대는 방식을 택했으며, 언덕 위 경사를 잇기위한 제스처도 재미있는 시도로 보인다. 지금 이 3가지안을 지금 보여주는 이유는 만약 이들이 당선되었을 때 현재 어떻게 작품이 마무리 되었을까? 라는 상상을 해보기 위해서다. 수치적으로는 따질 수 없지만, 그들이 계획한 설정값에서 가장 최소한의 값을 고수하고 계획을 한다면,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밀고 나가야 했을까? 그정도로 당선작의 계획본과 완성본은 큰 차이가 있다. 물론 다른안이 당선되었더라도 이런 결과를 피하기에는 불가피해 보인다.




(왼쪽부터 한양대학교_ 서현 교수, 매스스터디스_ 조민석, 광주공간_ 조성호 공모 참여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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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공원 시민회관이 가진 건축적 가치로는 '광주 최초의 현대식 문화집회시설'이라는 것과 함께 '광주의 역사적 사건을 지나오며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던 장소'로 수렴된다. 광주의 근대역사의 켜가 무수히 충돌했었던 이 곳에 마치 시대적 기념비를 자처하며, 지금의 시간과 함께 하기 위한 활동위한 포용만이 아닌 모습의 변화를 하며 존재를 과시한다. 지금의 도시는 인디밴드를 위한 공간이 필요했나보다. 그래서 광주는 약 100여 개에 달하는 유목적인 인디밴드들을 위한 안정적인 장소를 마련해주고자 이 곳을 선택했다. 연습 뿐 만이 아니라, 공연을 통해 시민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역할을 위해 과감하게 투자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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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문은 가변적인 동선유도에 상당한 역할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재료의 선택에 대해서 의구심이 든다. 물론 흥미로운 장치임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으나 인근에 아시아문화전당에서 내성이 생길만큼이나 치장이 되어버린 알루미늄의 외피를 이 곳에서도 봐야하다니...한편으로 아쉽지만, 희미하게 주변풍경을 반사해 만드는 신비로운 장면은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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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안의 계획 중에 가장 중요해 보였던, 조경에 관한 부분은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진행된 것이 없다. 광주공원 주변에는 공영주차장 시설들이 몇 곳들이 있지만, 인근의 유동인구를 수용하기에는 역부족이었는지 아니면 예산문제였는지 이 곳(주차장)은 그대로 방치되어있다. 건축물도 건축물 나름이지만, 계획안의 주된 소재가 실현되지도 않고 무산되다니...다소 식상해 보였을 수도 있지만, 나름의 뜻을 품고 있었던 메모리얼 프롬나드는 상상 속의 계획이 되어 버렸다. 


또한 언덕 진입을 해야하는 이 곳에 여러가지의 도시의 축을 연결해 동선 유입도 시도하려고 했었으나, 당연하게도 실현되지 않았다. 정리하자면, 본체(시민회관)을 제외한 어느 한 곳 제대로 된 곳이 없다. 딱봐도 예산문제처럼 보였으며, 건축가도 상당한 고통을 받았을 것 같다. 건축가 보다 더 고통 받았을 사람은 조경가...선생님...이 분은 정말 상실감이 컸을 것 같다. 


야외 공간도 건축물과 유기적으로 상호작용을 하기 위해 프로그램도 그럴싸하게 설정되었는데 만약 이대로 흘러간다면, 차라리 안하는게 더나은 상황이 올 것 같다. 완벽하지 않는 불편한 풍경에서 동거를 했을 때, 이 정도면 됬지라고 만족을 하는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는 안되는 곳이 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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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을 몇 바퀴 돌다보면, 감성적으로 다가간다면 우거진 숲 속의 폐허로 보였던 노천극장처럼 우아한 오케스트라 연주와 함께 멋진 풍경으로 보일 것만 같다. 하지만, 이 상상은 로마나 그리스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였나보다. 이 곳은 오래된 고대의 건축물은 아니지만, 적어도 광주만이 가지고 있는 소중한 자산이고, 멋지게 변화시킬 수 있을만한 멋진 기회였으나... 어떻게 된 영문인지 쥬라기 공원에서 나오는 버려진 건물처럼 보인다.

