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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손은 턱을 괴고서 창밖을 보며 르코르뷔지에 연필로 작은 수첩에 적은 기록.


연필의 쓱싹거리는 소리가 좋다. 고요 속 마찰음을 즐기기 위해 습관처럼 꺼내본다.


카페로 가는 길. 한 쪽에 홍시가 바닥에 떨어졌다.


바람에 떨어진 나뭇잎이 창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고스란히 들리는 내부.


진공의 공간처럼 실내에는 가공된 소리가 없다. 필요한 소리만이 적막함에 기댄다.


바람에 날리는 나뭇잎과 모카포트 위로 스쳐 가는 아지랑이의 일렁거림이 풍경과 중첩된다.


나의 커피는 실내의 분위기에 적응하기 위해 김을 모락모락 내며 식어간다.


기체의 움직임은 그렇게 안과 밖에서 3중주를 시작했다.

 

밖의 풍경을 보고 있으면 안도 다다오 뮤지엄 의 중정을 떠올리게 된다.


파편화된 돌들이 가득 채운 마당은 실내와 마찬가지로 긴장된 분위기가 느껴진다


마당 우측 마련된 계단은 잘 조직된 악보일까 산책하듯 계단을 넘어오는 손님들은 피아노 건반의 움직임처럼 선명하게 내게 다가온다.

 

등 뒤를 넘어 들리는 나무계단과 구두의 마찰음은 따갑게 들려오지만 그럼에도 난 오로지 바람에 몸을 맡긴 나뭇잎의 마찰음과 바리스타의 물소리에 집중한다.

 

카페를 들어오는 사람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옷차림은 여름옷부터 겨울옷까지 다양하다. 이들에게 이곳의 온도는 몇 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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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간의 이야기

2017.02.20 03:25 from 0Fany/Diary


16.11.02 - 13  Cappadocia, Turkey




늦었지만 7개월간의 블로그 공백에 대한 기록을 전하려고 합니다.






#8월


저는 영어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고군분투 했습니다. 약 1년 동안 준비한 공부의 성과가 좋지가 않아 8월 시험을 마지막으로 시험결과에 따르는 방향으로 결론지었고 다행히도 다음 도전을 위한 자격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부족한 실력이기에 더욱 노력해야 합니다.




#9월


끊임없이 고민해왔던 포트폴리오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포트폴리오 내용으로는 건축작업뿐 만 아니라 중학교 때 부터 스케치했던 경기장을 비롯해 다양한 작품들을 수록했습니다. 포트폴리오 작업과 더불어 건축 사진과 디자인 공모전에도 출품하기 위해 준비했습니다. 각각 입선과 특선을 수상했습니다.




#10월


공모전과 대학원 진학을 위해 모든 에너지를 발산했던 한 달. 여수에서 광주와 서울을 오가며 프레젠테이션과 면접으로 정신없었지만, 선택에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했었던 한 달을 보냈습니다. 면접장에서는 상당히 긴장했지만, 면접에서는 편안하게 평소 생각했던 대로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왔습니다.




#11월


아버지를 모시고 12일간 터키 일주를 하고 왔습니다. 그리고 직업군인인 오랜 벗을 만나기 위해 강원도로 향했습니다. 사정상 춘천과 원주만 둘러보고 왔습니다. 김수근의 따스한 벽돌, 안도 다다오의 차가운 콘크리트의 공간을 벗과 공유했습니다. 이렇게 대학원 준비 기간 동안 미뤄왔던 저 스스로와의 약속을 실천했습니다.




#12월


대학원 합격 소식을 뒤로하고 건축사사무소에서 인턴을 하기 위해 몇 곳에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보냈으며 서촌에 위치한 건축사사무소로부터 연락받아 하루 만에 찾아뵙고 현상공모에 임하는 소장님의 눈빛에 반해 그 자리에서 결정했고 일주일 만에 짐을 싸 처음으로 서울에 상경했습니다. 




#1월


서촌에 위치한 1평 남짓한 고시원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서촌에 위치한 온그라운드 갤러리라는 곳에서 <옆집탐구> 전을 도왔습니다. 오로지 현상공모만을 바라보며 공간분석과 모델링, 그래픽작업을 도맡아서 하였습니다.




#2월


평창동 미술문화복합공간 설계공모에 출품을 완료했습니다. 여행상점을 통해 준비했던 건축배낭여행의 모객 인원 수가 부족하여 여행은 출발하지 못했습니다. 그간 미뤄왔던 TEO와의 만남과 더불어 은사님, 선배, 후배와 뜻깊은 대화를 나누었고 군산여행도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현상공모 결과는 낙선했습니다. 늦은 밤, 오랜 벗과 훌륭한 건축주와 건축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자고 다짐했습니다.









by 0F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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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 니시자와 류에가 말하는 열린 건축]





왠지 모르게 건축 서적을 의도적으로 경계하고 있었던 요즘. 반가운 책을 발견했다. 일본 건축가 니시자와 류에의 에세이인데 이 책은 프리츠커상 수상 이 후에 정리해서 내놓은 것이라고 한다. 이전에 건축에 대해 이야기해보자의 속편에 해당된다고 한다. 내용들은 그간 인터뷰를 통한 내용과 더불어 강의, 메모 등의 내용들을 콜라주 해놓은 방식이다. 예전 페터 춤토르의 서적인 건축을 생각하다’, ‘페터 춤토르 분위기처럼 파편화된 조각들이 질서 없이 방치된 형태로 기록이 되어 있을까 우려했지만, 다행히도 차분하고 간결한 문장들은 최소한의 수사를 통해 명확하게 내용을 전달하고 그리고 마치 연대기처럼 차츰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단지, 글로만 보더라도 마치 세포 분열하듯 그의 건축관은 변화를 더해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그가 메모해둔 짧은 단막극들은 직접 경험해 보지 않더라도 그 풍경이 생경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예를 들어, 맨하튼의 비인간적인 스케일을 담당하던 마천루의 밀집과 도로를 깊은 골짜기 아래처럼 느껴진다.”라고 표현하는 방법에 있어 쉽게 공감이 간다. 고층 호텔방에 머무르며 쏟아지는 아침햇살을 맞으며 골짜기 아래를 보니 아직 그곳은 밤이라는 모습은 맨하튼을 가보지 않더라도 쉽게 상상이 가능했다. 지난 2012년 이화여대 김옥길 기념강좌에서 그가 발표한 내용과 더불어 강연후기는 다소 부정적인 시선들과 의견들을 접했던지라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와 SANAA가 만들어내는 건축 작품에 비해서 그의 건축적 사유는 크게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직접 경험치 못한 가벼운 선입견은 그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통해 쉽게 산화되었다.








