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 니시자와 류에가 말하는 열린 건축]





왠지 모르게 건축 서적을 의도적으로 경계하고 있었던 요즘. 반가운 책을 발견했다. 일본 건축가 니시자와 류에의 에세이인데 이 책은 프리츠커상 수상 이 후에 정리해서 내놓은 것이라고 한다. 이전에 건축에 대해 이야기해보자의 속편에 해당된다고 한다. 내용들은 그간 인터뷰를 통한 내용과 더불어 강의, 메모 등의 내용들을 콜라주 해놓은 방식이다. 예전 페터 춤토르의 서적인 건축을 생각하다’, ‘페터 춤토르 분위기처럼 파편화된 조각들이 질서 없이 방치된 형태로 기록이 되어 있을까 우려했지만, 다행히도 차분하고 간결한 문장들은 최소한의 수사를 통해 명확하게 내용을 전달하고 그리고 마치 연대기처럼 차츰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단지, 글로만 보더라도 마치 세포 분열하듯 그의 건축관은 변화를 더해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그가 메모해둔 짧은 단막극들은 직접 경험해 보지 않더라도 그 풍경이 생경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예를 들어, 맨하튼의 비인간적인 스케일을 담당하던 마천루의 밀집과 도로를 깊은 골짜기 아래처럼 느껴진다.”라고 표현하는 방법에 있어 쉽게 공감이 간다. 고층 호텔방에 머무르며 쏟아지는 아침햇살을 맞으며 골짜기 아래를 보니 아직 그곳은 밤이라는 모습은 맨하튼을 가보지 않더라도 쉽게 상상이 가능했다. 지난 2012년 이화여대 김옥길 기념강좌에서 그가 발표한 내용과 더불어 강연후기는 다소 부정적인 시선들과 의견들을 접했던지라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와 SANAA가 만들어내는 건축 작품에 비해서 그의 건축적 사유는 크게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직접 경험치 못한 가벼운 선입견은 그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통해 쉽게 산화되었다.








#부분과 전체, 표층과 골격의 전달 방법에 대해서



“건축가가 표면과 구조에 집착하는 이유는 사람은 극히 일부를 체험해도 그 건축의 전체성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개념을 체험하기 때문이다.”



Canon | Canon EOS 5D Mark II

ⓒ https://en.wikipedia.org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은 평면도의 모든 장소를 체험하는 방문자는 거의 없더라도 그들은 미술관의 전체적인 감상을 갖게 된다




#‘쉬운 이해’를 목표로 한다



“텍스트부터 건축까지 되도록 이해하기 쉽고 심플하게 만들고 싶다." 

"전문적인 지식과 정보 없이 무심하게 감각적으로 전달되는 건축, 그런 명확함을 가지고 건축을 하고 싶다.”


니시자와 류에의 정체성이 드러난 내용이다. 그가 말하는 나는 ~하고 싶다라는 직접적인 표현은 그를 더욱 매력적으로 느끼게 되었다. 글에 양념이 없다. 그렇다고 담백하지도 않고, 날카로운 칼끝과 같은 매력이 엿보인다.



#정원 같은 집



“주택은 거주하는 사람이 재미있는 사람이면 주택도 즐겁고 재밌어집니다. 삶의 즐거움이 전면에 나타나는 주택은 매력이 있어요.”







ⓒ http://www.designboom.com/



 ‘HOUSE A’ 정원을 품은 집



세속적으로 번역하자면, 설계를 하는데 있어 경제적 압박으로 부터 자유를 주는 건축주, 비범한 건축주의 직업과 라이프 스타일, 건축가가 설득하는 대로 잘 수용해주는 건축주라면, 이정도의 흥미로운 건축물 제공받을 수 있다. 이 번역이 불편하겠지만, 니시자와 류에는 대중을 위해 구태여 포장한 모습일 것이다. 아마도...


그가 설계한 건축의 규모는 다양하다. 이 글들을 쓰던 시점에도 분명 그랬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가장 아끼는 프로젝트로 보이는 ‘HOUSE A’는 규모와는 상관없이 장고 끝에 탄생한 건축물임에 틀림이 없어 보인다



ⓒ http://www.designboom.com/



건축이 없는 자연스러운 상태의 건축의 ‘HOUSE A’의 평면도


ⓒ http://www.designboom.com/



거실 같은 욕실, 거실이지만 욕조가 붙어 있는 방. 어떤 방이든 개별적 기능으로 부터 해방된 ‘HOUSE A’ 내부





#신경 쓰이는 가구, 신경 쓰이는 건축가



사리넨처럼 전구까지 디자인 하지 않더라도, 주변환경과 어떤 관계를 가지면 좋을지 상상해야한다.



http://www.filmandfurniture.com/



사리넨은 인간 활동과 관련된 모든 사물을 매우 독창적인 형태로 설계했고 그의 강력한 미래사상을 표현했다



니시자와가 말하는 미스 반 데어 로에, 임스 부부, 르꼬르뷔지에는 짧으면서 동의를 구할 필요 없이 논리적이다. 특히, 르코르뷔지에의 작은 집(어머니의 집)’을 통해서 그가 제창한 근대건축의 5원칙(자유로운 평면, 파사드, 옥상정원, 필로티, 수평창)이 모두 들어 있다는 사실에 감동했다고 한다. 이유로는,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인 부모님에게까지 이론을 버리지 않고 진정으로 필요하다고 여기며 5원칙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폐허성 또는 원초성



건축가 스즈키 료지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좋은 건축의 폐허성에 관한 이야기인데 루이스 칸의 작품은 그리스나 로마 특유의 폐허성을 계승한 건축이며, 르코르뷔지에는 말 그대로 원초적인 포지션을 내포한 건축이다. 이 부분은 조금더 깊은 지식이 있어야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서 나오는 미스와 알토, 르코르뷔지에에 관한 담론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오스카 니메예르



문득, 드는 생각인데 건축은 루이스 칸처럼 인생은 오스카 니메예르 같이라면 어떨까? 브라질을 거점으로한건축가 오스카 니메예르는 100세 넘어서도 활동하였고 2012년도 운명을 달리하기 전까지만 해도 브라질월드컵을 위한 건축설계 감리를 직접 나갈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했었다고 알고 있다. 건축가들이 사랑하는 건축가 루이스 칸과 건축가들이 존경하는 오스카 니메예르의 삶은 워낙 동화와 같아서 위와 같은 문장처럼 표현하더라도 어색하지가 않다. 니시자와 류에가 만난 그는 건축의 거장이라는 르꼬르뷔지와 미스 만큼이나 매력적으로 보인다.



#관계성에 대해서



 "다양한 창조적 전개의 발생으로 관계성이 생기고 관계성을 만들기 위해 열린 건축을 지향한다."



Phase One | P 45+

ⓒ http://www.architectural-review.com/




롤렉스 러닝센터는 커다란 원룸을 바탕으로 다양하고 입체적 공간의 관계성을 만들어 낸다





책의 말미에서는 그가 최근 주목하는 3가지의 이슈에 대해 정리를 해놓았다. 아무래도 그가 강조한 것처럼, 동일본 대지진 이전의 건축적 태도였을 것이다. 첫 번째로 새로운 건축과 공간의 경험에 대해서’, 두 번째는 환경과 건축의 관계에 대해서’, 세 번째는 인간이 건축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이다. 건축이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어떤 시대의 건축이든 인간은 이렇게 살아야 풍요로울 수 있다.’라는 건축은 삶의 방식을 공간적으로 제안해왔다. 그가 말하는 건축은 결국에 공간적 대안이 아닌 시대정신을 담아내고 가치관을 만드는 계기를 건축을 통해 실행해야한다고 말한다.




#지진 재해



 “이 토지에서 살아가기로 결정한 사람들의 긍지가 지역 문화 (여기에서 문화는 예술과 다른 의미의 문화이다. 예를 들어, 지역적 삶과 방식의 차이 등을 말하고자 한다.)의 중심이 되길 바란다. 아니, 반드시 그럴 것이다.”



ⓒ http://cft.or.kr/



'건축의 공공기여'에 관한 의식을 재고하는데 토요 이토가 큐레이팅한 일본관은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수상했고, 다음해에 '프리츠커상'을 받았다.




동일본 대지진을 통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일본 건축가들의 건축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변화된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태도를 실행에 옮기는데 적극적이었던 이토 도요와 시게루 반은 2013, 2014프리츠커상 거머쥐었다. 이들의 연속 수상이 건축의 사회적 책임이 프리츠커상을 받기위한 자격이 아니냐는 부정적 시선도 있었지만, 오히려 정치적이라기 보다는 건축의 시대정신을 반영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니시자와 류에 또한 건축에 대한 생각을 달리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위에 적힌 메시지는 건축가로서 국가와 도시를 위한 제언으로 받아드려진다.









니시자와 류에와 SANAA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살펴보았을 때, 평면과 재료와 구조, 형태적 어휘를 넘어 그들의 건축 철학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이번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궁금증을 해소 할 수 있었던 기회라고 생각되었으며, 찬찬히 그들의 프로젝트를 곱씹어 본다면, 그들이 만드는 평면과 형태들은 오랜 시간동안의 팀구와 스터디가 있었기에 존재한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그들이 맡았던 세계 도처의 프로젝트들은 그 시기 그들이 생각한 건축적 사고를 실험을 하는 계기 그 차원을 넘어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by 0Fany

 



니시자와 류에가 말하는 열린 건축
국내도서
저자 : 니시자와 류에(西澤立衛) / 강연진역
출판 : 한울 2016.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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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우 후지모토 건축작업집 (Sou Fujimoto Architecture Works 1995-2015)




  작년 이맘때 쯤 오사카에서 구매했었던 소우 후지모토(Sou Fujimoto)의 건축작업집이다. 그때 당시 출판한지 얼마 되지 않아 국내에서는 구하기 힘들었다. 확인해보니 지금도 국내 대형서점인 교보문고에서도 구할 수 없는 것 같다. 작년에 서점이 폐점하기 직전에 겨우 구한 책인지라 아직도 강렬한 기억이 가시지 않는 가운데 그 기억과 동시에 후지모토의 작업들을 간략하게 살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후지모토의 건축물 작업은 아직 보지 못했고, 파빌리온 작품만 2작품을 직접 경험했다. 한 곳은 2013 서펜타인 갤러리 설치작품인 'The cloud pavilion'과 2016 세토우치 국제예술제를 위한 설치작품인 'Naoshima pavilion'이다. 공교롭게도, 건축물이 아니라 아쉽지만 두 개의 작품으로도 충분히 반가웠다.