 


정말 최악인 부분은 왼편에 보이는 철제펜스인데 건축가가 생각한 기존 내부공간을 외부화 시키는 설정을 저 펜스에 의해 다시 내·외부를 경계짓기 시작했다. 어느 하나 마음 편한 곳이 없다. 철제펜스와 굳게 잠긴 자물쇠, 비워진 경비실에 감시자 없이 켜져있는 CCTV는 최초에 건축가가 제안한 판이 활동을 규정짓지 않겠다라는 말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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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과 완생의 사이를 대립시키면서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발산하지만, 주변 상황과 대입시켜서 본다면 신비로운 공간임에는 틀림없다. 주변에 새소리와 함께 공원의 산책로에서 이 곳을 바라보면, 한번쯤은 호기심을 가지고 다가서게 된다. 또한 외부의 비상계단은 마치 숲 속의 오브제처럼 보인다. 공원을 올라오기 위한 계단의 방향에서 바라보면 마치 하늘로 올라가는 계단처럼 솟아 있다. 자세히 보면 자연적인 그라데이션이 새겨진 계단은 존재의 무게감을 연출해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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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회관의 건물은 언덕 위에 위치해 있지만, 나무들로 가려져 있다. 하지만, 그 존재감을 벗겨내기 위해서는 계단에 올라 몇 발자국만 올라가면, 독특한 존재감을 나타낸다. 대체 이게 무슨 조형물이지? 라고 의구심이 들정도로 묘한 입면디자인의 향연이다. 마치 불안정한 시대상황을 반영했던 표현주의 건축으로 표출된 것 같다. 


제 1차 세계대전 이후의 독일에서는 표현주의 건축이 등장했는데 정치⋅사회적 불안과 이념의 대립에 의한 갈등을 현실 도피를 위한 자아도취적인 입장으로 건축물을 노출시키고 표현에 무게를 두었다. 결국 이러한 조형추구의 건축물은 하나의 조각처럼 보이며 기념비적인 성향을 띠고 있다. 가장 이해하기 쉬운 예로는 Erich Mendelsohn의  Einstein Tower를 찾아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광주공원 역시 지어진 시점으로 돌아가보면, 표현주의 건축의 사고를 할 수 밖에 없었던 분위기는 아니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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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재료의 오버랩으로 건물의 나이를 가늠해보는 것도 하나의 건축적요소로 작용 된다. 그리고 1층 내부의 유리매스의 삽입은 생각보다 유연한 디자인과 공간 구분으로 현대적인 분위기의 활력을 불러 일으킨다. 인테리어 마감에 조금만 힘을 실어준다면, 보다 더 상쾌한 공간으로 변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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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판불변의 법칙이라고 해야할까? 워낙 기존의 이미지가 뚜렷하고, 특이한 조형성 때문인지 과감한 변화없이도, 세련미은 묻어 나온다. 그래서인지 기대감이 많이 컸고, 실망감도 컸다. 시대적으로 지금이 광주공원의 모든 요소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최적의 기회라고 생각되었는데...가까운 길을 두고 또다시 멀리 돌아가려하는지 모르겠다. 급한 불부터 끄자의 정신으로 아시아문화전당 개관 이후에나 이곳에 신경을 쓰려나 모르겠다. 생각해보니 광주시가 건축물을 대하는 어리석은 행동은 바로 인근에서도 자행되고 있는데 한 예로는 광주폴리2로 진행된 '유네스코 화장실'이 있다. 본래 작품의 개념도 있지만, 화장실의 기능도 무시해서는 안되는 처사인데, 비싼 돈으 들여 만든 화장실 옆에 따로 간이화장실을 마련해 두고 시민을 이용하게 한다. 작품의 보존을 위해서란다... 더이상 언급할 가치도 없으니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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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것을 부분적으로 철거하면서, 새것을 입히는 작업을 리노베이션이라고 알고 있는데, 새것도 마치 옛것처럼 보이려고 사투를 벌인 흔적이 보인다. 조화가 아닌 위장...또한 이곳이 무엇을 위한 장소인지 모를 정도로 모호한 공간으로 보이게 되는 것은 결국 마감의 상태인데, 나름 허름하게 보이는 것도 멋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는 말처럼 템포 없이 속절없는 마감이 결국 생명력을 다해가는 노인에게 이것저것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그대로 숨을 거둔 것과 같은 상황처럼 보인다. 물론 이곳을 둘러보면서 최대한 인디밴드 아니면, 음악회 정도로 이곳을 활용하는 상상을 계속 했지만, 어색한 부조화를 지울수 없었다. 현실은 사진처럼 도살장 입구처럼 보이는 게 현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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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로 된 문이 회전을 하며, 공연장으로 관객을 흡수시킨다. 상황에 따라서 매표소의 역할로 할 것으로 보인다. 가변적인 기능이 흥미로운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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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가 마치 쇠로 된 굴뚝처럼 보인다. 그 뒤로 지나가는 구름이 연기로 보이며 굴뚝의 이미지를 완성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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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 정착을 한지 올해로 5년이 된 것 같다. 3년 정도 흘렀을 때 이 도시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갖게 되었고, 연이어 갈증도 함께 느끼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나마 지역건축이 대중에게 관심을 받았다고 생각되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타워, 광주공원 시민회관, 광주폴리 등... 많은 건축사업을 통해 '완공했다'라는 어휘적 만족은 있지만, 그 안에 내포된 많은 의미의 진정한 물리적 '완공'은 나는 아직 보지 못했다. 