#부분과 전체, 표층과 골격의 전달 방법에 대해서



“건축가가 표면과 구조에 집착하는 이유는 사람은 극히 일부를 체험해도 그 건축의 전체성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개념을 체험하기 때문이다.”



Canon | Canon EOS 5D Mark II

ⓒ https://en.wikipedia.org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은 평면도의 모든 장소를 체험하는 방문자는 거의 없더라도 그들은 미술관의 전체적인 감상을 갖게 된다




#‘쉬운 이해’를 목표로 한다



“텍스트부터 건축까지 되도록 이해하기 쉽고 심플하게 만들고 싶다." 

"전문적인 지식과 정보 없이 무심하게 감각적으로 전달되는 건축, 그런 명확함을 가지고 건축을 하고 싶다.”


니시자와 류에의 정체성이 드러난 내용이다. 그가 말하는 나는 ~하고 싶다라는 직접적인 표현은 그를 더욱 매력적으로 느끼게 되었다. 글에 양념이 없다. 그렇다고 담백하지도 않고, 날카로운 칼끝과 같은 매력이 엿보인다.



#정원 같은 집



“주택은 거주하는 사람이 재미있는 사람이면 주택도 즐겁고 재밌어집니다. 삶의 즐거움이 전면에 나타나는 주택은 매력이 있어요.”







ⓒ http://www.designboom.com/



 ‘HOUSE A’ 정원을 품은 집



세속적으로 번역하자면, 설계를 하는데 있어 경제적 압박으로 부터 자유를 주는 건축주, 비범한 건축주의 직업과 라이프 스타일, 건축가가 설득하는 대로 잘 수용해주는 건축주라면, 이정도의 흥미로운 건축물 제공받을 수 있다. 이 번역이 불편하겠지만, 니시자와 류에는 대중을 위해 구태여 포장한 모습일 것이다. 아마도...


그가 설계한 건축의 규모는 다양하다. 이 글들을 쓰던 시점에도 분명 그랬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가장 아끼는 프로젝트로 보이는 ‘HOUSE A’는 규모와는 상관없이 장고 끝에 탄생한 건축물임에 틀림이 없어 보인다



ⓒ http://www.designboom.com/



건축이 없는 자연스러운 상태의 건축의 ‘HOUSE A’의 평면도


ⓒ http://www.designboom.com/



거실 같은 욕실, 거실이지만 욕조가 붙어 있는 방. 어떤 방이든 개별적 기능으로 부터 해방된 ‘HOUSE A’ 내부





#신경 쓰이는 가구, 신경 쓰이는 건축가



사리넨처럼 전구까지 디자인 하지 않더라도, 주변환경과 어떤 관계를 가지면 좋을지 상상해야한다.



http://www.filmandfurniture.com/



사리넨은 인간 활동과 관련된 모든 사물을 매우 독창적인 형태로 설계했고 그의 강력한 미래사상을 표현했다



니시자와가 말하는 미스 반 데어 로에, 임스 부부, 르꼬르뷔지에는 짧으면서 동의를 구할 필요 없이 논리적이다. 특히, 르코르뷔지에의 작은 집(어머니의 집)’을 통해서 그가 제창한 근대건축의 5원칙(자유로운 평면, 파사드, 옥상정원, 필로티, 수평창)이 모두 들어 있다는 사실에 감동했다고 한다. 이유로는,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인 부모님에게까지 이론을 버리지 않고 진정으로 필요하다고 여기며 5원칙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폐허성 또는 원초성



건축가 스즈키 료지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좋은 건축의 폐허성에 관한 이야기인데 루이스 칸의 작품은 그리스나 로마 특유의 폐허성을 계승한 건축이며, 르코르뷔지에는 말 그대로 원초적인 포지션을 내포한 건축이다. 이 부분은 조금더 깊은 지식이 있어야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서 나오는 미스와 알토, 르코르뷔지에에 관한 담론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오스카 니메예르



문득, 드는 생각인데 건축은 루이스 칸처럼 인생은 오스카 니메예르 같이라면 어떨까? 브라질을 거점으로한건축가 오스카 니메예르는 100세 넘어서도 활동하였고 2012년도 운명을 달리하기 전까지만 해도 브라질월드컵을 위한 건축설계 감리를 직접 나갈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했었다고 알고 있다. 건축가들이 사랑하는 건축가 루이스 칸과 건축가들이 존경하는 오스카 니메예르의 삶은 워낙 동화와 같아서 위와 같은 문장처럼 표현하더라도 어색하지가 않다. 니시자와 류에가 만난 그는 건축의 거장이라는 르꼬르뷔지와 미스 만큼이나 매력적으로 보인다.



#관계성에 대해서



 "다양한 창조적 전개의 발생으로 관계성이 생기고 관계성을 만들기 위해 열린 건축을 지향한다."



Phase One | P 45+

ⓒ http://www.architectural-review.com/




롤렉스 러닝센터는 커다란 원룸을 바탕으로 다양하고 입체적 공간의 관계성을 만들어 낸다





책의 말미에서는 그가 최근 주목하는 3가지의 이슈에 대해 정리를 해놓았다. 아무래도 그가 강조한 것처럼, 동일본 대지진 이전의 건축적 태도였을 것이다. 첫 번째로 새로운 건축과 공간의 경험에 대해서’, 두 번째는 환경과 건축의 관계에 대해서’, 세 번째는 인간이 건축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이다. 건축이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어떤 시대의 건축이든 인간은 이렇게 살아야 풍요로울 수 있다.’라는 건축은 삶의 방식을 공간적으로 제안해왔다. 그가 말하는 건축은 결국에 공간적 대안이 아닌 시대정신을 담아내고 가치관을 만드는 계기를 건축을 통해 실행해야한다고 말한다.




#지진 재해



 “이 토지에서 살아가기로 결정한 사람들의 긍지가 지역 문화 (여기에서 문화는 예술과 다른 의미의 문화이다. 예를 들어, 지역적 삶과 방식의 차이 등을 말하고자 한다.)의 중심이 되길 바란다. 아니, 반드시 그럴 것이다.”



ⓒ http://cft.or.kr/



'건축의 공공기여'에 관한 의식을 재고하는데 토요 이토가 큐레이팅한 일본관은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수상했고, 다음해에 '프리츠커상'을 받았다.




동일본 대지진을 통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일본 건축가들의 건축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변화된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태도를 실행에 옮기는데 적극적이었던 이토 도요와 시게루 반은 2013, 2014프리츠커상 거머쥐었다. 이들의 연속 수상이 건축의 사회적 책임이 프리츠커상을 받기위한 자격이 아니냐는 부정적 시선도 있었지만, 오히려 정치적이라기 보다는 건축의 시대정신을 반영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니시자와 류에 또한 건축에 대한 생각을 달리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위에 적힌 메시지는 건축가로서 국가와 도시를 위한 제언으로 받아드려진다.









