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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이 있어 Liverpool Street을 들렀다가 영환이형이 먼저 다녀간 Richard Serra의 Fulcrum을 마주쳤다.


아무말 없는 거대한 조각일 뿐인데, 어찌나 반갑던지. 




2014/04/23 - [0Fany/Memory palace] - 130918 런던의 중심에서 리차드 세라를 만나다




리버풀스트릿은 런던의 유명한 고층 빌딩이 밀집한 Bank 일대와 상당히 가깝다.


특히 리버풀스트릿은 튜브 뿐만 아니라 기차역이 함께 있는 곳이라 유동인구가 상당히 많은 곳이다.



리버풀스트릿의 첫 인상은 정말 '별로'였다.


우선, UBS Bank의 사옥으로 추측되는 갈색 건물이 주변 전체를 압도하며 답답한 느낌을 주었다.


건물 주변 곳곳에서 대형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도 한몫 했다.


파사드 디자인에 눈길이 가서 유심히 살펴보긴 했지만, 이 건물의 육중한 무게감을 상쇄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리차드 세라의 작품이 서 있는 열린공간은 리버풀스트릿역으로 들어가는 입구 중 한 곳이다.


건물의 입면에 사용된 석재와 조각이 거의 유사한 색깔이어서 마치 건물의 일부인 듯 보이기까지 했다.


탑, 오벨리스크, 기둥Column 등 우리의 신장에 비해 높고 하늘을 가르키는 듯한 구조물을 보면 우리는 약간의 경외감을 갖기 마련이다.


지주, 지렛대를 표방하는 이 작품 Fulcrum 역시 주변 풍경에 신선한 충격을 환기 시키려 한다.




런더너들은 바쁜 업무와 생활때문인지, 길에 앉아 간단하게 점심식사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이 광장 역시 많은 직장인들이 계단에 앉아 점심을 해결하고 있었다.


Fulcrum은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는 중점이 되는 객체로 작용한다.


© Google Earth


짙은 갈색 건물의 왼편으로 그림자 속에 가려진 구조물이 세라의 Fulcrum이다. 


이 열린공간의 면적자체가 그리 좁은 것은 아니지만, 


육중한 건물 사이에 끼여있고, 거기에 세라의 거대한 조각이 공간을 더욱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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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팍한 사무실에서 나와 도심 속 공원에서 햇볕을 맞으며 점심을 즐기는 모습은 너무나 평온하지만, 


건물이 만든 그림자 속에서 거대한 철판을 마주하며 먹는 점심은 식은 샌드위치를 더 차갑게 만들 것 같다.






조각은 건물의 신축과 함께 설치된 듯 하다. 1987년 이면 내가 태어나기도 전 이네.


나의 관점은 '2014년 지금의 나'  것이다. 세라 역시 지금 이 장소에 작품을 놓는다면 또 다른 작품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작품이 만들어진 시대를 이해 할 필요가 있다.



우선 공공미술이라는 것은, 뉴딜정책의 일환으로 미국 정부가 실직한 예술가들을 위해 공공장소를 디자인 하도록 한것에서 태동한 개념이다.


이후 공공 미술은 건물을 장식하거나 도시 미관을 조성하는 분야로 발전했다.


하지만 세라는 여기에 완전히 반기를 드는데... 이런 말을 했다. 

“지금 이 나라에서는, 특히 조각의 경우, 건축에 시중을 드는 작업을 만드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나는 구조가 모호하거나 도시 디자인의 원칙을 만족시키는 그런 조각에는 흥미가 없다. 내가 보기에 그런 조각은 항상 매너리즘의 양상을 띠게 되거나 기존 미학의 현재 상태를 강화할 뿐이었다. [...] 나는 비실용적이고 비기능적인 조각에 관심이 있다.”


세라는 조각을 통해 반환경적 조건을 만들어 장소에 개입함으로써 비판성을 일깨우기 위한 작품을 만든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Tilted Arc 기울어진 호. 