애매한 결론으로 차라리 과거 혹은 존재하지 않았을 때보다도 못한다면, 과연 이것들은 존재의 가치가 있을까? 물론 결정된 사항과 완공이 다되어 시민에게 개방된 상태라면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이 시민회관 건물은 마음잡고 다시 추가적인 예산 혹은 조금 더 적극적인 행동의 개입이 가능하다면 실행하는게 맞다라고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계획안의 내용들은 실현가능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건축적 표현들이며, 문화도시 광주를 대표하는 지역건축물이 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지금의 결과로 자생적인 재생과 발전을 바라기보다는, 조금 더 아낌없는 투자로 물리적 해결을 구축한 뒤에 지켜보면 좋을 것같다. 상상만 하더라도 이곳에서 일어나는 퍼포먼스와 시민들의 어울림도시의 활기를 불어넣어 줄 것이다. 




 

 

 

 

 

 

 



SPACE_ 광주공원 시민회관 리노베이션, 스튜디오 케이웍스

http://www.vmspace.com/2008_re/kor/sub_emagazine_view.asp?category=architecture&idx=11998


SPACE_ 시민의, 시민을 위한, 시민에 의한, 광주공원

http://www.vmspace.com/kor/sub_emagazine.asp?pageNum=21&category=architec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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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도시의 켜를 관망하다 / 영국 런던, 로이드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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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샤를리 에브도를 새기다 / 프랑스 파리, 아랍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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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단면적 풍경 / 영국 런던, 로이드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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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운명적인 빛과 조우 / 영국 런던, 브릭레인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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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신지의 집

2015.07.31 02:06 from 0Fany/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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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 혼신지의 집 포토에세이]




 학수고대하며 내 순서는 언제쯤 올까? 보내주기로 노력하겠다는 짧은 답변은 오히려 더욱 소유욕을 키우고 있었다. 그리고, 몇 일 지나서 페이스북에 혼신지의 집 포토에세이를 저마다 인증샷을 통해 감사를 표하고 있었다. 부러웠다. 그래서 나는 언제오지? 라며 선생님께 "혹시라도 나를 잊었을까? 아니면 주소를 못보셨나?" 재차 확인을 하며 다시 메일을 보내며, 독촉 아닌 독촉을 한 것 같았다. 무슨 낯짝인지...매일 우체통을 확인하다가, 발견된 노오란색 서류봉투.


유년시절, 어머니께서 시장에 장을 보고 오실때 무심하게 툭 던져주면, 그저 좋아서 꼬리부터 뜯어 먹었던 붕어빵 봉투와 같았던 그 봉투에는 SPLK 가 적혀있었으며, 드디어 왔구나! 반가움을 감추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개봉해보았다. 캔버스천(생각해보니 두개의 매스를 내외부로 연결했던 2층에 얹혀진 외벽매스의 색상과 흡사하다.)과 같은 소재로 감싸져 있는 포토에세이. 