ⓒ Archiscene


Project 063_ Taiwan Tower, TAICHUNG, TAIWAN 2011


  이 책은 후지모토의 20년 간의 건축작업을 연대기 순으로 나열해 107개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위의 사진은 'Taiwan Tower'라는 작품인데 최근에 시장의 구조적, 안전성에 관한 문제로 현재 공사가 계류 중에 있다. 이 타워는 높이가 300m에 달하며, 도시의 랜드마크이자 이색적인 풍경을 만들기 위한 건축물이고, 반얀트리의 형태를 모티브로 디자인 되었다. 후지모토의 매력적인 디자인에 있어서 항상 뒤따르는 것은 구조와 안전인 것 같다. 이 책에 보면 상당히 기발하고 발칙하지만 현실적으로 의구심이 가는 프로젝트가 있다. 





Project 065_ Forest of Silence, ZEMST, BELGIUM 2011


  그는 어휘적 표현 또한 상당하다고 느껴질 만큼 감성적이고, 포근하다. 이 프로젝트는 아쉽게도 업로드를 위한 적합한 사진을 찾기 힘들어서 생략한다. 다행히도 이 프로젝트에 주목하게 된 점은 작품의 렌더링 표현과 계획적인 측면보다도 한 문장이 책장을 넘기지 못하게 할 정도로 멋진 표현이 있었다.


"When the light itself becomes a roof, forest transforms into architecture"



해석하자면, "빛 자체가 지붕이 될 때, 숲은 건축으로 변한다" 라는 의미인데 표현을 곱씹어 보면, 건축적 혹은 시각적으로 바로 떠올리기는 힘든 이미지였지만, 아늑한 숲 안에서 아늑한 빛들이 나뭇잎 사이로 투과되었을 때 느껴지는 포근하고 싱그러운 장면들이 상상되었다. 물론 이 주관적 생각은... 후지모토와 비슷했는지 작품의 결과물은 하나의 건축물 보다는 건축적 숲을 만들어 버렸다.


벨기에 Zemst 지역의 화장터를 위한 공모전에 제출한 후지모토는 위와 같은 컨셉을 가지고 투명한 지붕을 표현하기 위해 구름과 같은 루버형태를 착안했다. 주변 자연환경을 잘 읽어내 건축을 더 자연스럽게 침투시키기 위한 이 개념은 'Garden Gallery' 라는 컨셉과 조응하며 이후의 서펜타인 갤러리와 타이난미술관 등의 작품의 개념과도 부합된다.


서펜타인 갤러리는 가봐서 상당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이렇게 된 이상 타이난 미술관 프로젝트도 한 번 들여다 보자.



ⓒ Cityface.org


Project 094_ TAINAN MUSEUM OF FINE ARTS, TAINAN, TAIWAN 2014


  위 프로젝트는 마치 063, 065 프로젝트를 결합해 놓은 것 같다. 왜냐하면.... 바로 밑의 다이어그램이 모든 것을 보여준다.


ⓒ Cityface.org


  반얀트리와 지붕을 투과하는 빛. 두 개의 프로젝트 개념이 혼합되었다. 이 당시만 해도 후지모토는 자신의 건축에 있어서 지붕은 하나의 나무그늘과 같은 개념이었던 것 같다. 물론 프로젝트 소개에서도 언급되었지만, 프로젝트의 연대기적 서술은 그가 그 당시 어떠한 개념에 사로 잡혀 있었는지 알 수 있는 하나의 성장과정처럼 느껴져서 후지모토라는 건축가의 생각를 이해하는데 더욱 도움이 된다. 지붕을 투과하는 빛의 모습을 보고자 한다면, 참고할 만한 사진이 있다.



ⓒ Aasiaarchzin


위의 065 프로젝트와 어느정도 비슷한 모습이다. 루버를 통해 주변 자연환경과 하늘의 경계를 모호하게 함으로써 그가 보여주고자 하는 건축적 개념을 표현하고자 했다. 아쉽게도 이 프로젝트는 건축가 시게루 반이 당선이 되어, 후지모토의 안은 계획으로 그쳤다.


  건축작품집이라 정독하지는 않았다. 흥미로운 프로젝트들과 알지 못했던 프로젝트들을 훑어 보았다. 일본건축가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선입견이 있었다면, 후지모토는 그 선입견을 철저하게 깨주었다. 물론, 작품집에 나온 도면과 사진, 파빌리온 답사로 그친 그의 건축을 경험을 토대로 판단하기는 이른감이 있지만, 눈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디자인 혹은 너무 전위적인 시도들은 호불호를 갈리게 하지만 마음에 드는 것은 억지로 논리를 이해시키기 위한 다이어그램이 아니라, 수긍이 가는 심플한 모형들과 영감을 얻었던 시각적 장면이나 오브제가 있어서 다소 어려울 수 있는 그의 건축관 이해를 돕는 도구가 된다. 


  백색건축, 비가시성을 통한 경계흐리기, 자연에 있어서 건축 - 건축에 있어서 자연, 등 몇 가지의 건축적 개념들이 단독적으로 혹은 복합적으로 이뤄져 자신의 건축을 키워나가는 모습은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하게 된다. 국내건축에서 언급하는 건축과 자연과의 관계 그리고 구체화의 측면에서 후지모토의 건축에서 자연과의 관계는 사뭇 다르다. 그의 건축에서 자연을 직접받아드리는 것 보다는 한 번 우회 혹은 건축을 통해 정제된 풍경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고민들이 엿보인다. 그래서인지, 그의 건축은 강렬하지만, 내부에서는 포근함을 느낄 수 있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된다. 자연이 주는 수학적 도출물인 기하학과 그의 시적 감성이 더해진 실제 건축물을 만나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려본다.



藤本壯介建築作品集 Sou Fujimoto ArchitectureWorks 1995-2015 (大型本)
외국도서
저자 :
출판 : TOTO出版 2015.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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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첨부자료


2013 Serpentine Gallery Pavilion 관련 인터뷰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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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스테이트파빌리온의 부활(Modern Ruin: A World's Fair Pavilion)


미국 USA | 2015 | 77분 | 다큐멘터리 Documentary | 매튜 실바 Matthew Silva | 아시안 프리미어 Asian Premiere

 

    1964년과 1965년 뉴욕 세계 박람회의 찬란한 상징물이었던 뉴욕스테이트파빌리온은 시간이 흐르면서 세계 경제 낙관론이 팽배했던 196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씁쓸한 유물처럼 그 빛을 잃어갔다. 이 작품은 건축사 필립 존슨이 세운 뉴욕스테이트파빌리온이 전성기를 누렸던 50년 전과 그 이후 50년 동안 이 건축물이 서서히 잊힌 시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60년대는 콘서트 장으로, 70년대는 롤러스케이트 장으로 사용됐고, 한때 버려져있기도 했던 뉴욕스테이트파빌리온이 지역 단체와 운동가들의 손에 의해 복원되어 이제 새로운 탄생의 기회를 맞았다. 큰 국제 행사가 끝나면 골칫거리로 변모하는 대형 건축물의 쓸모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들 작품이다.



   특히, 오늘은 오랜만에 뵙는 월간 SPACE의 심영규 기자님의 GV와 함께 즐길 수 있었다. 사실 우연히 이 영화를 보게 되어서 어떠한 배경지식이나 줄거리에 대한 어떠한 분위기도 인지하지 못한 상태로 이화여대 ECC 아트하우스 모모로 향했다. 잠깐 소개하자면 올해로 7회째 개최되는 서울국제건축영화제로 6일간 건축과 도시 관련한 영화들을 소개하는 자리라고 보면 된다. 올해의 개막작으로는 뵘 가문의 건축과 함께하는 삶이 상영되었다.

 

    영화 시작에 앞서 심기자님의 GV에서는 상징 건축의 폐허와 미래라는 제목으로 간략하게 영화의 줄거리를 돕는 내용들로 평소에 엑스포와 건축의 관계에 관한 관심(SPACE 구독)이 있었다면, 알 수 있었던 내용으로 관객들에게 소개해주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엑스포가 개최되었던 도시(여수)에서 자랐으며, 그 곳에서도 공식 봉사단원으로 활동함으로써, 나름의 배경지식과 경험이 있었기에 이번 영화의 내용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다. 엑스포에 관한 이야기를 더욱 알고 싶다면 Space 2012.6/ 2015.7월호 특집기사를 참고하면 된다.  