니시자와 류에와 SANAA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살펴보았을 때, 평면과 재료와 구조, 형태적 어휘를 넘어 그들의 건축 철학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이번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궁금증을 해소 할 수 있었던 기회라고 생각되었으며, 찬찬히 그들의 프로젝트를 곱씹어 본다면, 그들이 만드는 평면과 형태들은 오랜 시간동안의 팀구와 스터디가 있었기에 존재한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그들이 맡았던 세계 도처의 프로젝트들은 그 시기 그들이 생각한 건축적 사고를 실험을 하는 계기 그 차원을 넘어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by 0Fany

 



니시자와 류에가 말하는 열린 건축
국내도서
저자 : 니시자와 류에(西澤立衛) / 강연진역
출판 : 한울 2016.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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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08. 19 ~ 27,  LONDON, UK 


with 0Fany x Teo







작년 12월 처음 여행상점 대표님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런던에서 귀국한 태호와 함께 다양한 아이디어를 토대로 여행메이트로서 프로그램을 완성했으며

마침내, 계약서 사인과 함께 얼마 지나지 않아 '여행상점'이 정식으로 오픈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많은 호기심과 함께 말도 안 되는 의심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서울에서 광주까지 우리를 만나기 위해 먼 발걸음 해주신 대표님과의 대화는 의심을 확신과 기대로 바꾸는데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인상적인 만남이었습니다.


과연 우리 블로그가 타자로 하여금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가? 

그 물음의 첫 응답자로 '여행상점'과 함께 새롭고, 설레는 동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여행상점과 더불어 저희와 함께 동행할 수 있는 여행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는 

'여행상점' 공식 홈페이지 방문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www.sellyourtravel.com








* 시커먼 남자 둘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라 자칫 부정적인 선입견을 가질 수 있으나, 

보기와 다르게 '극세사감성'을 보유하고 있으니 기대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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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마을 끝자락에서 만난 여수 오포대




이 곳을 알게된 것은 불과 이틀 전 MBC 뉴스데스크가 끝나고 이어지는 지역소식을 다루는 뉴스에서 오포대에 관한 소식을 접했다. 여수시는 원도심에 위치한 오포대 일대 부지를 10억여원을 들여 매입했었고 복원통해 여수항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 공원을 완공했다는 것이다. 이 소식보다 시선을 압도했던 조적구조물은 당장 가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만나게 된 이 곳. 여수 오포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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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숙하게 따지고 들지는 않았지만(혹시라도 잘못된 사실이 있다면, 댓글을 통해 정정 해주시길 바랍니다), 얼추 인터넷이나 오포대에 설치된 안내판에는 오포대를 이렇게 설명했다. 오포는 예전에, 정오를 알리는 대포를 이르던 말로 한말과 일제강점기에 정오를 알리던 신호이며 오포대는 오포를 쏘아 올린 곳이다. 오포는 오정포의 준말로 처음에는 포를 쏘아 정오의 신호를 삼았기 때문에 이 이름이 생겼으나, 그 후 사이렌으로 정오를 알린 뒤에도 여전히 '오포 분다'고 하였다. 


구전된 이야기 외에 기록으로 정확하게 남겨진 오포대에 관한 내용은 상당히 빈약해 보인다. 오포대 옆에 적혀진 소개에서도 '최근 알려진 바로는 '일제 강점기 군사적으로 이용하였다'라는 설도 있었으나 현재는 아무런 기능을 하지 하지 않는 근대 시설물로 남아있다.'라고 되어있는데 나만 뭔소린지 이해를 못하는 건지...전개가 오묘하다.


이에 관한 내용을 찾아보니 작년 순천대학교 지리산문화원 여순센터장인 주철희는 '일제강점기, 여수를 말한다'라는 책을 출간하며, 그 내용에 오포대는 조망등(써치라이트) 부대가 주둔했던 곳으로 밝혀냈다라고 한다. 책을 읽어봐야지 알겠지만 이 단순해 보이는 구조물이 감추고 있는 이야기는 상당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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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기둥 형태의 구조물 옆에 박공모양의 건물이 붙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흔적이 있다. 이 부분은 언제 사라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구조적인 불안정으로 철거했다라고 하는데... 사실 그냥 썰인것 같기도 하고 모르겠다. 그리고 사진들을 보면 알겠지만, 다양한 상흔들이 곳곳에 남겨져 있는데, 창문에 위치인 것 같기도 하고, 쉽게 판단하기 힘든 흔적들이다. 확실한 것은 망루부분은 기존의 시멘트를 제거하고 새로운 벽돌로 대체했으며, 문도 달렸다. 크게 변화가 없다. 10억이 투자된 사업에 비해 오포대에는... 주변이 참 말끔하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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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4용지 절반도 안될 것 같은 오포대에 관한 소개는 이들이 오포대에 관한 역사적 고증을 얼마나 소홀히 했는지를 알 수 있었으며, 주변정비에 관해서도 고소동 벽화마을과 오포대의 경계가 애매할 정도로 불분명하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오포대 앞 새롭게 마련된 전망대 같은 경우... 제일 나빴다. 오포대에 조명은 설치했지만, 전망대 때문에 시야는 가리는 현상을 나을 것으로 예측되며...무슨 말을 더 쓰고 싶지만, 아무 죄없이 시키는 대로 블록을 쌓느라 고생하신 분들의 노력이 있으니 생략해야겠다. 전망대 사진은 위에서 두번째 사진을 참고하면 된다.



ⓒ 블로그 '여순연구소'


어렵지 않게 내부 사진을 구할 수 있었다. 마치 윤동주 문학관의 물탱크의 내부공간 처럼 세월의 흔적과 한 줄기의 빛이 장소적 힘을 느끼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듯 하다. 현재 내부는 들어갈 수 없으나 저기 생전 처음보는 문을 열면 어떠한 광경이 펼쳐질지는... 오포대가 원했던 원치 않았던, 현재는 이른바 광장과 같은 형상의 공허한 공간에 마치 고소동 벽화골목의 오벨리스크 처럼 외롭게 남겨져 있다. 이 날의 그림자의 무게는 무척이나 더 무거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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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에 의한, 인스타를 위한, 1913송정역시장



 

현대카드와 건축의 만남은 유쾌하면서도, 상당히 높은 질적 만족도를 고객들에게 제공을 해왔다. 예를 들어,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와, 트래블 라이브러리, 뮤직 라이브러리가 있다. 곧이어, 쿠킹 라이버리도 신사동에 오픈할 예정이다. 다가보지는 않았지만, 지인들의 의견과 더불의 내 경험에서도 상당히 훌륭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으며, 건축공간 자체도 현대카드의 아이덴티티를 잘 담아내고 있는 듯 하다.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의 건축과 디자인에 관한 특별한 관심은 기업차원에서 빠르게 현실화 되었고, 대중들의 반응도 괜찮은 것 같다. 최근, 광주에 처음으로 현대카드가 주도한 프로젝트는 '송정역시장' 재생이라는 과제를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와 함께 진행했다. 