보일랑 말랑하는 내성적인 책의 타이틀과 함께 뒷면에는 혼신지의 집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새겨져있다. 정제된 몇마디의 글보다 시각적 경험으로 혼신지의 집을 소개하겠다는 의도였을까? 기다린 시간의 무게만큼이나 견딜 수 없는 기대감과 함께 책장을 넘겨보았다. 슬며시 훑어보며, 날씨 좋은 어느 날 여유있게 커피 한 잔과 함께 정독을 하기로 하고 잠시 책을 덮어 두었다. 


그리고, 작년 그 날을 다시 회상하며 찬찬히 오버랩시켜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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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를 마치고 언젠가는 업로드 하겠다라고 마음 먹었던 사진, 혼신지의 집 전경




다이어리의 기록을 보면 2014년 03년 27일 청도에서 공간학생기자들과 함께 청도로 MT를 갔었다. 사실 광주에서는 경북을 가기에는 다소 벅찬 거리와 교통환경이다. 특히 88고속도로에서 밤샘 작업을 하고 도로 위에 몸을 맡겼더니 더욱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즐겼었던 23일의 청도와 바로 일주일 뒤에 우연히 계획이 잡힌 김현진 선생님과 만남이 있었다. 김현진 선생님과 알게된 계기는 페이스북으로 였지만, 혼신지의 집같은 경우는 선생님이 업로드한 한 장의 사진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화장실로 보이는 공간. 세면대 위에 설치된 거울에 반사된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나도 모르게 반대편 풍경이 보고싶었고, 선생님은 친절하게 궁금증을 해소해 줄만한 사진을 덧붙여주셨다. 그래서 연이 닿아 이렇게 현장까지 올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


하지만, 약속으로 잡혔던 3월 30일... 바로 며칠전 갑작스러운 비보를 접했다. 부산에 계시는 고모가 돌아가셨다. 유독히 고모는 어머니와 자주 통화하시며, 항상 고향이 아닌 타지에 나와 사는 우리 가족을 걱정해주셨었다. 그런 고모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던 그 날.  3일장과 함께 발인까지 나는 고모와 함께하며, 비오는 날의 영락공원에서 아버지의 배웅을 뒤로하고 마을버스를 타고 부산역으로 향해 조금은 무거운 마음과 몸을 이끌며, 대구역으로 향했다. 대구역에서 Teo와 만나 함께 청도를 가기로 했다. 씻지도, 여벌의 옷도 챙기지 못하고 온터라 그닥 상태가 좋지 않아 처음 만나는 선생님에게 실례가 아닐까 걱정을 하며 다가 온 혼신지.


차를 주차하고, 저기 창문 안으로 보이는 작은 체구의 여자분이 이리저리 돌아다니신다. 아...드디어 만나게 되는구나. 가상공간에서 알게되 현실에서 만나는 경험이 처음이라 더욱 기분이 묘했다. 짧은 인사와 함께 다른 일행도 온다니 밖에서 조금 기다리며 담소를 나누었다. 바로 본론부터 혼신지의 집을 소개해주신 모습이 생각난다. 선생님은 바로 "대지면적은 이렇고, 대지의 경계는 이렇게 되고, 재료는 왜 이 돌을 사용했으며...", 다소 문화충격이었다. 미사여구 없는 혼신지의 집 소개로 묘한 기분을 함께 안고 답사를 시작했다. 





ⓒ Hélène Binet


ⓒ Hélène Binet


ⓒ Hélène Binet


ⓒ Hélène Binet


ⓒ Hélène Binet


ⓒ Hélène Binet




혼신지의 집 사진은 런던을 베이스로 한 건축사진작가 Hélène Binet가 작업했다. 헬렌비넷은 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들과 작업을 해왔다. 그녀의 포토그라피만 보더라도 프리츠커상을 탄 건축가들만 해도 여러 명이며, 알바 알토, 르코르뷔제 작품들도 촬영을 했다. 그중, 나는 피터줌터의 쿨룸바 뮤지엄과 채플의 사진을 참 좋아했는데... 비네의 작품이었다니... 구글 검색창에 Hélène Binet 라고 검색하면, 이미지칸에 어마어마한 내공의 사진이 수도 없이 뜨니 참고해도 좋을 것 같다. 동대문디자인프라자와 함께 혼신지의 집을 담으러 한국을 왔었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엄청난 액수가 들어간 대규모 문화시설과 함께...이 작은 시골마을에 주택을 담으러 온다니...극과 극이다. 하지만, 자본 vs 정성의 구도로 저울질 해본다면... 그녀의 가치판단의 저울질은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았을 것 같다.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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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묘한 조화다. 사실 이렇게 불편한 풍경은 적응이 안 된다. 풍경과 함께 가장 잘 어울려 보이는 것은 오히려 바로 눈에 보이는 바로 앞의 3 곳의 주택이 아니라 우측에 자동차가 주차된 곳의 주택으로 보이는 곳이 말도 안 되게 철저히 위장하고 있는 모습의 건물. 자신이 풍경을 담기 위한 방법보다, 풍경에 속하길 위한 방법을 택한 것 같다. 