VMSpace 2012.6 http://www.vmspace.com/kor/sub_emagazine_view.asp?category=architecture&idx=11659

VMSpace 2015.7월 http://www.vmspace.com/kor/sub_emagazine_view.asp?category=architecture&idx=11994




엑스포가 폐막하면, 항상 숙명과 같은 과제가 있다. 바로, 사후활용에 대한 전략이다. 단언할 수 없지만,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두 번의 엑스포(1993대전엑스포, 2012여수엑스포)는 사후활용에 대한 사업은 현재까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실정이고, 여수엑스포의 경우에는 폐막한지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갈피를 못잡고 있는 상황이다



Canon | Canon EOS 450D


UK Pavilion, 2010 Shanghai Expo _ Thomas Heatherwick



Canon | Canon EOS 450D


Denmark Pavilion, 2010 Shanghai Expo _ BIG




    영화에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간략하게 엑스포에 관한 상식을 전하자면, 엑스포행사는 등록박람회와 인정박람회로 구분이 된다. 2010상하이, 2015밀라노엑스포등록박람회에 해당하는데 5년이 한 번씩 개최되는 등록박람회는 광범위한 테마를 통해 참가국의 전시관 별로 각자 다양한 콘텐츠를 구성한다. 그리고 전시관은 참가국이 각자 건립 하는게 인정박람회와 큰 차이다 





SONY | SLT-A55V


Big-O, 2012 Yeosu Expo _ Mark Fisher



SONY | SLT-A55V


Big-O, 2012 Yeosu Expo _ Mark Fisher





   우리나라에서 개최한 2번의 엑스포는 인정박람회. 명확한 주제를 가지고 3주에서 3개월간 전시기간이며 등록박람회에 비하면, 다소 짧은 기간이다. 그리고 박람회 면적도 25미만으로 제한되어 있으며 전시관은 개최국이 모든 비용을 충당한다. 이 점을 우리는 주목해야한다. 등록박람회에 비해 인정박람회를 개최한 우리나라는 사후활용에 대해서 더욱 진지하게 생각해야했다. 국가적 행사를 다른 국가에 도움 없이 순수하게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이 된다. 엑스포 당시 전국민적 관심을 무차별 입장권 배포로 관객동원 하는데에는 성공했을 수 있다. 하지만 엑스포가 지난 지금 더 이상 국민들은 그들에게 관심이 없다. 그리고 관객동원을 위한 명분도 없고 힘도 없다. 그냥 이 시설들은 과거의 기억을 등지고, 천천히 녹이 슬어가고 있다






ⓒ http://mashable.com/


1964년 뉴욕세계박람회 당시의 뉴욕스테이트파빌리온





[MOVIE REVIEW : 뉴욕스테이트파빌리온의 부활(Modern Ruin: A World's Fair Pavilion)]


   영화에서는 건축가 필립 존슨이 설계했었던 뉴욕스테이트파빌리온에 대해 추억하고 있는 사람들과의 인터뷰. 그리고 그 소중한 기억들을 천천히 반추하며, 점진적인 재생활동을 통해서 기억을 통해서만 영원할 것 같았던 파빌리온의 생명력에 심폐소생술을 가한다.

 

    그 과정에서 과거의 추억들을 건축과 함께 하고 있음을 감사하고, 사라지지 않고 현재에도 존재함에 있어 감사함을 느끼지만, 그 시대에 살고 있지 않았던 다음세대들은 항상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몇 번의 재생시도들은 마치 이 녀석이 죽으면, 우리의 기억도 죽는다 라는 몇 명의 로맨티스트들에 의해 계속해서 고민을 했다.

 

    흥미로운 부분은 엑스포가 열렸을 당시의 추억도 있지만, 파빌리온을 활용해 시도했던 다양한 변신을 꽤했던 그 순간을 추억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름은 파빌리온이었지만, 누군가에게는 스케이트장 등으로 행복한 시간을 함께했었던 공간이었다.

 

    수차례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현재 건축물의 가치도 중요했지만, 그 기억의 가치와 지키고자 했었던 사람들의 노력으로 이 건축물은 다음세대를 위한 해피엔딩(?)_스포방지)의 결과로 영화는 마무리하게 된다.

 

    다들 각자에게 소중한 공간들이 있을 것이다. 그 공간이 건축가 없는 건축의 공간일 수도 있고, 유명건축가가 지었던 건축물의 공간일 수도 있다. 그 공간의 특별함은 건축가로 하여금 추억이 배가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시간의 연대가 켜켜이 쌓여있었지만, 단순히 인간은 콘크리트 수명보다 길지 않기에 당신보다 더 영원할 건축에 대해서 당연시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 당연할 건축의 영원성에 대해서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 추억일 수도, 영광의 순간을 함께한 그 곳이 사라진다면 어떠할까?

 

    우리는 사랑니를 빼면 잠시 그 부재를 인지하지만, 시간이 지나 상처가 아물면서 어떠한 음식에 대해서도 그 자리를 인지 못한다. 조금은 불편했던 사랑니가 사라지는 것은 앞으로의 치아건강을 위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전문의들의 말을 들어보면 무조건적이지는 않다고 한다. 사랑니 발치를 위해 긴장하고 걱정했었던 젊은 청춘의 사소한 시간처럼 시간이 흘러가면 그 기억과 기능은 무뎌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처럼 거대한 도시 속에서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특정 장소 혹은 공간에 대한 기억의 부재는 다음세대 또는 앞으로의 도시발전을 위한 당연한 현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도시의 움직임 속에서 적응을 못하고 저 멀리 한 켠에서 잉여취급을 받는 존재라 하더라도,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시간을 꺼내 볼 수 있는 훌륭한 앨범이자, 다음세대와 추억의 연결고리로 사용될 수 있는 흑백사진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그랬기에 뉴욕의 로맨티스트들은 움직였고, 다소 아방가르드한 건축물의 고귀한 가치보다 자신들의 기억과 그 기억의 공유를 위한 가치가 인정받게 되는 순간의 기록과 함께 다시 한 번의 재기를 위한 움직임이 다음세대에게는 어떠한 파빌리온으로 남을지 기대가 된다.

 

    엑스포는 산업화시대의 상징이자 국가적인 쇼맨쉽을 발휘하는 이벤트이다. 그리고 생성과 해체의 당연한 순환구조에서도 즐거웠었던 영광의 추억 혹은 예상치 못한 경험의 기억들은 엑스포와 파빌리온(일시구조물)에 대한 선입견을 역설적인 내용을 통해 풀이해내서 생각지 못한 감동이 있었다. 초반에는 다소 지루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치 이 파빌리온과 함께 동시대를 거쳐 온 세대처럼 공감할 수 있었고, 짜릿했다. 엑스포에 대한 남다른 추억고 감흥이 있었던 나로서 이 영화는 감동적이었고, 단순히 건축을 사업적 물리적 심미적원리의 기계라고 생각했던 자들에게 던지는 일종의 메세지와 같은 영화다.




Modern Ruin: A World's Fair Pavilion - TRAILER 2015 from Matthew Silva on Vim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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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위키


조선총독부 철거는 식민역사의 청산을 위한 가장 시각적이고 물리적으로 인지하기 쉬운 대상이었다. 

폭력적인 건축물을 폭력적으로 응징하는 모습으로 건축은 최고의 도구였다.





 

[BOOK REVIEW : 건축 없는 국가, 이종건 비평집]



  대한민국에서 건축이란 과연 무엇인가? 그리고 건축에게 국가는 무엇이고 국가에게 건축은 어떠한 존재인가? 라는 생각의 꼬리가 계속해서 연결되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그 물음에 관한 이야기를 속시원하게 정리해줄 것 같은 책 건축비평집인 '건축 없는 국가'는 따가운 쓴소리도 들을 줄 아는 건축가들과 우리 사회에게 전하는 이야기들이다.

 

  전반적으로 내용들이 흥미로운 내용이면서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들 혹은 기성건축가들이 한 번쯤은 생각해보았을 사회구조적 문제 혹은 건축문화의 시스템에 관해 쉽게 정리하지 못하고 뒷골목 삼겹살집에서 소주 한 잔에 안주거리로 등장했지만, 그 이야기들에 대한 정리가 충분히 되어있으며, 이종건 선생님의 잘 갈아진 날카로운 비평의 날로 얼어 있었던 그 곳에 침투한다.

 

  마지막으로 나는 우리나라의 활발한 건축 비평문화에 대해서 지지하고 싶다. 그리고 그 비평의 관문과 경계도 절대적인 학문의 철옹성보다 대중적이며 조금 열려있는 자세로 스스로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건축 비평의 최전방에서 그는 건축 없는 국가와 국가 없는 건축을 꿰뚫어 보았다. 열린 마음으로 그가 행했던 건축과 국가의 해부를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건축문화의 한 부분이 가질 존재의 무게를 더욱 실어 줄 수 있으니 말이다.

  


프리츠커상 수상에 대한 그의 의견


     프리츠커상에 대한 동경 저변에 깔린 '그들처럼 건축하기'라는 주권 없는 삶의 정신을 비판하고, 건축계에서의 프리츠커상은 마치 파농의 말을 인용해 백인 피부를 동경하고 갈망하는 식민주의 정신과 무관하지 않다고 표현한다. 짐짓 그는 프리츠커상이 곧 건축학도, 더 나아가 건축가들에게 하나의 우상화로 비춰지는 단면을 조명하고자 한다. 이 글의 말미에는, 물론 우리 건축 사회에서도 우리들 만의 환경 속에서 자유로운 방식을 통해 프리츠커상을 거머쥔다면, 축하해야 할 일이라고 한다.

 

     사실, 나의 의구심은 이 한마디에서 비롯한다. 과연 우리가 건축을 배우면서 묵시적 세례를 통해 그들의 건축적 삶을 목표로 했는가이다. 그리고 그는 이 태도에 관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프리츠커상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가지고 있다. 물론 많은 건축학도들은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건축가들에 대한 호의적인 자세와 함께 자의식이 강한 그들의 건축철학을 우러러 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건축학도들은 건축가로 양성되기 이전에 하나의 인간이다. 인간이기에 욕심이 있고, 우리 분야의 최고의 영광은 프리츠커상으로 전세계에 알리는 수단이다. 그 욕심은 물론이지 없다고 하면 다들 거짓일 것이다. 하지만, 모든이가 이러한 욕망을 가지고 있더라도 결국 프리츠커상을 위한 방법은 없다. 처음에는 사회문화적 경향 혹은 디자인적 혁신에 관한 관점으로 예상되었을 수도 있으나 올해의 수상자였던 '프라이 오토'는 그 모든 관점을 부식시켜준다














ⓒ http://www.pritzkerprize.com/

2012 프리츠커상 수상자 중국건축가 왕슈와 지역성을 고려한 외벽 표현



        결국에는, 프리츠커상을 수여하는 기관에서 판단하는 일들이다. 그가 말하는 '그들의 건축'이 아니라 우리식의 건축을 하고라는 말이 있는데 우리식의 건축이 무엇인가라는 내용의 부재는 글의 힘을 잃게 해준다. 과연, 현재 우리나라만의 건축은 무엇인가? 혹은 우리끼리의 건축은 어떤것일까? 라는 질문투성이로 남지말고, 많은 재능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건축가들이 한 번쯤은 고민을하고 실험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건축가의 태도에서도 출발하는 이 문제는 결국에 나는 우리사회가 바라보는 건축의 시점으로 끝났으면 한다. 공통적으로 프리츠커상 수상자가 나온 국가들을 보아야한다. 그 국가에서 이뤄지는 건축작품이 아니라 그 국가에서의 국민이 건축과 어떻게 호흡하고 있는지를...


