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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4일제?!


영국에는 크리스마스와 부활절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큰 명절이나 법정공휴일이 없는 편이다.

대신 Bank Holiday가 있어서 크리스마스, 부활절에 앞뒤로 붙거나 8월 마지막 월요일 등으로 지정되어 있다.

 

뱅크홀리데이는 은행이 모두 문을 닫았던 날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요즘 시내에 큰 은행은 문을 열기도 한다.

자본주의와 경쟁사회의 폐해다. 연휴에 일을 하면 돈을 더 받는다 하더라도 노동환경이 더 가혹해진 것이다.

유럽도 신자유주의와 자본의 논리에 의해 노동자들의 업무 강도가 높아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주말에 문을 열지 않던 파리의 백화점이 주말영업을 하겠다고 발표해서 노동자들의 시위가 있었고, 올해 말부터 24시간 지하철을 운행하려던 런던도 노동자들의 반발과 노동환경개선에 대한 요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반적인 사고로는, 주말에 백화점을 열고 지하철을 24시간 하면 편하고 좋겠다. 데모꾼들 나쁜 놈이네.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많은 유럽인은 노동자의 삶이 힘들어지고 그러한 삶이 내가 될 수도 있으며 자신 또한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요구를 해야 할 때가 있으므로, 이를 지지하기도 하고 파업에 대해서도 관대한 편이다.

일이나 돈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가족과 보내는 시간 그리고 자신을 위한 시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Uniqlo에서 주5일근무 대신 주4일근무제도를 도입했다고 한다. 하루 근무시간이 2시간씩 늘어나서 결과적으로 근무시간은 같다.

개인의 삶의 질에서는 훨씬 더 풍요롭고 생산성도 올라갈 것이다.

한식당에서 일할 때 하루에 13시간씩 빡빡하게 일하고, 한 주에 3일을 쉬었던 적이 있다.

평일에 쉴 수 있었기에, 남들 일할 때 노는 그 여유가 참 좋았다. 특히 주말이면 인파가 몰리는 미술관이나 관광지를 평일에 다닐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았다.

주5일 출퇴근을 하는 사람은 누구나 그렇겠지만, 5일을 일하고 2일을 휴일로 만든 최초의 사람은 참 나쁘다는 저주를 하기도 했다. 3일을 휴일로 만들었어야지!!


마침, 금요일에 백소장님과 함께 퇴근을 하게 되어서, 주4일근무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유니클로같이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갑의 처지라면 가능하겠지만, 우리처럼 갑의 처지가 아닌 건축가에게는 불가능하다는 게 소장님의 생각.

협력업체나 클라이언트가 일할 때, 우리 회사가 쉬면 다른 이들의 입장에서는 짜증이 나니까..

내가 나중에 회사의 사장이 되면 복지를 위해서, 생산성을 위해서 이런저런것을 하면 좋겠다고 상상을 하곤 하는데... 건축사무소를 하지 않는게 최고일지도??

 

점심시간, 잠시 우체국 가는 길에.


 

월요일이 뱅크홀리데이였던 덕에 토요일부터 3일을 쉬었다.

몇 달 전부터 연휴 동안 뭘 할까 고민을 하고, 스코틀랜드를 친구와 갈까 생각을 했으나... 바쁘게 회사 생활하다 보니 별 준비 없이 연휴를 맞이하고 말았다.

런던을 벗어나진 못했지만, Tate Britain에서 오랜만에 좋은 그림도 많이 보고, 간만에 잘 쉰 것 같다.

 


남들 다 도와주고, 소는 누가 키워?!


아무튼 그래서 이번 주는 4일을 일했다.

우리가 한국에 만들어질 타운하우스 계획도면을 그린 게 있는데, 화요일에는 한국에서 CAD로 실시도면을 작성한 그 프로젝트를 PDF로 출력했다.

그렇게 오래 걸릴 일이라고 예상 못 하고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도면이 엄청나게 많은데다가 폰트에 문제가 있어서 꽤 긴 시간이 걸렸다.

결국은 온종일을 잡아먹고 다음날 오전에야 끝낼 수 있었다.

 

나 혼자 진행해야 하는 프로젝트가 2개나 있기에 마음이 조급했다.

그런데 Mike가 바쁘냐고 도와줄 수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도와주어야 할 것 같지만... 프로젝트 두개가 있어서 힘들겠다고 대답했다.

다음날 또 물어보더라. 지금 하는 것만 끝내고.. 아마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떤 일이야? 물어보았더니 저번 주에 내가 CAD로 도면작성을 도와준 프로젝트를 Permitted Development로 허가신청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아... 그냥 네가 하지 왜 내 도움이 필요해 Mike형... Mike는 워낙에 중요한 프로젝트를 여러 개 맡고 있으니 그런 자잘한 일을 하기엔 바쁜가 보다.


영국에서 건축허가를 받을 때는, 몇가지 분류가 있다. 아마 두 가지? 나도 정확히 다 모른다.

기본적으로는 Full Planning이 있다. 도면을 그려서 구청의 건축과 담당 직원에 의해서 승인을 받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에 비하면 법규의 제한보다 승인해주는 직원의 재량이 더 크다. 하지만 이 직원은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도장을 찍을 수 있으므로 우리나라처럼 뒷돈 좀 찔러준다고 허가를 쉽게 받는 일 따위는 없다. 규모가 크거나 중요한 건물일 경우에는 이 직원이 직접 구의회에서 프레젠테이션도 해야한다.

Full Planning은 주변 경관과의 관계가 주안점이다.


두번째로는 Permitted Development 라는 것이 있다. 건축경기 활성화와 건축주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만든 것이다.

주로 주택확장에 관련된 것으로, 최대 몇미터 길이로 확장할 수 있는지 증축은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지 정확한 수치와 방법이 정해져 있다. 

그 조건 내에서 그려진 도면은, 의회나 건축과 직원의 판단을 거치지 않고 무조건적인 허가를 받는다.

법적으로 보장이 되어있으니까.



물론 문서화가 되어있고,  건축허가신청에 관련된 홈페이지(Planning Portal)에서 이해하기 쉽게 잘 설명되어있다.

이런 법체계를 잘 이용해서 한 집의 건축허가를 받을 때도 Permitted로 허가를 받을 수 있는 부분은 Permitted로, 그 이상을 원하는 부분은 Full Planning으로 각각 따로 신청하기도 한다.


정확하지 않거나 잘못 된 정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냥 그런게 있구나 정도로만 읽어주세요.


 

Mike를 도와주는 일은 정말 별거 아니었다. 이미 옆집은 우리가 허가를 받은 상태고, 그것을 조금만 수정해서 신청하면 되었기 때문에 금세 끝났다.

이렇게 금방 끝날 줄 알았으면, 진작부터 기분 좋게 도와줄 걸 그랬다.

남들 다 도와주고, 또 일주일이 하루 짧았던 탓에 정작 내 프로젝트는 진도가 많이 못 나갔다는게 함정ㅜㅜ

 


주말의 첫날, 토요일


오랜만에 혼자 런던을 돌아다니며, 감성적인 하루를 보냈다. 

벌써 가을 타나 보다.


두 개의 기둥

 

두 개의 모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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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chist _Teo 트랙백 0 : 댓글 4