물론, 존재감을 과시하며 뽐내는 것도 좋지만, 이 사진만으로 본다면, 우측의 위장된 주택은 참으로 착해 보인다.  가장 최근에 출생신고를 한 혼신지의 집 같은 경우 사실 많이 설계를 하면서도, 옆집 이웃을 긍정적으로만 바라보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인근 산에서 나오는 돌을 게비온월로 담장을 둘러내어 나름의 방법을 통해 혼신지의 집을 안착시키는데 노력한 것 같았다. 긴 돌담을 보면 담으로 뚜렷한 경계를 구분 짓기보다는 다른 의미의 경계로 해석이 된다. 스스로의 방법으로 혼신지를 품기 위한 제스처로 보인다.





ⓒ Hélène Binet




주말주택이라는 기능에 관해 교과서적인 지식 정도만 알고 있지만, 이곳은 그 교과서적인 공간구성보다는 건축주의 요구 사항에 최대한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그래서 내게는 사실 다소 어색한 공간들이 몇 곳이 있었으나, 크게 내가 함부로 판단하고 해석하고 싶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마감과 디테일들을 보면, 참으로 특별하고 장인정신이 눈에 보인다. 마치 건축가 본인이 기초부터, 마감까지 일련의 작업을 모두 다 소화해 낸 것 같은 무서움이 보인다. 대화 중에서도 계단의 참과 폭의 스케일과 내벽 오크목의 마감재에 관한 이야기를 선생님으로부터 들을 수 있었는데 "5년 간 나는 누구와 건축 공부를 했으며, 나는 제대로 된 학습을 하고 있었나?"라고 의심이 될 정도로 사실 큰 상실감을 받았던 시간이었다. 진심과 진짜가 무엇인지 알려 주셨던 순간이었다. 


마치 모든 작업을 혼자 독방에서 깎아낸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모든 대화는 공허한 혹은 포장된 내용보다는 솔직하고, 꾸밈없는 본 모습을 여과 없이 대화를 통해 약 한시간가량의 답사 시간을 마무리 했었다. 마치 그날의 대화처럼 김현진 선생님과 혼신지의 집, 헬렌 비넷의 혼신지의 집 그리고 포토에세이는 상당히 닮아있다. 쌍둥이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가장 중요한 DNA는 그대로 유지한 느낌의 작업들... 


마지막으로, 몇 가지의 재미난 기능이 있는 혼신지의 집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기대가 되는 작품이다. 과연, 이 모던한 공간 안에 담겨진 소소한 감성은 어떻게 연동이 되고 있을지 지금도 궁금하지만, 포토에세이를 보고 상상만 해볼 뿐이다. 





ⓒ Hélène Binet



옥외 테라스에서 뻗어져 나온 우수 레일로 몇 방울씩 혹은 폭포수 같은 물들이 바닥돌과 치찰음을 내는 곳.


혼신지의 수북한 물안개들이 마치 캔버스처럼 물들일 외부의 저철분유리의 담이 있는 곳.


수평적 볼륨을 나타내는 알류미늄 금속의 강한 결속력을 거스르는 움직이는 벽이 있는 곳.


내외부 공간의 연속적인 내부마감(오크목)을 통해 외부로 노출된 마감이 시간을 어떻게 담아낼지 궁금한 곳. 


혼신지의 집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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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2015.07.29 01:56 from 0Fany/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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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의 폴더를 정리하다가 나온 사진 한 장. 


사진이 나쁘지 않다.


저마다 사연이 있었던 그 시간.