(좌) 디자인 라이브러리, 삼청동 (우) 뮤직 라이브러리, 한남동

ⓒ 현대카드 라이브러리



현재 광주 송정역은 KTX 개통 1주년을 맞이 했다. 그리고 앞으로 복합환승센터 건립을 위한 추진도 진행 중이라고 한다. 광주교통의 요지로 송정역은 앞으로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하다. 이 좋은 역세권 앞에 과거 '송정역전매일시장'이 위치해 있다. 하루 평균 송정역 이용객 1만 3000~5000명인데, 계속되는 유입인구로 하여금 '송전역시장'의 재생은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위치성과 경제성 그리고 역사성까지 모두 안고 갈 수 있는 기회를 디자인에 관한 철학이 확고한 '현대카드'가 맡았다는 점에서 더욱 기대가 되는 프로젝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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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서 부터 잘다듬어진 폰트는 역시나 가독성을 높였고, 콘타모형들이 송정역시장의 전반적인 지도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시장 입구에 위치한 정육점부터 슬슬 분위기가 세련됨이 물씬 풍겨온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시장의 향기와는 다른 전이단계다. 하지만, 수평으로 쭉뻗은 축을 따라 걷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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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부터 캐노피 그리고 상품배치 등 모든 것이 조금씩 바뀌었다. 마치 도시설계에서 정해주는 가이드라인처럼 튀지 않으면서 일정한 질서가 있어보이는 다양한 시각디자인들은 지방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생경한 풍경을 자아낸다. 시각적인 만족도는 개개인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현대적인 혹은 레트로한 감성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장소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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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가장 훌륭해 보였던 공간이다. 휴식공간과 함께 마련된, 짐보관소와 실시간열차시간표는 신의 한수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었다라기 보다, 배낭여행이나 여행을 조금 다녀본 사람들이라면, 겪는 문제를 쉽게 해결해 줄 수 있는 장소이자 오아시스와 같은 장소라고 생각된다. 추측하건데, 이 공간은 계속해서 변화가 가능할 수 있는 능동적인 장소로 설정값이 세팅된 것 같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고 하면, 위 사진에서 보이는 긴줄은 기존 장터의 긴 보행도로를 막고 있다. 한 곳 뿐 만이 아니라, 몇 곳(얼추 맛집이라고 소개된 신생 가게로 추측됨)에서 이러한 현상이 보여줬고, 보행에서도 불편하고 경관적인 측면에서 짜증을 유발한다. 전통시장에서 줄이라니... 그리고 상점들을 주목해서 보진 않았지만, 품종들이 타지역에서 유명했던 소재들을 이 곳 스타일로 리뉴얼해서 파는 것 같던데, 마치 전국 맛집 투어를 한 방에 할 수 있도록 공간에 마련되어 있다. 너무나 식상할 뿐더러 이 곳의 장소와는 맞지 않은 상당히 자본주의적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KTX를 타고 광주를 처음와서 이 곳을 방문하게 된다면, 전통적인 광주의 음식을 기대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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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역시장에서 시선을 끌었던 밀밭양조장'이다. 이 건물이 본래 양조장임은 확인할 수 없지만 양조장을 컨셉으로 인테리어를 꾸며놓았다. 창틀 또한 런던 브릭레인의 양조장을 떠올릴 만큼 서양의 빈티지한 디자인이 거칠게 표현되었다. 의구심이 드는건 이 곳에 있는 전반적인 건축물 리노베이션은 누가 진행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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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잘 띄지 않는 2층 상가는 폐허로 남아있다. 아니면, 단계적 개발을 기다리는 아이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이 거칠어진 역사의 기록은 이 곳이 정말 오래된 곳임을 상징적으로 알려주는 예쁜 상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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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개봉했었던 영화 '배트맨 V 슈퍼맨'처럼 이 곳도 나에게는 상생보다는 현대 VS 과거, 자본 VS 삶의 경계로 나눠지는 것 같다. 이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아름다운 동거로 보이거나 혹은 불편한 동거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깊은 속내를 모를 뿐더러, 이 프로젝트가 진행초기에 겪었을 많은 갈등들을 정말 잘 해결해서 지금의 결과로 마무리 되기까지 헤아릴 수 없는 수고가 엿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이 보았을 때는 아직은 물과 기름처럼 확실한 경계를 드러내보인다. 단순히 비평적인 시점으로써가 아니라 함께 동행한 지인들의 의견들도 거의 비슷했다. 시장은 조연이 되었고, 전체적으로 잘 다듬어진 청년상인들이 주연처럼 보였으며 기존의 상인들은 관광객들이나 젊은 친구들에게 조금은 배제가 되어 있는 상황이다. 물론, 전통시장의 기존 상인들의 판매타겟층이 다르기 때문이지만 이 대안은 크게 마련하지 못하고 오픈이 되어서 마음 한 구석이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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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한 글의 제목처럼, "인스타에 의한, 인스타를 위한, 1913송정역시장"은 비판적인 생각보다는 시대의 흐름을 읽어 보는 견해라는 점을 밝히고 싶다. 최근에 한남동에 새로 생긴 대림미술관 디뮤지엄에서 'Color you life'라는 전시를 진행 중인데, 관련된 기사를 읽던 중 주목하게 된 표현이 있었다. 디뮤지엄은 젊은이들의 인스타 인증을 위한 장소적 마케팅을 이용한 성공이라고... 건축공간도, 전시의 질이 아닌 관람객들의 인증샷을 남기기에 최고의 장소라는 말은 한편으로는 씁쓸하면서, 아... 시대가 이렇게 변했고, 빨리 인정해야 된다라는 생각을 했다.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인증샷과 감성사진들(본인도 아주 잘 동참하고 있음^^)의 기록은 이제 기업의 마케팅 도구로 사용하는데 이제 필수가 되었다. 