인식의 나르시시즘


        한국적인 건축의 정체성 생산의 부재는 결국 기념비적이고 골동품적인 역사주의로 인해 기인된다라고 한다. 그리고 우리 현대사의 진행 속에서 지정학적 위치가 가지고 있는 컴플렉스가 한 몫한다고 지적한다. 북족과 서쪽으로는 공산주의의 이념적인 갈등과 함께 타도의 한 축이었으며, 남쪽으로는 바다가 동쪽으로는 아픈역사의 상흔도 지워지지 않게 만든 일본이 있었다. 그로 인해 우리는 스스로 고립시켰고, 타자를 통해 스스로를 판단할 수 있는 기회가 박탈당한 고아같은 존재로 우리의 현대사는 시간적 의미의 현대만 남겨두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한가지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새로운 시각이면서도, 상당히 흥미로운 제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우리의 삶 속에 타자를 적극 불러들이는 것으로 희미하게 가려진 한국적인 것을 찾기위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아키텍처와 국가


         건축 혹은 아키텍처의 수준을 논하기 이전에 지배의 주체인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문제에 귀속된다. 즉 국가는 규정자이다. 2010년 상하이 엑스포를 예를 들어 보았을 때 중국관 과 미국관은 극히 대조적인 방식을 택한다. 그의 짐작으로 중국관은 국가 주도의 야심작이며, 미국관은 전혀 이들가 경쟁하려는 자세 없이 가드를 내리고 세계무대와 싸웠다


         내 경험을 비추어 보더라도, 엑스포 행사의 존재감 부분에서는 물리적으로 중국이 정신적으로는 미국으로 무의식적 선택을 통해 관람을 했다. 그 부분에서 미국관은 정말 실망만 남겼다. 그나마 기억을 상기시켜 보면 미국관에서는 건축은 없고, 전세계를 무대로 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스폰서들이 입구에 빽빽하게 자리 잡았으며, 엄청난 스크린에 나오는 미국대통령의 환영인상 정도 였다. 엑스포가 국가의 건축술을 뽐내는 경연장일 수 있으나, 미국은 굳이 퍼포먼스를 통해 힘을 쏟지 않았던 것 같다.

 

         마치 인공적인 가공없는 모습으로 관람객을 실망시킨 것 부분이 오히려, 역설적으로 보인다. 결국 엑스포에서 관람객으로 하여금 국가는 환상과 착각을 주입시켜주는 자리로 대표하는데 그 중 미국은 가장 절제를 한 것이지 않을까?




ⓒ http://news.xinhuanet.com/

2010 상하이 엑스포 국가관 (왼쪽) 중국관, (오른쪽) 미국관


비평


      그는 우리 건축의 문제는 비평의 부재로 꼽는다. 결국에는 건축문화 없는 국가를 지칭하는 것 같다. 수요가 없는 비평은 결국 사회가 싫은 소리를 배제함에 있어서 생겨났고 또한 보는 것에 익숙한 우리에게 사고의 부재를 깨닫게 해준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말처럼 우리는 항상 이런식으로 대상과 상관없이 짓밟아왔다. 때거지 문화를 마치 스스로 정당하다라고 색칠을 하고 말이다


      항상 무리지어 다니며, 천천히 제거해 간다. 자신들에게는 때가 뭍으면 안되니 말이다. 비평없는 발전은 없고 발전을 원치 않는 건축에서 우리는 더이상 건축을 문화로 찬미할 이유도 없다. 적어도 건축문화를 이끌기 위함이고 대중과 친숙하기 위한다면, 건축가도 스스로 비평에 대해서 호의적일 필요는 있다.




건축 없는 국가
국내도서
저자 : 이종건
출판 : SPACETIME(스페이스타임) 2013.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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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 201510 575호

2015.10.30 03:14 from 0Fany/Review



 불현듯 지나간 시간에 해왔던 과제처럼 SPACE의 리뷰를 하다가 오래간만에 시리즈로 연재되고 있는 지역 건축에 관한 탐구가 제법 흥미로웠다. 현재 호남-광주지역에 대한 기사는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정보력 낙후지역이었던, 영남 대구지역의 소식은 아주 반가웠으며, 그에 대한 지역 건축가들의 논의와 함께 그들이 마주했던 한계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어볼 수 있었던 SPACE의 리뷰를 간단하게 해보았다. 



지역 건축의 이슈와 현재 ‘대구와 영남, 공허한 신도시와 겨루다.’


껍질에 가려진 본질


대구와 영남지역의 지역 건축 화두를 쉽게 분류해 대구 지역의 신도시 개발의 현재와 지역의 건축유산 재활용. 대구건축의 근대성 접근과 함께 보존방식. 마지막으로, 지역 건축가들의 생존기를 통해 어딘가에서 들려왔던 망치소리 혹은 어둠이 내린 동네 한 켠에 소주잔을 채우면서 나누었던 그들만의 이야기가 한 데 모였다. 건축계의 이슈에서 지방은 상대적으로 변방에 속한다. 여느 도시보다 대구는 그 이슈의 변방에서 안타깝게도 더 고립된 지역처럼 보인다. 인근의 대도시인 부산은 북항지구에 국제현상공모로 주목을 받았던 ‘오페라우스’가 건립을 앞두고 있으며, 광주에서는 올해 11월 정식 개관을 준비중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있다. 물론 대규모의 문화시설이 생겨야만 건축계의 이슈로 떠오르는 건 아니지만, 잠시 운동이 둔해진 도시에 새로운 활력소로써 심폐소생술을 하는 긍정적인 측면과 학문적으로도 다시 한 번 도시를 진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에 단순히 개발사업으로 치부하기에는 오류가 있다.


하지만, 대중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을 뿐. 그 조용했던 도시에도 개발의 소리는 들렸었다. 최근에 완공된 경북도청 신청사와 대구 월배 아이파크(입면설계 UN스튜디오)가 그 주인공이었다. 우리나라 공공기관에 관한 현상공모를 아직 참여해 본 경험은 없더라도, 미루어 짐작하더라도 설계공모에 빠지지 않는 조건의 한국 전통건축의 계승을 바라는 건축적 개념은 무조건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물론 지역과 건물에 생길 부지에 따라 저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이 지역에서는 더욱 간과해서는 안될 문제라고 생각한다. 합법적 자금으로 한국 전통건축의 현대화 혹은 지역성에 관한 고민을 할 수 있는 기회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완성된 도청사는 흔히 볼 수 있는 대리석 건물에 얹힌 기와지붕으로 끝을 내었다. 


물론 턴키사업의 특성상 건축설계에 대한 심도있는 고찰보다는 공기단축 우선이라는 미션이 더 중요했을 것이다. 우리는 지역성 혹은 전통건축의 현대화라는 풀리지 않는 문제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보다는 그리고, 그 문제를 풀기 위해 신중하게 꺼지지 않는 연구실에서 거듭되는 실험과 이론적 토대를 만들기 위해서 다소 소극적인 자세로 비추어졌을 그들을 비웃듯 그들의 방식은 상당히 쿨하게 진행되었고. 마치 별 고민 없이 대량생산을 위한 기계처럼 익숙한 현대와 전통의 콜라보레이션의 재현을 보여준다. 앞으로 국가예산이 투입되는 건축물에 관한 설계방향의 룰을 다시 재정립 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적어도 국가가 합법적인 기회를 통해서 이 땅의 건축가들에게 현대와 전통 건축의 실험기회를 주었으면 한다. 너무 익숙해서 무뎌진 콘크리트에 기와지붕의 단짝을 때어낼 시점이다. 


마지막으로 UN스튜디오가 맡았던 아이파크의 파사드 디자인은 지극히 주관적인 입장으로는 대기업이 입주자를 위한 홍보장치 수단으로 이용하기 위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돈을 위해 돈을 투자한 그럴싸한 전략이다. UN스튜디오에게 아파트 설계를 맡기기에는 비용부담이 크지만 반대로, 소비자로 하여금 환심을 사기 위해서는 그들의 이름이 필요했다. 그래서 기업은 건축가를 화가로 채용해서 그들이 만들어 놓은 거대한 캔버스 위로 컬러풀 대구를 그려 넣었다. 중요한 사실은 UN스튜디오와 작업을 했다지 어떻게 왜 작업했는지는 중요치 않았다. 끝으로 새길 시그니쳐 자리에 ‘made by UN studio’를 위해.