2013년 어느날, 런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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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마지막밤과 함께 이번 일본건축배낭여행의 짧은 일정이 끝을 보인다. 물론 가고 싶었지만 가지 못했던 곳과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의 특별한 경험들은 결국 다시 한 번 재방문을 기약하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아와지섬에서 나와 오사카로 향한다. 이번 여행이야기로는 많은 에피소드를 담고 있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도시에 이제 막 적응하려던 시점에 대도시로 다시 버려져... 우리는 길을 잃었다... 그리고는 몇시간을 길에서 보냈고, 계획과 많 틀어졌지만,  여행의 최종목적지 마루젠&준쿠도에서 책을 사는 것은 성공했으니 만족한다. 혼돈의 시작 오사카로 다시 들어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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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18:20_ KUROMON MARKET


오사카 서민의 식탁이라고 불리는 구로몬시장. 시장이 문을 닫기 전에 참치회와 고베규를 먹기 위해서 호텔도 이 곳과 가까우면서 최고의 번화가 '도톤보리'와 인접한 곳에 예약을 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고베에서 기차역을 잘못찾아 오사카에 예상보다 늦게 도착했으며, 우리의 참치와 고베규는 셔터문으로 닫혀있었다. 많은 상점들이 슬슬 문을 닫고 있는 중에 얼추 나와 비슷한 시간에 도착한 외국인의 표정 또한 마치 우리의 모습을 거울로 보는 듯 했다. 그래도 역시나 유명한 시장이라서 그런지 꽤 역동적인 시장이이었다. 요즘에 나이와 함께 여행의 횟수가 늘어나면서 살짝 비린내도 나고 위생적이지 않더라도 사람의 정이 느껴지는 전통시장을 찾게 되는데, 그 도시를 쉽게 알 수 있는 서민들이 만들어가는 곳이라 많은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손쉽게 오사카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http://hepfive.co.kr/

PM 18:50_ HEPFIVE


구로몬시장에서의 아쉬움을 남기고 세계 최초의 빌딩 일체형 대관람차가 있는 헵파이브를 가기로 했다. 물론 이날은 우리가 오사카 주유패스 1일권이 있어서 이 곳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 최대한 노을이 지는 모습을 감상하며 로맨틱한 오사카의 모습을 감상하고 싶었다. 하지만... 왠일인지 오사카에서 갑자기 길치로 변해버린 나는... 또다시 길을 헤맸다. 결국 찾았지만... 오늘 운행이 취소 되었단다... . 안되려고 하니 모든게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이 또한 여행의 매력이겠거니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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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19:10_ UMEDA St.


헵파이브에서 나와 오사카에서 꼭 가봐야되는 우메다 공중정원을 가야했다. 적어도 1일권 주유패스를 유용하게 쓰려면, 나와 같이 계획하면 안될 것 같다. 오사카성 - 헵파이브 - 우메다 공중정원 정도는 기본적으로 입장료가 무료이면서 장소들이 그리 멀지 않은 거리이기에 꼭 다녀왔어야 했는데...오사카성은 시간이 늦어 못갔고, 헵파이브는 휴무였으며 마지막 희망인 우메다 공중정원을 가기 위해 도착한 우메다역. 또 다시 이곳에서 나를 기다리는 혼돈의 시간이 다가왔고, 길을 헤매기 시작했다


도시의 고층건물밀도가 높았으며 오사카가 이정도면 도쿄는 어떠할까? 라는 상상을 해본다. 고층빌딩들이 시야를 방해하고 있어서 우메다 지역에서 가장 높아 보였던 우메다 빌딩은 계속 보이지 않았다. 정말 정신이 나갈것 같았던 우메다. 역은 또 어찌나 크던지... 실내공간도 모두 휴먼스케일을 벗어난 압도적인 긴장감을 나타냈다. 그 도시의 풍경 잠시 감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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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19:44_ KIRIN ICHIBAN GARDEN, JR OSAKA St.