그 부분에서 1913송정역시장도 늦지 않은 시기에 디뮤지엄과 크게 다른 맥락을 가지고 있다. 먼 길을 걷지도 찾지 않더라도 그럴싸한 레트로+모던의 경계를 쉽게 오고 갈 수 있다. 어느 포인트에서 찍을만 고민하면 그만이고, 낮에 올지 밤에 올지 선택하면 되는 다양한 모습을 지닌 곳이다. 물론, 첫 시작이기에 아쉬운 점이 보일 수 있더라도, 현대카드와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단순히 창조경제를 이바지 하기 위한 행정적인 선행사례가 아니라 상생에 관한 키워드를 놓치지 않기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대중적인 하드웨어 디자인은 잘 마쳤으니, 이제 보이는 부분보다 더욱 세련된 소프트웨어와 디테일들이 자리잡게 된다면 정말로 지역의 모든세대가 공감하고 아우를 수 있는 근사한 전통시장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스타의, 인스타에 의한, 인스타를 위한 1913송정역시장으로 지배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추가적으로, 위에 언급했었던 대림미술관 디뮤지엄에 관한 리뷰.


http://photohistory.tistory.com/16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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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우 후지모토 건축작업집 (Sou Fujimoto Architecture Works 1995-2015)




  작년 이맘때 쯤 오사카에서 구매했었던 소우 후지모토(Sou Fujimoto)의 건축작업집이다. 그때 당시 출판한지 얼마 되지 않아 국내에서는 구하기 힘들었다. 확인해보니 지금도 국내 대형서점인 교보문고에서도 구할 수 없는 것 같다. 작년에 서점이 폐점하기 직전에 겨우 구한 책인지라 아직도 강렬한 기억이 가시지 않는 가운데 그 기억과 동시에 후지모토의 작업들을 간략하게 살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후지모토의 건축물 작업은 아직 보지 못했고, 파빌리온 작품만 2작품을 직접 경험했다. 한 곳은 2013 서펜타인 갤러리 설치작품인 'The cloud pavilion'과 2016 세토우치 국제예술제를 위한 설치작품인 'Naoshima pavilion'이다. 공교롭게도, 건축물이 아니라 아쉽지만 두 개의 작품으로도 충분히 반가웠다.





ⓒ Archiscene


Project 063_ Taiwan Tower, TAICHUNG, TAIWAN 2011


  이 책은 후지모토의 20년 간의 건축작업을 연대기 순으로 나열해 107개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위의 사진은 'Taiwan Tower'라는 작품인데 최근에 시장의 구조적, 안전성에 관한 문제로 현재 공사가 계류 중에 있다. 이 타워는 높이가 300m에 달하며, 도시의 랜드마크이자 이색적인 풍경을 만들기 위한 건축물이고, 반얀트리의 형태를 모티브로 디자인 되었다. 후지모토의 매력적인 디자인에 있어서 항상 뒤따르는 것은 구조와 안전인 것 같다. 이 책에 보면 상당히 기발하고 발칙하지만 현실적으로 의구심이 가는 프로젝트가 있다. 





Project 065_ Forest of Silence, ZEMST, BELGIUM 2011


  그는 어휘적 표현 또한 상당하다고 느껴질 만큼 감성적이고, 포근하다. 이 프로젝트는 아쉽게도 업로드를 위한 적합한 사진을 찾기 힘들어서 생략한다. 다행히도 이 프로젝트에 주목하게 된 점은 작품의 렌더링 표현과 계획적인 측면보다도 한 문장이 책장을 넘기지 못하게 할 정도로 멋진 표현이 있었다.


"When the light itself becomes a roof, forest transforms into architecture"



해석하자면, "빛 자체가 지붕이 될 때, 숲은 건축으로 변한다" 라는 의미인데 표현을 곱씹어 보면, 건축적 혹은 시각적으로 바로 떠올리기는 힘든 이미지였지만, 아늑한 숲 안에서 아늑한 빛들이 나뭇잎 사이로 투과되었을 때 느껴지는 포근하고 싱그러운 장면들이 상상되었다. 물론 이 주관적 생각은... 후지모토와 비슷했는지 작품의 결과물은 하나의 건축물 보다는 건축적 숲을 만들어 버렸다.


벨기에 Zemst 지역의 화장터를 위한 공모전에 제출한 후지모토는 위와 같은 컨셉을 가지고 투명한 지붕을 표현하기 위해 구름과 같은 루버형태를 착안했다. 주변 자연환경을 잘 읽어내 건축을 더 자연스럽게 침투시키기 위한 이 개념은 'Garden Gallery' 라는 컨셉과 조응하며 이후의 서펜타인 갤러리와 타이난미술관 등의 작품의 개념과도 부합된다.


서펜타인 갤러리는 가봐서 상당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이렇게 된 이상 타이난 미술관 프로젝트도 한 번 들여다 보자.



ⓒ Cityface.org


Project 094_ TAINAN MUSEUM OF FINE ARTS, TAINAN, TAIWAN 2014


  위 프로젝트는 마치 063, 065 프로젝트를 결합해 놓은 것 같다. 왜냐하면.... 바로 밑의 다이어그램이 모든 것을 보여준다.


ⓒ Cityface.org


  반얀트리와 지붕을 투과하는 빛. 두 개의 프로젝트 개념이 혼합되었다. 이 당시만 해도 후지모토는 자신의 건축에 있어서 지붕은 하나의 나무그늘과 같은 개념이었던 것 같다. 물론 프로젝트 소개에서도 언급되었지만, 프로젝트의 연대기적 서술은 그가 그 당시 어떠한 개념에 사로 잡혀 있었는지 알 수 있는 하나의 성장과정처럼 느껴져서 후지모토라는 건축가의 생각를 이해하는데 더욱 도움이 된다. 지붕을 투과하는 빛의 모습을 보고자 한다면, 참고할 만한 사진이 있다.



ⓒ Aasiaarchzin


위의 065 프로젝트와 어느정도 비슷한 모습이다. 루버를 통해 주변 자연환경과 하늘의 경계를 모호하게 함으로써 그가 보여주고자 하는 건축적 개념을 표현하고자 했다. 아쉽게도 이 프로젝트는 건축가 시게루 반이 당선이 되어, 후지모토의 안은 계획으로 그쳤다.


  건축작품집이라 정독하지는 않았다. 흥미로운 프로젝트들과 알지 못했던 프로젝트들을 훑어 보았다. 일본건축가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선입견이 있었다면, 후지모토는 그 선입견을 철저하게 깨주었다. 물론, 작품집에 나온 도면과 사진, 파빌리온 답사로 그친 그의 건축을 경험을 토대로 판단하기는 이른감이 있지만, 눈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디자인 혹은 너무 전위적인 시도들은 호불호를 갈리게 하지만 마음에 드는 것은 억지로 논리를 이해시키기 위한 다이어그램이 아니라, 수긍이 가는 심플한 모형들과 영감을 얻었던 시각적 장면이나 오브제가 있어서 다소 어려울 수 있는 그의 건축관 이해를 돕는 도구가 된다. 