근대건축을 활용한 대구 건축의 전략적 차별화


       대구 건축의 키워드로 지역의 건축계에서는 근대성을 화두로 잡은 듯하다. 대구 구도심에 알알이 박혀있는 오랜 역사를 간직한 다이아와 같은 건축물들을 발견한 지역건축가들은 그들의 세공이 필요한 시점임을 깨닫고 앞다퉈 나서고 있다. 그들에 근대성의 접근은 대구 지역 건축의 정체성을 구축 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된다. 상황적으로 보았을 때 지역의 기성세대 건축가들의 먹고사니즘에 대한 걱정으로 등한시 되었던 다이아들은 해외유학을 마친 건축가 혹은 젊은 건축가들의 손으로 세공이 이뤄졌다. 그들이 작업한 작품들과 작업과정에서 겪었던 경험들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각오와 반성들이 인터뷰에 담겨 있다. 어쩌면 고스란히 당신들의 소중한 경험이 밑바탕이 된 거름과 같은 이야기지만, 이와 같은 지역 건축을 위한 문제제기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서로 공유하며 알리는 자세는 다른 근대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도시의 건축가들이 참고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개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의 공격적인 재생마케팅처럼 이제 슬슬 앞으로 노를 젓는 것도 중요하지만, 잠깐 뒤를 돌아 뒤쳐진 시간들을 회복하기 위한 자세들이 보는 것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 지점에서 대구는 건축가와 시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사투를 벌이는 것 같아 그들만의 건축문화에 새로움을 느낀다. 다른 도시에서도 물론 국소적 방법으로 재생을 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하나의 건축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는 대구 지역 건축의 발걸음이 기대되는 바이다. 두 가지의 역사성 충돌로 인해 흥미로운 지점인 중구에서 이루질 그들의 세공으로 인해 탐구하게 될 지역 건축의 전략과 지역성에 대한 이야기를 대구만의 색을 지닌 방법으로 이끌어 갔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 




공간 space (월간) 10월호
국내도서
저자 : 공간사편집부
출판 : CNB미디어 2015.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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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신지의 집

2015.07.31 02:06 from 0Fany/Review

SONY | SLT-A55V



[BOOK REVIEW : 혼신지의 집 포토에세이]




 학수고대하며 내 순서는 언제쯤 올까? 보내주기로 노력하겠다는 짧은 답변은 오히려 더욱 소유욕을 키우고 있었다. 그리고, 몇 일 지나서 페이스북에 혼신지의 집 포토에세이를 저마다 인증샷을 통해 감사를 표하고 있었다. 부러웠다. 그래서 나는 언제오지? 라며 선생님께 "혹시라도 나를 잊었을까? 아니면 주소를 못보셨나?" 재차 확인을 하며 다시 메일을 보내며, 독촉 아닌 독촉을 한 것 같았다. 무슨 낯짝인지...매일 우체통을 확인하다가, 발견된 노오란색 서류봉투.


유년시절, 어머니께서 시장에 장을 보고 오실때 무심하게 툭 던져주면, 그저 좋아서 꼬리부터 뜯어 먹었던 붕어빵 봉투와 같았던 그 봉투에는 SPLK 가 적혀있었으며, 드디어 왔구나! 반가움을 감추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개봉해보았다. 캔버스천(생각해보니 두개의 매스를 내외부로 연결했던 2층에 얹혀진 외벽매스의 색상과 흡사하다.)과 같은 소재로 감싸져 있는 포토에세이. 


보일랑 말랑하는 내성적인 책의 타이틀과 함께 뒷면에는 혼신지의 집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새겨져있다. 정제된 몇마디의 글보다 시각적 경험으로 혼신지의 집을 소개하겠다는 의도였을까? 기다린 시간의 무게만큼이나 견딜 수 없는 기대감과 함께 책장을 넘겨보았다. 슬며시 훑어보며, 날씨 좋은 어느 날 여유있게 커피 한 잔과 함께 정독을 하기로 하고 잠시 책을 덮어 두었다. 


그리고, 작년 그 날을 다시 회상하며 찬찬히 오버랩시켜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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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를 마치고 언젠가는 업로드 하겠다라고 마음 먹었던 사진, 혼신지의 집 전경




다이어리의 기록을 보면 2014년 03년 27일 청도에서 공간학생기자들과 함께 청도로 MT를 갔었다. 사실 광주에서는 경북을 가기에는 다소 벅찬 거리와 교통환경이다. 특히 88고속도로에서 밤샘 작업을 하고 도로 위에 몸을 맡겼더니 더욱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즐겼었던 23일의 청도와 바로 일주일 뒤에 우연히 계획이 잡힌 김현진 선생님과 만남이 있었다. 김현진 선생님과 알게된 계기는 페이스북으로 였지만, 혼신지의 집같은 경우는 선생님이 업로드한 한 장의 사진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화장실로 보이는 공간. 세면대 위에 설치된 거울에 반사된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나도 모르게 반대편 풍경이 보고싶었고, 선생님은 친절하게 궁금증을 해소해 줄만한 사진을 덧붙여주셨다. 그래서 연이 닿아 이렇게 현장까지 올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


하지만, 약속으로 잡혔던 3월 30일... 바로 며칠전 갑작스러운 비보를 접했다. 부산에 계시는 고모가 돌아가셨다. 유독히 고모는 어머니와 자주 통화하시며, 항상 고향이 아닌 타지에 나와 사는 우리 가족을 걱정해주셨었다. 그런 고모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던 그 날.  3일장과 함께 발인까지 나는 고모와 함께하며, 비오는 날의 영락공원에서 아버지의 배웅을 뒤로하고 마을버스를 타고 부산역으로 향해 조금은 무거운 마음과 몸을 이끌며, 대구역으로 향했다. 대구역에서 Teo와 만나 함께 청도를 가기로 했다. 씻지도, 여벌의 옷도 챙기지 못하고 온터라 그닥 상태가 좋지 않아 처음 만나는 선생님에게 실례가 아닐까 걱정을 하며 다가 온 혼신지.


차를 주차하고, 저기 창문 안으로 보이는 작은 체구의 여자분이 이리저리 돌아다니신다. 아...드디어 만나게 되는구나. 가상공간에서 알게되 현실에서 만나는 경험이 처음이라 더욱 기분이 묘했다. 짧은 인사와 함께 다른 일행도 온다니 밖에서 조금 기다리며 담소를 나누었다. 바로 본론부터 혼신지의 집을 소개해주신 모습이 생각난다. 선생님은 바로 "대지면적은 이렇고, 대지의 경계는 이렇게 되고, 재료는 왜 이 돌을 사용했으며...", 다소 문화충격이었다. 미사여구 없는 혼신지의 집 소개로 묘한 기분을 함께 안고 답사를 시작했다. 





ⓒ Hélène Binet


ⓒ Hélène Binet


ⓒ Hélène Binet


ⓒ Hélène Binet


ⓒ Hélène Binet


ⓒ Hélène Binet




혼신지의 집 사진은 런던을 베이스로 한 건축사진작가 Hélène Binet가 작업했다. 헬렌비넷은 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들과 작업을 해왔다. 그녀의 포토그라피만 보더라도 프리츠커상을 탄 건축가들만 해도 여러 명이며, 알바 알토, 르코르뷔제 작품들도 촬영을 했다. 그중, 나는 피터줌터의 쿨룸바 뮤지엄과 채플의 사진을 참 좋아했는데... 비네의 작품이었다니... 구글 검색창에 Hélène Binet 라고 검색하면, 이미지칸에 어마어마한 내공의 사진이 수도 없이 뜨니 참고해도 좋을 것 같다. 동대문디자인프라자와 함께 혼신지의 집을 담으러 한국을 왔었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엄청난 액수가 들어간 대규모 문화시설과 함께...이 작은 시골마을에 주택을 담으러 온다니...극과 극이다. 하지만, 자본 vs 정성의 구도로 저울질 해본다면... 그녀의 가치판단의 저울질은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았을 것 같다.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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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묘한 조화다. 사실 이렇게 불편한 풍경은 적응이 안 된다. 풍경과 함께 가장 잘 어울려 보이는 것은 오히려 바로 눈에 보이는 바로 앞의 3 곳의 주택이 아니라 우측에 자동차가 주차된 곳의 주택으로 보이는 곳이 말도 안 되게 철저히 위장하고 있는 모습의 건물. 자신이 풍경을 담기 위한 방법보다, 풍경에 속하길 위한 방법을 택한 것 같다. 


물론, 존재감을 과시하며 뽐내는 것도 좋지만, 이 사진만으로 본다면, 우측의 위장된 주택은 참으로 착해 보인다.  가장 최근에 출생신고를 한 혼신지의 집 같은 경우 사실 많이 설계를 하면서도, 옆집 이웃을 긍정적으로만 바라보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인근 산에서 나오는 돌을 게비온월로 담장을 둘러내어 나름의 방법을 통해 혼신지의 집을 안착시키는데 노력한 것 같았다. 긴 돌담을 보면 담으로 뚜렷한 경계를 구분 짓기보다는 다른 의미의 경계로 해석이 된다. 스스로의 방법으로 혼신지를 품기 위한 제스처로 보인다.





ⓒ Hélène Binet




주말주택이라는 기능에 관해 교과서적인 지식 정도만 알고 있지만, 이곳은 그 교과서적인 공간구성보다는 건축주의 요구 사항에 최대한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그래서 내게는 사실 다소 어색한 공간들이 몇 곳이 있었으나, 크게 내가 함부로 판단하고 해석하고 싶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마감과 디테일들을 보면, 참으로 특별하고 장인정신이 눈에 보인다. 마치 건축가 본인이 기초부터, 마감까지 일련의 작업을 모두 다 소화해 낸 것 같은 무서움이 보인다. 대화 중에서도 계단의 참과 폭의 스케일과 내벽 오크목의 마감재에 관한 이야기를 선생님으로부터 들을 수 있었는데 "5년 간 나는 누구와 건축 공부를 했으며, 나는 제대로 된 학습을 하고 있었나?"라고 의심이 될 정도로 사실 큰 상실감을 받았던 시간이었다. 진심과 진짜가 무엇인지 알려 주셨던 순간이었다. 