헵파이브에서의 아쉬움을 풀고자 계획상에는 적어두었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기린 이치방가든이 눈 앞에 보였다. 기린맥주의 팝업스토어로 최근에 서울에도 상륙한 것으로 알고 있다. 맥주거품을 영하로 얼려 슬러쉬로 갈아내 안그래도 시원한 생맥주 위에 자비없이 올려둬 맥주의 탄산과 풍미를 달아나지 않게 잡아준다. 갈증해소는 물론 스트레스까지 풀렸던 프로즌비어. 실내에는 자리가 없지만, 실외에 스탠딩테이블과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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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20:30_ UMEDA SKY BUILDING


오사카를 방문한 관광객이라면, 꼭 가야하는 우메다 스카이 빌딩의 공중정원. 이번에 알게된 건축가 하라 히로시의 작품이다. 생소한 건축가이지만, 일본 내에서는 유명한 건축가라고 한다. 그리고 그의 작품처럼 보이는 건물들이 길을 걷다보면 한두번 정도는 보게 된다. 건축가 단게 겐조가 그의 스승이라고 하니 조금은 그의 건축어휘가 보이는 것 같다


그가 선호하는 하이테크 디자인은 최초의 리차드 마이어, 노먼 포스터, 렌조 피아노의 느낌과 전혀 상반되는 느낌이다. 미래적 이미지와 일본 전통의 미학적인 가치관을 그대로 반영해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 설계를 하는 것 같다. 물론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구글링을 통해 본 건물들을 보면, 이전의 하이테크 건축의 선구자들과는 다소 다른 느낌이다. 정확한 지식은 없지만, 유추해보면 메타볼리즘의 영향을 받은 건축가로 추측된다그러지 않고 이렇게 신기한 디자인을 해내다니... 하기야 스승이 메타볼리즘의 선구자이니 영향을 안받을 수 없다고 생각된다


이 곳은 실내외에서 오사카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실내에서도 다양한 레벨에서 각자 선택적으로 야경을 감상할 수 있으니 재미있다. 외부 공간은 마치 우주에 와있는 것 처럼 형광입자들로 복도가 꾸며져 있다. 참으로 독특한 풍경 속에서 이 곳을 제외한 독특할 것 없는 오사카 야경을 둘러본다. 마치 법적으로 정해 놓은 것만 같은 빌딩들의 빛들은 아름답기 보다는 딱딱해 보인다. 멋진 풍경이지만, 건축물의 이질적인 느낌과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신기한 건축물 앞에서 편안함을 느끼기 힘들어서인지, 얼마 안있어서 지상으로 내려왔다. 아래에서 올려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시도조차 못할 것 같은 건물처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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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21:45_ MARUZEN & JUNKUDO


유명한 우메다 스카이 빌딩도 찾아서 가는데 거의 40분을 할애했는데 이 서점은 어찌 찾아갈꼬... 했지만, 신은 아직 나의 편이었다. 22시까지 운영하는데 정확히 15분전에 도착했고, 사고자 했던 책을 찾으려고 서적검색대로 갔지만, 영어는 지원이 안된다. 그래서 직원에게 책의 사진과 제목을 보여주고 기다렸다. 미리 한국에서 제고 파악을 하고 간 상태라 크게 걱정하지 않았고, 점원 또한 5분만 기다리면 가져다 준다니 하...그래도 다행이었다. 그리고 한바퀴 돌아보는데 1층에 비치된 안도 다다오의 서적들... 한칸을 독점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우메다 마루젠 & 준쿠도 서점은 안도 다다오의 작품이다


외관에서는 슬래브와 구조 기둥들이 외부로 노출이 되어있다. 기둥은 마치 나무처럼 보일 정도로 건축경계선을 따라 배열되어 있다. 내부에는 최소한의 기둥과 벽으로 건축물을 지지하고 있다. 서점건물이라 크게 벽들이 많이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따로 파사드(입면)를 신경쓰지 않아도 창들을 모두 슬래브 끝선에서 한걸음 뒤로 물러 있으며 외부 동선을 추가시켰고, 불필요한 치장들을 덜어냈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멋들어 보이지만, 구조적인 해석이 돋보이는 절제된 건축물이다. 이 곳에서 발견한 특이한 점은 건축가의 서적이 눈에 잘 띠는 곳에 비치되어 있었다


물론, 안도 다다오에게만 그 자리를 허락한 것 같다.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일본에서 혹은 오사카에서 안도 다다오의 위상은 대단했다. 오죽하면 노출콘크리트 마감상태만 보고도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작품인지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오사카 내에는 많은 건축물들이 그의 손에서 태어났다. 나는 건축가 후지모토 소우의 건축작품집을 구매했다. 최근에 발매된 책이며, 2015년도까지의 작품을 다룬 건축작품집인데, 역시나 상당히 재미있는 작업들이 내용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목표 달성은 했으니, 이제 마지막 밤을 만끽할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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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22:45_ DOTONBORI