  백색건축, 비가시성을 통한 경계흐리기, 자연에 있어서 건축 - 건축에 있어서 자연, 등 몇 가지의 건축적 개념들이 단독적으로 혹은 복합적으로 이뤄져 자신의 건축을 키워나가는 모습은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하게 된다. 국내건축에서 언급하는 건축과 자연과의 관계 그리고 구체화의 측면에서 후지모토의 건축에서 자연과의 관계는 사뭇 다르다. 그의 건축에서 자연을 직접받아드리는 것 보다는 한 번 우회 혹은 건축을 통해 정제된 풍경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고민들이 엿보인다. 그래서인지, 그의 건축은 강렬하지만, 내부에서는 포근함을 느낄 수 있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된다. 자연이 주는 수학적 도출물인 기하학과 그의 시적 감성이 더해진 실제 건축물을 만나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려본다.



藤本壯介建築作品集 Sou Fujimoto ArchitectureWorks 1995-2015 (大型本)
외국도서
저자 :
출판 : TOTO出版 2015.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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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첨부자료


2013 Serpentine Gallery Pavilion 관련 인터뷰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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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인식이 만들었던 고립된 공간에 감추어졌던 소중한 역사와 문화 그리고 건축 : 여수 애양병원 한센기념관 





약 5년 간의 광주생활을 정리하고 잠시 고향에 내려왔다. 광주에 있을 당시 꼬박꼬박 읽어 보았던 SPACE 2015, 10월호 중 특집 기사로 다루었던 김종규 건축가의 작품 중 여수에 있는 한센기념관을 여수에 있을 때 한 번 다녀오기로 했다. 여수지역 사람들에게 애양병원에 관한 인식은 과거에는 한센병 치유를 위한 병원, 현재는 피부나 인공관절 수술로 명성이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으나 의학적 명성만큼이나 건축적 가치는 크게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 그 큰 이유로는 접근성으로 꼽고 싶은데 거리가 생각보다 멀다. 여수공항 활주로를 'ㄷ'자로 둘러가면 나오는 감추어진 동네에 애양병원은 여수에 이런 곳이 있었어? 라고 궁금증을 폭발 시킬 만큼 아늑하고, 풍경 또한 일품이었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의 답사였지만, 따스한 빛이 스며들어와 더욱 포근했던 한센기념관의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한다.


짧게 애양원을 소개한다면, 한국 최초의 한센병 치료 병원으로 20세기 한센병사를 증언하는 역사의 현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사회로 부터 버림받았던 한센병 환자들이 고난과 역경을 딛고 인간다운 존엄성을 회복해 간 흔적들과 함께 근대 의료의 변천사를 알 수 있는 곳이다.




ⓒ 여수관광문화 흠페이지


이번의 리노베이션 이전에 애양병원 역사박물관의 형태이다. 유리벽을 통해 기존의 재료를 가리지 않고 투과시켜 박제의 형태로 건축물이 보존되었던 걸로 추측된다. 철분함유량이 많은 유리여서 인지, 푸른 빛에 의해서 어두컴컴하게 보여서 미관적으로는 좋아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시 유리를 제거하고 건축물 본연의 모습을 자연에 그대로 노출시켰다. 왜 이렇게 붙였다 떼내었다가를 할까? 그 이유는 이 건축물의 역사적 가치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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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색상의 지붕아래 2층 규모의 석조병원 건축물은 1926년에 건립되었으며, 지금은 근대건축물로 지정된 예전 애양병원의 본관이다. 현재는 애양병원의 역사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말끔한 콘크리트와 대조시키며 과거와 현재를 오버랩 시킨다. 새로운 콘크리트 외벽은 캔버스처럼 바로 앞의 나무들의 그림자를 이제 막 한지에 새긴 수묵화처럼 흡수하고 있었다. 더불어 오후 4~5시 사이의 일몰이 촉매제로 작용하며 더욱 진한 그림자를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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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벽과 수평슬래브의 결합부가 형태적으로나 시각적으로 위태롭게 보이나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저기 보이는 크랙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니까. 정말 사소해 보일 수 있는 캔틸레버 형태지만 사실, 나름 시공적으로나 구조적으로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미적으로도 탁월한 최선의 결과물로 나왔다. 바로 밑에 사진을 보면 이녀석들의 역할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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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빛을 받아들이기 위해 하늘로 열린 비워진 공간아래 자리 잡은 얕은 수공간과 수공간을 둘러있는 두 개의 공간(카페테리아, 세미나실)은 더욱 차분하게 인위적으로 조직된 새로운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미니멀하게 조각낸 풍경은 지형의 단차이용과 함께 건축기능적인 측면으로 어느하나 틈 없이 생성되어 있어서 더욱 풍부해보였다. 나의 리뷰는 수사적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직접 가서 눈으로 확인 한다면, 정말 절제되어 있으며, 하나의 수사적 표현이 없을 정도로 군더더기가 없다. 혹시, 다음 방문객들이 갈때에는 수공간에 물도 채워져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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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의 등고차를 이용해 애양교회, (구)애양병원, 한센기념관 순으로 배치가 되어 있다. 물론 앞선 두 개의 건축물은 기존에 존재했고 마지막으로 자리잡은 한센기념관에 대해서 배치는 상당히 배려가 있어보인다. 앞선 두 개의 건축물의 풍경을 담아내려고자하는 자세는 경사가 시작되는 초입부 메인 입구를 통해서 소화해내었으며, 그 대신 새로운 건축물은 배치의 축선 상에서 튀거나 돋보이려는 자세보다는 질서를 선택한다. 마치 개념있는 군대후임을 만난 그 느낌이랄까? 동선을 연결하는 방식도 기존 건물과의 관계가 유연해보인다. 이전에 언급한 것 처럼 크게 수사적 어휘로 꾸며내지 않고 절제하고 절제했다. 그래서인지 아쉬웠던 점은... 