마치 모든 작업을 혼자 독방에서 깎아낸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모든 대화는 공허한 혹은 포장된 내용보다는 솔직하고, 꾸밈없는 본 모습을 여과 없이 대화를 통해 약 한시간가량의 답사 시간을 마무리 했었다. 마치 그날의 대화처럼 김현진 선생님과 혼신지의 집, 헬렌 비넷의 혼신지의 집 그리고 포토에세이는 상당히 닮아있다. 쌍둥이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가장 중요한 DNA는 그대로 유지한 느낌의 작업들... 


마지막으로, 몇 가지의 재미난 기능이 있는 혼신지의 집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기대가 되는 작품이다. 과연, 이 모던한 공간 안에 담겨진 소소한 감성은 어떻게 연동이 되고 있을지 지금도 궁금하지만, 포토에세이를 보고 상상만 해볼 뿐이다. 





ⓒ Hélène Binet



옥외 테라스에서 뻗어져 나온 우수 레일로 몇 방울씩 혹은 폭포수 같은 물들이 바닥돌과 치찰음을 내는 곳.


혼신지의 수북한 물안개들이 마치 캔버스처럼 물들일 외부의 저철분유리의 담이 있는 곳.


수평적 볼륨을 나타내는 알류미늄 금속의 강한 결속력을 거스르는 움직이는 벽이 있는 곳.


내외부 공간의 연속적인 내부마감(오크목)을 통해 외부로 노출된 마감이 시간을 어떻게 담아낼지 궁금한 곳. 


혼신지의 집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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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 보이지 않는 집, MAISON INVISIBLE]


그를 알게된 시간은 얼마되지 않았다. 우연히 인터넷 뉴스로 접하게 된 그는 2010년도 폴 메이몽 건축가 상을 수상한다. 한국인으로는 처음 수상을 한 젊은 건축가이다. 


여기서 폴 메이몽 건축가 상이란 무엇인가?

프랑스 전통 건축가,엔지니어 협회에서 1968년 이후 해마다 프랑스 그랑제콜 건축학교 20곳으로부터 각 학교마다 최우수 졸업작품을 추천받아 누가 최고인지 가리는 자리.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시작된 그에 대한 관심 즉, 한 명의 젊은 건축가에 대한 삶에 대해서 궁금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페이스북 친구를 맺어 그의 글들에 공감을 하게 되었고, 시간이 흘러 마치 페이스북에 게시된 그의 아름다운 글과 사진들은 복선처럼 느껴졌다.


마침, 그는 첫번째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 책은 [파리를 놀라게 한 백희성의 환상적 생각] 이다.  사실 온라인에서 몇 번 접했던 그의 감성적인 글과 사진들이 쌓이고 쌓여서 만들어진 책처럼 어색함이 없는 내용들이 었다. 또한 '보이지 않는 집'을 읽고 나서 드는 생각으로는 마치 2편을 먼저 본 사람들로 하여금 찾아서 읽어보기를 강요하지 않고 궁금증을 야기 시킬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그 정도로 건축가 백희성씨는 상당히 매력적인 사람이다.


그의 모든 글과 사진, 건축작품에 대해서 알지 못하지만, 이번 '보이지 않는 집'을 통해서 적어도 독자와 작가 간의 간극을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쉽게 공감하게 만들면서도, 아차! 싶을 정도로 깊은 생각을 하는 그러한 사람이다.  



선입견


나는 그와 직접 대화를 하거나 만난 적도 없다. 사실 나는 그를 알게 된 것도 신문상에서도 프랑스 유학을 했던 젊은 건축가이자, 그의 작품으로 폴 메이몽 상을 수상해 현재는 프랑스의 자랑이자 현대건축가 중 거장이라고 불리우는 장 누벨 건축사무소에서 일했던 사람이니 대단하게 볼 수 밖에 없었고, 왠지모르게 자기개발서에 자주 등장하는 성공한 사람 처럼 보인다.  물론 그의 책  [파리를 놀라게 한 백희성의 환상적 생각] 에서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 등 많은 부분을 알 수 있었고, 세바시라는 프로그램에서 자신에게 단호하면서도 겸손하게 자기를 표현했다. 그래도, 마치 그가 걸어온 길이 대중으로 하여금 비현실적인 드라마틱한 부분이 많았기에 교감할 수 있는 부분이 극히 조심스러웠다. 그리고 이번에 그의 두번째 책인 [보이지 않는 집]은 호기심이 생기기 이전에 나는 어느 신문기사를 읽고, 또 다시 선입견을 갖게 되었다...

“쉿! 저 기품있는 파리고택의 비밀을 말해줄게”… 한국 건축가, 저택구경담을 팩션으로 풀다 (동아일보)

지금에서야 상당히 바보같은 생각을 한 것이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기사의 제목을 통해 별로 흥미를 갖지 못하게 되었다. 왠지모를 선입견으로 "뭐야?! 이번에는 그냥 파리주택이야기를 하는 건가? 이 곳은 어떤장식이 있으며, 어떠한 생각을 갖고 만들어졌다. 아르누보 어쩌고 저쩌고 하며, 마치 교과서적인 지루한 건축교양서적인가?" 라는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마치 난독증 환자처럼 기사도 대충 훑어보면서 추측했던 그 생각으로 사실 백희성이라는 사람은 좋았지만, 이번에는 내가 크게 흥미를 못느낄 것 내용아닐까? 라는 생각으로 시간은 흘러갔다. 



Hee sung Baek


탐닉


선입견을 갖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백희성씨가 이벤트로 진행한 한정판 [보이지 않는 집] 리폼책을 여자친구가 선물해 주었다. 그리고 그 선물을 받은 타이밍이 절묘하게 내가 파리를 다녀온지 몇 일 지나지 않은 시점이고, 아직도 꿈에서 파리가 나올 정도로 여운이 남아있는 시기라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책을 펼쳤다....


표지에서부터 마지막 바코트 인쇄면까지 구석구석 글을 쓰는 작가가 아닌 건축가의 솜씨가 묻어났다. 표지에 새겨진 정성들(시각화)은 그의 글에서 나오는 글귀처럼 "바니쉬 칠이 마르기 전에 소중한 것을 놓아두면 책상이 그걸 평생 기억해 준단다." 바니쉬 칠처럼 책은 날카롭고 투박해 보일 수 있는 칼집의 흔적은 독자들로 하여금 백희성씨가 주는 아마추어 책상이 아닐까? 여러분의 아마추어 책상...(책 내용을 보면 아마추어 책상이 주는 큰 감흥을 느낄 수 있음)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나는 그가 설정한 3곳의 공간을 왔다 갔다 했다. 몽마르뜨 언덕의 그의 월세집과 시테섬에 위치한 고택, 그리고 시테섬의 고택의 집주인이 있는 스위스의 요양병원. 소설인지 사실인지 모를 정도의 중간 경계 팩션의 방법으로 글은 상당히 박진감이 넘친다.  그래서 더욱 나는 책장을 넘기는 속도를 줄이고, 상황을 머리 속으로 상상하며 재현해 본다. 마치 내가 그 곳에 있었던 것 처럼...

lle de la Cité


4월 15일의 건축가


책은 작가의 실화를 비롯한 약간의 과장을 더한 이야기로 전개해 나간다. 물론 과장 또한 불편함이 없이 윤활유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 책의 진정한 매력은 아름다움 혹은 놓칠 수 도 있었던 상황을 정말 섬세하고 동화처럼 만들어 나간다. 그래서 그런지 그가 바라보는 세상은 많은 부분 아름다움으로 해석하려는 마음이 보인다. 기분 좋다.


이 책의 주인공은 희성씨가 아니다. 생소하지만 책장을 넘길 수록 궁금증을 자아내는 인물인 건축가 '프랑스와 왈쳐'가 주인공이자 결국 책의 내용 전부인 사람이다. 그가 없었으면 과연 작가는 "모든 이들의 기억의 장소는 바로 집"이라는 주장을 할 수 있었을까?

4월 15일을 위한 건축을 한 건축가와 그 속에 담긴 어마어마한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들을 아름다움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수북히 쌓인 먼지를 털어가며, 시대를 초월한 건축가들의 교감을 통해 서서히 드러나는 진실. 


마치 꿈 속에서나 가능한 이야기가 사실이라는 것에 너무 소름이 돋는다. 전과 다르게 이번 건축에세이는 사진이 없다. 오로지 글로만 채워져 있고, 독자로 하여금 이해하기 쉽도록 몇 개의 평면도와 배치도만 존재한다. 완벽한 보조재의 역할을 했으며, 이 책을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것은 진실을 말하는 인증사진이 아니라 작가가 바라 본 시점에 의존하면 된다. 


하이(Hi? High)건축


이야기 없는 집이 어디 있을까? 

건축가의 깊이가 빗어내는 이유있는 건축적 어휘와 시간이 지나 그 어휘를 올바르게 해석을 하거나 혹은 의도된 내용과 다르게 해석이 되거나 하는 것들도 다 이야기이고 건축이고 공간이다. 


책을 다 읽고나서, 예전 독락당을 답사하고, 진행했던 한국건축사 과제의 주제로 '조선시대 주거건축과 서원의 건축공간에서 나타나는 유교미학에 관한 조사'를 진행했었던 기억을 상기시켰다. 책에서 처럼 직접 보고 듣고 기록하면서 실마리를 찾아나가지는 않았다. 학문적 분석을 토대로 보고 기록했지만, 그 안에서 유교미학과 선비정신에 대한 건축어휘 혹은 그 분위기를 찾아내기 위해 혼자 끙끙 앓고 발표했던 기억이 난다. 


건축가의 의도 혹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의도했다고 생각하는 건축가의 소소한 디테일과 장치들은 실제로 마주하지 않고는 그 설레임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시시콜콜하게 건축의 조형이나 공간, 어휘 등의 언어로 포장된 건축보다는 궁극적으로 사소한 배려 혹은 미쳐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 발견되는 디테일에 많은 감동을 받고, 그 부분을 찾기 위해 건축여행을 하는 것 같다.