사진으로 보는 오사카에서 빠지지 않았던 도톤보리. 인공수로를 기점으로 좌우로 펼쳐진 상점들은 서로 경쟁하듯 간판으로 호객행위를 한다. 인공수변으로는 건축물들의 배면이라 거의 간판으로 치장한 것 같다. 그래서 수변을 산책하다보면 마치 홍콩의 골목에서나 볼 수 있는 낡은 건물들이 보이는데 나름 분위기가 조화롭게 어울린다. 이 물이 흐르는 물인지는 모르겠지만, 물색이 탁했다. 악취는 나지 않았다. 도시에서 수공간의 역할은 상당한 것 같다. 서울의 청계천도 그러하듯, 인공수로를 따라 걸으며 산책을 하면 빠듯한 도시 속 삶을 살짝 이완시켜주는 기능을 하는 것 같다. 물론 심리적인 효과인데, 인간은 태아때부터 물과 친숙한 관계였기에 그런 것 같다. 기대와 달리 차분한 분위기였으며, 늦은 시간까지 운영했던 오코노모야키를 먹으며 마지막 밤을 즐겼다. 알고간 것은 아니였지만, 찾아보니 치보라는 가게인데 맛집이라고 한다. 난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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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 09:25_ OSAKA CASTLE


간사이공항으로 가기전 조금 서둘러서 어제 가지 못했던 오사카성을 가기로 했다. 아쉽게도 시간과 재정상 천수각은 가지 못했지만, 니시노마루 정원에 들어가 잠시 아주 잠시 여유를 즐겼다. 5월이라 그런지 현장학습 또는 소풍과 단체관광객이 어울러져 상당히 복잡했다. 실제로 오사카성을 보게 되면, ...웹상에서 너무 자주 봐서 그런지 크게 감흥이 없었고, 오히려 엄청난 규모의 해자를 보니 더욱 신기했다. 해자를 넘어 보이는 도시의 풍경은 어제 느꼈던 빡빡한 고층빌딩의 밀도를 다른 풍경으로 만들어준다. 서둘러 짐을 찾고 공항으로 향했다. 5일간의 여행은 이렇게 알차면서도 아쉽게 끝났다.




COMMENT


날씨로 인해, 혹은 길을 헤매거나 잘못된 정보로 인해 여행을 계획한 곳보다 적은 곳을 보고 왔다. 항상 그렇듯... 이제까지 가보았던 유럽이나 다른 나라와는 다르게, 오사카에서의 건축물이나 유명하다는 관광지는 도시의 운집된 고층빌딩밀도로 인해 전이감을 상실되게 만들었고, 그래서인지 내 기대와 다르게 실망감을 주었다. 물론 도시의 풍경자체가 비슷한 경제성장을 경험했던 우리와 묘하게 닮았지만서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른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쉬움을 남긴 여행이었지만, 나오시마여행에서의 즐거움과 추억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다음에도 기회가 된다면, 짧은 스케쥴이 아닌 조금은 넉넉한 시간을 가지고 돌아본다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든다. 그리고 도쿄를 가보지 않았지만, 일본의 진정한 매력은 작은도시에서 보여지는 것 같다. 작년에 다녀온 도토리현에서도 느낀 것 처럼 이번 오사카는 나에게 더욱 긴장감을 심어줬으며, 아직도 복잡하다... 


6편으로 연재해본 거창한 타이틀을 달고 일본건축배낭여행이라고 지칭했지만, 일반적인 여행과 다르지 않다. 그냥 주된 목적이 무엇인지가? 여행테마를 잡아간다. 나에게는 건축없는 여행이란...아직은 상상해보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다른목적의 여행이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을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 개인적으로 1편에 기록해 두었던 여행 경로는 나쁘지 않으니 5일정도 오사카와 나오시마를 보는데 유익한 도움이 될 것 같다. 2번의 다음 메인페이지 소개도 영광스러웠고, 스스로도 정리하고 돌아볼 기회를 갖게 되어서 만족한다. 다음 여행은 어디로 갈까? 기대해보면서 마무리한다.



XIAOYI | YDXJ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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