우리와 함께 방문했던 다른 단체 관람객들은 역사박물관에서 바로 발길을 돌려 나가 버렸다... 그 이유를 꼽자면 'T'형 건축물에서 꼬리로 뻗은 부분은 사실 어두컴컴하고 관람객으로 하여금 매력적으로 끌어당기는 것 보다 음침해서 자동적으로 발길을 돌리게 하는 점이 있다라고, 개인적으로 판단해본다. 아쉬운 점이다. 그 정도로 메인 입구에서 보게 되면 뒤에 한센기념관의 존재감은 업다라고 해도 무방하다. 창문너머로 보이긴 하나 어르신들이 보면 말끔한 콘크리트 벽이구나 착각할 만큼 너무 잘 다듬어 져있어서 인지 모르겠지만, 꼬리 부분의 조명과 큐레이팅을 조금 수정하면 어떨까? 라고 생각해본다. 마지막으로, 마치 회랑처럼 보이는 복도는 전이의 과정으로 새로운 풍경으로 인도하는데 이 곳에서 맞이하는 기념관은 음각으로 조각된 건축물을 조망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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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에 침투한 하야안 기운 애양병원 역사박물관 내부


애양병원 역사박물관에는 그 동안의 애양병원의 발자취과 더불어 한센인 환자들의 기록들이 엄청난 양으로 전시가 되어있다. 공간에 비해 너무나 많아서 인지 사실 차분하게 순서를 따라가 흐름을 읽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그 방문목적이 단순히 호기심과 관심정도 였다면, 충분히 이해하는데 있어서 불편함은 없을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조금 무서웠기에 내 시선은 최대한 공간쪽으로 돌리려 노력했다. 분명히 용도는 박물관으로 변했는데 예전의 기억처럼 병원을 온 느낌처럼 사진들을 보면 가슴 한 구석이 아파왔다. 또한 공간은 기존의 흔적을 유추하기 어려울 정도로 새로운 모습으로 변해 있다. 겉과 속이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너무나 많은 데이터를 소화하고 있었다... 이 또한 나에게는 안쓰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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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되어 있는 행동에 감춰져 있었던 장난끼가 보이는 한센기념관


길게 뻗은 복도를 마주하는 풍경은 몇 조각의 콘크리트들이 무언가 이유가 있어보이는 포지셔닝을 하고 있으나 단숨에 알아차리기는 힘들어 보인다. 'ㄷ'자의 전시관 배치에 살짝 각을 틀어놓은 정사각형의 매스는 동선이 중첩되는 로비와 비슷한 공간의 조형적 요소를 더해준다. 하지만, 문이 닫혀져 어떠한 공간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궁금했었다. 또한, 기념관은 애양병원에서 명의들이 행해 온 여러가지 수술기술들이 마치 건축가로 빙의해 이 곳에서도 수술을 해놓은 것 처럼 재미난다. 물론 비정형과 새로운 파사드를 원하는 이들에게 자칫 심심해 보일 수 있지만, 노을을 흡수한 콘크리트와 그늘로 생긴 음영으로도 사실, 이 곳은 풍부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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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너 있고, 핏한 수트와 함께 포인트를 어떻게 줘야하는지 아는 중후한 60대의 기운이 느껴지는 건축


영화 '인턴'이 생각이 난다. 영화 속 로버트 드 니로의 농익은 연기만큼이나 그의 마인드와, 그 안에 녹아있는 정체 모를 멋이 이 곳 또한 담겨져 있다. 자로 잰 듯한 콘크리트의 형태들은 처음 보는 장면들이다. 의장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거리감이 있는 이유 있는 치수와 질서는 오래간만에 원초적인 감성을 선사한다. 누군가에게 감동의 메세지를 전달하려고 했다기 보다 평소의 건축관을 어김없이 보여주는 모습인 것 같아 더욱 차분하게 보인다. SPACE 2015, 10월호에도 나왔지만, 건축가 김종규의 작품들은 거의 다 이런 모습일 것 같다. 절제 속에 담긴 미학찾기를 퀴즈내듯 곳곳에 설치해두었다. 


매너 있고, 핏한 수트와 함께 포인트를 어떻게 줘야하는지 아는 중후한 60대의 기운이 느껴지는 사람을 "오 멋지네, 간지난다."라고 지나갈 것인가? 아니면, 한 번쯤 대화하고 싶은지에 대해서는 각자가 선택해야 될 부분이지만, 적어도 이 곳에서의 대화는 나에게 정말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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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좋은 건축물들을 보면 참 다양한 감정과 복잡미묘한 생각들이 들었다. 그 기억들을 잘 정리해서 메모해 두는 편인데, 이번에는 오히려 가깝기에 더 멀게 느껴졌었던 내 고향 여수에 있는 건축물을 답사하며, 이 곳에서는 그 많은 감정들을 수반할 필요없이 한 줄 평을 정리가 되었다.


"빛과 그림자는 미니멀리즘의 최고의 재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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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스테이트파빌리온의 부활(Modern Ruin: A World's Fair Pavilion)


미국 USA | 2015 | 77분 | 다큐멘터리 Documentary | 매튜 실바 Matthew Silva | 아시안 프리미어 Asian Premiere

 

    1964년과 1965년 뉴욕 세계 박람회의 찬란한 상징물이었던 뉴욕스테이트파빌리온은 시간이 흐르면서 세계 경제 낙관론이 팽배했던 196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씁쓸한 유물처럼 그 빛을 잃어갔다. 이 작품은 건축사 필립 존슨이 세운 뉴욕스테이트파빌리온이 전성기를 누렸던 50년 전과 그 이후 50년 동안 이 건축물이 서서히 잊힌 시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60년대는 콘서트 장으로, 70년대는 롤러스케이트 장으로 사용됐고, 한때 버려져있기도 했던 뉴욕스테이트파빌리온이 지역 단체와 운동가들의 손에 의해 복원되어 이제 새로운 탄생의 기회를 맞았다. 큰 국제 행사가 끝나면 골칫거리로 변모하는 대형 건축물의 쓸모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들 작품이다.



   특히, 오늘은 오랜만에 뵙는 월간 SPACE의 심영규 기자님의 GV와 함께 즐길 수 있었다. 사실 우연히 이 영화를 보게 되어서 어떠한 배경지식이나 줄거리에 대한 어떠한 분위기도 인지하지 못한 상태로 이화여대 ECC 아트하우스 모모로 향했다. 잠깐 소개하자면 올해로 7회째 개최되는 서울국제건축영화제로 6일간 건축과 도시 관련한 영화들을 소개하는 자리라고 보면 된다. 올해의 개막작으로는 뵘 가문의 건축과 함께하는 삶이 상영되었다.

 

    영화 시작에 앞서 심기자님의 GV에서는 상징 건축의 폐허와 미래라는 제목으로 간략하게 영화의 줄거리를 돕는 내용들로 평소에 엑스포와 건축의 관계에 관한 관심(SPACE 구독)이 있었다면, 알 수 있었던 내용으로 관객들에게 소개해주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엑스포가 개최되었던 도시(여수)에서 자랐으며, 그 곳에서도 공식 봉사단원으로 활동함으로써, 나름의 배경지식과 경험이 있었기에 이번 영화의 내용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다. 엑스포에 관한 이야기를 더욱 알고 싶다면 Space 2012.6/ 2015.7월호 특집기사를 참고하면 된다.  