마치 이러한 여행처럼 백희성씨는 우연히 만나게 되는 프랑스와 왈쳐라는 건축가의 고택과 요양병원을 오가며, 그 건축가의 섬세하면서도 이유있는 디테일(?)이라기 보다는 더 감수성있는 표현이 있을 것 같은데 생각나지 않는다. 왠지 여기서 디테일이라는 표현은 뭔가 테크닉한 어휘같아서 어울리지 않는데... 여튼..섬세한 마감과 감성적인 요소들을 맞이하게 된다. 이유있는 건축적 장치들... 그 장치들을 알아 낼 수록 전율이 일어나고, 결국 미소로 까지 번지는 오묘한 화학적 반응을 일으킨다. 



그 이유로는 건축가의 매우 지능이 높은 수수께끼와 같은 비밀로 건축을 만들었고, 그 문제를 풀기 위해 작가=건축가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High 한 건축을 맞이한다. 여기서 High는 건축적으로 우연을 빙자한 필연적 사유로 만들어낸 공간으로 만들어졌고, 그리고 그 스토리텔링이 이 책에 적혀있다. 솔직히 믿기 힘들지만, 믿어야 한다. 그게 건축이다. 우연이든 필연이든 우리가 당도한 공간과 건축의 아름다움은 결국 의도된 건축가의 아름다움의 표현이기에...


많은 말보다 이 책은 읽으면서 상상하거나 혹은 직접 그려보면서 체험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단지 읽기 위한 책이 아니라 독자로 하여금 더욱 특별한 경험을 선물해주고자 하는 의도가 작가=건축가의 디테일인 것 같다. 이 책은 그래서 단순히 활자를 담은 책이라기 보다는 활자로 최대한 감성을 담기위해 노력했고, 팩션을 위한 포장의 도구를 절제했고, 향기를 간직하고, 시간을 기록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순수하게 건축을 느끼고자 한 독자라면 이 책은 무조건 추천한다. 대게 무수히 많은 건축적 어휘와 공감하기 힘든 이기적인 미적강요보다는 순진무구한 아름다움을 봄날의 흩날리는 민들레 씨앗처럼 편안하게 다가온다. 책의 말미에 이런 말이 있다. 


"세상의 모든 불편해 보이고 부족한 것들은 어찌 보면 깊은 사연을 담고 있을지도 모른다."


간편하거나, 화려하거나, 과하거나, 부족하거나, 편하거나, 불편하거나 결국 다 사연이 있고, 우리는 그 안에 살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사연을 아직 묻지 않았거나, 관심도 없어서 그저 보이는대로 생각하는대로 판단하고 살아왔다. 그동안 우리 주변은 어떠한 이야기로 가득차 있었고,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지금이라도, 궁금하다면 귀를 기울려 보자.




보이지 않는 집

저자
백희성 지음
출판사
레드우드 | 2015-01-2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저자를 닮은 주인공, 루미에르 클레제, 세대를 넘나들며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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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 내일의 건축, 이토 도요(Toyo Ito)]

 

 저자인 이토 도요는 2013년 프리츠커 수상자이자, 최근 2014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의 커미셔너를 맡은 건축가 조민석씨가 받은 황금사자상을 2012년도에 '모두의 집'이라는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같은 상을 받은 건축가이다.

 

이토 도요의 출생지부터 남다르다 그는 서울특별시 태생이다. 하지만 그의 유년시절은 서울이 아닌 나가노현에서 보냈다고 한다. 그래도 반갑고 호감이 가는 건축가이다.

 

사실 이전에 읽었던 '페터 춤토르의 건축을 생각하다'는 내게 건축에 대한 생각을 요하는 책으로 느껴졌다. 그만큼 책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보다는 건축 사유를 위한 동기부여의 책이라고 하면, 이번에 읽은 '내일의 건축'은 이토 도요의 건축에세이 정도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일방적인 프로젝트 소개와 이해를 바라는 글이 아닌 나(건축가)와 사회 그리고 사람과 커뮤니케이션을 했던 사례와 당신의 건축을 바라보는 관점 등의 내용이 담겨져 있다.

 

따뜻하기도 하면서 어쩌면 냉철한 시각으로 현대건축을 바라고보 근대주의 사고를 비판한다. 어쩌면 자신이 건축가로서 건축을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인 동일본대지진은 일본에서 건축하기에 대한 새로운 국면을 맞이 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그에 대한 생각을 담은 내용들이 주로 '내일의 건축' 내용을 채워나갔다.

 

 

 

동일본대지진은 어쩌면 이토 도요에게는 새로운 사유를 위한 엄청난 사건이었다.

 

그는 책을 시작하며, "현대사회에서 건축은 건축가의 윤리나 선의를 훨씬 초월한 힘으로 만들어지고 파괴된다. 여기서 과거처럼 공공장소나 커뮤니티 공간이 생성될 여지는 거의 없다. 오히려 경제를 효율적으로 순환시키기 위해 공동체는 철저하게 해체된다. 거대 자본으로 움직이는 거대 도시에서 건축가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이런 고민을 하던 시기에 대지진이 발생했고, 그 사유의 실천이 곧 시작이 된 동기였다.

 

책에서 주로 동일본대지진과 관련한 프로젝트인 '가마이시 부흥 프로젝트'와 '모두의 집 프로젝트'에 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그가 말하는 건축의 아카데미 교육 '이토건축학원'과 자신이 건축을 통해 걸어온 길 그리고 미래의 건축을 생각한 내용들이 담겨있다.

 

많은 건축가들이 자신의 작품들 혹은 생각들을 진부하게 풀어놓은 책을 출판하고, 인터뷰를 통해 소개가 된다.

 

그리고, 막상 책장을 넘기면 구체적으로 무슨말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의문을 품게되고 그에 대한 명쾌한 대답없이 자신의 철학만 멋진 어휘로 포장시켜서 그냥 그럴싸한 제목으로 우리를 맞이한다. 그러한 책에는 사실 공감이 가지 않은다. 건축학도로서...

 

여튼 그러한 책과 다르게 이 책은 깔끔하고 정갈하다. 그리고 그와 비슷한 건축관을 형성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가슴 뜨거움을 받을 수 있는 내용들이 상당히 흥미롭게 담겨져있다.

 

 

Sendai Mediatheque, Sendai, Japan By Toyo Ito

 

2011년 대지진이 지나가고 일본건축가 중에 가장 긴장한 건축가로 생각되며, 전세계 건축인들이 주목했을 건축물인 센다이미디어테크를 설계한 이토 도요 역시 바로 센다이미디어테크와 관련한 신속한 보고를 통해 조치를 취했다. 다행히도 인명사고와 더불어 큰피해는 없었다고 한다. 대지진과 관련한 그의 생각과 행동들을 보며 건축이 아닌 그의 성품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서 건축을 잘하기 위함이 아닌 어떤 건축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차분히 말해준다.

 

 

 Venice architecture biennale 2012, Golden lion award, Japan

 

위기를 기회로 생각한 이토 도요는 동료건축가들로 하여금 강한 리더쉽을 발휘한다. 불변의 진리라고 믿어온 근대주의 사상을 다시 한번 되돌아볼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기회로 동일본대지진이 갖어다 준 교훈으로 "Futility of sophistication "를 상기시키며 뭉쳤다.

 

그는 많은 부분 건축의 공간이나 형태 등의 이야기 보다는 사람과 공동체를 부각했던 작업에 대해  신중하게 건축이란 무엇인가? 라는 본질적인 질문과 해답을 찾고, 혼자가 아닌 동료건축가와 젊은건축가와 함께 고민했다.

 

지금 우리시대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과 재료도 있지만 결국에는 사람에 대한 가치를 우선시하는 행위가 요구되는 시기이다. 더 이상의 개발로 잊혀지는 사회적 약자의 불가피한 피해를 우리 건축계에서 자각하고 실천하고 옮긴 이토 도요에 대한 존경심이 우러러 나오는 내용들이 나자신 뿐 만 아닌 우리를 설레게 했다.

 

앞으로 그가 해결할 내일의 건축을 기대하며... 항상 응원할 것이다.

 

 


내일의 건축

저자
이토 도요 지음
출판사
안그라픽스 | 2014-06-05 출간
카테고리
기술/공학
책소개
2011년 3월 11일에 발생한 동일본대지진은 모두에게 많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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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lumba Museum, Cologne Germany, By Peter Zumthor


겨울에 선물받은 책을 미루고 미뤄서 이제야 다 읽었다. 상당히 얇지만 그만큼 깊이가 있는 책이라 편하게 읽기에는 어울리지 않은 책인지라 천천히 시간을 갖고 곱씹어보며 읽어보았다. 어쩌면 그의 어휘선택이나 철학이 다소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와 조화를 이루려고 하나 개인적으로는 공감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스위스 시골에서 누구보다 건축에 대한 생각과 실천으로 건축을 가장 치열하게 한 건축가임에는 이 책에 잘 담겨져있다.


 많은 젊은 건축가들이 존경하는 건축가로 페터 춤토르는 자신이 생각하는 건축을 말했던 강연과 기고문 등의 내용을 묶은 책이다.


책의 전체적인 내용은 자신의 건축철학과 관점에 대해서 조근조근 이야기한다. 내용 중간에는 동료건축가 혹은 현대 건축가에 대한 반론과 인정하는 내용이 있다. 내용의 본질은 다르지만 그가 다른 건축가들을 거론하며 한 내용이 적대가 아닌 건축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인지라 더 흥미롭게 다가온다. 


Brother Claus Filed Chapel, Mechermich, Germany By Pter Zumthor


건축의 강론처럼 느껴지는 책의 내용들은 이제껏 이뤄진 건축과 도시와 경관, 그리고 교육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담아낸다. 맞음과 틀림이 아닌 다름에 대한 안타까움을 나타내며 건축을 생각한다. 그 중 기억에 남는 내용들은 몇 가지 기록해 본다.


p.12 "건축은 내부와 주변의 삶을 담는 봉투이자 배경이며 바닥에 닿는 발자국의 리듬, 작업의 집중도, 수면의 침묵을 담는 예민한 그릇이다"

p.15 "디테일은 적절한 지점에서 설계의 기본 아이디어가 요구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결합 또는 분리, 긴장감 또는 가벼움, 마찰, 견고함, 취약성 등을 표현한다."


