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중순에 런던 땅을 밟아서 이제 9월이 되었으니 런던의 여름은 온전히 겪어본 셈이다.


책이나 영화 등으로 어렴풋이 상상하던 런던은 늘 안개가 끼고 비가 자주 내리는 도시였다.

그런데 웬걸. 내가 도착했던 4월의 런던은 맑고 높은 청명한 하늘에 적당히 따스한 햇볕이 온몸을 감싸 안았다.

어쩌다 비가 내려도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그친 뒤 하늘은 금세 맑아졌다.

그런 날씨가 5월, 6월.. 계속되었다. 해는 5시면 떠서 10시는 되어야 졌다. 위도가 높은 나라에서의 여름은 낮이 그렇게까지나 길어졌다. 


7월이 되자 이제 여름이구나 하는 것을 다소나마 느낄 수 있는 더위가 있었다. 

하지만 집안에서 선풍기를 틀고 싶다는 정도의 날은 손에 꼽아보아도 열 손가락을 모두 접히지 못했다. 창문과 문을 양쪽으로 열어 공기가 통할 수 있다면 선풍기마저도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왜 유럽인들이 선글라스를 많이 쓰고 다니는지 이해가 되었다. 살이 탈것처럼 뜨거운 햇살은 아니었지만 태양 고도가 낮아서인지 눈부심이 심했다. 한국에서 쓰던 선글라스는 항시 휴대하고 착용하기에 너무 크고 무거워서 안경에 탈부착할 수 있는 클립형 선글라스를 주문했다.


비는 그리 자주 오지 않았고, 오다가도 금방 맑아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짙은 먹구름이 끼면 곧 비가 올 거라고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맑다가도 어느 순간 빗방울이 떨어진다. 온종일 비가 내리는 날은 흔치 않았다. 금세 비는 멈추고 구름은 자취를 감춘다.

우리나라처럼 지겹게 비가 내리는 장마도 없다. 8월에 한 주 동안 비가 오락가락했던 것이 장마였다면 장마라고 할 수 있을까. 사실 영국은 강수량도 우리나라보다 적다.


태풍과 장마가 없고 습도가 높지 않은 런던의 여름은 그야말로 천국이다. 습하지 않아서 햇살이 내리쬐어도 그리 덥지 않고, 그늘에만 들어가도 선선하다. 

좋은 날씨와 어디서든 30분 거리에 공원이 있는 런던. 

공원에서 피크닉을 즐기고 책을 읽다가 낮잠을 청하며 여유로움을 만끽할 때가 가장 행복했다. 그리고 해가 질 무렵의 늦은 저녁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맥주한병으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제 가을인가 싶게 바람이 쌀쌀하다.

나무가 물들고 하늘이 높아지는 한국의 가을은 알록달록 비단옷을 입은 듯 너무나 아름답다.

여기서는 아쉽게도 그런 멋진 풍광을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런던의 겨울은 4시면 해가 지고 비가 자주 내린다고 한다. 날씨를 많이 타는 사람은 우울을 느낄 정도로.

상상하던 끔찍한 날씨가 바로 겨울의 런던일까.

한국의 겨울만큼 춥지 않아 좋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이제 다가올 겨울이 걱정되지만, 런던에서의 겨울은 또 어떤 경험을 줄 수 있을지 기대된다.

정 못 참겠으면 스페인으로 도망가야지……!



SONY | SLT-A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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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chist _Teo 트랙백 0 :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