VMSpace 2012.6 http://www.vmspace.com/kor/sub_emagazine_view.asp?category=architecture&idx=11659

VMSpace 2015.7월 http://www.vmspace.com/kor/sub_emagazine_view.asp?category=architecture&idx=11994




엑스포가 폐막하면, 항상 숙명과 같은 과제가 있다. 바로, 사후활용에 대한 전략이다. 단언할 수 없지만,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두 번의 엑스포(1993대전엑스포, 2012여수엑스포)는 사후활용에 대한 사업은 현재까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실정이고, 여수엑스포의 경우에는 폐막한지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갈피를 못잡고 있는 상황이다



Canon | Canon EOS 450D


UK Pavilion, 2010 Shanghai Expo _ Thomas Heatherwick



Canon | Canon EOS 450D


Denmark Pavilion, 2010 Shanghai Expo _ BIG




    영화에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간략하게 엑스포에 관한 상식을 전하자면, 엑스포행사는 등록박람회와 인정박람회로 구분이 된다. 2010상하이, 2015밀라노엑스포등록박람회에 해당하는데 5년이 한 번씩 개최되는 등록박람회는 광범위한 테마를 통해 참가국의 전시관 별로 각자 다양한 콘텐츠를 구성한다. 그리고 전시관은 참가국이 각자 건립 하는게 인정박람회와 큰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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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O, 2012 Yeosu Expo _ Mark Fis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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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O, 2012 Yeosu Expo _ Mark Fisher





   우리나라에서 개최한 2번의 엑스포는 인정박람회. 명확한 주제를 가지고 3주에서 3개월간 전시기간이며 등록박람회에 비하면, 다소 짧은 기간이다. 그리고 박람회 면적도 25미만으로 제한되어 있으며 전시관은 개최국이 모든 비용을 충당한다. 이 점을 우리는 주목해야한다. 등록박람회에 비해 인정박람회를 개최한 우리나라는 사후활용에 대해서 더욱 진지하게 생각해야했다. 국가적 행사를 다른 국가에 도움 없이 순수하게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이 된다. 엑스포 당시 전국민적 관심을 무차별 입장권 배포로 관객동원 하는데에는 성공했을 수 있다. 하지만 엑스포가 지난 지금 더 이상 국민들은 그들에게 관심이 없다. 그리고 관객동원을 위한 명분도 없고 힘도 없다. 그냥 이 시설들은 과거의 기억을 등지고, 천천히 녹이 슬어가고 있다






ⓒ http://mashable.com/


1964년 뉴욕세계박람회 당시의 뉴욕스테이트파빌리온





[MOVIE REVIEW : 뉴욕스테이트파빌리온의 부활(Modern Ruin: A World's Fair Pavilion)]


   영화에서는 건축가 필립 존슨이 설계했었던 뉴욕스테이트파빌리온에 대해 추억하고 있는 사람들과의 인터뷰. 그리고 그 소중한 기억들을 천천히 반추하며, 점진적인 재생활동을 통해서 기억을 통해서만 영원할 것 같았던 파빌리온의 생명력에 심폐소생술을 가한다.

 

    그 과정에서 과거의 추억들을 건축과 함께 하고 있음을 감사하고, 사라지지 않고 현재에도 존재함에 있어 감사함을 느끼지만, 그 시대에 살고 있지 않았던 다음세대들은 항상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몇 번의 재생시도들은 마치 이 녀석이 죽으면, 우리의 기억도 죽는다 라는 몇 명의 로맨티스트들에 의해 계속해서 고민을 했다.

 

    흥미로운 부분은 엑스포가 열렸을 당시의 추억도 있지만, 파빌리온을 활용해 시도했던 다양한 변신을 꽤했던 그 순간을 추억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름은 파빌리온이었지만, 누군가에게는 스케이트장 등으로 행복한 시간을 함께했었던 공간이었다.

 

    수차례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현재 건축물의 가치도 중요했지만, 그 기억의 가치와 지키고자 했었던 사람들의 노력으로 이 건축물은 다음세대를 위한 해피엔딩(?)_스포방지)의 결과로 영화는 마무리하게 된다.

 

    다들 각자에게 소중한 공간들이 있을 것이다. 그 공간이 건축가 없는 건축의 공간일 수도 있고, 유명건축가가 지었던 건축물의 공간일 수도 있다. 그 공간의 특별함은 건축가로 하여금 추억이 배가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시간의 연대가 켜켜이 쌓여있었지만, 단순히 인간은 콘크리트 수명보다 길지 않기에 당신보다 더 영원할 건축에 대해서 당연시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 당연할 건축의 영원성에 대해서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 추억일 수도, 영광의 순간을 함께한 그 곳이 사라진다면 어떠할까?

 

    우리는 사랑니를 빼면 잠시 그 부재를 인지하지만, 시간이 지나 상처가 아물면서 어떠한 음식에 대해서도 그 자리를 인지 못한다. 조금은 불편했던 사랑니가 사라지는 것은 앞으로의 치아건강을 위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전문의들의 말을 들어보면 무조건적이지는 않다고 한다. 사랑니 발치를 위해 긴장하고 걱정했었던 젊은 청춘의 사소한 시간처럼 시간이 흘러가면 그 기억과 기능은 무뎌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처럼 거대한 도시 속에서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특정 장소 혹은 공간에 대한 기억의 부재는 다음세대 또는 앞으로의 도시발전을 위한 당연한 현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도시의 움직임 속에서 적응을 못하고 저 멀리 한 켠에서 잉여취급을 받는 존재라 하더라도,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시간을 꺼내 볼 수 있는 훌륭한 앨범이자, 다음세대와 추억의 연결고리로 사용될 수 있는 흑백사진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그랬기에 뉴욕의 로맨티스트들은 움직였고, 다소 아방가르드한 건축물의 고귀한 가치보다 자신들의 기억과 그 기억의 공유를 위한 가치가 인정받게 되는 순간의 기록과 함께 다시 한 번의 재기를 위한 움직임이 다음세대에게는 어떠한 파빌리온으로 남을지 기대가 된다.

 

    엑스포는 산업화시대의 상징이자 국가적인 쇼맨쉽을 발휘하는 이벤트이다. 그리고 생성과 해체의 당연한 순환구조에서도 즐거웠었던 영광의 추억 혹은 예상치 못한 경험의 기억들은 엑스포와 파빌리온(일시구조물)에 대한 선입견을 역설적인 내용을 통해 풀이해내서 생각지 못한 감동이 있었다. 초반에는 다소 지루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치 이 파빌리온과 함께 동시대를 거쳐 온 세대처럼 공감할 수 있었고, 짜릿했다. 엑스포에 대한 남다른 추억고 감흥이 있었던 나로서 이 영화는 감동적이었고, 단순히 건축을 사업적 물리적 심미적원리의 기계라고 생각했던 자들에게 던지는 일종의 메세지와 같은 영화다.




Modern Ruin: A World's Fair Pavilion - TRAILER 2015 from Matthew Silva on Vim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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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_0Fany 트랙백 0 : 댓글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