이 작품은 설치 3년 뒤, 조각 뒷편의 건물을 이용하는 1000여명의 불만이 가득한 탄원서가 제출되었고 결국은 철거된다.


통행을 방해하고 흉물스럽다는 이유에서다. 세라의 의도가 바로 이 작품을 철거시키는 원인이 된 것이다. 


세라의 작품을 거대한 쓰레기라고 말하는 것과 철거를 강행한 점에 대해서는 굉장히 안타깝다.


하지만, 공공 공간 역시 공공의 소유물이라는 점에서 소유자, 이용자가 원치않는 예술은 그 가치를 잃게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듯 하다.




이 사건은 공공예술과 대중 간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이 사건이 일어난 80년대 부터는 공공미술은 예술가와 주민이 지역사회의 이슈를 공유하고 벽화나 조형물 등을 함께 디자인하는 등의 새로운 공공미술 영역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리고 90년대에 이르러 미국 공공미술의 최대의 후원단체인 국립예술기금(National Endowment of Arts)의 목표는 ‘구체적으로 공동체 참여를 유도하는 작품’을 후원 하는 것이 된다. 종전의 목표는 '우리시대 최고의 작가의 작품에 공공이 접근할 수 있게 하는 것' 이 었다.


그만큼 공공미술에 있어서 대중과의 관계가 중요시 되었다는 의미이다.


  

영국 북쪽의 작은 도시 Gateshead에는 1998년에 세워진 Antony Gormley의 Angel of the North라는 작품이 있다. 


© David Wilson Clarke


쇠퇴한 공업도시에서 성공한 문화도시로 탈바꿈한 게이츠헤드의 출발점에는 곰리의 공공미술이 있었다.


곰리는 천사상의 제작에 반대하는 수많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그들에게 돌아갈 혜택을 설명하며 설득했다. 


또한 시에서 열리는 여러 문화행사에 직접 참여하며 시민들의 마음을 돌렸다.


만 아니라, 게이츠헤드에서 생산되는 자재와 폐쇄된 공장을 철거하며 얻은 자재를 이용하고, 실직한 노동자들을 작품 제작에 참여시켰다.


지금 이 천사상은 이곳의 랜드마크이며 모두가 사랑하는 공공미술이다.


이후 게이츠헤드는 첨단공연장, 밀가루 공장에서 현대미술관으로 탈바꿈한 BALTIC Centre, 밀레니엄 브릿지 등이 관광산업을 발전시키고, 삶의 질을 개선하면서 쇠락하던 도시에게 희망을 주고 시민들에게 자부심을 가져다 주었다.


공공미술이 시민과 소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극적인 사건이었다.





곰리의 작품이 세라의 작품보다 훌륭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세라의 시대에는 Tilted Arc와 같은 비판의식을 가진 작품 또한 필요했으며 그는 훌륭한 예술가 다.


그리고 그로 인해 공공예술이란 어떤 것이 되어야 하는지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정부가 주도하는 공공미술을 타파 할 수 있었다.



곰리의 작품은 현대에 가장 각광받는 공공미술이다. 하지만 그의 천사상이 완성된지도 이미 15년이 넘었다.


모든 곳이 게이츠헤드나 런던 같지도 않다.



지금의 공공미술은 더 작고 더 낮은 곳에서 그 가치를 발휘하기 시작하는 듯 하다.




'한 문명이 끝날때 마다 그들이 남긴 것은 예술이다' 라고 말한 Boris Johnson 런던 시장의 말이 기억난다.


그리고 나는 우리 생활에 더욱더 밀접하게 다가올 공공미술을 기다려 본다.





번외.


런던 여기저기에 불현듯 마주칠 수 있는 곰리의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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훨씬 더 많지만, 차차 업데이트 할 예정






자료 출처 


Public Art_공공미술 걸작선 기울어진 호, 그 이후 ①

관람자 우선의 새로운 공공미술 

EBS 다큐프라임 091012 [예술, 일상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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