그가 말하는 디테일과 그가 행하는 건축으로 그대로 반영된다. "페터 춤토르 = 디테일"이라 하여도 부족할 판이다. 사실 다른 건축가도 디테일에 대한 표현과 기술에 대해서 많은 노력을 한다. 하지만 그 디테일은 춤토르의 등장 전후로 나뉠정도로 그의 건축을 교훈삼아 최근 많은 건축가들도 디테일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개발하고 있다.


p.17 "일상의 평범한 것 속에도 능력이 있다. 다만 그것을 보려면 충분히 오래 응시해야 한다."

p.29 "아름다움에도 핵심이 있다."

p.65 "건축 교육이란 스스로 질문하고, 교수의 도움으로 해답을 찾으며 질문을 줄여나가면서 다시 해답을 찾는 것이다. 이 과정의 무한 반복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먼저 학생들 앞에 서 있는 사람이 해답을 이미 알면서 질문하는 것이 아님을 알려주어야한다."


건축교육 뿐 만 아니라 건축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가슴에 새겨야 할 내용이다. 


p.78 "대상에 깊이 집중한다. 나는 추상적인 의견과 생각 너머에 있는 직관의 정확성과 감각적 경험의 진실성을 신뢰한다"

p.96 "도시에서 시간은 그곳의 공간처럼 압축적이지만 경관의 시간은 거대하다"



 페터 춤토르는 창작 혹은 개발에 있어서 철저한 분석을 통해서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의 건축은 최대한 아름다움에 대한 근원적인 생각부터 시작하는데 그만큼 그는 자연과 분위기, 경관에 대한 많은 신경을 쓴다.


그래서 인지 그의 글에서는 다양한 재질에 관한 이야기부터 구조, 치수에 대한 내용이 자주 노출된다. 그가 말한 "추상적 의견과 생각 너머에 있는 직관의 정확성과 감각적 경험의 진실성을 신뢰한다"라는 말처럼 추상적, 추론적인 관념에 빠져있지 않는다.


마치 건축을 다 아는 것처럼 이야기하지 않지만 건축을 대할 때에는 깊은 집중을 통해 얻어낸 결과를 가지고 전개하는 모습들이 장인의 모습 그대로 보여준다.


외면보다 내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외면을 중요시해 만들어진 경관에 대해서 안타까움을 말하며, 마치 다른 건축가들에게 주의를 주는 것처럼 여겨진다.


자신만의 철학 만에 갖혀서 대중과 자연에게 실험하지 아니하고, 땅과 하늘 그리고 자연을 깊이있게 지켜보면서 박제된 건축이 아닌 풍경으로써 건축을 만들며, 그는 스위스 작은 산골마을에서 지금도 고분분투하고 있다.


같은 건축가들이 왜 그를 존경하는 건축가로 꼽는지는 사실 그의 건축을 직접 눈으로 관찰해야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디테일을 실제로 관찰하고 싶다. 


우리 도시 주변에 아직도 신축되는 건축물들이 곳곳에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얼마만큼 디테일에 신경을 썼는지 정주해보지 않으면 잘 모를 것이지만 꼼꼼하게 관심을 갖고 지켜본다면 다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찾기는 힘들 것이지만 디테일을 보여주는 건축을 마주한다면 온몸에 전율이 일어난다. 



사실 본인은 몇 달 전에 한 건축가의 작품을 방문했었다. 그 곳에서 느껴진 디테일에 대한 이야기들은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농도 짙은 공간이었다.(경험하지 못한 것이지 찾아보면 좋은 공간은 많다고 생각됨.)


건축을 정의 할 수 없지만 참으로 다양한 조건들을 기반으로 해서 완성되는 건축은 한명의 인간과 같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그 건축이 현재 우리사회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외피, 외면의 모습이 아닌 내면과 본질로서 우선적으로 반영이 된다면, 도시의 경관이 질서있는 아름다움으로 가득찰 것으로 기대가 된다. 춤토르가 강남에 온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




페터 춤토르 건축을 생각하다

저자
페터 춤토르 지음
출판사
나무생각 | 2013-10-31 출간
카테고리
기술/공학
책소개
페터 춤토르: 시공을 초월한 존재감페터 춤토르(Peter Z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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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장인이 말하는 감각적인 이야기들을 듣고자 한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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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번째 책선물인지 모르겠다. 내 책장에는 내가 산 책보다 여자친구의 책선물이 내 책장의 지분을 많이 차지하고 있다. 고맙습니다.

이 책을 알게 된 이유는 전남대 도서관에서 주최한 '2014 한책' 선정을 위해 선정한 10권 중 한 권으로 후보에 올랐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SNS로 구본준씨의 글과 기사를 자주 접하기에 그리고 그의 글솜씨는 많은 사람으로 하여금 건축을 가식적으로 포장하기 보다는 따뜻하고 이해하게 쉽게 다가오기에 부담없이 읽기 좋다고 생각한다.

 

 

[사진 : https://www.arenakorea.com/article/arena_view.php?cd=0403&seq=1807 ]

 

 

공교롭게 책표지는 짙은 노랑색과 함께 최근에 다녀왔었던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의 사진이 걸려있다. 나에게는 짜릿한 공간을 경험하게 해준 곳이라 어떤 글이 실려 있을지 더욱 기대하게 된다. 책의 프롤로그는 아직 고민해 본 적 없는 나에 던지는 말처럼 생각하게 끔 만들었다. "왜 건축에 빠져들었는지 아직도 정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저절로 이 매력적인 장르에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책을 쓰게 되면서 왜 건축은 재미있는지, 왜 나는 건축을 좋아하게 되었는지를 생각해본다." 나는 왜 건축을 좋아하게 되었을까? 나는 왜 건축공부를 하게 되었을까? 라는 자문에 나는 중학교 시절 류춘수건축가가 설계한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의 한 장의 스케치와 그 일화를 알게된 뒤 건축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

 

 

[그가 설계를 한 상암월드컵 경기장은 98프랑스월드컵을 보기 위해 파리로 가던 비행기 안에서 스케치한 안이 그대로 지어졌다]

 

건축을 알게된 계기가 경기장인 만큼 유년시절 나는 어떠한 건축물보다 경기장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고, 중학교 2학년때부터 고3때까지 교과서 한켠 혹은 노트에 생각나는대로 스케치를 했었던 기억이 난다. 이 시절이 나에게는 건축이 나에게 재미와 관심을 갖어다 준 계기라고 생각한다.

 

[중학교 시절 그린 대구월드컵 경기장 옆 대구야구경기장]

저자인 구본준씨는 건축은 희로애락의 드라마가 펼쳐지는 극장이라 표현하며 목차를 희, 로, 애, 락이라는 감정과 건축물들을 결부시켜서 책의 내용을 엮어나간다.

 

1. 희(喜)

- 이진아기념도서관,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 어린이대공원 꿈마루, 기적의 도서관

 

2. 로(怒)

-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 도동서원,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옛 부여박물관

 

3. 애(哀)

- 봉하마을 묘역, 시기리야 요새, 프루이트 아이고와 세운상가, 아그라포트

 

4.락(樂)

- 창덕궁 정자, 선교장, 충재, 문훈발전소

 

사실 건축학과 학생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만한 건축물과 건축가의 프로젝트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건축이론서적이나 교양서적으로 접하는 내용보다 건축과 공간 그리고 사람의 이야기가 가미되어 다소 흥미로운 내용들이 소개된다. 건축전문기자라서인지 글들이 마치 건축물을 밀착취재하는 느낌의 글은 관광명소 혹은 유적지 앞에 적힌 안내글의 정형화된 글이 아닌 관광가이드에게 소개받는 혹은 지역주민이 말해주는 이야기처럼 신선하게 다가온다.

 

국내 건축서적 중 레전드라고 생각되는 서현교수님의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처럼 대중으로 하여금 건축에 관심을 갖게 해줄 책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책의 마지막에 저자는 독자와 손을 잡고 건축가 사무실로 들어간다. 사실 많은 건축학도들은 건축가의 작업, 작품에 대해서는 쉽게 접하겠지만, 사무실의 분위기나 스타일을 알기에는 직접 혹은 주변 지인이 취직하지 않는 이상 쉽게 알 수가 없다.  그래서 하나의 별책부록의 개념처럼 건축가 문훈, 안도 다다오, 리차드 로저스 사무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들 중 문훈, 안도 다다오는 영상과 영화를 통해 조금이나마 알고 있었고, 리차드 로저스는 작년 런던오픈하우스 시즌에 방문한 적은 있었지만 책에 나온 내용은 방문 때도 듣지 못했던 이야기라 상당히 흥미롭게 다가온다. 기회가 된다면 작년에 다녀온 런던오픈하우스에 대한 이야기도 한 번 포스팅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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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하우스 당시 리차드로저스 사무실 풍경]

 

책은 건축물에서 부터 건축가 개인에 대한 이야기 끝으로 건축가의 사무실과 철학에 관한 이야기로 우리가 접하는 실체로의 건축을 보여주고 설명하기 보다는 건축과 공간 그리고 인간과의 관계로 건축을 사랑하게된 이유를 설명하는 듯하다. 

 

건축과 친구가 되고 싶거든 구본준의 <마음을 품은 집>을 추천합니다.

 

 


구본준의 마음을 품은 집

저자
구본준 지음
출판사
서해문집 | 2013-02-10 출간
카테고리
기술/공학
책소개
건축은 희로애락의 드라마가 펼쳐지는 극장!처음에는 디자인이 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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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_0Fany 트랙백 0 :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